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7)
457화.
‘아, 이거 안 되겠는데.’
전투를 시작한 지 얼마나 흘렀을까?
적어도 열 시간 이상은 지난 것 같은데,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오직 전투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더니, 시간관념이 완전히 잊힌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서우진은 단 한 번도 강가스테어에게 공격을 성공하지 못했다.
‘혼돈 세계’를 비롯한 수많은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저 빌어먹을 놈은 제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서우진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후욱-!”
심호흡을 했다.
아직 여력은 남아 있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잘 풀리지 않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강제로 그것을 억누른 서우진은 일단 공격을 멈추고 강가스테어를 관찰했다.
“신룡안.”
오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 거대한 강가스테어의 모든 것을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 보여.’
‘신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놈의 겉모습뿐이었다.
마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경지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강가스테어를 가늠할 수 있는 그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 상태로도 불가능하다는 건, 확실히 내가 불리하다는 뜻이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서우진은 놈을 상대로 승리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제아무리 마왕의 권속이라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러니 굳이 ‘마왕화’를 비롯한 비장의 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판단이 틀렸다.
‘적어도 백시우. 그놈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야.’
대체 진짜 마왕은 어떤 놈이기에, 저런 존재를 발아래에 두고 있는 것일까?
아직 그 존재의 편린도 보지 못했지만, 서우진은 살짝 두려움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끝인가?]그때, 강가스테어가 말을 걸어왔다.
따분함과 권태로움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쏟아냈던 공격은, 놈에게 그 어떤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X발.’
오랜만에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만큼 강해졌으니, 이젠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강림 전쟁이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경험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아-”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실망스럽구나. ‘혼돈의 왕’의 힘은 이것이 전부가 아닐진대.]신경이 예민해진 탓일까?
도발도 아닌 말에 얼굴부터 찌푸려졌다.
[제안을 하나 하겠느니라.]강가스테어가 그런 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안?”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쳐다봤다.
그러자 강가스테어는 마치 대단한 은혜를 내리는 듯한 몸짓으로 말했다.
[진정한 왕의 품으로 오라, ‘혼돈의 왕’이여. 그리하면 그분의 영광이 네게 깃들 것이다.]그러니까, 마왕의 편에 서라는 말인 것 같았다.
서우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친 새낀가, 진짜.”
‘카 라니엘’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강가스테어를 향해 말했다.
“관두자.”
결국 서우진은 이대로 놈과 싸우는 것을 포기했다.
[받아들이겠다는 뜻인가?]그 모습에 강가스테어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이지 너무도 역겨워서 토가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놈을 무시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힘을 아끼면서 싸웠다고.’
자신의 힘이 얼마나 통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진정한 힘을 감추고 한 번 부딪혀 봤지만, 이젠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내 힘은 부족해.’
그렇다면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갖추면 된다.
“X까.”
서우진은 강가스테어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마왕화.”
혼돈기가 솟구쳤다.
그 가공할 힘에 ‘혼돈 세계’의 영역이 뒤흔들리며, 점차 붕괴하기 시작했다.
강가스테어의 힘으로도 벗어나지 못했던 ‘혼돈 세계’의 공간이 고작 증폭되는 혼돈기의 여파조차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네놈…….]그제야 강가스테어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껏 수많은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듣지 못한 바로 그 목소리였다.
서우진은 놈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이제 정말로 제대로 붙어보자.”
두 개의 뿔과 세 쌍의 날개, 전신을 두르고 있는 두꺼운 외피까지.
순식간에 용사에서 ‘마왕’으로 변화한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 * *
“어서 이거 드세요!”
박민성이 빠르게 성벽을 오가며, ‘치유 물약’을 건네주었다.
‘성녀’ 성유라의 스킬처럼 엄청난 효과를 보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응급처치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고, 고마워요.”
계수지는 숨을 몰아쉬며 곧장 받아 들고는 마셨다.
화아아아악-!
물약에 담긴 마력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하아-”
조금 나아졌다.
피가 줄줄 흐르던 팔도 천천히 출혈이 멈추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계수지는 유리병을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더 쉬세요,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까.”
옆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유홍설이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계수지는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놈들의 힘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서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저는 괜찮아요.”
자신을 붙잡는 유홍설에게 안심하라는 듯 웃어 보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태성아!”
그녀가 찾은 사람은 바로 한쪽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서 쉬고 있던 진태성이었다.
계수지의 외침을 들은 녀석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폭격 수준의 스킬들을 남발했으니 당연했다.
아무리 진태성이 100레벨에 도달했다 해도, 마력에는 한계가 분명 존재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다행히 박민성의 ‘마력 회복 물약’을 마셨는지, 조금씩 편해지는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에 스킬 몇 번이나 쓸 수 있겠어?”
계수지는 빠르게 그를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으, 으음.”
진태성은 갑작스러운 물음에 움찔하며 눈을 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자신의 소심함을 이유로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입을 열었다.
“큰 건 다섯 번, 자잘한 건 스무 번 정도요.”
“큰 거면 위력이 얼마나 돼?”
다급한 질문에 진태성이 빠르게 계산했다.
“저, 적어도 천 마리 정도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자신들 중에 한 번의 스킬로 천 단위의 마수들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오직 진태성과 김다혜뿐일 것이다.
‘하지만 부족해.’
그 정도로는 턱도 없다.
진태성이 마력을 탈탈 털어봐야 고작해야 5천여 마리.
남은 마수가 아직 10만에 육박하니, 크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따라와 봐.”
그래서 계수지는 진태성의 스킬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자, 잠시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려던 진태성이 휘청였다.
마력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제법 소진된 것 같았다.
직업 특성상 육체보다는 마력 쪽에 훨씬 더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계수지는 그런 진태성의 팔을 잡아 지탱해 주었다.
그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직은 조금 버틸 만했다.
“이쪽으로.”
계수지가 진태성을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성문 쪽이었다.
“여, 여기는 왜……?”
진태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땅을 팔 수 있어?”
“해자를 말씀하시는 거면, 이미 있는데요.”
서우진과 함께 미리 파놓았다.
심지어 물 속성 스킬을 사용해 해자를 채우기까지 한 상태.
그런데 갑자기 땅을 팔 수 있냐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자 말고. 깊숙한 구멍을 말하는 거야.”
아직 무슨 의도로 묻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진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는 마력을 모두 때려 부으면 정말로 깊은 구멍쯤은 몇 개라도 팔 수 있었으니까.
“좋아.”
진태성의 대답에 계수지가 몇 군데를 짚으며 말했다.
“50미터 깊이로. 모두 팔 수 있겠어?”
그녀가 가리킨 곳은 모두 성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근처였다.
“설마 길을 만드시려고요?”
계수지가 말한 곳에 구멍을 뚫는다면, 돌벽에서부터 성문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길이 만들어진다.
반듯하고, 평탄하게 닦여 있는 길.
“맞아.”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왜?”
그녀의 말대로 길을 만든다면, 마수들이 그곳을 집중 공략할 게 뻔했다.
당연히 다른 쪽으로도 몰려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마수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바로 그곳일 터.
이유는 간단했다.
거기가 성문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길이니까.
그러니 마수들은 반드시 그곳으로 가장 많이 몰려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진태성은 계수지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만 말해.”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해주는 대신, 재촉했다.
“5, 50미터는 힘들어요. 저만한 범위를 모두 파내려면, 최대 15미터 정도가 한계예요.”
“15미터라…….”
계수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알았어. 그럼 일단 그렇게라도 해줄래? 민성이한테 ‘마력 회복 물약’을 최대한 확보해 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이유라도 가르쳐 주셔야…….”
동료들 중 최대의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진태성이었다.
그런 그의 마력을 고작 땅 파는 것에 쏟아부으라니.
“부탁할게.”
계수지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진태성은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이 없는 곳에선 계수지가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계수지는 진태성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곤 이번엔 김다혜를 찾았다.
“다혜야!”
빠르게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태성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대체 뭘 하시려고 그러는 거지?”
도무지 짐작도 되질 않는다.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녀가 의미 없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랬기에 진태성은 계수지가 가리켰던 곳을 향해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깊숙한 구멍이 생겼다.
해자와 비슷한 깊이의 구멍이었다.
그런 것을 수십 개 정도 더 만들어야 했다.
진태성은 저릿해져 오는 팔을 붙잡고는, 마력을 집중시켜 스킬을 발동했다.
멀어졌던 계수지와 김다혜가 다시 도착해,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을 쓸 정신은 없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부족했으니, 어서 일을 끝내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부탁받은 일을 모두 해낸 진태성이 신음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마력이 완벽하게 바닥이 난 탓이었다.
“저, 저는 잠깐 쉬겠…….”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졸도하듯이 쓰러졌다.
그것은 김다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모든 마력을 다 사용했다는 듯, 까무룩 눈을 감았다.
“…좋아.”
계수지가 생각했던 전장이 만들어졌다.
그 대가로 두 명의 동료가 전장을 잠시 이탈하겠지만, 상관없었다.
그 빈자리는 자신이 어떻게든 메꿀 테니까.
진태성이 쓰러지자, 마수들을 막아내고 있던 돌벽이 무너졌다.
동시에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