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브로바이슨 군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절한 전투를 벌이던 와중에, 난데없이 붉은 벽이 만들어졌으니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놀람은 잠시.
벽이 마수들과 자신들을 갈라놓으며 전투를 중단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벽을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마수들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부상자를 옮겨라! 벽에서 멀어져!”
각 지휘관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병사들은 이때다 싶어, 부상자들을 챙긴 채 뒤쪽으로 물러났다.
일단은 이 지옥 같은 곳을 어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에에에에에에엑-!
벽 너머에서 마수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은 가슴이 섬뜩해지는 느낌에 후퇴를 서둘렀다.
서우진은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다 땅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오?’
과연 마법사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서우진의 두루뭉술한 요청에도,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마수들은 솟아오른 피의 벽에 가로막혀 길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이었다.
물론, 아예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한 마수들은, 기다리고 있던 휘라테온의 발톱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졌다.
“좋아.”
이 정도라면 더는 피해가 생기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사냥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경험치다, 경험치.’
물론, 서우진이 직접 레벨을 올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5만 마리의 마수라면, 꽤나 많은 경험치를 주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나한테 큰 도움은 안 되지.’
1레벨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이제 서우진은 140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동료들에게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서우진은 고마움의 의미를 담아, 마법사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주었다.
공중에 떠 있던 그들 역시 마주 인사를 건넸다.
‘이제 돌아가자.’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탈로타인에 있는 동료들에게 돌아갈 때가 되었다.
서우진은 곧장 혼돈기를 끌어올리곤 몸을 날렸다.
쐐애애애액-!
다급한 마음만큼 빠른 속도로 동료들을 향해 날아갔다.
타악-
순식간에 탈로타인의 성벽에 도착한 서우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후방에 있던 동료들은 조금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그들도 모두 탈진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건 역시나 계수지였다.
그녀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 놀라울 정도의 상태였던 것이다.
서우진은 홀린 듯이 쓰러져 있는 계수지를 향해 다가갔다.
“어? 아, 아저씨!”
이지아가 그런 서우진을 발견하고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냥 누워 있어.”
하지만 서우진은 그런 녀석에게 고개를 젓고는 계수지의 머리맡에 앉았다.
‘대체 뭘 한 겁니까?’
그녀의 상세가 심상찮다는 건, 이미 느끼고 있었다.
다른 동료들에 비해 현격하게 미약한 기운이 풍겼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쪽 귀는 모두 사라졌고, 전신에 주먹만 한 구멍이 몇 개나 뚫려 있었다.
박민성의 물약으로 어떻게든 지혈을 한 모양이었지만, 이미 흘린 피의 양이 너무도 많았다.
지금 당장 목숨을 잃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왔냐?”
그때, 동료들을 돌보고 있던 강병규와 박민성이 다가왔다.
“다들 어때?”
“지친 것 말고는 괜찮다. 부상도 그리 심각하진 않고. 다만…….”
강병규가 계수지와 구동환을 쳐다봤다.
그 두 사람만큼은 정말로 심각했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제 물약으로는 무리예요.”
박민성이 고개를 젓는다.
남은 마력을 쥐어짜 ‘상태 회복 물약’을 만들어 퍼부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젠장.’
서우진은 살짝 후회했다.
‘마테아의 광명’을 사용하지 말고 아껴두었다면, 둘 중 한 명은 곧장 회복시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서우진 본인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강가스테어는 강력한 적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00레벨에 도달한 덕분인지, 당장 위험해질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박민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초극의 경지에 들며, 용사들의 육체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회복력과 생명력을 갖추었다.
특히 계수지와 구동환은 동료들 중에서도 서우진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이들이었다.
상세가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내 주고 있었다.
“그건 다행이네.”
서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죽지 않는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중 가장 쉬운 건, 바로 레벨 업이었고.
다행히 지금은 레벨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니던가?
서우진이 데리고 다니면서 벽에 가로 막혀 있는 마수들을 사냥하면, 분명 금세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건데.’
지금처럼 기절한 상태로는, 막타도 치지 못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회복시켜 의식을 되찾게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병규야.”
“말해.”
서우진이 부르자, 강병규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했다.”
“…그래?”
강병규는 즉시 ‘탐색’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던 존재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왔네.”
“하늘탑이 도움을 줬다더라.”
그 덕에 브로바이슨의 지원도 빨리 도착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가서 마법사나 사제들을 좀 데려와 줘.”
“사제! 사제가 왔어?”
강병규의 눈이 커진다.
‘탐색’은 일반 병사와 사제를 구분할 정도의 성능이 없었기 때문에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래. 그리 많진 않다만, 아이에르에서 제국에 파견을 보낸 사제들도 출정을 온 모양이다.”
물론, 그들의 신성력으로는 두 사람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의식을 차리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그럼 레벨 업을 통해 완전한 회복을 시킬 수 있었다.
“서둘러 줘.”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 역시 탈진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후방지원에 집중한지라 다른 동료들보다는 나은 상태였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박민성이 문득 성벽 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광기마저 느껴지던 전투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거대한 핏빛 벽.
서우진은 그것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가두리 양식이라고 알아?”
“…설마?”
박민성이 눈을 끔뻑이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토록 개고생했는데, 그에 걸맞은 보상은 얻어야 할 거 아냐.”
박민성은 서우진의 말을 단박에 이해했다.
“그것참. 기대되네요.”
물론 지금 당장은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너무도 지쳐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휴식을 취하며 마력과 체력을 회복시킨다면, 저 아래는 경험치 밭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서우진이 함께하니, 위험할 일도 없었고.
서우진의 말을 들은 박민성과 동료들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오늘 전원 레벨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 * *
“저건 대체 뭡니까?”
루데인이 물었다.
하지만 로나인이라고 해서 알 리가 없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것 같긴 한데…….”
마법에는 문외한인지라, 정확히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저 핏빛 벽으로 인해,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것.
“예상했던 광경과는 너무 다르군요.”
루데인이 조금 허탈하게 웃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전장에 뛰어들려던 결심까지 했건만, 조금 허무해진 것이다.
하지만 로나인은 루데인과는 조금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고작 저런 벽으로 전투가 중지가 되다니?’
마수들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은 마수만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놈들보다는, 훨씬 위험한 존재가 따로 있었다.
강가스테어.
확인된 정보의 절반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놈은 저딴 벽쯤은 손가락 하나로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전투가 멈추었다는 건?
“설마 강가스테어를 해치운 건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루데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의 생각은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직접 확인을 해봐야겠다.”
로나인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강가스테어를 쓰러뜨렸다면, 이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1초라도 빨리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급한 로나인의 마음과는 달리, 그들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냐!”
깜짝 놀란 로나인이 검을 빼어 들며 경계했다.
“강병규 님!”
그런데 옆에 있던 루데인이 반가움이 가득한 음성으로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강병규?’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서우진의 동료들 중 한 명이었다.
등급은 B급에 불과했지만, 비전투 직업 중에서도 쓸모가 많을 것이라 예상을 했던 ‘모험가’.
‘서우진 님과 친구라 사이라는 보고가 있었지.’
로나인은 마력을 가라앉히며, 눈앞에 나타난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다.
확실히 몇 번 본 적이 있는 용사였다.
“오랜만입니다, 교관님.”
강병규는 루데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오, 오랜만입니다.”
루데인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훈련시켰던 사람 아닌가?
심지어 마경 헬데인에서는 함께 싸운 전적도 있었다.
한동안 보지 못했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강병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곤, 로나인에게도 아는 척을 했다.
“백은 기사단의 단장이셨죠? 강병규라고 합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는 감출 수 없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발걸음을 떼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나인은 궁금한 점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런 강병규의 모습에 일단은 질문을 삼켰다.
“제국의 기사, 로나인입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병규가 곧장 입을 뗐다.
“제국의 지원군 중에, 사제들이 있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어느 쪽입니까? 아니, 그냥 같이 가시죠. 한시가 급합니다.”
그러곤 대답도 듣지 않고, 로나인과 루데인을 양팔로 붙잡은 채 몸을 날렸다.
“자, 잠깐!”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사제가 필요합니다.”
두 사람은 강병규에게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굳은 마음을 먹고 달려왔던 길을, 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로나인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제라고 했지?’
용사가 사제를 필요로 할 일이 뭐가 있을까?
그것도 전장에서.
‘큰 부상자가 있는 모양이군.’
하긴, 강가스테어와 마수 군단을 상대했는데 모두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로나인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제들을 붙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강병규의 팔에 매달려 대지를 가로질러 되돌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