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탈로타인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남아 있던 마수들은 모두 토벌되었고, 그 덕에 부상을 입은 동료들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동료들이 잘못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했을 것이다.
다행히 모두 무사하기는 했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순간이었다.
‘나도 그랬지.’
솔직히 이번 승리는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자신의 실력을 자책했다.
‘조금 더 성장해야 해.’
혼돈기에 신성력을 섞든, 레벨을 올리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쓰든.
어떻게 해서라도 실력을 더 키워야만 한다.
강가스테어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힘이 드는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면 얼마나 위험할까?
동료들뿐 아니라 다른 용사들까지 지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일단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조급함은 독이다.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다 보면 될 일도 틀어지게 마련 아닌가?
서우진은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기로 했다.
“오, 오셨습니까?”
서우진이 도착한 곳은, 탈로타인의 영주성이었다.
마수들이 몰려오자 영지민들도 버리고 혼자 도망을 쳐버린, 빌어먹을 귀족의 성 말이다.
그곳에 도착한 서우진을 맞이한 건 로나인이었다.
그는 아직 순백의 갑주를 벗지 않은, 완전무장을 한 상태였다.
‘흐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루데인과 게데인을 비롯한 각 지휘관들까지.
마치 당장에라도 전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죄다 이름이 인으로 끝나네.’
로나인, 루데인, 게데인, 칼라인.
혹시 그렇게 이름을 짓는 게 유행인가? 싶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런 농담을 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피해가 막심하오.”
게데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잠깐의 전투 사이, 무려 2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고, 기사의 피해도 적지 않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상대한 마수는 결코 약한 적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수적으로도 열세였으니, 아무리 초반에 승기를 잡았다 해도 피해가 컸겠지.
“제국에서 빨리 도왔다면 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게데인은, 이런 피해를 입은 게 제국 탓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제국 측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마법사들을 지원한 건 우리입니다만?”
루데인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흥, 그것이 어찌 제국의 지원이란 말이오? 하늘탑의 지원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도 아니다.
제국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하늘탑에서도 굳이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게데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저렇게 억지를 부리는 건, 얻어낼 게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루데인이 날선 음성으로 물었다.
“피해 복구에 대한 보상.”
“…그걸 제국에 요구하겠다는 말입니까?”
듣는 서우진도 어이가 없는 요구였다.
제국의 지원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빨랐다.
물론 서우진이 그보다 더 빨리 전투를 끝내 버리긴 했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그런데 도움을 주러 온 이들에게 보상까지 하라니?
물에 빠진 놈을 구해놨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말 아닌가?
“저게 뭔 개소리랍니까?”
서우진이 조용히 로나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강림 전쟁에 대한 협약 때문입니다.”
“협약?”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자, 로나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잘은 모르는 일입니다만, 대충 강림 전쟁이 발발하면 제국이 주변국들에 대한 무제한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하더군요.”
“그걸 가지고 저딴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한다고요?”
그 협약은 제국의 호의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국가를 제국이 돕겠다는, 순전한 호의.
그런데 지원이 조금 늦었다고 협약을 들먹이며 보상을 내놓으라 하다니…….
“양아치네.”
서우진의 음성이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하필이면 대화가 끊어지는 순간에 뱉은 말이었기에, 듣지 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뭐, 뭐? 양아치?”
게데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개를 돌렸다.
누가 감히 자신에게 그딴 망발을 했는지 찾아내겠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서우진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는 눈빛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우진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했다.
무려 수만 마리의 마수를 혼자서 모조리 쳐 죽였으니까.
그런 존재 앞에서 뻣뻣하게 굴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게는 없었다.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러 왔는데, 별 개 같은 소리가 오가고 있었네요.”
서우진은 그런 게데인을 잠시 노려보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루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서우진은 그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
“칼라인.”
그러곤 게데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칼라인을 불렀다.
“나, 나 말인가?”
갑자기 호명된 그가 깜짝 놀라며 대답하자,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저 말이 브로바이슨의 공식 입장이냐? 제국에게 피해보상을 하라는 게?”
“그, 그게…….”
칼라인의 표정이 검게 죽어갔다.
그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였지만, 그딴 건 용사들 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강가스테어를 홀로 상대한 서우진.
수만 마리의 마수를 상대로 성문을 지켜낸 계수지.
그리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던 다른 용사들까지.
그들의 옆에서 함께 피 흘려 싸우며, 용사들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확인한 칼라인은 도저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 아니다.”
그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게데인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그건 게데인 후작 개인의 의견일 뿐, 브로바이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용사들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
칼라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만약 브로바이슨이 서우진의 눈 밖에 난다면?
강림 전쟁에서 이 작은 왕국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칼라인 공작!”
게데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제국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는 이야기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단과 탈로타인에서 벌어진 손실을 조금이나마 복구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안면을 바꾸다니?
게데인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닥쳐라, 이놈! 전쟁이 이제 시작이거늘, 재물에 눈이 멀어 동맹을 이간질하다니! 네놈이 그러고도 브로바이슨의 총사령관이란 말이냐!”
“이, 이게 무슨……!”
한편의 잘 짜인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서우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딴 얘기는 전쟁 끝나고 해. 지금은 그것 말고도 중요하게 할 말이 많으니까.”
피해보상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게데인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우진에게 소리를 질렀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굳혔다.
“좋아. 그럼 피해보상을 해주지.”
서우진이 로나인을 쳐다봤다.
“들었죠? 황제한테 브로바이슨이 입은 피해를 모두 복구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서, 서우진 님.”
당황한 로나인이 눈을 크게 떴지만, 서우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신, 저와 제국은 브로바이슨에서 손뗍니다. 방어선은 제국과 아이에르에 만들면 되겠죠. 그게 더 나을 것 같네요.”
아이에르에는 사제들이 있고, 제국에는 단단한 성이 있었으니까.
굳이 이 성 같지도 않은 곳에서, 적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자, 잠깐!”
칼라인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곤 곧장 검을 빼 들어 게데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이게 무슨 짓이오!”
깜짝 놀란 그가 반항하려 했지만, 칼라인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요청을 철회해라. 그러지 않으면, 맹세코 내가 너의 목을 벨 터이니.”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칼라인은 진심으로 게데인의 목을 자를 기세였다.
둘은 찢어죽일 듯한 기세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평범한 기사인 게데인이 칼라인의 살기 어린 눈빛을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윽!”
결국 눈을 피한 건 게데인이었다.
“알겠소! 철회하면 될 것 아니오!”
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치며 이를 갈았다.
서우진은 그런 게데인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 같아서는 도움도 안 되는 놈을 그냥 내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어쨌든 그는 브로바이슨 군의 총사령관이었으니까.
“그딴 개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논의하죠.”
고작해야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앞으로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의 잡음도 허용할 수가 없었다.
“황제폐하의 친서입니다.”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루데인이 품에서 고급스러운 종이 한 장을 꺼내, 서우진에게 건넸다.
“황제가요?”
서우진은 그것을 받아 들고 곧장 읽었다.
“으음…….”
“무어라 쓰여 있습니까?”
로나인이 물었다.
“일단 병력은 철수시키지 말고, 브로바이슨 군과 함께 방어선을 만들어달라는 얘기네요.”
적혀 있는 글은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그것이었다.
“방어선이라…….”
잘 훈련된 15만의 병력과 용사 열 명, 그리고 마법사 열세 명.
웬만한 왕국을 아득히 넘어서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적들을 완벽하게 방어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은 아이에르에도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겠군요.”
사제들이 필요하다.
신성기사도 많을수록 좋다.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이었으니까.
그들까지 합류한다면, 훨씬 방어하기가 쉬워질 터였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아이에르에서 지원 병력이 출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으니.”
“오, 그래요?”
“프레이야 경이 직접 병력을 통솔하여 오신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이었다.
특히 프레이야가 직접 온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다.
초극의 강자가 한 명 더 늘어나니, 전력이 급상승할 수 있었다.
“좋네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남은 과제는 많았다.
“방어선은 어디가 좋겠습니까?”
루데인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좀 무리일 것 같습니다만.”
탈로타인은 방어하기에 적합한 성이 아니다.
강가스테어와 마수들을 가까스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단이 어떻겠소?”
칼라인이 슬쩍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나단?”
“브로바이슨에 몇 없는 요새 도시오. 이미 함락이 되긴 했지만, 보수를 한다면…….”
탈로타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방어력을 갖춘 성이었다.
심지어 텅텅 비어 있었으니, 병력이 주둔하기도 좋았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나인을 쳐다봤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뜻이었다.
“나쁘지 않군요.”
브로바이슨의 지리를 잠시 떠올려 본 로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나단이 최선의 방어선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