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1)
441화.
“무리예요.”
가장 먼저 의견을 꺼낸 것은 계수지였다.
조금 의외였다.
그녀의 평소 성격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저들과 함께 가자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저희도 일정이 촉박한 것 아니었나요?”
맞다.
정확히 브로바이슨의 수도에서 무슨 일을 맡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유롭게 돌아다닐 시간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나단에서 시간을 빼앗긴 만큼, 더욱 서둘러야죠.”
서우진의 대답에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황에 저들을 데리고 다닐 순 없어요.”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무래도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이 저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야.’
서우진 역시 계수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전 반대요.”
그때, 멍하니 폐허가 된 나단의 모습을 둘러보고 있던 김다혜가 입을 열었다.
“응? 너도 함께 이동하는 거에 반대한다는 거야?”
서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녀석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곤 똑바로 계수지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반대요.”
“아…….”
계수지의 말에 반대한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 말은 곧.
“데리고 가자고?”
김다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녀석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못 본 척하고 지나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당장 레벨을 올리고 강해지려는 이유가, 전쟁에서 희생될 병사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구하기 위함 아니던가.
그런 김다혜가 아인델과 생존자들을 그냥 두고 가자고 말할 리가 없었다.
‘음…….’
고민이 된다.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으니, 상대를 납득시키려면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터.
‘그건 주객전도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논의로 시간을 쓰다니.
그렇게 바보 같은 짓도 없었다.
‘결국은 다수결인가?’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난감했으니, 다수가 선택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내가 할게.”
서우진의 생각을 끊고, 강병규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
“생존자들을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다른 사람들은 수도로 가면 되지 않아? 굳이 모두 함께 움직일 필요까진 않을 것 같은데.”
“어…….”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일행을 나누면 해결이 된다.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은 수도로 가고, 강병규가 혼자서 생존자들을 다른 도시에 데려다준다면?
“좋네.”
왜 이런 생각을 진즉에 하지 못했을까?
서우진은 자신의 머리를 탓했다.
애초에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아, 그래도 혼자는 좀 힘들 수도 있어. 이런 놈들이 또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누구 한 명 더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강병규는 비전투 직업이다.
물론 100레벨을 달성했으니, 웬만한 마수들 따위는 눈을 감고도 모조리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만 흘러가던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었으니,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강병규를 도와줄 이가 필요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직업이 좋겠지?”
“그럼 더할 나위 없고.”
강병규가 어깨를 으쓱 하자 서우진이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누구를 선택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
“저요.”
김다혜가 손을 든다.
‘그래, 그렇겠지.’
예상한 일이었다.
김다혜의 성정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설 것이라는 걸 말이다.
“괜찮겠어?”
서우진이 묻자,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요.”
솔직한 심정으론 A급 용사를 붙이고 싶었다.
같은 100레벨이라도, 등급이 높은 쪽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 생각을 접었다.
김다혜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드물기도 했고, 녀석의 힘도 결코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 구니엘’이라는 괴물 같은 총을 받은 뒤로는 더욱 강해졌다.
그 정도라면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좋아. 그럼 병규랑 다혜가 가는 걸로 하자.”
김다혜가 보호하고, 강병규가 근처의 도시를 찾아 안내를 해주면 완벽하다.
다들 그 결정에 만족하는지, 별다른 반론을 꺼내지 않았다.
“그럼 떠날 준비들 하고 있어요, 난 저들하고 얘기를 좀 하고 올 테니.”
서우진이 몸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인델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애써 노력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작게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온다.
서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그녀가 바라던 대답을 해주었다.
“제 동료 중 두 명이 여러분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아……!”
아인델의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생존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렸다.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던 마수들을, 용사들은 문자 그대로 학살을 했다.
그런 이들이 두 명이나 도와준다니,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존자들과는 반대로, 아인델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당신은 함께 가지 않는 건가요?”
그녀는 서우진의 힘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용사들 중 가장 강력한 이가 눈앞의 서우진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고작 일검에, 400마리가 넘는 마수를 모조리 죽여 버릴 정도였으니까.
다른 용사들 역시 강하긴 하겠지만, 서우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인델은 서우진이 자신들을 끝까지 보살펴 주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서우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는 할 일이 있어서.”
“그런가요?”
아인델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도 더 이상의 도움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서우진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도움에 감사드려요.”
아인델이 허리를 숙인다.
비록 겉모습은 초췌했지만, 그 어떤 귀족보다 고상하고 고귀한 품격이 묻어나오는 인사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서우진이 그런 아인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분간은 브로바이슨에 있을 것 같았다.
아그나가 시킬 일이 하루이틀 사이에 끝날 정도로 간단할 것 같진 않았으니까.
아인델은 브로바이슨의 대귀족이었으니,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럼 그때 다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릴게요. 지금은 꼴이 이래서.”
아인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서우진 역시 마주보며 웃어주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병규와 김다혜.
두 사람은 생존자들을 이끌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 쪽으로 향했고, 서우진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쪽이라니까요?”
“아니, 이쪽이 맞는 것 같은데…….”
나단을 떠난 지 고작 두어 시간.
서우진은 벌써부터 조금 후회가 되었다.
‘병규를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갈림길에 서서 서로가 맞다며 싸우는 두 사람을 보니, 강병규의 길안내가 절실해졌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 배운 기억이 확실히 나요. 왼쪽으로 가야 수도가 나올 거예요.”
“혹시 존 거 아닙니까? 이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뭐라고요?”
구동환의 말에 계수지가 눈썹을 치켜떴다.
“끄응-”
그 모습에 서우진이 신음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습니까?”
서우진은 모른다.
대략적인 지리를 익히기는 했지만, 솔직히 집중을 해서 듣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방향을 정해 주어야만 했다.
“왼쪽이라니까요?”
“아니, 제 기억엔 똑똑히 오른쪽입니다. 확실해요!”
계수지와 구동환은 투닥거리며 자신의 말이 맞다는 주장만 반복했고.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다른 동료들 중에 길을 아는 사람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들 시선을 피했다.
‘…공부 안 했구만.’
누가 이 세계에 소환까지 돼서 지리 따위를 공부하고 싶겠는가?
결국엔 저 둘 사이에서 결판이 나야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신룡안’을 사용해서 주변의 정보를 훑어보았다.
하지만 딱히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단서 따위는 감지되지 않았다.
도시는커녕, 작은 마을도 없…….
‘응?’
서우진의 시선이 왼쪽 길로 향했다.
도시나 마을은 없었지만,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백오십쯤 되는 것 같은데?’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하지만 숫자보다 더 특이한 게 있었다.
저들 중 상당수가 마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양을 말이다.
‘이것 봐라? 최상급도 있어?’
놀랍게도 무리의 선두에 서 있는 이는, 무려 최상급 기사에 육박하는 경지였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최소한 중급에서 상급에 달하는 기사가 분명했다.
‘기사단인가?’
저만한 전력이 단순한 도적떼일 리가 없었다.
“잠깐 조용.”
서우진이 손을 들자, 말다툼을 하던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응?”
기감을 끌어올린 둘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들도 이제야 느낀 것이다.
“브로바이슨의 기사들일까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계수지의 물음에 서우진이 대답했다.
“나단의 소식을 듣고 근처에서 지원을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들의 경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판단하는 게 타당했다.
“조금 기다려 보죠. 저들이 도착하면 길을 알 수 있을 테니.”
서우진의 말에 동의하는지, 계수지와 구동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기억보단, 현지인의 설명이 훨씬 정확할 테니까.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그들이 오길 기다렸다.
꽤나 서두르는 모양인지, 이동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아무래도 말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듯했다.
‘확실히 나단이 침공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저만한 인원이 저렇게 다급하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자,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네요.”
계수지가 서우진 옆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기도 우리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서우진의 눈에, 가장 선두에 선 기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드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점차 속도가 줄어들었다.
거품을 물고 있는 말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이내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마침내 서로의 음성이 들리는 거리에 도달하자, 선두의 기사가 물어왔다.
“용사입니다.”
서우진이 대답했다.
그러자 기사들의 눈이 커졌다.
“용사?”
“용사가 왜?”
뒤쪽이 소란스러워지자, 선두의 기사가 얼굴을 굳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조용하라.”
그러자 순식간에 침묵이 찾아왔다.
군율이 엄격한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군. 눈에 익은 자가 있어.”
그의 시선이 서우진의 뒤쪽을 향했다.
바로 창을 들고 삐딱하게 서 있는 김우람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좋은 인연은 아니었나 본데?’
녀석의 표정이 미묘하게 비틀려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대들이 왜 나단 쪽에서 오는 것이지? 납득이 되는 이유를 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왠지, 기사들의 분위기 역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