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7)
467화.
검게 물든 숲이 일렁였다.
아니, 요동을 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공간이 제멋대로 수축하고 팽창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이내.
찌이이이이익-!
일렁임을 견뎌내지 못한 공간이 찢어졌다.
동시에 그 너머에서 무언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검은색의 존재들은 순식간에 ‘팔로타인 라세’를 뒤덮었다.
‘X발.’
크루시엘의 요원은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다,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마수는 아닌데.’
강가스테어가 이끌던 마수 군단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오히려 그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운 듯했다.
하지만 정보 조직인 크루시엘의 요원조차 난생처음 보는 종류였다.
마치 벌레처럼 생긴 놈들은, 그야말로 역겹고, 더러우며, 혐오스러운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보고해야 한다.’
놈들의 수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이상 가까워진다면,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듯했기에 지금 움직여야만 했다.
요원은 주변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와 함께 멀찍이서 강림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모두 이동을 시작했으니, 이제 남은 건 자신뿐.
요원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몬스터들에게서 멀어졌다.
그런데 그때,
끝도 없이 몬스터들을 토해내던 균열에서, 뭔가 다른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정확히는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무언가였다.
‘새로운 권속인가?’
강가스테어가 죽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렇다면, 저놈은 저 역겨운 벌레들을 이끄는 권속일 확률이 높았다.
요원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그냥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남아 권속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것인지.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그는 정보 요원이었으니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도, 눈앞의 새로운 존재에 대한 정보를 포기할 순 없었다.
요원은 일단 뒤로 신호를 보냈다.
자신은 이곳에 나을 테니, 먼저 돌아가라는 뜻이 담긴 신호였다.
부하들은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그 명령을 따랐다.
‘후우-’
완벽하게 혼자가 된 그는, 몸을 바짝 낮춘 뒤 마력을 끌어올렸다.
티끌만 한 양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시력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키는 180센티미터 정도. 적발에, 검수라…….’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리카락과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붉은 검.
그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길을 가다 스쳐 지나가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힘은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강가스테어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놈이 강력한 힘을 지닌 권속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길을 여는 자에 불과했다.
판데모니엄에는 강가스테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 즐비할 터.
하지만 요원이 직접 그것을 확인해 볼 순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정보와 눈앞의 존재를 대입해 보는 수밖에.
‘타일러스는 아니고.’
인간형의 권속이기는 하지만, 거인에 가까운 덩치였으니 제외다.
‘드라코니언도 아니지.’
몇몇의 이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적발의 검수라는 특징을 지닌 권속은 없었다.
‘조직 내 정보에도 없는 존재라고?’
그럴 리가 없었다.
요원은 혹시나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놈을 관찰했다.
“어?”
그 어떤 기척도 내지 말아야 함에도, 요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려 소리를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균열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던 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오싹-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설마는 사람을 잡고야 말았다.
마치 망가뜨리기 직전의 장난감을 바라보듯, 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는다!’
요원은 남아 있던 마력을 모두 쏟아 부으며, 땅을 박찼다.
타아앗-!
지금까지 이토록 빠르게 움직인 적이 있었던가?
요원은 자신의 움직임에 감탄하며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어찌 죽은 자가 아직까지 숨을 내쉬고 있는가?]귓가로 놈의 음성이 들려온다.
마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란 요원이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았다.
“어어?”
분명 자신은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시선은 고정이 되어 있었다.
요원은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를 내려 아래를 쳐다봤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깨달았다.
“아아-”
육체가 없었다.
오직 머리만 덜렁 남은 채 놈의 손에 붙잡혀 있었고, 그 아래는 흐느적거리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목이 잘린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요원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빠르게 꺼져 갔다.
[나름 맛은 있겠군.]놈의 입이 십(十) 자로 벌어지며 요원의 머리로 향했다.
그것을 본 요원은, 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식인괴, 마베로돈.’
마왕의 권속들 중 하나이자,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괴물.
하지만 눈치채는 것이 너무 늦었다.
아드드득-!
뼈가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요원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 *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아그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려 100명이 넘는 요원들을 파견했다.
그것도 고르고 고른 정예들로만.
물론 ‘팔로타인 라세’에서 출몰할 놈들이 평범한 존재들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두 명쯤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되도록 작전까지 짰었고.
그런데도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정기 보고도 올라오지 않은 걸 보면, 전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 터.
아그나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럼 강림지에서 생긴 일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단 말이야?”
“송구합니다.”
어떤 놈들이, 얼마나 넘어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몬스터나 마수도 문제였지만, 정말 중요한 건 권속이었다.
웬만한 놈들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몇몇은 정말 대륙의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할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게다가…….
‘마왕이 넘어왔는지를 알아야 해.’
이제 막 침공이 시작되었으니, 아직 마왕이 직접 발걸음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껏 일어났던 강림 전쟁의 예를 보면 놈이 넘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이번 강림 전쟁은 이전과 다르다는 것쯤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보내. 그래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낱낱이 알아내.”
아그나의 명령에, 부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요원들을 파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만…….”
과연 그것으로 되겠느냐는 뜻이었다.
이미 현장에 나가 있던 요원들도 정예 중 정예였다.
그들도 불가능한 일을, 급조한 이들이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쯧.”
아그나라고 그걸 모를까?
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깊게 빨고는, 이내 펜을 들고 뭔가를 써내려갔다.
“후우- 이걸 들고 신궁으로 가. 그럼 도움을 줄 녀석이 올 거야.”
“이건!”
부하의 눈이 커진다.
일종의 지원요청서였다.
무려 제국의 황제에게, 직접 요구하는 요청서.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리엘 정도면 충분하겠지.”
직접 적을 막으라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정보만 얻어오는 작전이다.
거기에 검공을 투입한다는 뜻이었다.
배포가 큰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가 나선다면 정보를 얻는 것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사실이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부하는 아그나가 작성한 서류를 조심스럽게 들고는 방을 나섰다.
“후우-”
담배 연기가 뿌옇게 차올랐다.
강가스테어를 처리하고, 마수 군단을 막아냈다.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다.
고작해야 브로바이슨의 병사 몇 명 정도가 희생했을 뿐.
전과를 생각해 보면, 그 정도는 피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서전에 승리했으니, 분명 축하를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도 아그나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서우진, 서우진…….”
강가스테어를 홀로 상대해서 죽였다고 했나?
그건 아그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서우진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특임대를 꾸린 것은, 그 열 명이 힘을 합쳐 권속을 상대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서우진은 강가스테어를 홀로 쳐죽였고, 다른 용사들은 마수 군단을 막았다.
아그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놈이 더 성장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마왕을 막을 용사들은 많다.
생각지도 못하게 가장 강력한 용사 두 명을 잃긴 했지만, 아직 키울 수 있는 이들은 차고 넘쳤으니까.
강림 전쟁을 기회로 제국이 모든 지원을 한다면, 한 명쯤은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묘하게 거슬리는 서우진이 이대로 계속 성장하게 두느니, 그렇게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앞으로의 일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
아그나는 서우진을 잠재적인 적으로 설정해 둔 상태였다.
‘검은 존재’부터 시작해, 탈취된 기밀 정보까지.
서우진은 분명 이 세계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존재였다.
“후우우-”
다시 한번 담배 연기를 내뿜은 아그나는 이내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성장을 억제하며, 써먹을 수 있는 곳엔 써먹을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놈이 동료들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었지?”
이번에도 부상을 입은 동료들을 치료하기 위해 마수들을 잡아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모두 포기했다.
서우진의 레벨이 높다 하나, 5만 마리의 마수를 모두 사냥한다면 1레벨쯤은 더 올릴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모두 포기한 것이다.
“동료애라…….”
잘만 엮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서우진을 동료들과 묶어 하나의 별동대로 만들었으니, 생각보다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었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경험치까지 나눠줄 정도면, 꽤나 큰 애정이 있는 모양이야.”
만약 자신이 용사였다면, 결코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레벨을 올리기도 벅찬 상황에, 누가 누굴 챙긴단 말인가?
아그나가 보는 서우진은,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가능한 한 최대한 써먹기는 해야겠지.”
서우진은 아주 잘 드는 칼이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가장 뛰어난 병기.
순진할 정도로 어리석은 것이 조금 흠이긴 했지만, 그 좋은 칼을 창고에 처박아두고 썩힐 순 없었다.
아그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서우진의 성장을 억제하며,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먹기 위한 계획을 짜기 위해서 말이다.
“좋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군.”
밤이 깊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서우진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팔로타인 라세’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