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긴장하고 있는 건가?’
서우진은 아그나의 표정을 보고 그리 생각했다.
강가스테어라는 놈의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그건 긴장을 하거나, 아니면…….
‘두려운 걸지도 모르겠군.’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다.
강가스테어가 어떤 존재기에 아그나가 그런 감정을 품는 것일까?
그리고 그녀는 대체 어떻게 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일까?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뭐지?”
아그나는 다시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강가스테어. 그 마왕의 권속이라는 놈의 이름과 정체는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크루시엘이 직접 발품을 팔아 알아냈을 리는 없다.
몬스터나 마수들을 잡아 심문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으니까.
“강가스테어에게 직접 가서 물어본 것도 아닐 테고.”
서우진이 의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자, 아그나가 피식- 하고 웃었다.
“지금 궁금한 게 그딴 건가? 놈의 힘이나 능력이 아니라?”
“네. 일단은 그게 가장 궁금하네요.”
서우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아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만, 우리에게는 이번 강림 전쟁에 대해 적혀 있는 기록이 있다.”
“…기록?”
서우진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예언서 같은 겁니까?”
마법도 있고, 드래곤도 있고, 마왕도 있으니, 진짜 예언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실제로 마르테스는 예지에 가까운 말을 내뱉곤 하지 않던가?
“비슷하지만 다르다. 거기에 적혀 있는 건, 예언이라기보단 정보에 가까우니까.”
여덟 번째 마왕과 권속들에 대한 정보들 말이다.
“…그거 믿을 만한 겁니까?”
왠지 사짜 냄새가 강하게 났다.
하지만 아그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정보들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크루시엘은 바보가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검증을 통해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내린 물건이니까.”
확실히 그녀나 크루시엘이 미신 따위를 맹신할 것 같진 않았다.
정보 조직이었으니까.
그들은 오직 사실과 증거만을 믿는다.
“사실이라 치고……. 그럼 강가스테어 말고 다른 놈들에 대한 얘기도 적혀 있단 말이겠군요.”
“물론.”
아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한 책에는, 8차 강림 전쟁에서 출몰할 모든 존재에 대해 적혀 있다.
그중에는 신경쓸 필요가 없는 놈들도 있었지만, 강가스테어처럼 반드시 처단해야 할 존재들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르쳐 줄 순 없다.”
아그나는 서우진이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예상했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쩝.’
마음을 읽힌 서우진이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설득을 해볼까 싶었지만, 아그나의 표정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곤 다른 것을 물었다.
“저와 동료들에게 특임대로 만든 건, 거기에 적혀 있는 놈들을 사냥하기 위함이겠군요.”
“그래. 네 예상이 옳다.”
강림 전쟁에는 정말 수없이 많은 마수와 몬스터의 군세가 밀려든다.
왕국 한두 개 정도는 하룻밤 새 밀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놈들은 이 세계의 힘으로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다.
정 힘들다면 용사들의 힘을 빌리면 되었고.
하지만 강가스테어와 같은 놈들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대군을 이끌고 사냥을 하려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놈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소수의 정예들뿐.
아그나는 그래서 서우진과 동료들을 특임대로 엮어, 그런 존재들을 처단하는 임무를 맡기려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 의문인 점도 많고,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강가스테어를 늦지 않게 막아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빨리 일을 실행해야 한다.
“놈은 어디 있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당연히 아그나라면 놈의 위치를 알고 있…….
“모른다.”
“뭐라고요?”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며 다시 물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사이, 사라지고 말았지.”
아그나의 질책 섞인 눈빛이 서우진을 향했다.
“으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단을 들러 생존자들을 구한 일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놈의 위치를 놓쳤다니, 조금 곤란한 것도 사실이었다.
서우진의 표정을 본 아그나가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
“후우- 지금 수색 중이니 여기서 조금 기다려라. 발견하면 곧장 가르쳐 주지.”
“…그러죠.”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루시엘의 능력이라면 그리 오래지 않아 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오라고 한 이유는 뭡니까?”
특임대를 조직한 아그나의 의도는 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왜 자신들을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오라고 한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강가스테어는 이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그저 놈의 이동 경로에 있는 곳들 중 가장 큰 도시로 부른 것뿐이었으니까.
“여기를 칠 거란 말입니까?”
“아니.”
아그나가 고개를 저었다.
“놈이 노리는 곳은 겨우 이딴 소국의 수도 따위가 아니다.”
그러곤 지도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펼치며 말을 이었다.
“놈이 노리는 곳은 북서쪽.”
스윽하며 ‘팔로타인 라세’에서 시작한 선을 하나 그렸다.
그 끝에는 하나의 커다란 도시가 존재했다.
“아이에르의 총교단. 강가스테어가 노리는 건 바로 그곳이다.”
* * *
강림 전쟁의 막이 올랐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제국도, 브로바이슨도 아니었다.
바로 신성왕국 아이에르.
신성력이 있는 사제들은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짙은 마기를 누구보다 먼저 느꼈다.
덕분에 아이에르는 분주해졌다.
“신성기사단의 편성은?”
“끝마쳤습니다. 언제든 출정이 가능한 상태로 대기 중입니다.”
성왕 오이언의 물음에, 추기경들이 대답했다.
“사제단과 신성군단의 배치도 완료되었습니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아이에르의 상황이 혼란스러워, 제때 끝낼 수 없을 줄 알았건만.
오이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건 전쟁을 수행하며 천천히 진행해도 되는 것들이었다.
“급보입니다!”
회의가 진행되던 와중, 누군가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평소였다면 경을 칠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질책하는 이가 없었다.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었으니까.
오히려 어서 보고를 하라는 듯 재촉할 정도였다.
“마수 군단이 출현했습니다! 브로바이슨의 요새도시 나단을 침공!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함락되었습니다!”
오이언을 비롯한 사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서전이 시작되었을 뿐인데, 대도시 하나가 무너지다니.
‘강가스테어인가?’
타락한 자의 어미.
길을 여는 자.
마왕의 권속.
오이언은 성왕의 자리에 오른 뒤, 그에 대한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본국을 노리는 모양입니다.”
추기경 중 한 명이 심각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단은 ‘팔로타인 라세’와 총교단 사이에 존재한다.
차원을 넘자마자 그곳을 공격했다는 건, 곧장 신성왕국을 치겠다는 의지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출정해야 합니다.”
“브로바이슨과 연계해 마수들을 막아내야…….”
“신성기사단을 파병하고, 제국에 용사들의 지원을 요청…….”
추기경들이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조용히 하게.”
오이언이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다급한 상황인 건 맞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급히 서두르다간,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맞닥뜨릴 수 있었으니까.
“브로바이슨의 상황은?”
자신들의 도시가 침공당했으니, 그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왕실기사단 150명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후속 소식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왕실기사단이라는 말에 오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덴인가?’
브로바이슨이 자랑하는 최상급 기사.
성격에는 조금 문제가 있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인재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브로바이슨과 연락을 취하도록.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신성기사단과 신성군단의 파견을 결정하겠다.”
“그리하겠습니다.”
보고하러 들어왔던 이가 허리를 숙여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명령이 떨어졌으니, 지체하지 않고 움직이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의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다시 한번 문이 열리며, 누군가 뛰어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급보입니다!”
또 다른 급보다.
오이언은 얼굴을 굳히며 새로 들어온 이를 바라봤다.
새하얀 갑주를 입고 있는 신성기사였다.
그는 꽤나 서두른 모양인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고하라.”
오이언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바로 입을 열었다.
“나단을 침공한 마수 군단이 전멸했다는 정보입니다!”
회의장 내에 있는 모든 이의 얼굴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나단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들은 게 방금 전이다.
그런데 마수 군단이 전멸했다고?
“설마 브로바이슨의 왕실기사단이 처리한 건가?”
한 추기경이 중얼거렸지만, 오이언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칼덴과 왕실기사단이 아무리 강력하다고는 하나, 군단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의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제국의 원조가 있었던 걸까?’
오이언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로바이슨과 제국은 아주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신성기사의 보고는 그의 예상을 조금 빗나갔다.
“나단의 생존자들을 구조한 건, 서우진 외 아홉 명의 용사로 추정됩니다!”
오이언의 눈이 커졌다.
서우진이라니.
그 괴물 같은 용사가 그곳에 있었단 말인가?
오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신성기사를 향해 물었다.
“…그는 어디로 갔지?”
강림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건 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가장 강한 건, 바로 서우진이었고.
첫 번째 권속인 강가스테어를 막기 위해선, 그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다.
“아직은 추정에 불과합니다만, 정보국에선 브로바이슨의 수도로 향한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으음…….”
브로바이슨의 수도라…….
잠시 생각에 빠진 오이언은, 이내 추기경들을 향해 한 가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신성군단과 신성기사단의 출정을 명한다. 목적지는 브로바이슨. 용사 서우진 일행과 연계하여 강림 전쟁의 초전을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명을 받듭니다!”
추기경들이 크게 외쳤고, 오이언은 신성기사에게 다시 명했다.
“프레이야 경을 모셔오도록. 그분께 군의 지휘를 맡길 생각이니.”
“곧장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회의장이 분주해졌다.
추기경들은 군의 이동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신성기사들은 자신의 검을 다잡았다.
그리고 오이언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시작되었구나.’
강림 전쟁.
그 파멸을 향한 전쟁이.
오이언은 그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생존하길 바라며, 또 기도할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