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서우진은 달렸다.
그의 뒤로 아홉 명의 동료와 한 명의 외부인이 따르고 있었다.
“젠장.”
나지막이 욕설이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칼라인.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억지로 끌려온 그는, 이동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욕을 내뱉는 중이었다.
“공작치고는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한 대 치고 싶네, 진짜.”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구동환이 중얼거렸다.
“그냥 둬요.”
계수지가 그를 말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구동환이라면 정말로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이딴 일을…….”
다시 한번 들리는 음성에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입 닥치고 따라와라.”
서우진의 서슬 퍼런 말투에 칼라인은 이를 악다물었지만, 더는 입을 열지는 못했다.
“네가 바라던 왕의 명령이잖아? 거기에 불만을 토로한다는 건, 네 충심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고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서우진이 왕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무리 브로바이슨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존재라고는 하나, 불충함을 보였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 곤란했다.
어찌 됐든 브로바이슨의 적법한 지배자는 자신이 아닌, 왕이었으니까.
“이제 좀 조용하네요.”
계수지가 픽 웃으며 말했다.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칼라인에게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인데,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계속 투덜거리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다시 한번 칼라인을 노려보고는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더는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았다.
“병규야.”
“거의 다 왔다. 이대로 쭉 직진하면 돼.”
서우진의 부름에 강병규가 ‘탐색’을 사용하고는 대답했다.
“얼마나 걸려?”
“음, 이 속도라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한 시간이라…….
거의 다 오긴 했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시키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쯧.”
혀를 찼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기운이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피난민인가?’
강가스테어와 마수들이 침공한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당연히 피난 명령도 떨어진 상태였으니, 일반 백성들은 고향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수는 서우진이 ‘신룡안’을 사용하고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다 지킬 수 있으려나?’
솔직히 부정적이다.
서우진과 동료들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다 해도, 전투의 규모가 너무 크다.
고작 열 명이 모든 전장을 커버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아그나의 말대로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는 뜻이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웬만해선 모두를 구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애써 피난민들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조금씩 이어지던 잡담을 멈추었다.
격전이 펼쳐질 장소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일행은 침묵 속에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강병규가 말한 한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한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탈로타인이군.”
단단해 보이는 성벽이 인상적인 도시였다.
요새도시라 불릴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수성은 가능한 시설이었다.
“나단에 비하자면 너무 부실한 거 아닌가?”
“마수가 뛰어오르면 그냥 뚫릴 거 같은데?”
하지만 용사들은 탈로타인의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마수를 막기엔 터무니없이 낮은 성벽과 빈약한 병기들.
이전에 마수들과 조우했던 나단과 비교하면, 빈약해 보일 정도였다.
“어쩔 수 없습니다. 본래 마수가 아닌 인간을 상정하고 만든 성벽이니까요.”
서우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브로바이슨에서도 설마 자신들이 강림 전쟁의 최초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 대한 방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일단 들어가죠.”
서우진이 앞장 서서 탈로타인의 성문을 향해 다가갔다.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성문은 활짝 열려, 피난을 가는 이들이 통과하고 있었으니까.
그저 자신들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피난민들의 시선만 느껴질 뿐이었다.
‘으음.’
성내는 엉망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성문을 빠져나가 피난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비켜! 비키라고!”
“순서나 지켜! 내가 먼저 왔어, 이 새끼야!”
“뭐, 새끼? 이 새끼가!”
주먹다툼 정도는 흔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통제할 병력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네요.”
계수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전쟁을 준비 중인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병사나 기사가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나, 싶은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영주성으로 가보죠.”
서우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이 땅의 지배자에게 묻는 것이 빨랐으니까.
하지만 몰려드는 피난민들을 헤치며 간신히 영주성에 도착한 서우진은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도망을 갔다고?”
놀랍게도 영주성은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사람은 물론이고, 돈이 될 만한 물건들도 모조리 사라진 채였다.
“오, 오늘 새벽에 급히 도시를 떠나셨습니다. 곧 돌아오신다고 했는데…….”
어리숙해 보이는 하인 한 명이 일행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도시를 지키던 병력은요?”
영주가 도망간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놈이라면 굳이 이곳에 남아 있어봐야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 괜히 찾을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병력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병력이 있어야, 마수들을 상대로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다.
“가, 같이 떠났습죠.”
하인은 서우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
그러니까 이 X같은 영주가 도시 내의 모든 방어 병력을 빼돌려서 함께 도망을 갔다는 뜻이었다.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겁니까?”
서우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겨, 경비대가 몇 명쯤은 나, 남아 있을 거,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기운을 내뿜은 것일까?
하인은 두려움에 말을 심하게 더듬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챘음에도, 서우진은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죠?”
계수지가 심각한 음성으로 물어왔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브로바이슨의 파견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진, 특임대와 탈로타인의 병력이 마수들을 상대로 버텨내야만 했다.
그 시간이 고작해야 반나절 정도에 불과했으니,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긴 것이다.
그런데 병력이 모두 도망을 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젠장.’
서우진이 이를 갈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피난민들을 동원해서 전쟁을 치를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결국엔 자신들만으로 탈로타인을 사수해야만 했다.
“가로든, 이 개같은 놈이!”
그때, 뒤에서 분노로 가득찬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칼로인이었다.
그는 탈로타인의 영주가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얼굴까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칼로인은 브로바이슨의 공작이었으니까.
비록 본인의 뜻이 아니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전장에 내려왔다.
그런데 고작해야 자작에 불과한 가로든 영주가 도망을 쳤다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내 당장 이놈을 붙잡아 사지를 잘라 버리…….”
“그만.”
서우진은 칼라인의 입을 막았다.
그가 화를 내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우진 역시 분노를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놈들을 붙잡아 오기엔 시간이 너무도 촉박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고.
놈들에 대한 처벌은 후일로 미루고, 일단은 마수들의 침공에 대비해야만 했다.
“일단은 피난민을 통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성을 비워야 방비를 할 수 있을 테니.”
서우진은 동료들에게 피난민을 맡겼다.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며 막무가내로 빠져나가는 것보단, 누군가 통제를 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될 수 있었다.
“아, 민성이랑 태성이는 남아. 나랑 따로 할 일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끄덕-
서우진을 포함한 셋을 제외하고, 남은 일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었다.
“나는 무엇을 하면 되지?”
홀로 덜렁 떨어진 칼라인이 물어왔다.
“공성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물론이다. 이래 봬도 내가 브로바이슨의…….”
“잡설은 됐고. 알고 있다니 잘됐군. 너는 가서 수성병기들의 현황을 파악해 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그게 얼마나 되는지.”
서우진의 말에 칼라인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거부하진 못했다.
그에게 최대한 협조하라는 왕의 명령도 있었고, 솔직히 서우진의 힘이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알았다.”
결국 칼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우진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좋아.”
칼라인이 몸을 홱- 하고 돌려 빠르게 사라졌다.
서우진은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남아 있는 두 동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린 뭘 하면 되죠?”
박민성이 물었다.
“수성 준비를 해야지.”
“…저희가 도움이 될까요?”
그는 ‘연금술사’고, 진태성은 ‘원소술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는지 떠오르질 않았다.
“물약은 몇 개나 만들어놨지?”
“틈틈이 시간과 돈이 될 때마다 제작을 해서… 종류별로 한 200병씩은 될 겁니다.”
생각보다 많았다.
돈이 엄청나게 깨졌을 텐데, 용케도 그만한 수를 만들어냈다.
“디버프로만 한정하면?”
“아, 그건 얼마 안 되는데… 버프 쪽에 집중을 해뒀었거든요.”
“그래?”
서우진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모두 꺼내봐. 종류 좀 보자.”
“잠시만요.”
박민성이 가방을 벗더니, 그 안에서 유리병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서우진이 갖고 있는 것처럼,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이었다.
끝없이 나오던 유리병은, 무려 1,400개가 넘어섰다.
“이 정도면 될까요?”
박민성이 뿌듯한 표정으로 물었고, 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 많았겠네.”
“고생은요, 뭘.”
서우진의 말에 박민성이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이것들 분류 좀 해줄래? 버프와 디버프, 그리고 종류별로.”
“알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요.”
“최대한 서둘러 줘.”
“넵! 저한테 맡기세요.”
박민성은 장난스레 경례를 하고는 재빨리 유리병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성이는…….”
서우진이 진태성을 바라봤다.
얼핏 김다혜와 비슷한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알고 있었다.
진태성이 과묵하고 조용한 이유는, 단순히 소심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를 좀 따라올래?”
끄덕-
서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과 함께 성벽으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