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촉수들이 갈라졌다.
마치 성경 속에 나오는 홍해처럼.
서우진의 전면이 뻥- 뚫리며 거대한 틈이 생겨났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모든 방위를 모두 막아낼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몸을 빼낼 수 있는 작은 틈, 그 정도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서우진의 날개가 펄럭- 하고 움직였다.
동시에 빛살과 같은 움직임으로 갈라진 촉수 사이를 가로질렀다.
콰과과과과곽-!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촉수들이 틀어박히며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하지만 서우진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카 라니엘’을 손에 쥔 채 그대로 강가스테어를 향해 쇄도했다.
[흥!]어느새 몸을 일으킨 놈이 손을 뻗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썩은내가 진동할 것 같은 형태의 마기들이, 손바닥 안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포탄을 쏘아내듯 둥글게 뭉쳐진 마기의 탄환이 터져 나왔다.
“흡!”
심상치 않은 속도에 서우진이 급히 숨을 들이마시며, ‘카 라니엘’을 내리그었다.
쩌엉-!
손바닥이 아려왔다.
예상했던 대로 마기의 탄환에 실려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아.’
손에 쥔 검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서우진은 그대로 마기를 반으로 쪼개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화아악-!
끈적끈적한 마기의 잔해를 스쳐 지나가자 강가스테어의 역겨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당황, 분노, 광기…….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서우진은 그런 강가스테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카 라니엘’을 횡으로 베었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가슴이 벌어졌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목을 베려 했는데, 놈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회피한 것이다.
가슴에 커다란 부상을 입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큰 의미가 없을 터였다.
두개골이 박살나도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는 초회복 능력이 있었…….
‘음?’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할 것이라 여긴 상처가,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통스러워한다?’
강가스테어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예상치 못한 통증을 느낀 듯한 표정이었다.
[그 검은……!]놈이 ‘카 라니엘’을 보며 소리쳤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 아래를 쳐다봤다.
‘지고화’와 어우러져 회색과 흑색으로 불타오르는, 애검이 보였다.
‘카 라니엘’과 강가스테어.
둘을 잠시 번갈아보던 서우진의 머릿속에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베이면 회복하지 못하는 건가?”
놈에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에 확신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마왕을 죽인 ‘카 라니엘’에 놈의 회복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애초에 ‘카 라니엘’은 첫 번째 마왕도 베어낸 검이다.
이 세계를 지탱하는 모든 종족의 보물을 재료로 삼아, 최고의 기술과 마법으로 벼려낸 병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우진은 단순히 마수나 사도들에게만 사용했기에 그저 잘 드는 검 정도로만 취급을 했었다.
그런데 ‘카 라니엘’의 진정한 힘은, 그딴 놈들과 싸운다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엄.’
마계라 이름 붙여진 차원의 존재들을 상대할 때 발휘되는 것이었다.
다급히 뒤로 물러나는 강가스테어를 보며,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삿된 물건이구나!]누가 누구보고 삿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놈은 다급히 벌어진 가슴을 부여잡고 마기를 흘려 넣으며 소리쳤다.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속도에 미치지는 못했다.
‘다행이네.’
솔직히 말하자면 ‘마왕화’를 했음에도, 놈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젠 방법이 생겼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강가스테어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방법이 생긴 이상,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았다.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고 땅을 박찼다.
한 번 잡은 승기를 쉽게 놓칠 수는 없었다.
아직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지금.
쉴 새 없이 더 몰아붙여야만 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마수들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료들을 떠올리며,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 * *
‘그만 와라.’
계수지의 머릿속에는 그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제발 이젠 그만 오라고.
나도 조금 쉬자고.
하지만 마수들이 그녀의 바람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좀! 꺼져라!”
짜증과 분노로 가득한 외침과 함께, 마력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그녀의 슬격(膝格)이 마수 한 마리를 그대로 산산이 터트려 버렸다.
후두두둑- 하며 살점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사이로 마수들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보인다.
‘끝이 없어.’
벌써 몇 시간째일까?
돌벽이 무너지고, 다시 마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건.
‘적어도 열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기엔, 지금까지의 전투가 너무도 치열했으니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폐가 찢어질 것만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손과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왔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방금 전의 공격으로 마력이 완전히 바닥났다는 것이었다.
“허억- 헉-!”
호흡이 거칠다.
‘지, 진정시켜야 하는데…….’
반 슬레인과 서우진이 훈련시킬 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호흡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 번 헝클어지기 시작한 호흡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뒤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치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먹먹함만이 가득했다.
손을 들어 한쪽 귀에 가져다 댔다.
만져지는 것이 없었다.
‘잘렸나?’
언제 잘려 나갔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리가 안 들렸구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귓구멍을 막은 채로 굳어 있었다.
계수지는 손톱으로 굳은 피를 긁어냈다.
그러곤 다른 손을 들어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흔들었다.
자신은 괜찮다는 듯.
하지만 손이 움직이는 것과 함께 몸도 같이 흔들렸다.
그 작음 행동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버린 탓이었다.
“…라니까!”
그때, 갑자기 구동환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다.
바로 옆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계수지는 자꾸만 감기는 눈에 힘을 주며, 옆을 돌아봤다.
“아.”
구동환이 있었다.
피딱지가 가득한 ‘진혼’을 들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성벽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옆에 선 것이었다.
“정신 차려! 죽고 싶어서 환장했습니까!”
머리를 뒤흔들 정도로 큰 음성이었다.
“시, 시끄러워요.”
계수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막혀 있던 귓구멍이 뚫려서일까?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들렸다.
“일단 뒤로 빠져요. 지금부턴 내가 막을라니까.”
구동환은 계수지의 어깨를 붙잡고는 강제로 밀었다.
반항해 보려고 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그럴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
끈 끊어진 인형처럼 비척이며 뒷걸음질 치다 주저앉고 말았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그런 계수지를 보며, 구동환이 콧김을 내뿜었다.
걱정과 슬픔을 분노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혼자 막으려고 합니까? 그게 가능할 줄 알았어요?”
구동환이 그녀에게 화를 냈다.
할 수 있다고, 해내야 한다고.
교대까지 거절하며 홀로 성문을 지켰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탈로타인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정신을 차린 진태성과 김다혜가 전투에 가세했지만, 한 번 무너진 전세는 다시 되찾는 것이 불가능했다.
“일단 성벽 위로 피하쇼. 그때까진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
말하는 구동환 역시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지만, 지친 것으로 따지자면 계수지 못지않았다.
만약 타고난 근육질의 육체가 아니었다면, 이미 쓰러지고도 남았을 터.
그런데도 구동환은 계수지를 구하기 위해 ‘진혼’을 휘두르며 마수들을 쪼개는 중이었다.
“우진 씨가 준 물건 아직 사용 안 했죠? ‘페르소’였나? 그걸 사용하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요!”
민첩을 순간적으로 두 배 이상 상승시켜 주는 신발이었다.
아무리 지쳤다지만, ‘페르소’를 사용한다면, 이 낮은 성벽 정도를 오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계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뚜, 뚫리면 안…….”
이 성문은 최후의 방어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말대로 성문이 뚫리면, 그때부턴 오직 학살만이 남는다.
탈로타인 안에 숨어 있는 5천여 명의 사람.
그들이 마수의 손톱에 갈기갈기 찢겨지고 말 것이다.
계수지는 그것만은 막을 생각이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그 사람들 지키려다 당신이 죽을 생각이냐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생명이라고 모두가 같은 무게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모두를 살리고 싶겠지만, 5천 명의 사람과 계수지.
둘 중 누구를 살려야 하냐고 묻는다면, 구동환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후자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언니! 어서 올라……!”
성벽 위에서 이지아가 그녀를 부르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수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계수지를 향한 걱정스러운 눈빛은 여전했다.
그건 다른 용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얼마나 힘겹게 성문을 지켜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더는 안 된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했다간, 그녀가 죽는다.
구동환과 이지아, 그리고 다른 동료들은 결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안 되겠다. 김우람! 내려와서 이 여자 좀 챙겨서 올라가!”
“알겠습니다!”
그나마 쌩쌩해 보이는 음성이 들려왔다.
동시에 창을 든 김우람이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동료들에 비해 훨씬 팔팔한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레, 레벨이 올랐……?”
계수지의 물음에 김우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이제 100레벨이네요.”
전투 중에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워낙 많은 마수를 사냥하다 보니 녀석도 마침내 벽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축하를 해줄 여유 따위는 없다.
김우람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는 계수지를 어깨에 둘러맸다.
성벽 위로 데리고 가기 위함이었다.
“자, 잠깐, 여길 포기하면 아, 안 돼.”
계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이 와중에도 성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작게나마 몸부림을 쳤다.
“그만 좀 하고! 어서 들어가라니까! 그러다 정말 죽……!”
달려드는 마수의 대가리를 쪼갠 구동환이 그녀를 향해 화를 내다, 문득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김우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벽을 타고 올라가려던 녀석이 움직임을 멈춘 채, 발밑을 쳐다본 것이다.
“…진동?”
땅이 울린다.
지금까지 마수들이 움직이며 느껴졌던 진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수많은 말이 질주하는 듯한,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진동이었다.
“설마?”
김우람이 고개를 번쩍- 들었고, 구동환이 헛웃음을 지었다.
“맞다.”
미소가 지어졌다.
“지원이다! 브로바이슨에서 지원이 도착했어!”
구동환의 커다란 외침이, 탈로타인에 크게 울려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