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지축이 울린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계수지는 발밑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많긴 하네요.”
옆에 있던 구동환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노란색이었던 그의 원피스는, 검붉은색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마수들의 피가 아예 다른 색으로 염색을 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이 잡아 죽였는데, 티가 하나도 안 나네.”
첫 전투에서 그들이 사냥한 마수의 수가 족히 2만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10만에 육박하는 놈들이 남아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마수만 있는 게 아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능력을 지닌 놈들까지 나타났다.
‘버틸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 입속을 맴돌았다.
괜히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 같아 차마 뱉지는 못했지만, 불안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때요?”
일단 김다혜와 진태성은 당분간 열외다.
마력을 모두 소진한 탓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될 때까지는 후방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몇 시간 정도는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구동환의 대답에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시간이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서우진이 오지 않는 이상은, 자신들끼리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했다.
“알았어요. 우리도 이제 전투 준비를 하죠.”
마수들은 빠른 속도로 탈로타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좀 해두길 잘했네요.”
서우진이 파둔 해자 덕분에 마수들이 이동할 수 있는 경로는 한정적이었다.
물론, 해자를 그대로 건너오려는 놈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끄에에에에에엑-!
해자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물속에 들어간 마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민성아, 네 물약 효과 죽이네.”
“그쵸? 저게 비싸서 그렇지, 엄청나긴 하거든요.”
구동환의 말에 박민성이 히히- 웃으며 대답했다.
‘극독’.
박민성이 만들어낸 물약 중 하나로, 한 방울만으로도 수백 명의 인명을 살상이 가능한 독성이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약을 해자의 물에 몽땅 털어 넣었다.
마수들의 생명력이 평범한 인간에 비해 아무리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결코 무사할 수는 없을 터.
서우진의 예상대로 물에 들어간 마수들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즉사했다.
“역시 기피하네요.”
계수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해자에 최대한 많은 마수가 빠져 죽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놈들은 지능이 뛰어났다.
앞서 달리던 놈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자, 경로를 틀어 해자를 건널 수 있는 길로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진태성이 파놓은 구덩이를 피해 달리던 마수들의 발밑에서 뭔가가 터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뢰였다.
계수지의 부탁으로 김다혜가 ‘소환’해 낸 수천 개의 지뢰.
아쉽게도 화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아, 죽음까지 선사하지는 못했다.
그저 하반신에 커다란 부상을 입혀 쓰러뜨리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괜찮았다.
어차피 쓰러진 놈들은 뒤에서 달려오는 다른 마수들의 발에 짓밟혀, 결국에는 죽고 말았으니까.
‘좋아!’
계수지는 주먹을 쥐며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수들은 그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자와 구덩이, 그리고 지뢰를 피한 마수들이 성문으로 이어진 반듯한 길을 통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규 씨.”
계수지의 부름에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현재 싸울 수 있는 동료들의 수는 일곱 명.
그중에 계수지는 따로 맡을 곳이 있었으니, 탈로타인의 성벽은 남은 여섯 명이 막아내야만 했다.
“부탁할게요.”
“…조심하세요. 힘에 부치면 언제든지 교대하셔야 합니다.”
“그럴게요.”
강병규의 걱정에, 계수지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성문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킁, 이번 내기는 무조건 내가 이길 겁니다. 그러니까 버텨요!”
뒤에서 구동환이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계수지는 알았다는 듯,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는 발을 굴렀다.
쿠웅-
허공으로 날아오른 그녀가 착지한 곳은, 바로 성문 앞이었다.
마수들이 미친 듯이 다가오고 있는 그 성문 말이다.
계수지는 마력을 풀어내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뼛조각에 맞아 구멍이 났던 팔에 통증이 남아 있고, 마력도 상당 부분 소진되었지만…….
‘괜찮아.’
그래도 아직은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원거리 공격은 병규 씨와 동환 씨가 막아주기로 했고.’
후방 지원은 박민성이 맡는다.
이 정도면 꽤나 오랫동안 성문을 지킬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장비 같네.’
계수지는 예전에 읽었던 삼국지 속의 등장인물인 장비를 떠올렸다.
‘장판파 전투였었나?’
장판교에서 홀로 적을 가로막았던, 만인지적(萬人之敵) 장비익덕.
비록 실제 역사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계수지는 그날의 위용을 이곳에서 펼쳐 보이기로 했다.
물론, 그녀는 1만이 아니라, 10만을 버텨내야 하지만 말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마수를 상대로 말이다.
끓어오르는 마력을 느끼며, 계수지가 자세를 잡았다.
절대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덤벼.”
그녀의 눈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 * *
[어리석도다!]강가스테어의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마기가 유형의 창이 되어 서우진을 향해 폭사했다.
그 숫자는 무려 1만 8천 개.
그야말로 하늘을 모조리 뒤덮을 정도의 숫자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마기로 이루어진 창의 숫자와 경로를 모두 파악했다.
스윽-
손을 들자 혼돈기가 흘러나왔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기운의 장막을 펼쳤을 뿐.
터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덩-!
조용한 차 안에서 소낙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런 운치가 넘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가만히 마기의 창이 모두 소멸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장막에 부딪히며 소멸되는 것과 동시에 발을 움직였다.
핏-!
회초리를 휘두르는 것과 같은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서우진의 신형이 강가스테어의 눈앞에 나타났다.
[네놈……!]공간이동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속도에, 강가스테어는 경악한 음성과 함께 거대한 손을 뻗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크기보다 더욱 커다란 팔이 서우진의 육체를 부수기 위해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의 서우진은 조금 전과는 완벽히 다른 존재였다.
터억-
손을 들어 놈의 팔을 잡았다.
거대한 힘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그대로 혼돈기를 끌어모으며 강가스테어의 육체를 들어올렸다.
마치 업어치기라도 하려는 모습.
코끼리와도 비견되는 크기의 강가스테어였지만, 놀랍게도 놈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감히 내 앞에서 힘을 자랑하는가!]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놈의 마기가 수십 배는 증폭되며, 서우진을 짓눌렀다.
‘으음.’
실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괜찮다.
서우진은 놈의 팔을 놓는 대신, 혼돈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무량(無量)한 혼돈기가 치솟아 오르며, 강가스테어의 마기를 밀어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어억!]결국에는 강가스테어의 거대한 육체를 땅에 메다 꽂아버렸다.
‘혼돈 세계’에서 몇 시간 동안 공격을 했음에도, 단 한 번도 발을 뗀 적이 없던 놈이다.
그만큼 강력한 적이, 지금은 오직 힘에서 밀려 땅에 등을 대고 있었다.
서우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발을 들고는 그대로 놈의 머리를 밟았다.
콰드드드득-!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주변의 땅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쩌억- 하며 새겨졌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이 대지를 찢어발길 정도였던 것이다.
강가스테어의 육체가 부르르- 떨려왔다.
‘먹힌다.’
서우진은 자신의 공격이 놈에게 통했다는 것을 알았다.
‘후우-’
정말 다행이었다.
혹시 ‘마왕화’를 한 뒤에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도 될 것 같았다.
충분히 통하고도 남았으니까.
[이, 이런 빌어먹을 광신의 개 따위가!]‘광신?’
처음 들어보는 존재였다.
호기심이 살짝 생기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해결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 강가스테어는 멀쩡했으니까.
궁금한 것을 알아내는 것은, 놈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뒤에도 늦지 않다.
‘그나저나, 단단하군.’
서우진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강가스테어의 움직임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엔 정말로 머리통을 완전히 박살낼 작정으로 밟았다.
그랬기에 여룡의 머리를 단번에 날려 버렸을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이었다.
물론 이 한 번의 공격으로 놈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꽤나 큰 부상을 입힐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놈은 건재했다.
두개골이 부서진 것 같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강가스테어의 움직임을 멈출 순 없었다.
이 순간에도 조각난 머리뼈가 맞춰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서우진은 방심하지 않고 혼돈기를 더욱 집중시켰다.
발이 점점 땅속으로 파고든다.
강가스테어의 머리도 파묻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은 그 잠깐 사이에 완전히 회복을 한 모양인지, 서우진이 찍어 누르는 힘을 견뎌내기 시작했다.
[발을 치우거라!]콰아아아아아앙-!
검붉은 마기와 함께, 서우진의 땅속에서 수많은 촉수가 치솟아 올랐다.
하나하나가 가공할 힘을 품고 있는 수백 개의 촉수가, 서우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쯧.’
가만히 서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발을 떼고는 뒤로 몸을 날렸다.
파바바박-!
방금 전까지 서우진이 있던 공간에, 수백 개의 촉수가 꽂혀들었다.
만약 가만히 서 있었다면 전신에 구멍이 뚫리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역시 방심하면 안 돼.’
‘마왕화’를 한 이후엔 우세를 점하긴 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언제든 치명적인 일격을 당할 가능성은 항상 있었다.
쐐애애애애애액-!
공간을 가르며 촉수들이 쇄도했다.
위아래, 전후좌우.
이번엔 피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모든 방위를 둘러싼 채였다.
촉수들은 그야말로 공간을 찢어발기며 다가오는 중이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라 할지라도, 결코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마기가 가득 느껴졌다.
저것만 보더라도 강가스테어가 얼마나 사기적인 존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웬만한 왕국 따위는 혼자서도 충분히 멸망시키고도 남을 것 같았다.
‘맨몸으로는 안 되겠군.’
서우진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전신을 둘러싼 외피의 방어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저 촉수 수백 개를 그냥 받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서우진은 방어를 위해 ‘카 라니엘’을 꺼내 들었다.
스르릉-
회색빛의 혼돈기를 가득 머금은 검이 그 예리한 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을 갈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