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1)
461화.
강가스테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계속 지껄여 보지, 왜?”
서우진이 천천히 놈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하지만 강가스테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굴의 반쪽이 날아간 채, 턱뼈가 덜렁거리고 있었으니까.
그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노려보며, 상처의 수복에 집중할 뿐이었다.
“할 말 없으면 다시 시작할까?”
그 말에 놈의 눈빛에 다급함이 서렸다.
전투가 시작된 지 수 시간.
그동안 쉴 새 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서우진이 유리할 때도 있었고, 반대로 강가스테어가 승기를 잡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서우진은 이제 싸움을 끝낼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가스테어는 더 이상 자신의 파괴된 육체를 복구하지 못했고, 끝이 보이지 않던 마기 역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우진이 멀쩡하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강가스테어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혼돈기는 한 줌밖도 느껴지지 않았고, ‘카 라니엘’을 놓치지 않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힘도 빠졌으니까.
심지어는 등뒤에 돋아난 날개는 모조리 찢어져 본래의 형태가 사라졌고, 뿔도 하나가 부러졌다.
출혈 역시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도 심각할 정도였고.
그런데도 서우진이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에겐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많아.’
강가스테어의 가장 큰 힘은 마수들이었다.
끊임없이 탄생하는 마수를 모아, 단번에 적들을 밀어붙이고 길을 열 수 있는 힘 말이다.
하지만 놈이 가진 가장 큰 힘인 마수들은 동료들이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서우진은 오직 강가스테어를 쓰러뜨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오만하다.]그사이 박살났던 턱을 조금이나마 수복한 놈이 중얼거렸다.
역겨운 음성인 것은 처음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때보다 훨씬 힘이 빠져 있었다.
[네놈이 강한 것은 인정한다. 과연 ‘혼돈의 왕’에 대한 예언은 과히 틀리지 않았음이다. 허나……!]강가스테어의 적갈색 눈동자가 서우진을 훑어보았다.
끈적끈적한 시선에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놈은 그렇게 서우진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힘이 다한 모양이구나.]“…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서우진이 맞받아치자, 강가스테어가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손톱으로 쇠판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게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아직 채 여물지 못한 ‘혼돈의 왕’ 정도는 충분히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기가 피어올랐다.
이전처럼 폭발하는 듯한 기운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개와 비슷했다.
조금씩 주변을 잠식해 가며, 서우진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미친…….’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강가스테어에게 아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엉망진창이 된 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장의 한 수 정도는 남겨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서우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아직 저런 힘을 감춰두고 있었다고?’
황당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자신으로선 저 마기를 막아낼 여력이 없었다.
[어디 한번 막아보겠느냐?]쿡쿡- 하며 웃는 모습이, 서우진이 절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마기는, 어느새 서우진의 주변을 완벽하게 잠식한 상태였다.
도저히 몸을 빼낼 만한 틈도 보이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해 ‘카 라니엘’을 휘두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촉수들을 베어내며 길을 열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서우진에겐, 그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고작해야 한 번 휘두를 수 있을까?
하지만 남아 있는 힘을 모조리 사용해도 저 마기를 뚫고 강가스테어에게 닿지는 못할 것 같았다.
‘젠장.’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힘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스으윽-!
검은 마기 사이에서 뭔가가 튀어 나온다.
손이었다.
모습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마수의 손.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막아내는 건 가능하다.’
수가 아무리 많다고는 하나, 마수는 마수.
한 줌 남은 혼돈기를 사용한다면, 저 징그러운 손들을 베어내는 것쯤은 쉬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노리고 있군.’
서우진이 남은 힘을 쥐어짜내 사용하는 순간, 놈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날릴 것이다.
모든 힘을 소진한 서우진은 결코 그것을 막아낼 수 없을 테고.
[그대로 찢겨져 죽어라, ‘혼돈의 왕’이여.]강가스테어의 섬뜩한 음성과 함께, 수백 개의 손이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어쩔 수 없네.”
서우진은 전방위에서 쇄도하는 마수의 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면 쓰지 않고 이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아껴만 둘 순 없었다.
서우진은 남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카 라니엘’을 들었다.
“나락천공검.”
거대한 검이 소환된다.
마기는 물론이고, 이 근방의 지형까지 모조리 바꿀 만큼 거대한 힘이 있는 거검(巨劍)이었다.
나락(奈落)의 이름이 붙은 만큼 지옥에서 올라온 불꽃마저 휘감고 있는 검은, 그대로 강가스테어의 마기와 충돌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곽-!
거검이 박혀들었다.
마수들의 손이 짓뭉개지고, 잘려 나가며, 검은 피가 흩뿌려졌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손이 쪼개지자, 마치 피의 비가 내리는 듯했다.
촤아아아악-!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서서 모두 맞았다.
안 피한 게 아니었다.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 서우진에겐 단 한 걸음도 뗄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의 비를 피하기는커녕, 당장 쓰러지지 않는 게 용할 정도의 상태.
번뜩-!
그것을 포착한 강가스테어의 적갈색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지금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면,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강가스테어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고, 앞으로 쇄도했다.
그 역시 힘의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서우진을 조롱하며 체력을 낭비하기보단, 확실하게 전투를 끝내는 걸 선택했다.
그 거구에서 나온 속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놈은 순식간에 서우진의 눈앞에 도달했다.
동시에 주먹을 뻗었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집약한 일격.
서우진의 육체가 단단하기는 하나, 지금이라면 절대 견뎌낼 수 없을 터.
강가스테어는 그렇게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그때,
비틀거리던 서우진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마테아의 광명.”
빛이 터져 나왔다.
너무도 성스러워, 강가스테어의 마기 따위는 닿는 것만으로도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정도였다.
[이, 이건!]강가스테어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당혹감과 더불어 불안, 심지어 두려움까지 섞인 외침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터져 나온 빛은, 강가스테어가 지니고 있는 마기와는 극상성 속성의 신성력이었으니까.
그것도 잊힌 고대 신의!
강가스테어는 기겁하며 방향을 꺾었다.
저 빛 속에 완전히 들어간다면, 지금 상태로는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가뜩이나 엉망이 된 육체가 삐걱였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빛을 피해야 했다.
그렇게 강가스테어는 간신히 빛을 피해,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대체 무어냐?]강가스테어가 점차 사그라지는 빛을 보며 이를 갈았다.
어째서 ‘혼돈의 왕’인 서우진에게서, 저렇게 막강한 신의 힘이 터져 나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남아 있는 문제는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으음?]강가스테어를 당혹케 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서우진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갈가리 찢겨져 본래의 형태를 완전히 잃었던 날개가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부러졌던 뿔도 어느새 원상복구가 되어 있었다.
그뿐일까?
분명 자신보다 엉망으로 망가졌던 육체가, 너무도 멀쩡해 보였던 것이다.
[네놈……?]강가스테어는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왠지 지금 몸을 피해야만 한다는 경고가 머릿속을 울려대는 것만 같았다.
“후우우-”
그때, 서우진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강가스테어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서우진의 얼굴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방금 전,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낸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서우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곤, 강가스테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미소가 지어진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미소였다.
“놀랐어?”
서우진은 느릿하게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비장의 한 수를 감추고 있는 건 너만이 아니었거든.”
하루에 한 번.
숨만 붙어 있다면, 대상을 최상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시켜 주는 성물인 ‘마테아의 광명’이었다.
아니, 회복이라기보단 시간회귀에 가깝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힘이 가득했던 당시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
강가스테어가 몸을 돌려 도망을 치려는 것이 보였다.
놈의 상태로는, 지금의 서우진을 절대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있겠어?”
서우진은 어느새 그런 강가스테어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지치고, 만신창이가 된 놈의 움직임으로는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퍼억-!
둔탁한 파륙음과 함께 강가스테어의 다리가 터져 나갔다.
[크으으윽!]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가스테어는 자신의 다리가 언제, 어떻게 박살이 났는지 인지할 수도 없었다.
거대한 육체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쿠우우우웅-!
코끼리만 한 몸뚱어리가 쓰러지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서우진은 그런 강가스테어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손을 털었다.
후두둑- 하며 핏물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그 손으로 다리를 터트린 것 같았다.
“아무래도 상황이 역전된 것 같지?”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본래도 비등한 힘을 지닌 두 존재였다.
강가스테어가 조금 앞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서우진이 완전히 회복했으니, 이제 강가스테어에게 승산이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서우진은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가스테어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네가 마왕의 길을 여는 자라며?”
그러곤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죽일 듯한 시선으로 노려만 볼 뿐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강가스테어를 향해 피식- 웃어주었다.
“이 상황에도 챙길 만한 자존심이 남았어?”
놈이 대답하지 않는 건,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답하기 싫으면 말아라.”
서우진은 굳이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혼돈기를 가득 담은 손을 들자, 놈의 입이 열렸다.
[이제부터 시작이니라. 한낱 너 따위의 이질적 존재가 그분을 막을 순 없……!]퍼억-!
머리가 박살났다.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서우진이 손을 휘두른 것이다.
“그러든지.”
화아아아아아아악-!
서우진의 심드렁한 말과 함께 빛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마테아의 광명’이 아닌, 레벨 업으로 인한 빛이었다.
“와, 미쳤네.”
강가스테어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무려 5레벨이 올랐다.
이것으로 서우진의 레벨은 139.
1레벨만 더 올리면 140대가 되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넘쳐흐르는 혼돈기를 그대로 ‘카 라니엘’에 흘려 넣으며, 몸을 돌렸다.
“이제 좀 도와주러 가볼까?”
동료들이 고군분투 중이었으니, 어서 돌아가 봐야만 했다.
‘일단 수는 좀 줄여두는 게 좋겠지.’
‘마왕화’를 해제하기 전,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생각이었다.
‘카 라니엘’이 마수들의 후방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압도적인 폭력이 마수들을 휩쓸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