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제국의 지원군을 따라 온 사제의 수는 총 다섯 명이었다.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긴 했지만, 아이에르로서도 이게 최선이었다.
강가스테어와 마수들이 성국을 목표로 삼았다는 게 확실했으니, 병력의 이탈을 최소한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쯧, 아무리 그래도…….’
서우진은 강병규가 데리고 온 사제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섯 명은 너무도 적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중 두 명이 추기경 급에 달하는 고위 사제가 아니었다면, 서우진은 곧장 아이에르로 향했을지도 몰랐다.
“드릴 말씀이 없소.”
네인돌프가 어두운 안색으로 서우진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번에 파견된 추기경 중 한 명으로, 회복 마법에 특화되어 있는 자였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의 사과에 서우진이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것이 아이에르에서도 최대한의 지원이라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이제 곧 본국에서도 브로바이슨을 돕기 위해 병력을 출정시키기로 하였으니 말이오.”
국내 사정이 혼란스러웠던 아이에르에선, 이제야 병력의 정비를 끝낸 모양이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서우진이 묻자, 네인돌프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도착할 것이오.”
일주일이라…….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처럼 게이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이에르와 브로바이슨의 거리와 병력의 규모를 생각하면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우리에겐 주신의 은총이 있으니, 그보다 더 이를 수도 있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 마법 중에는 속도와 체력을 상승시켜 주는 버프 마법이 존재했으니, 너무 늦지는 않을 듯했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이에르의 지원도 급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동료들의 치료가 급선무였다.
사제들과 대충 대화를 끝마친 서우진은 그들에게 동료들을 보여주었다.
“으음…….”
네인돌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그의 생각보다 용사들의 상태가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계수지의 경우에는,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로 기식이 엄엄했다.
“…저희의 힘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주교님께서 오셔야 할 듯합니다.”
네인돌프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완치를 바라진 않습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움직임이 가능할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말에 네인돌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가…….”
“저희는 용사입니다.”
“아!”
사제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성녀’ 성유라가 죽은 뒤로, 용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기에 잊고 있었다.
용사들에게는 그 어떤 신성 마법보다 뛰어난 회복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 해보도록 하죠.”
네인돌프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신의 이름으로…….”
작은 음성으로 기도문을 뇌까리자,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포근하기 짝이 없는 신성한 빛은, 그렇게 계수지를 뒤덮었다.
‘신성력이라…….’
서우진의 눈매가 좁아진다.
‘마테아의 광명’을 얻었을 때 느꼈던 그 강렬함이 떠올랐다.
‘혼돈기에 섞을 수 있을까?’
마력과 마기가 합일된 혼돈기라면, 신성력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선뜻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두 개의 기운을 섞을 때도 죽을 뻔했다.
만약 운 좋게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서우진은 정말로 몸이 터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을 다시 한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었다.
지금껏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던 힘이, 강가스테어를 상대하며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마왕 휘하의 일개 권속을 상대하는 것도 힘겨웠다.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비장의 한수가 아니었다면,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든 실력을 키워야만 했다.
‘레벨 업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성장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혼돈기의 업그레이드였고.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자.’
혼돈기에 신성력을 섞는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이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눈부시게 발하던 빛이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오!’
계수지의 모습이 드러나자, 서우진이 눈을 크게 떴다.
네인돌프가 미리 이야기했던 것처럼 완치는 불가능했지만, 조금 전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후욱- 후욱-!”
꽤나 많은 힘을 사용했는지, 네인돌프가 거친 호흡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 끝났습니다. 저로선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잘렸던 귀가 상당히 재생되었고, 뻥 뚫려 있던 구멍들에서 흐르던 피도 대부분 멈추었다.
거기에 체력까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모양새였다.
“으으음-”
계수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몸이 회복되니,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언니!”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단연 이지아였다.
계수지 옆에서 연신 발을 구르고 있던 녀석은, 곧장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지, 지아야?”
계수지의 눈이 힘겹게 떠진다.
“언니! 괜찮아?”
“괜찮으십니까?”
서우진도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
계수지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끝났나 보네요.”
눈을 뜨자마자 서우진의 얼굴이 보였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이기고 돌아왔습니다. 수지 씨도 다행히 이젠 괜찮아 보이시네요.”
서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까지 사고가 미칠 정도면,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아 있는 마수가 5만 마리는 족히 되거든요.”
그 말에 계수지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우진 씨가 있으니 금방 끝나겠죠.”
엄청난 신뢰였다.
서우진이라면 5만 마리의 마수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득했다.
“그렇긴 하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조금 쉬고 계세요. 조금 뒤엔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여긴 저한테 맡겨요!”
이지아가 기특하게도 계수지의 수발을 도맡았다.
하지만 녀석 역시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서우진은 이지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네인돌프를 비롯한 사제들을 돌아봤다.
“그럼 남은 사람들도 부탁드립니다.”
사제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악-!
이곳저곳에서 성스러운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계수지 다음으로 심각했던 구동환과 이지아가 최우선이었고, 다른 동료들도 빠른 속도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제들은 그야말로 녹초가 된 상태로, 서우진에게 돌아왔다.
“끄, 끝났습니다.”
네인돌프는 탈진 직전의 표정으로 치료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왔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러게 사제들을 조금 많이 파견했더라면, 이렇게 힘에 부칠 일도 없었을 텐데.
서우진은 아쉬움을 속으로 삼키고는,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저들 덕분에 동료들의 상태가 훨씬 좋아진 것은 확실했으니까.
“탈로타인 안쪽에서 쉬고 계십시오. 일단 마수들을 마무리한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 말에 사제들은 반색하며 성벽을 내려갔다.
“좋아, 그럼 이제…….”
동료들을 완벽하게 고칠 때가 됐다.
‘일단은 수지 씨부터.’
서우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로나인은 말을 탄 채 천천히 이동하는 중이었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전장을 향해 뛰쳐나갔던 때와는 달리, 상당히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쯤이면 치료가 모두 끝났겠군요.”
옆에서 나란히 이동하던 루데인이 말했다.
“그럴지도.”
강병규라는 용사가 아이에르의 사제들을 데리고 사라진 게 벌써 한 시간 전이다.
그 정도면 웬만큼 심각한 부상자들을 모두 치료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로나인은 대답하며 문득 뒤를 돌아봤다.
무려 10만에 달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결의에 가득찬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로나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전투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허탈해할지 겁이 나는군.”
그 말을 들은 루데인이 피식 하고 웃었다.
“누구도 허탈해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좋아하면 좋아했지.”
“그런가?”
“아무리 큰 결단을 하고 출정에 나서긴 했지만, 전쟁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것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전장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로나인도 마찬가지였다.
최상급 기사에 제국 제일의 기사라고 불리는 그였지만, 목숨이 중한 것은 일반 병사와 똑같다.
“병력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니, 지휘관들을 잘 잘 챙기도록.”
잔뜩 긴장했다가 풀린다면,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로나인은 제국의 군사들이 타국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엄정한 군기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제국이 얕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생각보다 이르게 전투가 끝나 난감한 상황 아니던가?
이럴 때일수록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루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출정을 한 제국군은, 정예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훈련된 이들이었으니까.
비록 탈로타인의 전투는 이미 끝났지만, 전쟁은 지금부터였다.
방심을 하거나 군기가 흐트러질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거의 도착했군요. 미리 전령을 보내서 브로바이슨 군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도록.”
로나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루데인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기사를 불렀다.
“지금 바로 브로바이스 군의 지휘부로 향해라. 제국의 지원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맞이할 준비를 하라 이르도록.”
“명을 받듭니다.”
기사는 루데인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곧장 말을 달려 탈로타인 쪽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뒤쪽이 약간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 벽을 본 모양이군.”
탈로타인의 성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붉은 벽.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것이 분명한 저것은, 마수들과는 다른 의미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동요를 잠재워라.”
로나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하자, 각 지휘관들이 소요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병사들은 빠르게 평상심을 되찾아갔다.
역시 정예군이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통솔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로나인이나 루데인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악-!
핏빛의 벽 사이로, 갑자기 거대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저건?”
로나인이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처음 보는 현상이었지만, 루데인은 아니다.
아카데미 교관 생활을 하며, 몇 번이나 보았으니까.
“누군가 레벨이 오른 모양입니다.”
레벨 업.
저곳에 있는 용사들 중 누군가가 한 단계 성장을 했다는 증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