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원소술사’였지?”
서우진이 묻자, 진태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긴 얼굴 덕분인지, 소심하다기보단 그저 과묵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진태성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어떤 종류의 마법들이 가능하지?”
진태성과 함께한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다.
이지아가 처음 아카데미에서 소개시켜 줬을 때부터 같이 훈련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서우진은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진태성의 소심한 성격 탓에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원소술사’의 힘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어떤 것이 가능한지 완벽하게 알고 있진 못한 상태였다.
‘가끔 대련이나 전투에서 사용하는 스킬밖에는 못 봤으니까.’
서우진도 그렇지만, 용사들은 주력 스킬 몇 가지만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많은 종류들이 있기도 했고, 익숙함에 길들여진 탓이기도 했다.
진태성 역시 마찬가지다.
서우진이 본 녀석의 스킬은 고작해야 십여 개 정도.
그마저도 대부분은 불과 얼음에 상당히 치우쳐져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 더 정확한 파악이 필요했다.
“음…….”
서우진의 물음에 진태성이 잠깐 고민했다.
아니, 우물쭈물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진태성의 모습에, 서우진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닦달하면 이 소심한 녀석과 대화하기가 더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결국 진태성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불, 물, 얼음, 번개, 바람, 나무, 땅 속성 스킬들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다.
“오, 그래?”
서우진이 눈을 반짝였다.
전투에서 가장 위력적인 것은 단연 불과 얼음과 같은 속성이겠지만, 그가 주목한 건 다른 속성이었다.
“땅 속성 스킬 중에 깊은 구덩이를 팔 수 있는 것도 있을까? 아, 그리고 나무 속성 스킬로 목재를 만들어낼 수도 있나?”
서우진은 진태성이 당황할 정도로 기뻐하며 물었다.
‘만약 생각대로 된다면…….’
마수들을 막기엔 터무니없이 빈약한 이 성벽을 보완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태성은 서우진의 기대에 부응했다.
“가능합니다.”
작게 끄덕이는 녀석의 행동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 * *
쿠구구구구구궁-!
커다란 진동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피난민들이 고개를 돌려 진원지를 찾았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이동해 주세요!”
계수지가 그런 사람들을 안정시키며 피난에 박차를 가했다.
“…뭐하는 걸까요?”
그녀의 곁에 있던 이지아가 물었다.
“글쎄?”
하지만 계수지라고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느껴지는 마력을 보면 태성이가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하겐 뭘 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네.”
계수지 역시 살짝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동의 주체가 적이 아닌, 진태성이라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다.
“우진 씨가 전쟁에 대비해서 뭔가 하고 있는 거겠지.”
구동환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긴, 그러려고 민성이와 태성이를 남겨둔 것 같았으니까요.”
두 사람의 직업을 떠올린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신경 끄고 어서 사람들이나 대피시키죠.”
아직 탈로타인 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다.
적어도 만 단위의 사람들이 여전히 피난을 가지 못하고, 도시에 갇혀 있었다.
저들을 모두 내보내려면 1초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아앗! 거기! 새치기 하지 마요! 내가 다 봤어!”
이지아가 소리치며 한쪽으로 뛰어나갔다.
계수지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다, 이내 생각에 잠겼다.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가능할 것이다.
이쪽에는 서우진이 있었으니까.
마수가 제아무리 많이 몰려오고, 강가스테어라는 괴물이 있다 하더라도.
서우진은 그것을 더 합친 것보다 더 강한 힘이 있었다.
100레벨에 도달하고 나니, 그것이 더욱 확연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감추고 있는 힘도 있어.’
서우진이 직접 보여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수지를 비롯한 동료들은, 드러난 것보다 감춰진 힘이 훨씬 더 강대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선 이해할 수 없는 업적들을 수도 없이 이룩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루라고 했던가, 브로바이슨의 병력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 후로 다시 하루가 지나면 제국의 지원이 도착할 테고.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스러져 갈 생명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젠장.”
그때였다.
욕설과 함께 강병규가 다급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강병규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온다!”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계수지는 입을 여는 대신,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어, 어?”
“무슨 일입니까?”
피난민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지만,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와요!”
성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왜 벌써?’
분명 조금의 시간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피난민들은 난데없는 외침에 어리둥절해 하며, 몸을 굳혔다.
“들어오라고! 마수가 나타났으니까!”
다시 한번 이어진 강병규의 외침에,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 * *
진태성과 함께 도시 주변에 해자를 파던 서우진이 얼굴을 굳혔다.
“이런 썅…….”
강병규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마기가 느껴졌다.
‘마수다.’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신룡안’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감각의 영역이 확장하며,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전투 준비해.”
진태성에게 말을 한 서우진이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많아.’
창졸지간에 확인한 것이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오백 정도는 되는 듯했다.
‘정찰대인가?’
서우진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백이라는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자신들이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지켜야 할 이들이 한둘이던가.
심지어 마수들이 향하는 쪽은 바로 성문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성문 앞에 도달한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모두 수용하는 건 무리겠군.’
성문은 아수라장이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고 성문은 좁다 보니, 엄청난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비켜! 이 새끼야, 비키라고!”
“살려주세요! 우리 아이만이라도 안으로……!”
동료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한 번 패닉에 빠진 이들을 진정시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안 되겠다.’
성벽을 무기 삼아 놈들을 막아내는 건 포기해야 할 듯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최소한의 인원들만 남겨두고, 요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성문 위에 내려선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계수지, 구동환, 그리고 이지아는 밖으로.”
혼잡한 와중에도 서우진의 음성은 동료들의 귀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존대는 생략했지만,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이 서우진을 향해 곧장 뛰어올라 도시 밖으로 내려설 뿐이었다.
“우린 지금부터 마수들을 치러 갑니다.”
대답은 없었다.
서우진이 곧장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그대로 땅을 박찼다.
‘오백, 아니, 육백 정도인가?’
거리가 가까워지니 숫자가 조금 더 명확하게 느껴졌다.
‘좋아. 저 정도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문제는 놈들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건데…….
서우진이 뒤를 슬쩍 돌아봤다.
자신을 따르는 세 사람 너머로, 탈로타인의 성벽이 보였다.
‘저 녀석들이 처리할 수 있겠지.’
단번에 쓸어버리지 않는 이상, 몇 마리쯤 놓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탈로타인에도 동료들이 남아 있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터.
서우진은 걱정을 털어버리고는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신속’.
쭈우우우욱- 하며 신형이 길게 늘어나는 착시가 일어난다.
순간적인 가속과 함께 콰앙- 하는 충격파가 일어나며, 서우진의 속도가 음속을 돌파했다.
‘보인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마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개의 형태를 하고 있는 놈들이었다.
마치 광견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마수들의 모습은 기괴해 보일 지경이었다.
‘일단 한 방.’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혼돈기를 흘려 넣었다.
“십이천검.”
가장 익숙하고, 빠르게 발동이 가능한 스킬을 사용했다.
‘카 라니엘’에서 시작된 빛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마수들을 향해 쇄도했다.
캐애앵-!
그때, 선두에 선 놈이 크게 짖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수들이 사방으로 산개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곽-!
그 덕에 회전하는 빛에 갈려 나간 놈들은 고작해야 대여섯 마리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지능이 높은가 본데?’
지금껏 만나왔던 마수들은 살육 본능에만 충실했다.
단순히 상대를 찢어발기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놈들은 그런 마수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했다.
서우진은 얼굴을 굳힌 채 소리쳤다.
“모두 죽여!”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A급 용사 3명이 놈들을 향해 전력으로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자욱한 먼지구름과 함께 피와 살점이 난무했다.
그런데도 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탈로타인에 다가가기 위해, 우회경로를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쯧.’
힘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끝없이 끌어올리며, 마수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흑색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잿빛의 오러가 공간을 갈랐다.
캐애애애애애액-!
처절한 비명소리가 대지를 울리며, 조각난 마수들이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혼돈 세계’… 도 힘들겠군.’
놈들을 모두 붙잡으려면 초반에 사용했어야 했다.
지금은 너무 넓게 퍼진 탓에, ‘혼돈 세계’를 쓴다 해도 몇 마리 가두지 못할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이 서우진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놈들의 수를 줄이는 건 생각보다 훨씬 느렸다.
마수들의 지능이 높아도 너무 높았던 것이다.
서우진이 얼굴을 굳혔다.
이제 곧 마수들의 본대가 도착한다.
거기엔 강가스테어도 있었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우진은 가슴에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악-!
터지듯 뿜어져 나오는 마수의 피를 맞으며 나아가는 그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