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6)
456화.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인 세계가 펼쳐졌다.
‘혼돈 세계’는 그대로 강가스테어와 마수들을 집어삼킨 뒤, 모든 법칙이 뒤틀린 경험을 선사했다.
물론,
[너의 영역이로구나.]강가스테어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지만 말이다.
‘예상했던 일이야.’
서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을 둘러보는 강가스테어의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초극의 경지에 든 사도들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들보다도 더한 힘이 있는 강가스테어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흥미롭다. 과연 ‘혼돈의 왕’이라는 것인가?]놈은 어느새 당황했던 기색을 지우고, 호기심이 서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서우진이 공간을 접었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강가스테어의 눈앞에 나타난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 흥미가 언제까지 이어지나 한번 보자.”
쐐애애애애애애액-!
참격에는 ‘셀레스티얼 윙’에 의해 다섯 배가량 증폭된 서우진의 힘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 ‘혼돈 세계’의 공능 덕에, 상식과는 동떨어진 검로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강가스테어가 강력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쉽게는 막아내지 못할 터.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다.]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카 라니엘’을 보는 강가스테어의 음성은 너무도 담담했다.
[과연 왕을 따르는 자들이 속절없이 당할 만한 힘이구나.]손을 든다.
웬만한 성인 남성만 한 크기의 팔.
‘카 라니엘’이 휘둘러지는 속도에 비하자면 너무도 느렸지만, 서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막혀?’
결코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강가스테어의 손은 한 박자 늦게 움직인 데다, 그 속도마저도 훨씬 느렸음에도.
어느새 ‘카 라니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쩌어어엉-!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윽!”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손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은, 서우진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
놈은 단순히 공격을 막은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서우진에게 자신의 마기를 밀어 넣었다.
둘이 충돌한 시간은 고작해야 1초를 열 번으로 쪼갠 것보다 짧은 순간.
그 찰나의 영역에서도 반격을 가한 것이다.
서우진은 잘게 떨려오는 손을 억지로 진정시킨 뒤, 뒤로 물러났다.
“…마왕의 권속이라 이거지?”
지금껏 죽여왔던 사도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심지어는 여섯 번째 마왕의 권속이었던, 크라토스도 강가스테어에게 비하자면 몇 수나 아래였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는데.’
서우진은 마르테스의 말을 떠올렸다.
이번 강림 전쟁은 이전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예지에 가까운 이야기 말이다.
당시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적의 힘이 예전보다 강하다 해도 서우진 역시 이전에 소환된 용사들을 아득히 상회하는 존재였으니까.
충분히 상대를 하고도 남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을 바꿨다.
‘놈들은 강해.’
그것도 서우진이 승리를 절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제대로 붙어보는 건 언제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나?]강가스테어의 이죽거림이 들려왔다.
자신했던 것치고는, 서우진의 공격이 실망스럽다는 뜻이었다.
꿈틀-
입술이 뒤틀렸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강가스테어의 저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어차피 죽일 놈이었으니, 굳이 대화를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괜히 시간만 낭비하느니, 1초라도 빨리 싸움을 끝내고 동료들을 돕는 편이 백번 나았다.
‘문제는 어떻게 끝내느냐인데.’
강가스테어는 강하다.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그런 놈을 잡아 죽이려면, 조금 더 집중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마왕화’를 해서라도.’
서우진의 눈빛이 무겁게 침잠한다.
“‘신속’, ‘지고화’, ‘광폭’.”
무섭게 증폭된 혼돈기를 사용해,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전투가 재개되었다.
* * *
“플레어!”
진태성의 갈라진 음성과 함께 거대한 보랏빛 화염이 전장을 휩쓸었다.
그 엄청난 위력에, 마수 백여 마리가 단번에 녹아내렸다.
“활개 가르기!”
계수지의 양팔이 휘둘러지며, 주변의 마수들을 모조리 찢어버렸다.
촤아아아악-!
대량의 핏물이 흘러내리며 땅을 적셨다.
땅이 질퍽였다.
그것을 느낀 계수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늪 같아.’
어찌나 많은 피가 흐르는지, 땅이 마치 늪지대처럼 발을 붙잡았다.
처음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싸움이 계속될수록 거슬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야금야금 체력을 빼앗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를 좀 옮길까?’
이곳에서 계속 싸우다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올 것만 같았다.
계수지는 일단 주변을 살펴보았다.
근접 전투를 주로 하는 직업이었으니, 다른 동료들과 동선이 겹치는 것은 피해야만 했다.
‘저쪽이 좋을 것 같은데.’
계수지의 시야에 빈 공터가 보였다.
방금 전, 진태성의 스킬 폭격으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주변에는 다른 동료들도 없었고, 열기로 인해 피와 사체가 모두 증발되어 움직이기도 쉬울 것 같았다.
“좋아.”
이동하기로 결정한 계수지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뻗어 나온 힘에 피와 뒤섞인 흙탕물이 튀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계수지가 다리로 마력을 보냈다.
텅-!
허공을 박찼다.
법칙을 벗어나는 움직임이었지만, 초극에 달하는 마력이 그것을 가능케 해주었다.
계수지의 신형이 뒤집히며 마수들의 머리 위를 가로질렀다.
“언니!”
그때, 아래에서 이지아의 경고가 들려왔다.
‘음?’
동시에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기!’
지금껏 마수들은 원거리 공격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런 행동이 불가능한 것처럼.
그런데 지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분명 마기가 담겨 있었다.
그것도 계수지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이다.
“흐읍!”
마력을 끌어올렸다.
방어 스킬을 사용할 틈도 없었다.
그저 마력을 육체에 두르며, 단단하게 굳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콰드드득-!
웅크린 계수지의 팔에 문제의 뭔가가 틀어박혔다.
‘크으으윽!’
놀랍게도 그것은 그녀의 마력을 뚫고, 팔꿈치에 박혔다.
완전히 관통을 하지는 못했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계수지의 피부와 근육을 꿰뚫은 것이다.
심지어 그 안에 담긴 힘도 엄청나, 계수지는 그대로 땅에 떨어져 내리며 간신히 착륙할 수 있었다.
타아앗-!
발이 땅에 끌렸다.
무려 십여 미터나 밀려난 뒤에야 밀려드는 힘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대체…….’
계수지는 팔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통증에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렸다.
‘…뼛조각?’
팔에는 20㎝쯤 되어 보이는 듯한 검은색 뼛조각이 박혀 있었다.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대고 있는 그것은, 분명 마수의 뼈였다.
‘단순히 던진 게 아니야.’
주변에 덜어져 있던 사체에서 얻은 뼛조각이 아니었다.
형태나 예리함을 보면, 이건 분명 병기의 일종이었다.
계수지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뼛조각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지금껏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던 마수들과는 형태가 많이 놈들이 수도 없이 늘어져 있는 것을 말이다.
그 마수들은 마치 총구와 닮은 머리를 지닌 채, 전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놈들인가?’
그 수는 눈에 보이는 것 해도 수천 마리.
그것을 본 계수지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모두 조심……!”
원거리 공격을 하는 마수들의 출현을 경고하려던 계수지의 외침을 뚫고, 굉음이 울려 퍼진다.
투두두두두둥-!
흑색의 뼛조각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수백, 수천 개의 뼈 탄환이었다.
‘미친!’
계수지의 눈으로도 제대로 쫓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경고성이 채 닿기도 전에, 뼛조각들이 먼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벅-!
당연히 가장 먼저 쓰러진 건 마수들이었다.
고작해야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 용사에 비하자면, 놈들은 수천 단위로 뭉쳐 있었으니까.
뼛조각에 직격당한 마수들은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쓰러졌다.
정말로 총에 맞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권총 따위가 아닌, 대물 저격총!
“막아!”
“위험해요!”
다행히 동료들은 계수지가 당하는 것을 보곤, 미리 대비를 한 상태였다.
모두 각자의 스킬을 사용해, 날아드는 뼛조각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계수지 역시 마찬가지.
팔에서 꽤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것에 신경쓰다 간 마수들과 같은 꼴을 당할지도 몰랐기에 방어에 집중했다.
콰득- 콰드드득-!
그녀의 주먹과 무릎이 날아오는 뼛조각들을 모조리 박살내고 있었다.
하지만 계수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수가 너무 많아!’
1초에 수십 개.
그녀가 막아낸 뼛조각의 숫자였다.
심지어는 황당하게도, 그 안엔 계수지조차도 버거울 정도의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팔이 떨려오고, 뼛조각이 박힌 팔뚝에선 핏물이 흘렀다.
‘이대론…….’
뼛조각의 폭격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 정도의 위력을 지닌 공격이, 딜레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니!
‘이거 사기 아니야?’
정말 이대로 가다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 지경이었다.
그때,
“그레이트 월!”
콰과과과과과과과과-!
진태성의 외침과 동시에, 땅에서 거대한 벽이 치솟아 올랐다.
무려 40미터에 달하는 높이와 전장을 가로지를 정도의 돌벽이었다.
방어력도 상당한지, 진태성이 만들어낸 벽은 마수의 뼈 탄환도 어느 정도 막아내 주었다.
“후퇴해요!”
탈로타인에서 강병규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언니!”
“물러나요! 이대론 안 돼!”
이지아와 구동환 역시 계수지를 향해 외쳤다.
‘크윽!’
계수지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리다, 움찔했다.
‘완벽하게 막은 줄 알았는데…….’
그녀가 고개를 내리자, 허벅지에 박혀 있는 뼛조각이 하나 보였다.
아쉽게도 모두를 막아낸 건 아닌 모양이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당장 회복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파악-!
계수지는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뽑아내고는 걸음을 옮겼다.
벽이 무너지기 전에, 탈로타인에 도착해야만 했다.
‘큰일이야.’
평범한 마수들과 싸우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워낙 수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마수들이 등장하니,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그게 끝이 아니야.’
전혀 다른 종류의 마수가 등장했으니, 그런 놈들이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어쩌면 이번엔 하늘을 날아서 공격하는 마수가 출현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탈로타인을 포기하고, 완전히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계수지가 걸음을 옮기며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돌벽이 눈에 들어왔다.
‘빨리 오셔야 돼요.’
벽 너머에서 강가스테어와 싸우고 있는 서우진을 향해 속으로 부탁했다.
부디 늦지 말아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