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3)
463화.
로나인은 자신의 무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제국의 제1기사단인 백은 기사단을 상징하는 순백의 갑주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후우-”
그 성스럽기까지 한 모습에도 로나인의 표정은 어두웠다.
“결국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곁에 있던 기사, 루데인이 말을 걸어왔다.
최상급 기사이자 아카데미의 교관을 맡았던 그 역시, 완전무장한 상태로 언제든 전장을 향해 떠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다.”
처음 하늘탑이 예상했던 때는, 지금보다 1년쯤 뒤였다.
하지만 그 시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새 강림의 때가 도래하고 말았다.
“브로바이슨의 상황은?”
“한창 전투 중일 겁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지원을 나간 데다, 용사들이 있으니 충분히 버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답하던 루데인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실력이라면…….’
서우진.
아카데미에서도 다른 용사들에 비해 월등한 힘을 자랑한 그가 탈로타인에 있었다.
루데인은 서우진이 있는 전장에서 패배할 것이란 불안감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수의 수가 무려 10만을 상회한다. 거기에 강가스테어까지 있으니, 안심하기엔 일러.”
하지만 로나인은 반대였다.
서우진과 용사들이 아무리 강력한 힘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토록 서두르는 것이었다.
“출정 준비는 모두 끝났나?”
“병력 편성이 완료되었고, 하늘탑에서도 당장 게이트를 열 수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브로바이슨으로 향하는 제국의 지원군의 수는 무려 10만이다.
이 많은 수가 출정을 준비하는 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제국은 눈 깜짝할 새에 끝냈다.
강림 전쟁에 대한 대비를 진즉에 끝내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브로바이슨의 지원이 예상보다 한나절은 더 빨라졌다.
“좋아. 그럼 출발하지.”
로나인은 루데인과 함께 방을 나섰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복도를 걸었다.
중간에 마주치는 시종과 하녀들이 고개를 숙여왔지만,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런 여유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 건물을 나섰다.
정오의 눈부신 태양빛이 내리쬐었다.
그 아래, 무려 10만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대군의 모습은, 전율이 일 정도로 장관이었다.
둘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사이를 걸어 향한 곳은, 병력의 최선두였다.
제국의 기사들을 대표하는 최상급 기사들이 앞에 서자,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출정하라.”
어디선가 황제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기를 북돋아줄 연설도 없었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바람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출정을 명할 뿐이었다.
“출정하라아아아!”
로나인이 마력을 가득 담아 외쳤다.
동시에 하늘탑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들이 준비된 마법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우우웅-!
공간이 갈라지며, 거대한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10만 명은 족히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로나인은 망설이지 않고, 가장 먼저 게이트를 통과했다.
화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음…….’
주변을 둘러봤다.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널따란 평야였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탈로타인과는 고작해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군요.”
뒤따라 넘어온 루데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실제로 피냄새가 풍겨왔다.
대체 전장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있기에, 여기까지 그것이 느껴질 정도란 말인가.
“데카트!”
로나인은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부관을 불렀다.
“명령하십시오.”
백은 기사단과 함께 뒤쪽에 도열해 있던 데카트가 다가오며 고개를 숙였다.
“병력이 정비되면, 곧장 탈로타인을 향해 진군해라.”
“…단장님께선?”
로나인은 백은 기사단의 단장이자, 제국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병력을 이끌어야 할 사람은 바로 그였지, 부관인 데카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로나인은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루데인과 먼저 움직일 생각이다.”
“단장님!”
“로나인 경!”
루데인과 데카트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총사령관이 선봉에 서신다뇨? 위험합니다!”
특히 데카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로나인의 곁에 다가왔다.
“항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로나인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무겁게 이야기했다.
“병력의 통솔은 각 지휘관과 기사단장들에게 일임한다.”
로나인은 제국의 수호자들을 제외하면, 루데인과 함께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
그러니 후방이 아닌, 가장 앞서서 적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병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데카트는 다시 한번 만류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지만, 로나인은 고개를 돌리며 그를 외면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항명은 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오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으니, 내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사령관이 전사를 했을 때나, 지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부탁한다, 데카트.”
데카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한 번 마음먹은 것을 결코 되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데카트의 대답에 로나인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루데인을 향해 말했다.
“가지.”
당연히 그는 자신을 따를 것이란 태도였다.
루데인은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뗐다.
“가시죠.”
총사령관이 자리를 비운다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로나인과 먼저 전장으로 향하는 건 찬성이었다.
그 역시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우고 싶었으니까.
루데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로나인의 옆에 섰다.
그러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대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서우진을 비롯한 용사들에게는 미치지 못했지만,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로나인의 눈에, 저 멀리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니, 꽤나 큰 화재가 일어난 것 같았다.
‘설마 벌써 함락이 된 것인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그때,
“마법사나 용사들이 일으킨 불길일 겁니다.”
로나인의 불안감을 눈치챈 루데인이 뒤에서 안심시켜 주었다.
“…알고 있다.”
로나인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살기가 여전히 느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짙은 살기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이만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라면, 예상했던 대로 한창 싸우는 중인 것 같았다.
“어서 가지.”
두 사람은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수 킬로미터는 그 둘에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고작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마침내 탈로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에 도달했다.
“…이게 무슨?”
로나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옆에 있던 루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 * *
강가스테어가 죽고 서우진이 전장에 복귀했다는 건, 이미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고작 마수들 따위로는 10만이든, 100만이든.
결코 서우진의 힘을 막아낼 수 없었으니까.
심지어는 마수들의 천적인 신수, 휘라테온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천 년 만에 위용을 드러낸 신수는, 그야말로 마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어, 엄청나군요.”
마법사들 중 한 명이 그런 휘라테온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신수를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하지 않소?”
“탑에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
진리의 탐구자라는 별명이 잘 어울렸다.
이 와중에도 휘라테온에게서 전혀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자자, 구경은 나중에 하시고.”
서우진이 손뼉을 치며, 마법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제야 조용해졌다.
서우진은 궁금함이 가득찬 마법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마법사들은 큰 도움이 되는군.’
기사 일이백 명보다 마법사 한 명이 낫다.
적어도 마수들을 상대하는 전쟁에선 그랬다.
그들의 힘은 고작 파괴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혹시 벽 같은 것을 세울 수 있는 마법이 있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벽 말입니까?”
“있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의 범위를 원하시는지……?”
조금 전 그들이 사용하려던 마법, 블러드 라인도 일종의 벽을 세우는 것이지 않던가?
“최대한 넓게. 놈들을 모두 가둘 수 있는 수준으로. 가능합니까?”
서우진이 요청한 것은, 방어를 위한 벽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직 5만 마리에 가까운 수가 남아 있는 마수가 도망을 칠 수 없도록 가두기 위함이었다.
“흐음…….”
마법사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서우진이 부탁한 크기의 벽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탑주께서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그 정도의 크기는 불가능합니다.”
블러드 라인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크기의 벽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저 많은 수의 마수를 가두기엔 어림도 없었다.
열세 명의 마법사가 모두 힘을 모아도 불가능했다.
“으음.”
서우진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도주로를 차단하는 정도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자신이 한 부탁과 같은 말 아닌가?
“탈로타인 주변에 거대한 해자들이 만들어져 있더군요. 그것들과 연계를 한다면, 최소한의 벽으로 도주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아, 물론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좋군요.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서우진이 부탁하자, 마법사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하늘탑에 떠나오기 전, 서우진에게 최대한 협조하라는 마르테스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서우진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장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최적의 위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머리 하나만큼은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이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그들은, 다시 한번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마법의 종류는 블러드 라인.
재료는 마수들이 흘린 피.
마력이 요동치며, 전장의 붉은 피들이 치솟아 올랐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순식간에 십여 미터의 높이로 떠오른 피는, 마법사들의 의지를 받아 굳어지며 그대로 벽을 형성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군.’
놈들이 도망갈 구석을 막았으니, 이제부턴 사냥할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