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0)
450화.
크루시엘의 요원이 서우진을 데리고 간 곳은 예상 외의 장소였다.
“왕궁?”
오늘 잠시 들러서 소란을 피우고 돌아왔던 브로바이슨의 왕궁이었던 것이다.
“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하지 못한 곳이긴 했지만, 이상한 건 아니었다.
강가스테어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가장 급한 건 바로 브로바이슨일 테니 말이다.
아그나는 아무래도 그들의 힘을 동원하여 서우진과 함께 움직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아는지, 궁의 출입을 관리하는 기사들도 막아서지 않았다.
덕분에 서우진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꽤 많이 모여 있는데?’
요원이 안내하는 곳은 서우진이 갔던 곳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진 칼라인도 그곳에 있었다.
‘곧장 왕궁으로 온 모양이지?’
서우진보다 먼저 소식을 듣고 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칼라인의 기운이 꽤나 거칠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뺨을 긁적이며 요원의 뒤를 따라 그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우진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급히 달려오느라 숨이 찰 만한데도 도착을 알리는 그의 음성은 아무런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와.”
문이 열렸다.
‘회의장이군.’
안의 분위기는 분주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까 본 연회장의 여유롭고, 화려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쁘지 않군.’
서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왔나?”
아그나가 그런 서우진을 반겼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강가스테어가 나타났다.”
아그나가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서우진에게 대충 던지며 대답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미 요원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걸 확인해 봐라.”
“흐음.”
서우진은 그제야 아그나가 던진 종이를 확인해 보았다.
지도였다.
거기엔 브로바이슨의 전체 지형과 강가스테어로 추정되는 존재가 이동하는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나단을 지나가는군요.”
“그래. 애초에 그곳을 먼저 친 것도, 놈들이 이동하는 경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겠지.”
다행이었다.
만약 생존자들을 그곳에 두고 왔다면, 결국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강병규와 김다혜를 시켜 그들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준 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다.
“문제는 나단 이후의 도시들이다.”
아그나가 펜을 들고는 지도 위에 직선을 그었다.
스으으윽-
서우진의 눈이 살짝 찌푸려진다.
“다섯 개나 되는 겁니까?”
강가스테어가 이동하는 경로에는 도시가 무려 다섯 개나 걸쳐져 있었다.
그것도 작은 소도시가 아닌, 나단과 비견될 정도로 커다란 곳들이었다.
“선제타격을 해야 합니다!”
서우진이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칼라인의 외침이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자연히 서우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불가합니다.”
칼라인의 반대편에 서 있는 기사가 그 말에 고개를 내젓는 것이 보였다.
“보고를 제대로 들으신 것 맞습니까? 마수의 수가 무려 10만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런 놈들을 어찌 정면에서 막아내겠다는 것입니까!”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10만?’
많아도 너무 많은 숫자였다.
강가스테어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인데, 마수까지 그렇게 많다니…….
‘난리가 나겠군.’
용사들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아그나가 자신을 왕궁으로 부른 이유를 납득했다.
확실히 저만한 수의 마수를 막으려면, 브로바이슨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성벽을 이용하면 된다!”
“요새 도시인 나단도 고작 1만여의 마수에게 함락이 되었습니다. 다른 성이라고 다를 것 같습니까?”
심지어 다섯 개의 도시 중 요새 도시라 불릴 만한 곳이 더는 없었다.
마수들을 막을 성벽 따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단 뜻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병력을 파병해서 막아야…….”
“절대 불가합니다. 저는 기사와 병사들을 그런 사지에 몰아넣을 수가 없습니다.”
둘의 날선 대화를 듣던 서우진이 아그나를 향해 슬쩍 물었다.
“누굽니까?”
칼라인을 향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반대하는 젊은 기사의 정체가 궁금했다.
“게데인 후작이다. 보다시피 브로바이슨의 군을 쥐고 있는 사람이지.”
칼라인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른 공작이라고는 하지만, 권력 자체로 보자면 게데인이 한 수 위였다.
그랬기에 칼라인이 함부로 자신의 뜻만 내세울 수 없는 것이었고.
서우진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칼라인의 말처럼 피해가 커지기 전에 군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엔 서우진도 동의했다.
만약 그대로 두었다간, 제때 피난하지 못한 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 테니까.
하지만 게데인의 의견 역시 무시할 순 없었다.
‘군사를 파견해도 놈들을 막긴 힘들지.’
성벽의 도움을 받아도 가능할까, 말까 하는 군집이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정면에서 막아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군사를 몰살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커다란 리스크가 따르는 상황.
그러니 두 사람이 쉬지 않고 말싸움을 하며 자신의 의견이 옳다 싸우는 중이었다.
“어쩔 생각입니까?”
아그나의 생각을 물었다.
그녀라면 뭔가 특별한 방도가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둘째치고, 아그나는 크루시엘의 국장이라는 위치에 있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으니까.
“방어선은 이곳이다.”
그녀가 지도 위의 한 곳을 찍으며 말했다.
“여긴…….”
“탈로타인이라는 이름의 도시지.”
“마수들을 막을 만한 시설이 있는 곳입니까?”
“나단에 비할 바는 아니다만, 구색은 갖추었지.”
서우진이 탈로타인의 위치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다섯 개의 도시 중 세 번째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곳이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텐데요?”
10만 마리의 마수라면, 적어도 그 세 배는 되어야 막는 시늉이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수성을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하지만 탈로타인은 그 많은 수의 군이 머무를 수 있는 곳도 아니었고, 제대로 된 병기도 없었다.
“물론 부족하지.”
아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딱히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제국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국의 지원이라니…….
물론, 그들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제국에서 탈로타인까지 병력이 도달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2주 이상은 걸릴 텐데요?”
병력의 이동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같은 거리라 하더라도, 수가 많을수록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그나도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하늘탑이 나섰다.”
서우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림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마법사들도 더는 연구실에 처박혀만 있을 순 없을 테니까.”
세계의 존망이 걸린 전쟁이다.
아무리 진리의 탐구에 모든 것을 건 마법사들이라 한들,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게이트 마법을 사용한다면, 이틀. 그 안에 지원이 가능하다.”
아그나의 말에 서우진이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이틀이라…….’
버틸 수 있을까?
자신과 동료들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평범한 백성들은 물론이고, 병사나 기사들도 파도처럼 밀려드는 마수의 앞에선 무사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 존재했다.
고작 열 명으로는 10만이 넘는 마수를 모두 막아낼 수 없었으니까.
심지어 적은 마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강가스테어.
아그나가 그토록 경계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도 있지 않은가?
‘분명 피해가 만만찮을 텐데.’
어쩌면 수천에서 수만 명의 인명이 희생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이틀이라 해도, 그 안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텐데요?”
서우진의 말에 아그나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았다.
“전쟁이 장난으로 보여?”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희생 없는 전쟁은 존재하지 않아. 그런 건 애들 동화에나 나온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그나의 말은 모두 옳았으니까.
희생 없는 전쟁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이 두려워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면, 저들처럼 되는 거야.”
아그나는 아직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칼라인과 게데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출정하자는 머저리와 두려움에 몸을 사리는 겁쟁이.”
신랄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 두 사람의 행태는 아그나의 말대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들을 배제하고 혼자 계획을 세우는 겁니까?”
브로바이슨 내에서 벌어지는 전쟁 계획을 제국의 인사가 세우고 있다니.
황당한 일이었지만, 아그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브로바이슨의 왕께 허가받은 일이다. 저놈들이 하고 있는 건 그냥 탁상공론에 불과한 시간낭비지.”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수는 우리가 막는다. 피해가 얼마가 됐든, 결코 탈로타인을 넘어설 수 없도록 만들 계획이다. 그사이 너와 네 동료들은…….”
“강가스테어를 막으면 됩니까?”
서우진이 말을 끊고 물었다.
“그래.”
이번 전투의 핵심은 마수가 아니다.
놈들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10만의 마수보다 더 큰 문제는 강가스테어였다.
“제국의 지원이 도착하기까지 이틀. 그 안에 강가스테어를 처리하고 탈로타인으로 돌아오도록.”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는 아그나의 모습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불가능해?”
그녀는 서우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불가능하냐고?’
아니다.
가능하다.
강가스테어가 얼마나 강하든지, 서우진은 감당해 낼 자신이 있었다.
이제는 충분한 전력을 갖춘 동료들이 곁에 있었으니까.
마왕이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면, 막아내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었다.
“하루. 그 안에 처리하고 돌아오도록 하죠.”
“좋아.”
아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내일이다. 오늘은 충분히 쉬고, 병력이 출정할 때 함께 이동하도록.”
안 그래도 휴식이 조금 필요하긴 했다.
육체가 피곤한 것은 아니었지만, 힘겨운 전투를 앞에 뒀으니 조금이라도 쉬는 편이 좋았으니까.
“세부적인 작전은 내일 부하를 시켜 가르쳐 주도록 하지. 이만 가봐라.”
아그나는 대화를 더는 나누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다시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말해.”
그녀는 얼굴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칼라인. 그도 함께 데려가도록 하죠.”
서우진은 그만한 강자가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도록 둘 생각이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