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3)
443화.
칼덴은 구동환이 맡았다.
서우진을 제외하면 가장 육체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구동환이 어깨에 들쳐 멘 칼덴 덕분에, 일행은 최단거리로 수도를 향해 질주할 수 있었다.
울창한 숲과 드넓은 대지를 가로질렀다.
휴식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단에서 시간을 지체했으니, 그만큼 더 서둘러야 했으니까.
다행히도 동료들은 별다른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들의 능력은, 단순히 쉬지 않고 며칠 달린다고 지칠 수준이 아니었다.
오직 한 명.
칼덴만 죽을 지경이었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구동환의 어깨에 매달려 꼼짝도 못했기에 점차 사람이 초췌해져 갔다.
물론 그도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기사였기에, 육체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한 모양이군.’
서우진이 그런 칼덴의 표정을 보곤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자업자득이지.’
만약 저쪽에서 예의를 갖추었다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충 지도나 한 장 그려달라고 하는 게 전부였겠지.
하지만 칼덴은 선을 좀 넘었다.
그러니 지치든 말든, 굳이 쉬게 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저, 저 언덕만 넘으면…….”
칼덴의 갈라진 음성이 들려왔다.
놈은 저 멀리 보이는 높다란 언덕을 가리켰다.
“다 온 모양이군요.”
그것을 들은 구동환이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언덕 너머에 수많은 사람의 기척을 느낀 참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였기에,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죠. 쉬는 건 도착한 뒤에 합시다.”
서우진이 말하자 다들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이 지겨운 달리기가 끝난다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선두에 서서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졌으니, 이젠 조금 무리를 해도 될 듯했기 때문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악-!
서우진의 신형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앗, 갑자기!”
“따라가!”
뒤따르던 동료들도 이에 질세라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질주!”
“속도 향상 물약!”
심지어는 스킬까지 사용해 가며 서우진을 따라잡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우진의 등을 넘어설 순 없었다.
애초에 차원이 다른 존재였으니까.
서우진은 여유롭게 가장 먼저 언덕 위에 올라섰다.
“…오.”
브로바이슨의 수도가 눈에 들어온다.
“제국이랑은 또 다른 멋이 있네요.”
어느새 옆에 도착한 계수지가 말했다.
“그러게요.”
제국의 수도가 위압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라면, 이곳은 조금 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분지 안에 만들어졌기 때문일까요?”
이 도시는 둥글게 형성된 분지 안에 세워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어느 곳을 돌아봐도, 산이 보일 법한 위치.
그래서인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아름답네요.”
계수지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서우진도 마찬가지였다.
제국처럼 쓸데없이 웅장하고 복잡한 곳보단, 이런 소담한 곳이 훨씬 취향이었다.
“다들 도착했나?”
서우진이 뒤를 돌자, 숨을 헥헥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들이 보였다.
“이 녀석은 완전히 뻗었네요.”
갑자기 폭발적으로 빨라진 속도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일까?
구동환에 어깨에 있던 칼덴이 기절한 상태였다.
“도착하면 대충 땅에 던져 놔요. 최상급 기사니까 알아서 하겠지.”
서우진은 칼덴이 더는 필요치 않았기에, 관심을 끊었다.
구동환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럼 내려가죠.”
서우진과 동료들이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난 곳은 아니지만 상관없었다.
가파른 절벽과도 같은 경사를 내려가다 보니 마력을 지닌 이들이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뭐, 당연한 일인가?’
갑자기 일단의 무리가 언덕을 넘어 수도로 접근하고 있었으니, 경계를 서고 있던 기사들이 반응하는 건 당연했다.
“멈추어라!”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수십 명의 기사.
하나같이 상급 이상으로 이루어진 이들이었다.
기사들은 일행이 접근하는 길목을 막아서며 경고성을 터트렸다.
‘예상보다 빠른데?’
누군가 막아설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내가 눈치채지 못한 방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모양이네.’
마법이든, 아이템이든, 그것이 아니면 성물이든.
서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굳이 저들과 충돌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완전히 정지한 서우진과 일행들을 향해, 기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대들은 금지된 경로를 통해 이동했다. 그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바! 지금부터 정당한 법의 집행을 할 예정이니, 그대들은 반항하지 말라!”
위협적이긴 했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장 전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대비도 하고 있는 듯했다.
‘나쁘지 않아.’
실력이야 칼덴이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소양을 보자면, 눈앞에 있는 이들이 훨씬 기사다웠다.
서우진은 속으로 그들을 인정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그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아그나?”
기사들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누구…….”
“아!”
기사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우진에게 물으려던 때였다.
후방에 있던 기사 한 명이 눈을 크게 뜨며 크게 소리쳤다.
“설마 제국의?”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무슨 말이지? 아그나란 이름을 들어보았나?”
가장 높은 직위로 보이는 기사가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용사들이 찾아와 아그나라는 사람을 찾을 테니, 곧장 알리라는 공문 말입니다.”
그 말에 기사들의 눈이 커진다.
용사들이 찾아와서 아그나를 찾는다면……?
“용사님들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설마 하는 물음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안쪽에 소식을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서우진 외 일곱 명이 도착했다고.”
* * *
마르테스는 공허하게 펼쳐져 있는 우주의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인형과도 같은 얼굴에는 그 어떠한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다만, 눈빛은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우주의 풍경보다도 공허하고, 어두웠다.
“하아-”
작은 입술 사이로,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결국 시작되고 말았구나.”
마기가 꿈틀댔다.
하늘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마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미증유(未曾有)의 마기.
아직 온전한 형태를 다 갖추지 못했음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마르테스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마력도, 마기도 아닌, 전혀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우진.”
용사이자, 이계의 마왕이며, ‘혼돈의 왕’인 존재.
“가능하겠느냐?”
지금 느껴지는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아직은 부족하겠구나.”
서우진은 강하다.
어쩌면 마르테스, 자신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를 상대하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만 했다.
“아쉽구나. 이전이었으면 가능했을 터인데.”
300년 전에 강림했던, 일곱 번째 마왕 카데마인.
그 정도 수준이라면 지금의 서우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강림하는 마왕은 조금 다르다.
아직 이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존재이긴 했으나, 지금까지 강림한 마왕들과는 격이 달랐다.
마르테스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아무리 바꾸려 노력을 해도, 보이는 것은 오직 종말(終末)뿐.”
그녀의 예지는 언제나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서우진이라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존재를 직접 ‘선택’하는 도박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노라.”
세계는 파괴되고, 차원이 붕괴된다.
그것은 비단 이 세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일일이 세는 것이 불가능한 수의, 존재하는 모든 세계.
그 모든 것의 멸망이다.
“막아야 하건만.”
다시 한번 한숨이 새어 나왔다.
“희망은 오직 하나뿐.”
서우진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아이만이 그 모든 멸망을 막아낼 수 있었다.
“아직은 부족하나, 네게 한계는 없느니라.”
그랬기에 그녀가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던가.
마르테스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숲으로.
숲에서 절벽으로.
절벽에서 무(無)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에 도착한 마르테스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균열이 생기며, 감춰져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라테온.”
오래전, 서우진이 맡기고 간 신수의 고치였다.
“이제 네가 깨어날 때가 되었느니라.”
서우진의 혼돈기를 먹고, 하늘탑의 마력을 흡수했다.
심지어 마르테스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제노니아까지 이용했다.
그녀의 마기를 뽑아 고치에 주입한 것이다.
당연히 제노니아는 거부했지만, ‘마테아의 성창’에 찔린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할 수가 없었다.
자연히 휘라테온의 고치는 마력과 마기를 받아들이며 혼돈기의 크기를 키웠다.
“깨어나거라.”
작은 음성.
여린 손으로 쓰다듬으며 내뱉은 그 말에, 고치가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하게.
마르테스조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진동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점차 크기를 키워갔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공간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마르테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분, 5분, 10분…….
그렇게 무려 한 시간 즈음 흘렀을 때였다.
쩌억-!
단단하게 뭉쳐져 있던 고치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쩌적- 쩌어어억-!
균열은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마어마한 기운이 폭발하듯 뻗어 나오며, 고치 내에 있던 휘라테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털뭉치 같았던 옛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길게 뻗은 한 쌍의 날개와 회색으로 칠해진 유려한 몸.
흡사 드래곤과 비슷한 외형이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격은, 고작 드래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높았다.
“신수 휘라테온.”
바람의 신수이자, 혼돈의 권속.
마침내 모든 성장을 끝마친 지상 최강의 생명체가 다시 태어났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머리보다 커다란 눈동자가 마르테스를 향했다.
순박하지만,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녀석은 지금까지 자신을 보살펴 준 마르테스에게 감사인사라도 하듯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고생하였느니라.”
신수의 성장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휘라테온은 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우진의 동반자로써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가거라. 너의 주인에게 돌아가, 네가 세상에 다시 등장했음을 알리거라.”
휘라테온이 날개를 펄럭였다.
그와 동시에…….
녀석은 바람, 그 자체가 되어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