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김우람과 기사단.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결코 호의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대놓고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건 분명했다.
‘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만.’
김우람의 옛날 성격을 생각해 보면 기사들이 저런 눈초리로 노려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중2병 걸린 오타쿠라니.
명예를 숭상하고,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기사가 보기엔 황당하기 그지없는 존재였을 터였다.
그렇다고 용사를 패서 훈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골치깨나 아팠겠지.’
물론, 김우람도 나름대로 저들에게 악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결국엔 조롱과 멸시를 드러냈으니까.
결국 브로바이슨과 김우람은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명목상의 지원을 제외하면, 아예 서로를 없는 존재로 취급했으니까.
대충 상황을 눈치챈 서우진이 슬쩍 걸음을 옮겨, 둘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지금 대화를 해야 할 주체는 김우람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향하던 중 나단이 불타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서우진이 대답했다.
“…그 보고가 사실이었던가?”
선두의 기사가 얼굴을 굳혔다.
“나단은 어떻게 되었지? 아인델 백작님과 그분의 가솔들은?”
그의 질문에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가장 먼저 묻는 게, 일반 백성들이 아닌 귀족의 안위였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귀족은 일반 백성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존재들이었으니까.
당연히 귀족인 아인델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군.’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저렇게 고압적인 태도로 내려다보는 것부터가 조금 짜증이 났다.
“다행히 무사합니다. 지금쯤이면 제 동료들이 안전한 곳까지 바래다 드리고 있을 겁니다.”
서우진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대답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킬 생각까진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들?”
아인델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기사가 이내 서우진과 뒤의 동료들을 훑어봤다.
그러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물었다.
“설마 저 녀석 같은 놈들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기사의 시선은 정확하게 김우람을 향해 있었다.
“…놈?”
서우진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김우람을 욕하는 건 솔직히 상관없었다.
저 녀석은 스스로 쌓아온 업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동료들까지 싸잡아서 무시한다?
‘그건 못 참지.’
아니, 애초에 동료들이 저딴 기사들에게 무시당할 위치도 아니었다.
김우람을 제외한 전원이 100레벨.
저들이 말하는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였으니까.
고작 최상급 기사에 불과한 놈이 저런 눈빛으로 쳐다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연히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말이 좀 심한 것 같은데?”
조금은 무거워진 음성에 기사의 표정도 조금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무시로 가득했던 처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런 폐급 용사와 함께 다니는 것을 보니, 너희의 수준도 알 만하다. 용사들 중에도 비교적 덜떨어진 이들이 있다더니, 그 소문이 가리키는 건 바로 너희인 모양이구나.”
유유상종, 동변상련, 초록동색, 끼리끼리.
뭐 이런 걸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젠 이 세계 그 어떤 곳을 가도 무시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용사들은 최소한 80레벨을 넘겼고, 서우진과 동료들은 김우람을 제외하고 전부 100레벨을 돌파했으니까.
그 정도의 힘이 있는 존재들이라면, 대우를 받으면 받았지 무시를 당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데 있었다.
용사들을 무시하는 놈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말에서 내려 예의를 갖춰라. 우리는 너희에게 그런 조롱을 당할 이들이 아니야.”
그래도 화를 토해내진 않았다.
그럴 가치도 없는 놈들이었으니까.
경고 아닌 경고.
서우진은 기사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놈들은 자신들에게 내려온 동아줄을 발로 걷어찼다.
“웃기는군. 우리가 예를 갖춰야 할 것은 고작 너희 용사 따위가 아니라…….”
“수지 씨.”
서우진이 놈의 말을 끊고 계수지를 불렀다.
더는 저딴 개소리를 듣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계수지는 서우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차올랐다.
“죽이진 마세요.”
덜떨어진 놈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강림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계수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들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무, 무어냐!”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아니, 뽑아 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계수지의 움직임은, 그들이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지 않았으니까.
콰드드드드득-!
금속으로 이루어진 갑주와 뼈가 동시에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우진은 그 소음에 관심을 끊고 몸을 돌려 뒤를 쳐다봤다.
동료들의 표정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짜증이 제대로 치밀어 올랐는지, 모두 얼굴을 미미하게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아니, 저 녀석은 빼고.’
김다혜만이 평소의 멍한 표정으로 앞을 쳐다볼 뿐이었다.
피식- 웃은 서우진이 김우람을 향해 다가갔다.
녀석의 표정은 어두웠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야, 얼굴 펴.”
서우진이 그런 김우람에게 툭- 하고 말을 던졌다.
“…네.”
대답과는 반대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서우진은 그런 김우람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니까 잘 좀 행동하지 그랬냐.”
“그러게요.”
녀석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뭐, 내가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긴 하다만.’
현지인들에게 무시당한 걸로 따지면, 서우진 역시 김우람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 원인에는 자신의 성격도 크게 한몫을 차지했었다.
토벌을 나가기 전의 서우진은, 자신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소심남이었으니까.
항상 어깨를 움츠린 상태로 병사들을 피해 다니기까지 했다.
토벌에서 아일린에게 훈련받으며 자신감을 찾지 못했더라면, 김우람과 같은 상황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랬기에 탓하지 않았다.
그저 힘을 북돋아줄 뿐.
“어깨 펴.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까.”
예전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 자연히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김우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동료들도, 지금은 그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브로바이슨도 그럴 게 분명하다.
그러니 어깨를 펴고,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서우진의 말에 김우람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그런 녀석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려 주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끝났어요.”
그 짧은 사이.
계수지는 150에 달하는 기사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뒤, 돌아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오히려 덕분에 기분이 좀 풀렸네요.”
기사 150명 정도는, 그녀에게 식후 운동 거리도 되지 못한다.
아무리 최상급 기사가 섞여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네요.”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한번 웃어보이고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으으으으…….”
“내 팔, 팔이!”
깔끔하다.
말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오직 기사들만 모조리 낙마를 시켰다.
물론, 어디 한 군데씩 두들겨 팬 상태로 말이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며칠 정도 요양은 해야 나을 수준의 부상이었다.
‘많이 봐줬네.’
뛰쳐나가던 계수지의 분위기로 봐선, 뼈 하나씩은 부러뜨릴 줄 알았는데 말이다.
저벅-
서우진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선두의 기사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지?”
놈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고통에 찬 신음 소리였다.
서우진은 발을 들어 놈의 몸을 살짝 걷어찼다.
터엉-
거친 쇳소리와 함께, 기사의 몸이 뒤집혔다.
일그러진 얼굴이 위로 향했다.
서우진은 그런 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이름이 뭐냐고.”
“카, 칼덴…….”
서우진의 눈빛에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자신을 칼덴이라 소개한 놈은, 두려움에 가득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칼덴. 나단을 지원하기 위해서 가고 있던 거지?”
“그, 그렇다.”
놈은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단은 완전히 파괴됐다. 생존자는 아인델 백작을 포함해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하고.”
그 말에 칼덴은 얼굴을 굳혔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설마 생존자가 그렇게 적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나단은 함락된 상태였거든.”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 텐데.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생존자들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 동료들이 안전한 곳으로 잘 데려다 줄 거야. 공격을 해온 마수들은 우리가 모두 처리했고.”
“…알았다.”
“그러니까 굳이 나단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겠지?”
물론 아예 확인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우진의 말대로 나단이 완전히 파괴되었는지, 그리고 생존자들이 정말로 안전하게 피신을 했는지.
그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보고를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그것을 위해 기사단 전체가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서우진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어리둥절한 칼덴을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부… 탁?”
갑작스러운 요청에, 칼덴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가야하거든. 그런데 길을 잘 몰라서 말이야.”
“…설마?”
자신에게 길안내를 하라는 말인가?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칼덴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지만, 그 예상은 정확했다.
“안내 좀 해라. 수도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어이가 없는 부탁, 아니, 협박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칼덴으로선 그 말을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랬다간 방금 전에 당한 폭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제력이 가해질 게 분명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칼덴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좋아.”
서우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깜빡했다는 듯, ‘아!’ 하며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수도로 가는 방향은 왼쪽이냐? 아니면 오른쪽이냐?”
“왼쪽이다. 우리가 온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도가 나오지.”
“그래?”
대답을 들은 서우진이 뒤를 쳐다봤다.
득의양양한 표정의 계수지와 고개를 숙인 구동환의 모습이 보였다.
‘동환 씨는 왜 맨날 지는 내기를 할까?’
조금 궁금해졌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괜히 상처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죠?”
내비게이션도 생겼겠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