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3)
453화.
“후우-”
서우진이 숨을 골랐다.
아주 짧은 전투였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단순히 마수였다면 이토록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의 지능은 높았고, 최대한 놓치는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상황이 난이도를 높였다.
“끝났네요.”
계수지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의 육체는 온통 피범벅이었다.
근접 전투를 하는 직업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계수지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려다, 이내 포기했다.
손에도 피칠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몇 마리나 놓쳤죠?”
“마흔 마리 정도 될 겁니다.”
아쉽게도 모든 마수를 처리하진 못했다.
최대한 노력했지만, 놈들은 기어코 네 사람의 손을 피했다.
“괜찮을까요?”
계수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서우진은 그리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괜찮을 겁니다. 남아 있는 녀석들이 있으니까요.”
마수가 40마리면, 일반인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작은 도시 하나쯤은 순식간에 몰살시키고도 남을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용사들에게는 아니다.
특히나 100레벨을 찍은 서우진의 동료들에겐 더욱 쉬웠다.
“돌아가서 확인해 보죠.”
서우진이 붉게 물든 ‘카 라니엘’을 털어내고는 몸을 돌렸다.
구동환, 이지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둘 역시 계수지와 마찬가지로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서우진은 세 사람과 함께 탈로타인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 싸움은 큰 어려움이 없긴 했지만, 놈들의 본대와 싸우는 것이 이전과는 같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서우진은 생각보다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조금 더 준비를 해야 해.’
사실 박민성과 진태성의 힘을 이용한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었다.
마수는 짐승에 가까워서 지금까진 머리를 쓰는 법이 없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놈들도 작전과 계획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싸움으로 알아냈다.
그러니 대응방법도 달라져야만 했다.
‘머리 아프군.’
해자를 파고, 그 안에 박민성의 디버프 물약들을 섞은 물로 매우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나무 속성 스킬들로 천연 방책을 세운다 해도, 쉽게 뚫릴 테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우진이 두통까지 생길 정도로 머리를 굴려대는 사이, 탈로타인의 모습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다행이네요.”
걱정했던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피난 준비하던 사람들이 놀란 눈치이기는 했지만, 죽거나 다친 이들은 없는 것 같았다.
“다혜가 해결했나 보네요.”
서우진이 쓰러진 마수들을 확인하곤 말했다.
“다혜가요?”
“네. 모두 총상을 입고 죽었어요.”
서우진의 말대로 마수들의 사체는 모두 벌집이 되어 있었다.
한 마리당 최소한 백여 발은 맞은 모양새였다.
‘대단하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이 속으로 감탄했다.
확실히 김다혜는, 몰이사냥에 특화되어 있는 직업이다.
하나의 강력한 개체와의 전투는 힘겨워도, 약한 개체 수백 마리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크레모아까지 사용했네.’
마수가 나타났다는 얘길 듣고, 곧장 방어를 준비한 것 같았다.
기특했다.
평소에는 멍한 표정으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거침없이 움직인다.
서우진은 그런 김다혜가 참으로 기특했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남을 돕는 것은 좋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작 녀석이 다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잘 지켜봐야지.’
김다혜가 무리하지 않도록.
그럼 될 것이다.
“괜찮으세요?”
탈로타인 안에 있던 동료들이 뛰어나오며 물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조금 힘들긴 한데, 다 처리했어요!”
이지아가 일부러 크게 소리치며 대답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의도가 통했는지,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다른 분들은 하던 일 계속해 주세요. 또 다른 마수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니, 얼른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홍설이 대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피난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일단 몸을 좀 씻고 잠시 쉬세요.”
서우진이 피칠갑을 한 셋에게 말했다.
“괜찮은데…….”
“바로 일할 수 있어요.”
“상관없습니다.”
물론 그들은 거절하려고 했다.
한시가 바쁜 와중에 자신들만 씻고, 휴식을 취할 여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단호했다.
“전투는 이제 시작입니다. 벌써부터 체력을 낭비하면, 다음 전투는 더 힘들 거예요.”
무겁게 말하는 서우진의 모습에, 세 사람은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금방 돌아올게요.”
계수지가 대답하고는 먼저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씻을 장소야 넘쳐났다.
탈로타인에는 이제 빈집이 가득했으니까.
‘후우-’
벌써 몇 번째 한숨일까?
서우진은 가슴속에 가득찬 근심을 내뱉듯, 크게 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옮겼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서우진은 성벽 위에 앉아, 탈로타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큰일이군.’
아쉽게도 모든 사람을 피난 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최대한 서둘렀음에도, 무려 5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시 내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망할 새끼들.’
마수 놈들이 간헐적으로 쳐들어오며, 피난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서우진이 처리한 마수의 수는 무려 2천 마리.
그만한 수가 선발대, 혹은 정찰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강가스테어가 이끄는 마수가 얼마나 많은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고.
해가 진 이후에는 습격이 없었지만, 그것은 더 큰 불안감만 심어줄 뿐이었다.
‘오늘밤이 고비겠어.’
더 이상의 공격이 없단 얘기는, 이제 본대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마침 밤도 되었으니 놈들이 공격을 해오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아직 감지되는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하지는 않았다.
놈들의 속도는 서우진조차 놀랄 정도로 빨랐으니, 순식간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밤바람을 맞을 때였다.
쉬고 있어야 할 강병규가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빠르게 곁으로 다가와 앉더니, 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긴장되냐?”
솔직히 좀 웃겼다.
누가 봐도 긴장은 자신이 아닌, 그가 하고 있었으니까.
올라간 입꼬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서우진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긴장된다.”
“새끼, 쫄기는.”
강병규는 서우진의 대답에 미소가 짙어졌다.
“무서우면 숨어 있어라. 이 형이 다 처리해 줄 테니까.”
퍽이나 그러겠다.
아무래도 녀석은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해 찾아온 것 같았다.
“너만 믿고 있으면 되냐?”
“물론이지. 내가 인마, 이래 봬도 100레벨을 찍은 용사거든?”
“그렇긴 하지.”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덧붙였다.
“나는 130을 넘었고.”
“그, 그렇지.”
강병규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성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녀석이 문득 물어왔다.
“이길 수 있겠냐?”
조만간 벌어질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전쟁.
강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글쎄…….”
서우진은 확답하지 못했다.
사실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일곱 번이나 치러진 이전의 강림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으니까.
서우진은 자신이 그때의 용사들보다 부족할 것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번 강림 전쟁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마르테스의 말 때문이었다.
‘나라는 존재도 이레귤러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이 되질 않았다.
“힘들 거 같아?”
서우진의 침묵에 불안해진 강병규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니. 이길 거다.”
서우진이 대답했다.
속마음과는 달리, 확신으로 가득찬 음성이었다.
“그렇지? 우리가 이기겠지?”
강병규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서우진의 말을 철썩같이 믿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 우리가 그동안 개고생한 게 있는데. 죽어도 이겨야 안 억울하지 않겠냐.”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꺾여선 안 된다.
그랬다간 이길 전쟁도 지고 말 테니까.
서우진은 애써 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만약 전쟁에서 지면, 반 슬레인이 너희를 가만 안 둘걸?”
“윽! 그 늙은이.”
트라우마를 건드렸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어댄다.
“그 꼴을 또 당하기 싫으면…….”
“무조건 이겨야지!”
강병규가 소리쳤다.
어느새 긴장과 두려움은 사라져 있었다.
절대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듯, 전의를 불태웠다.
“그래. 이기면 돼. 이겨서 집에 돌아갈 방법도 찾아내고, 금의환향해야지.”
희망과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일에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지? 얼른얼른 와야 후딱 끝내고 좀 쉴 텐데.”
강병규가 투덜거렸다.
“곧 오지 않겠…….”
대답하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었다.
강병규 역시 장난스럽던 표정을 굳히고는,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룡안.’
서우진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고, 감각이 확장하며 탈로타인을 향해 다가오는 것들을 감지해 냈다.
“말이 씨가 됐나?”
강병규는 ‘탐색’ 스킬을 사용해 놈들을 발견해 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많기도 하다.”
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서우진이 도저히 셀 수조차 없을 정도의 규모.
‘10만이 넘는다더니.’
과장이 아니었다.
놈들이 한 번에 달려든다면, 탈로타인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내려가서 다들 깨워.”
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병규에게 말했다.
“다녀온다.”
그는 곧장 성벽에서 뛰어내리고는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사이 서우진은 시선을 돌려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끈적끈적하고 숨이 막힐 듯이 무거운 마기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절대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다.
도시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지켜야만 했으니,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내야만 했다.
스르르르릉-
‘카 라니엘’이 뽑혔다.
“와라.”
서우진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마수들의 파도를 향해 말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놈들의 가장 후방에 있는 존재에게 한 말이었다.
강가스테어.
마수들의 주인이라는 마왕의 권속이 소름끼칠 정도로 강력한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놈은 마치 이 상황을 즐기듯, 천천히 움직이며 탈로타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우진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마왕도 아니고, 놈의 권속이 저 따위 여유를 부려?
“모가지를 잘라주마.”
서우진에게서 터질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