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
#45화.
‘이래서 받아들이기 싫었는데.’
교관, 루데인은 최상급 기사다.
제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했으며, 하나의 기사단을 책임지는 단장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아카데미의 교관직을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강림전쟁에 대비해 휘하 기사단원들을 훈련시키기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수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모시는 이의 명령이기도 했고, 용사들에 대한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용사들은 풋내기에 불과했다.
고작 트롤의 살기도 견뎌내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나약한 놈들.
‘이런 놈들이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한숨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이 허접한 용사들을 제대로 키워야겠다는 사명감 말이다.
“다음.”
다음 차례를 호명하는 그의 음성에서 용사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음?’
루데인은 천천히 걸어나오는 용사의 표정을 살폈다.
지금까지 봐왔던 풋내기들과는 전혀 달랐다.
적당한 긴장감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여유가 눈에 띄었다.
‘앞선 용사들이 당한 꼴을 보고도 저런 여유라…….’
자신이 호명한 용사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우진?’
등급과 레벨은 둘째치고,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번 토벌에서 꽤나 활약했다고 했었지.’
토벌에 파견 지원을 나간 기사들 중에는 루데인의 휘하 기사들도 있었다.
그들의 보고에서 저 용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침착하고, 경험이 풍부하며, 검술이 뛰어나다.’
요약하자면 이런 식이었던 것 같았다.
다른 용사들의 평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부하들이 허위로 보고할 리는 없을 테니, 꽤나 실력이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며칠 전 벌어졌던 연무장 파괴 사건까지.
루데인은 사라진 줄 알았던 기대감을 조금 일으키며, 트롤을 풀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너무도 깔끔한 내려치기였다.
‘능숙하다.’
마치 트롤 정도는 수도 없이 많이 사냥해 본 느낌이었다.
다른 용사들처럼 공포에 질리지도 않았고, 살기에 집어삼켜지지도 않았다.
이것만 봐도 서우진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역시 부하들의 보고는 정확했던 것이다.
하지만 루데인이 더욱 놀란 건 다른 쪽이었다.
‘어떻게 저런 실력을 지닐 수 있는 거지?’
용사들이 강해지는 방식에 대해선 루데인 역시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제국에서 지원 중인 백시우가 레벨 업을 하는 장면을 직접 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강해지는 것과 검술은 다른 이야기였다.
방금 서우진이 내려친 일검은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른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저렇게 깔끔하게 양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트롤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이어진 결을 끊어낸 듯한 검이었다.
‘가능한 일인가?’
용사들이 소환된 지 이제 고작 1년.
그사이에 웬만한 기사들보다도 뛰어난 검술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우진의 모습을 봤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만도 없었다.
“지난 1년간 어디에서 수련을 하셨습니까?”
왠지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우진에게 물었다.
“…매시브 가디언입니다.”
서우진의 대답에 루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이 살기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몬스터와 매년 전쟁을 치르는 시온에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럼 그 검은 누구에게 배웠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곳의 영주님께 배웠습니다만.”
멈칫-
루데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과연. 잘 알겠습니다. 이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들어가자, 루데인이 속으로 허허- 웃었다.
‘반 슬레인.’
매시브 가디언의 영주라면 그분밖에 없었다.
대륙에 그 이름을 진동시킬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검의 끝을 추구하는 기사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존재.
루데인은 터벅터벅 돌아가는 서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앞으로 그를 잘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젠장. 나도 모르게 검부터 나가 버렸네.’
너무 눈에 띄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앞에 호명된 놈들이 죄다 그 모습이었는데, 혼자 압도적으로 트롤을 죽이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잠깐 고민하던 사이, 트롤의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결과, 트롤이 반으로 갈려 죽어버렸고.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용사들을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이지아와 김다혜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다음.”
그러자 다시 전투 테스트가 재개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연출되었다.
볼썽사나운 앞 순서의 용사들과는 달리,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 때문인가?’
물론 아직도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트롤은 움직일 수 있게 된 용사들을 상대로 버틸 수가 없었다.
촤아악-!
트롤의 역겨운 녹색 피가 바닥에 흘렀다.
뛰어난 회복력 덕분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이긴 했지만,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은 용사들에게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찢기고, 뚫리고, 불에 타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죽어나갔다.
‘좀 불쌍해지네.’
가장 먼저 트롤을 반갈죽시켜 버린 서우진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압도적이란 뜻이었다.
“다음.”
이번에 호명된 용사를 본 서우진이 관심을 보였다.
‘오, 엘리트 친구들.’
그중에서도 ‘초열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김태진이었다.
게랄드와의 전투에서 입었던 부상은 모두 회복되었는지, 멀쩡해 보였다.
그는 꽤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무장에 들어섰다.
확실히 S급은 다른 용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시작하겠습니다.”
루데인의 말과 동시에, 김태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볼케이노’.”
콰아아아아-!
화산이 터졌다.
그 규모가 실제 화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긴 했지만, 적어도 모습만큼은 화산 폭발과 다를 게 없었다.
마그마가 폭발하며 그대로 트롤을 집어삼켰다.
엄청난 위력 앞에, 트롤은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녹아버렸다.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태진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연무장 바닥을 보며 혀를 차곤 자리로 돌아갔다.
‘뭐지?’
도중 서우진은 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설마 연무장을 부수지 못했다고 날 노려본 건가?’
서우진이 저지른 연무장 파괴 사건은 용사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덕분에 바닥 부수기 챌린지라는 게 반짝 유행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연무장 바닥을 부수지 못했다.
그만큼 연무장에 걸려 있는 보호마법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며칠 지나자 조금 시들해진 줄 알았는데, 김태진의 모습을 보니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우진은 속으로 허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긴 했지만, 역시 아직 어리긴 어린 것 같았다.
“다음.”
테스트는 계속 됐다.
‘금강역사’ 박진한도, ‘드래곤 테이머’ 임태은도, ‘성녀’ 성유라도.
모두 김태진처럼 압도적인 모습으로 트롤을 압살해 버렸다.
특히나 성유라가 빛으로 된 거대한 십자가를 소환해 트롤의 뚝배기를 깨버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덕분에 굳어 있던 용사들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간간이 웃음과 응원 소리가 터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수십 명의 테스트가 끝나고.
마지막 한 사람만 남겨뒀다.
“…다음.”
백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우진은 호기심이 잔뜩 서린 표정으로 그런 백시우를 쳐다봤다.
그의 제대로 된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쉽게도 토벌 땐 게랄드 덕분에 볼 수 없었으니까.
‘얼마나 강할까?’
이번 기회에 한번 잘 살펴볼 생각이었다.
백시우는 다른 엘리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팔다리가 날아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멀쩡했다.
‘레벨 업이 사기긴 해.’
죽지만 않으면 그 어떤 상태도 완벽하게 회복을 시켜주니 말이다.
혹시 마왕은 지금껏 이런 용사들의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 때문에 패배한 게 아닐까?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니 말이다.
지금이야 충분히 가능한 치료방법이었지만, 훗날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1레벨을 올리는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테니까.
서우진이 그렇게 잡생각을 하는 사이, 백시우가 연무장 한 복판에 도착했다.
“준비되셨습니까?”
루데인의 말에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습니다.”
검조차 뽑지 않은 상태였지만, 루데인은 상관하지 않았다.
백시우는 제국에서 지원을 받은 용사.
루데인이 그 어떤 용사보다 가장 많이 봐온 이였다.
“시작하십시오.”
동시에 트롤이 풀려났고, 백시우의 검이 빛을 터트렸다.
“‘찰나검’.”
핏-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트롤의 움직임이 멈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용사들은 물론이고, 교관인 루데인조차도 말이다.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백시우의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전투가 끝난 것이다.
쩌저저적-
트롤의 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1개, 2개… 4개… 16개… 256개…….
도무지 셀 수 없을 정도의 금이 새겨지며, 트롤의 육체는 이내 무너져 내렸다.
마치 모래성처럼 말이다.
‘미친…….’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백시우가 강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무려 SSS급이니까.
무려 50레벨이니까.
그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과 잠재력을 지닌 놈이 노력까지 쉬질 않는다.
그런 놈이 약한 게 이상한 거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만약 저 스킬이 자신을 향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서우진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솔직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볼 수도 없었는데, 그걸 대체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불가능해.’
서우진은 ‘찰나검’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선공을 취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만…….’
자신이 저 스킬을 막지 못하듯, 백시우도 ‘나락’을 막아내진 못할 것이다.
그 외의 다른 스킬들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서우진은 불안했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마왕인 게 들통이 나서 백시우와 싸우게 된다면?
절대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을 할 수가 없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는데, 백시우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봤다.
마치 ‘어떠냐?’고 자랑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거 여유부릴 때가 아니었네.’
확실히 검술은 자신이 위다.
경험은 압도적이고.
그럼에도 레벨이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면, 당해낼 수가 없나보다.
‘반 슬레인의 생각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을 조금 바꾸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레벨을 올려야겠어.”
적어도 백시우와 동급의 레벨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