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나단 근처에 꽤 큰 도시가 하나 있더라고. 생존자들은 거기에 모셔다 뒀다.”
“별일은 없었고?”
행색을 보아하니 조금 지친 것 같은 모습을 제외하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진 않았다.
“그런 거 없었다. 그런데…….”
강병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다, 이내 뭔가를 떠올리곤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분위기가 뒤숭숭하더라고.”
무슨 말일까?
“나단의 소문이 퍼진 거 아니냐?”
브로바이슨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요새도시가 마수들에 의해 무너졌다.
당연히 그에 대한 소문은 널리 퍼졌을 테고, 분위기가 나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강병규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말로 설명하려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느낌도 좋지가 않아. 마치 무슨 큰일이 들이닥칠 것 같은 분위기야.”
“흐음…….”
서우진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강병규도 100레벨을 찍었다.
초극의 경지에 들었다는 뜻이다.
‘육감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아졌겠지.’
서우진도 몇 번이나 겪어보지 않았던가.
닥쳐올 위기에 앞서, 불길한 느낌을 받은 경험 말이다.
“강가스테어인가?”
“…강가스테어?”
그게 뭐냐는 듯 묻는다.
“나중에 설명해 줄게. 일단은 좀 쉬어라.”
“아, 그래. 정신없이 달려왔더니 좀 피곤하네.”
강병규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어느새 마중을 나온 동료들을 향해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우진이 시선을 돌렸다.
“너도 고생 많았어.”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김다혜의 머리를 헝클었다.
“감사요.”
여전한 말투.
피식- 웃은 서우진이 손짓하며 말했다.
“너도 가서 인사하고 좀 쉬어.”
“알았음요.”
김다혜는 꾸벅 고개를 숙이곤, 터벅터벅 걸어갔다.
‘올 사람은 다 왔고…….’
잠시 헤어졌던 동료들이 복귀했다.
쉬고 있던 이들이 모두 나와, 식당이 북적북적해졌다.
덕분에 한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칼라인만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 내일 다시 얘기하지.”
서우진이 그를 향해 말했다.
자신은 오직 왕의 명령만 듣는다 했던가?
‘그럼 그렇게 해주지.’
서우진이 차갑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자, 칼라인은 얼굴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한 마디도 내뱉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대화를 나눈 건 고작해야 10분가량의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존심에 꽤나 큰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헛짓거리는 하지 않겠지?’
권력을 이용해 더러운 뒤 공작 같은 걸 꾸민다거나…….
‘뭐, 상관없나?’
서우진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칼라인이 무슨 짓을 저지르든,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차라리 무슨 짓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 수 있을 텐데.
서우진은 밖으로 나간 칼라인의 기운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고작 며칠 헤어져 있었음에도, 동료들은 무슨 쌓인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쉴 새 없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이지아가 조잘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동환 아저씨가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주먹을 휘두르는데, 쾅! 하고…….”
아무래도 왕궁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중인 듯했다.
“피곤한 사람 그만 붙잡…….”
이지아를 말리려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이지아 역시 하던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린 것이다.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죠?”
계수지가 물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100레벨에 도달한 이들이 놀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을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황당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
그것을 본 계수지가 묘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아는 분인가요?”
일단 마왕과 관련된 놈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마력이 아닌, 마기를 풍겼을 테니까.
게다가 서우진의 분위기를 보면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존재를 잘 알고 있는 눈치 아닌가?
“분이라 불릴 녀석은 아닙니다만, 네. 뭐, 잘 알고 있긴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는 정도가 아니라 주인에 가까웠지만.
“제가 키우던 신수거든요.”
휘라테온.
녀석이 바람을 가르며 주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광대한 힘을 지니고.
수도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 한 마리가 갑자기 상공에서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공격하니, 대피해야 하니, 하며 꽤나 큰 소란이 일어났었다.
결국 서우진이 직접 나서서 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만큼 대단한 광경이었으니까.
“와아…….”
옆에 있던 이지아가 입을 헤- 벌리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지아와는 달리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놀란 상태였다.
‘많이 변했구나.’
아니, 고작 변했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이건 아예 다른 생명체로 봐도 무방했다.
토끼 같았던 작은 털뭉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크기는 거의 50미터에 달할 정도였고, 새하얀 순백의 깃털이 돋아난 녀석은 신조(神鳥)라 불려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멋들어졌다.
하지만 가장 변한 것은 힘의 크기였다.
‘이전에 벌어진 강림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더니…….’
완전히 성장한 휘라테온의 힘은, 동료들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고작해야 짐승이 초극의 경지에 닿아 있다니…….
‘뭐, 이상한 일은 아닌가?’
마왕의 권속인 크라토스의 경우도 있지 않은가?
백시우가 격의 상승을 이루기 위해 사냥했다던 최초의 마수, ‘알로 페쿠스’도 있었고.
그놈들을 생각해 보면 저만한 신수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고오오오오옹-!
서우진을 알아본 휘라테온이 반갑게 울음을 터트렸다.
천지가 떨어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삑- 하며 울던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내려와.”
서우진이 그런 휘라테온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녀석이 해가 진 어둔 밤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이내 하강하기 시작했다.
“어, 어…….”
50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새가 도시를 향해 내려오니, 사람들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저대로 땅에 내려선다면?
모르긴 몰라도 집 몇 채 정도는 무너지고도 남을 것이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계수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서우진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 그렇게 생각이 없진 않을 걸요?”
휘라테온은 신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의 고등한 생명체다.
당연히 지능 역시 높았고,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는 사실쯤은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을 터.
서우진의 예상대로 휘라테온의 거대한 육체가 빠른 속도로 작아지기 시작했다.
50미터에서 25미터, 10미터…….
이내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까지.
삐익-!
이전과 비슷한 크기까지 줄어든 휘라테온이 서우진의 어깨 위에 올라앉으며, 울었다.
“오랜만이네.”
서우진이 손가락으로 휘라테온의 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기분이 좋다는 듯 눈을 감고 손길을 만끽했다.
“이게 전에 봤던 그 털뭉치예요?”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래, 맞아.”
“와아, 그동안 안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변해서 올 줄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휘라테온을 쳐다보며 감탄한다.
‘많이 변하긴 했어.’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광대한 힘은 여전히 엄청났다.
웬만한 사도쯤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수들의 천적이라고 했었지?’
마르테스의 말에 의하면, 신수는 마수들의 재앙이라 불리는 존재라고 했었다.
그 말은, 그 빌어먹을 놈들을 상대하는데 특화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전쟁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어.’
삐익- 삑-!
기분 좋은 울음을 터트리던 휘라테온이 서우진의 뺨에 부리를 부벼댔다.
마치 자신만 믿으라는 것만 같았다.
“그래그래, 알았다.”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쪽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이만 들어갈까?”
계속 구경거리가 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좋아요!”
“들어가죠.”
서우진은 동료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아쉬운 듯한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지만,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다.
“죄송합니다, 괜히 휴식을 취할 시간을 빼앗아서.”
서우진이 사과하자,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에요. 좋은 구경을 한 걸요.”
휘라테온의 자태는 이 세계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던 차에 그런 걸 봤으니,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얘는 정체가 뭐예요? 털뭉치였다가 커다란 새였다가, 이제는 참새처럼 변했는데.”
이지아가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서우진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신수라는 종족이야.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내가 운 좋게 구한 거지.”
다크 엘프들을 처단하고, 마목 사이에서 알을 구했다는 과정을 짧게 설명했다.
그러자 모두 이전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으로 휘라테온을 쳐다봤다.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특히 계수지는 녀석이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지금 그들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강림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엄청난 힘이 느껴지긴 하네요.”
“나보다 강하겠는데?”
“그렇죠?”
동료들이 휘라테온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느니, 과연 얼마나 강할지 궁금하다느니.
서우진도 알고 싶긴 했다.
과연 휘라테온이 전쟁에서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보일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다급히 들어왔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크루시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을 아그나에게 안내한 바로 그 요원이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국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아그나가 서우진을 부른다.
과연 그녀가 이렇게 급하게 찾을 이유가 무엇일까?
몇 가지 짐작되는 것이 있기는 했다.
“설마?”
서우진은 그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떠올리며 묻자, 요원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가스테어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수도에 도착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놈을 찾아내다니…….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갑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