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6)
446화.
왕궁.
분지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성은, 그야말로 왕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너무 틀에 박혀서 오히려 식상할 정도네.’
브로바이슨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왕국이라던 김우람의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
그나마 자연과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무슨 미국에 있는 거대한 테마 파크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시종장이 공손한 예를 갖추며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왕궁에는 처음 들어와 봐요.”
뒤에서 이지아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성을 최대한 줄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신남은 감춰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좋냐?”
서우진이 물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저 이런데 처음 들어가 본다고요.”
그 말에 서우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국에서 들어가 보지 않았어?”
그동안 서우진은 몇 번이나 들락거린 곳이었다.
다른 용사들 역시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들어가 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신궁이요? 거길 제가 어떻게 들어가요? 그럴 기회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을 제외한 용사들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저흰 황제 얼굴도 멀찍이서 한 번 본 게 전부예요.”
옆에 있던 계수지가 말을 보탰다.
“그래요?”
서우진은 그제야 이지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렇게 호기심 많은 아이가 왕이 사는 궁에 방문한다니, 신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 소란은 피우지 마라. 괜히 책잡힐라.”
물론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강림 전쟁이 시작된 지금, 용사들과 척을 져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괜한 분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우진은 이지아에게 주의를 주었다.
“저도 그런 거 다 알거든요?”
피식- 웃었다.
‘하긴. 다 큰 어른이긴 하지.’
겉모습이 어려 보여서 그렇지, 지금 이지아는 스물한 살쯤 되었을 것이다.
젊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성인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알아서 잘하겠지.’
서우진은 걱정을 뒤로하곤 시종장을 쳐다봤다.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냐는 듯.
그 시선을 눈치챈 시종장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준비가 된 듯하니, 들어가시죠.”
문이 열렸다.
평범한 방문과는 다른, 사람 대여섯 명이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문.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그것이 열리자,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연회?’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저 브로바이슨의 왕이나 만나 앞으로 펼쳐질 전쟁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 너머는 온갖 산해진미가 펼쳐져 있었고, 귀족들로 보이는 이들이 호기심 서린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들을 환영하노라.”
가장 높은 곳.
왕좌에 앉아 있던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대의 말을 내뱉었다.
‘저게 왕이군.’
머리 위에 쓰고 있는 관을 보니, 이 왕국의 왕이 맞는 듯했다.
‘…너무 어린 거 아닌가?’
하지만 제국의 황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아무리 많아 봐야 십대 후반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외모.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행동.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위엄.
그것만 봐도 서우진은 브로바이슨의 왕이, 어떤 존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군.’
겉으로는 애써 권위를 내세우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하염없이 위축되어 있었다.
그건 자신들 때문이 아니었다.
서우진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귀족들.
왕은 귀족들의 권세에 억눌려 있는 것이 분명했다.
‘쯧.’
속으로 혀를 찬 서우진이 앞으로 걸어나가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국에서 배운 것처럼, 귀족적인 예를 표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용사들은 브로바이슨의 왕가에 대한 존중이 없나 보오!”
서우진의 시선이 돌아간다.
크게 소리를 친 이의 얼굴이 보였다.
오십 줄에 접어든 나이.
어린 왕과 비교해도 결코 꿇리지 않는 화려한 복식.
그리고,
‘초극의 경지?’
놀랍게도 그는 최상급을 아득히 뛰어넘어, 초극에 도달해 있는 존재였다.
물론 간신히 한 발을 걸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긴 했다.
하지만 브로바이슨에 그만한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흐음.’
권력의 구도가 그려진다.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왕과 숨겨져 있는 강자.
‘저자가 실세구만?’
서우진은 순식간에 파악하고는 굽혔던 허리를 세웠다.
“존중 말입니까?”
그러곤 물었다.
인사는 배운 대로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익숙지 않은 만큼 조금 허술한 부분이 조금 있을 순 있었다.
하지만 용사는 이 세계와는 다른 곳에 속한 존재들이었으니, 그 정도는 당연히 용인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책을 잡는다?
‘시비를 걸고 싶다는 거겠지.’
서우진은 걸어오는 시비를 피하는 성격이 아니다.
귀족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오만하군! 감히 왕께서 허하지 않았음에도 예를 거두다니!”
그는 이번에도 말 같지 않은 말로 서우진을 탓했다.
“예의는 그쪽이 안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서우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감히 왕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드는 건, 어디에 있는 예법이야?”
초극의 경지라고?
왕국의 귀족이라고?
그딴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용사들 중 저놈보다 약한 건 아무도 없다.
심지어 1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김우람조차도 직접 싸운다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서우진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데 같지도 않은 놈이, 자신의 힘만을 믿고 계속 시비를 걸어오니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네 이놈!”
“뭐 이 새끼야.”
서우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리의 기를 좀 죽여놓고 싶은 모양인데, 꼬우면 덤벼. 말로 하지 말고.”
브로바이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칼덴도 그렇고, 눈앞의 귀족도 그렇다.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힘을 내세우며 상대를 압박한다.
전쟁이 시작되고 대도시 하나가 괴멸한 마당에 이딴 연회를 연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성질까지 긁어대?
서우진은 이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들에게 현실을 좀 가르쳐 주기로 했다.
“동환 씨.”
서우진이 뒤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구동환을 불렀다.
“말씀하세요.”
그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하자, 서우진이 말을 이었다.
“여기 좀 뒤집어엎어 주세요.”
씨익-
구동환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침 짜증나던 차였는데, 알겠습니다.”
‘마법소녀’로의 변신은 필요 없었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가능했으니까.
구동환은 누가 제지할 틈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회장 내에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칼라인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황당함을 느꼈다.
이곳이 어디던가?
왕과 핵심 귀족들이 모여 있는 브로바이슨의 심장부였다.
그런 곳에서 감히 용사 나부랭이가 깽판을 놓고 있었다.
‘감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저 기선을 제압한 뒤, 이어질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생각보다 용사들이 어려 보여,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질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려는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이 틀어져 버렸다.
서우진이라는 놈의 명령에, 근육덩어리가 미쳐 날뛰며 연회장을 개박살내는 중이었으니까.
“이노옴!”
결국 그는 숨겨두었던 자신의 힘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끝없는 마력이 샘솟아 오르며, 연회장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용사라고 대우를 해주었더니, 기고만장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내 너희에게 예의를 가르쳐 주마!”
칼라인은 자신의 힘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생각했다.
아무리 용사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자신 역시 끝없는 노력을 통해 벽을 뛰어넘었으니까.
브로바이슨의 진정한 검.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을 떠올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신이라면 저 날뛰는 용사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제압하고도 남을 것이다.
칼라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와아아아악-!
마력을 끌어올리며 적대감을 품는 것과 동시에, 근육덩어리가 이쪽을 향해 쇄도하는 것이 보였다.
“어딜!”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였다.
“꿇거라, 이놈!”
호쾌한 음성과 함께 그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용사의 어깨를 베…….
까앙-!
쇳소리가 터졌다.
칼라인이 눈을 부릅떴다.
오러가 담긴 검이, 고작 팔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맨몸으로?’
방어구는 없다.
그저 피부와 살만으로 그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이 벌어지는데,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예의는 누가 배워야 할지 모르겠네.”
근육덩어리, 구동환이 검을 막은 팔을 비틀었다.
동시에 주르륵- 하며 검이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꿇는 건 당신이야.”
주먹이 날아들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머리통만 한 크기의 주먹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칼라인이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카가가각-!
주먹과 마주한 검이 비명을 질러댔다.
믿기 힘들 정도의 거력(巨力)이었다.
칼라인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그가 예상했던 범위를 한참 초월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어쭈? 막아? 그럼 이것도 한번 막아보슈.”
이번엔 팔꿈치다.
한 바퀴 빙글- 돌며 날아오는 일격은, 가슴이 섬뜩해질 정도로 날카로웠다.
“크으윽!”
손이 바들거렸지만, 가만히 당할 순 없었기에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엉-!
힘을 견뎌내지 못한 검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덕분에 전면이 활짝 열렸다.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주먹조차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빈틈이었다.
그 사이로 구동환의 단단한 주먹이 다가왔다.
빠르고, 정확하게.
방어를 위해 급히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주먹을 막아내기엔 터무니없이 느렸다.
‘자, 잠깐…….’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일단은 싸움을 멈춰보려고 했다.
하지만 주먹은 이미 도달해 있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악-!
턱이 돌아갔다.
‘어어억!’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어떻게든 몸을 가눠보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빠아아아악-!
다시 한번 가공할 충격이 전해졌다.
‘아아…….’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의식마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자신은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제국의 수호자나 시온의 검귀와 같은 경지인 것이다.
이토록 허무하게 당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빠악-!
마지막 한 방.
구동환의 무릎이 안면에 틀어박히며, 칼라인은 결국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다.
아득해지는 그의 의식 너머로, 왕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멈추시오! 제발 멈추란 말이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