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분주한 분위기가 흘렀다.
서우진이 자신과 일행의 소개를 하자, 기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일부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수도로 향해 달려갔고, 남은 이들은 일행을 안내했다.
“서우진 님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기사의 물음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서우진에 관한 소문이 브로바이슨에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이룩한 업적이 한두 개던가?
심지어 용사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니 제국이나 아이에르는 물론이고, 웬만한 국가에선 서우진을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렇군요.”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낯선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잠시 서우진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뒤에 있는 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가 궁금해 하는 게 무엇인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바로 구동환의 어깨 위에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 기사, 칼덴이었다.
“수도까지 향하는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칼덴 경이 말입니까?”
기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칼덴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최상급 기사니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없는 브로바이슨에선, 칼덴은 꽤나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할 테지.
심지어는 칼덴의 오만한 성격 역시도 잘 알려져 있었는지, 그가 길안내를 해주었다는 말에 믿기 힘든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뭐,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건 아닙니다만…….”
서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기사가 헛웃음을 흘리며,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저 양반을 좀 맡아주시죠. 계속 들고 다닐 순 없으니.”
“아, 물론입니다.”
서우진의 말에 기사가 눈짓했다.
그러자 주변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구동환에게 다가갔다.
“지금부턴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가 조심스레 말하자, 구동환은 한 손으로 칼덴을 들어 건넸다.
“잠깐 기절한 것뿐이니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기사는 칼덴을 받아 들고는 등에 업었다.
갑주 덕에 무게가 꽤 나가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마력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묘한 분위기와 함께, 일행은 가파른 언덕을 내려갔다.
‘흐음.’
‘신룡안’을 사용한 서우진이 수도 내부를 한번 살펴보았다.
‘사도나 마수는 없는데…….’
마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아그나와 크루시엘의 요원들인가 보군.’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무려 이백에 달했으니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단순한 정보요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전에 한차례 맞붙은 적이 있던, 암살 요원들이 분명했다.
타국의 수도에 저만한 수의 암살 요원들을 잠입시키다니…….
새삼 제국과 크루시엘의 능력이 감탄스러웠다.
‘아니, 권력인가?’
둘 중 어느 것이든 브로바이슨이 제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듯했다.
그렇게 수도 내부의 상황을 지켜보며 걷기를 10분여.
마침내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실히 좀 아담하네요.”
계수지가 눈앞에 있는 성벽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제국과 비교하자면, 조금 초라할 겁니다.”
기사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부심이 가득한 모습이 강했다.
결코 뚫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는 듯했다.
‘내가 모르는 방어 수단이 있는 것일까?’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별다른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데.’
저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뭐, 나중에 알 수 있겠지.’
강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곳도 침공을 받을 게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기사가 왜 저런 믿음을 지니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터.
서우진은 굳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곳입니다.”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크기에 비해 육중한 무게가 느껴지는 철문이었다.
그그긍- 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활짝 열리자,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호기심 서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용사들이 방문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인지, 삼삼오오 모여 구경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다음으로 보인 것은 기사들.
일반인들과는 달리, 그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나같이 시선이 서우진의 뒤쪽을 향해 있는 걸로 보아선, 아무래도 김우람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네 업보가 크다, 인마.’
어찌 된 게 만나는 기사들마다 녀석을 저런 눈초리로 보는 건지…….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성문을 통과했다.
“브로바이슨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경비대장이나 근위기사단장 쯤으로 보이는 이가 나오며 서우진과 일행을 맞이했다.
‘최상급이군.’
칼덴과 동급의 경지였다.
하지만 표정은 완전히 반대였다.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호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서우진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라기보단, 본래의 성정인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서우진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넨 뒤, 동료들을 소개했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는 눈동자를 빛냈다.
하지만 역시, 김우람을 소개할 때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호인처럼 보이는 그조차도 김우람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서우진은 그것을 짐짓 모르는 척하며, 그와 악수를 했다.
“고르엔이라고 하오. 분에 맞지 않게 왕실수호기사단의 수장을 맡고 있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나를 찾으시오.”
“새겨두겠습니다.”
서우진이 인사를 끝마치자, 고르엔이 뒤로 돌며 크게 소리쳤다.
“길을 열어라!”
기사들이 구경꾼들을 통제하며 길을 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대들이 찾고 있는 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기사들의 안내는 필요 없었다.
크루시엘에서 나온 암살 요원 중 한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거칠고 무거운 음성.
“그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요원의 뒤를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따랐다.
‘무슨 일을 맡기려는 것일까?’
나단의 일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작 마수들 때문에 서우진과 동료들을 브로바이슨까지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놈들이 하나의 요새도시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특임대를 조직해서 직접 보낼 정도의 수준이라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설마 정말로 마왕의 권속이라도 출몰하는 건가?’
그 정도쯤 되는 놈이 아니라면, 굳이 서우진 자신까지…….
“들어가시죠.”
요원의 음성이 상념을 끊었다.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많군.’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수가 무려 오십을 육박했다.
이곳에 들어온 암살 요원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다른 놈들도 주변에 포진해 있군.’
건물 주변으로 남은 요원들이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다.
‘확실히 아그나는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게 분명해.’
임무를 맡기고, 함께 일을 하기는 하지만, 언제든 뒤통수를 노릴 수 있는 존재였다.
“왠지 분위기가 좋지는 않네요.”
“뭐지? 싸우자는 건가?”
그것을 느낀 동료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러게요.”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안내를 한 요원을 쳐다봤다.
“누가 보면 서로 적인 줄 알겠어요.”
의미심장한 말이었지만, 요원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서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들어가죠.”
그를 압박해 봐야 별다른 정보가 나올 것 같지 않았기에, 서우진은 동료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우웅-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법?’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대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서우진은 방심하지 않으며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왔군.”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열자, 담배를 꼬나 문 아그나가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반겨주었다.
“생각보다 늦었어. 분명 곧장 이곳으로 이동하라고 명령을 내렸을 텐데?”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힐난했다.
“제가 당신의 명령을 따를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서우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여기에 온 것은, 아그나의 명령을 들어서가 아니다.
특임대라는 것을 따로 조직할 정도면, 그의 힘이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흥-”
아그나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질책은 하지 않았다.
서우진의 말이 옳았으니까.
“나단에서의 일을 들었다. 괜한 짓을 했더군.”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내뱉는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게 괜한 짓입니까?”
“그래. 그들을 구할 시간에 차라리 이곳으로 왔다면, 임무가 훨씬 쉬워졌을 테니까.”
대체 그 임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백여 명의 목숨을 구한 걸 괜한 짓 취급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도착했으니 됐다. 자리에 앉도록.”
아그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거절하죠. 시간이 없으시다니, 본론부터 얘기합시다.”
분위기 좋게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었다.
“마음대로.”
아그나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곤 옆의 테이블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서 허공에 튕겼다.
종이는 마치 화살이라도 된 것처럼, 빠르게 서우진의 눈을 향해 날아갔다.
탁-
당연하지만, 그딴 게 위협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받아 들고는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점차 표정이 굳어졌다.
“어때? 상대할 수 있겠나?”
서우진의 표정을 본 아그나가 물었다.
“뭡니까, 이건?”
서류에서 눈을 뗀 서우진이 고개를 들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에 다 적혀 있을 텐데?”
그녀의 말대로, 이 종이 안에는 서우진과 동료들이 반드시 처리해야 할 놈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이름은 강가스테어. 8번째 마왕의 권속이자, 마왕군의 선봉장이다.”
그리고 나단을 쑥대밭으로 만든 마수들의 주인이기도 했다.
“예상되는 힘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사도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위험한 존재였다.
특히나 놈이 부리는 마수의 수는, 서우진조차도 헛웃음을 흘릴 정도로 터무니가 없었다.
“적어도 10만? 이걸 저희만으로 막으란 뜻입니까?”
“물론.”
서우진의 물음에 아그나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가스테어는 마왕이 걸어나갈 길을 여는 존재다. 반드시 초전에 처리를 해야만 한다.”
대답하는 아그나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가스테어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라도 하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