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9)
469화.
병력의 이동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제국군과 브로바이슨군의 총합 15만.
거기에 용사와 마법사, 사제들까지 모두 나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력을 소모하는 게이트 마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 걸리기야 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탈로타인과 나단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으니까.
서우진은 강병규와 함께 군의 선두에서 길잡이를 자처했다.
혹여나 존재할지도 모를 위험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함이었다.
“별거 없지?”
“아직은.”
서우진의 물음에 강병규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탐색’을 풀로 가동하고 있었지만, 감지되는 건 고작해야 야생동물 몇 마리가 전부였다.
“아직 안 넘어온 건가?”
강가스테어가 죽은 지 며칠이 흘렀다.
그런데도 ‘팔로타인 라세’는 조용했다.
적어도 지금까진 추가로 넘어온 존재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끊임없이 몰아치는 것보다야 낫지.”
“뭐, 그렇긴 하네.”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쉬지도 못하고 적들과 싸우는 것은 이제 사양이었다.
15만이 넘는 마수들을 상대해 보니, 도저히 같은 짓을 반복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일단 방심은 하지 말자. 언제 놈들을 발견해도 이상하지 않은 때니까.”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는 다시 스킬에 집중했다.
여전히 별다른 건 감지되지 않지만 말이다.
서우진은 그대로 ‘신룡안’을 유지한 채,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동료들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군세가 움직이고 있었다.
기사와 병사들이 대열을 갖춰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광경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고작 15만에 불과한 병력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병력으로는 강가스테어 한 놈도 막을 수 없어.’
마수란 존재를 제외해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인간, 그것이 최상급 기사에 달하는 이들이 섞여 있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무기력하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학살을 당할 뿐이다.
수십만 명의 대군보다는, 초극의 경지에 오른 강자 한 명이 더 간절하다.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
저들에겐 저들만의 임무가 있었으니까.
마수나 몬스터와 같은, 마왕군의 병력을 막아내는 것 말이다.
‘후우-’
괜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과연 저 많은 수의 사람들 중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모르겠다.
‘어쩌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지.’
그만큼 적은 강했다.
그간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 어떤 적이 오더라도 자신이 ‘마왕화’를 한다면, 어떻게든 승리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넘쳤다.
마왕이 되었던 백시우도 잡아 죽였고, 대부분의 사도들도 모두 처리했으며, 여룡이나 종말의 짐승도 서우진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만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젠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적은 강했고, 서우진조차 쉽게 막아낼 수 없는 놈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대로라면 패배할 수도 있어.’
용사 폐기 계획 따위를 걱정하기 전에, 강림 전쟁에서 살아남을 방법부터 강구해야만 했다.
“왜 그래?”
서우진의 어두운 표정을 본 강병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걱정되냐?”
속이 뜨끔했다.
정곡을 찔렸으니까.
하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걱정은 무슨. 그냥 옛날 생각나서 그래.”
“옛날 생각?”
“행군 말이야, 행군.”
그 말에 강병규가 픽- 하고 웃었다.
“뭐, 비슷하긴 하네.”
그 규모가 천지차이일 뿐, 행군 훈련과 별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괜찮지만, 병사들은 꽤 힘들겠는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나단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용사들 기준이었다.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병사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심지어 무기와 보급품까지 들고 있었으니, 서우진과 강병규가 경험한 행군 훈련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에르의 지원이 도착하는 건 꽤 오래 걸리겠는데.”
무려 왕국 하나를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하루이틀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거리.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도착하기까지 2주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는 아닐걸?”
서우진은 강병규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이에르에는 사제들이 있으니까.”
신성 마법에는 치유와 회복 관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체력 증가나 속도 증가와 같은 버프형 마법도 있었다.
그것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야 경이라면 꽤나 서두르고 있을 테니,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도착할 것 같은데?”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에르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에르를 전장으로 삼는 것보단, 브로바이슨에서 막는 게 자국의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
냉정한 판단이긴 했지만, 서우진이 그들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다.
“일주일이라…….”
강병규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빠르긴 한데.”
7일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 안에 다시 전투가 시작된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가장 베스트는 아이에르 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침공받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이지.’
분명 얼마 안 있어 다시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서우진이 할 수 있는 건, 아이에르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피해로 놈들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미리부터 걱정하진 말자. 혹시 아냐? 다음 공격이 다음 달에 시작될지.”
“그랬으면 좋…….”
강병규의 말에 서우진이 웃으며 대꾸하다,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빠르게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강병규 역시 그것을 감지하곤 얼굴을 굳혔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다가오는 이의 기운이 많이 느껴본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크루시엘이다.”
제국의 정보 조직인 크루시엘의 요원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서우진은 저들이 이렇게 서두를 만 한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하나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새로운 적의 출몰.
그 외에는 없었다.
“적입니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순식간에 눈앞에 도착한 크루시엘의 요원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로 정보를 전해주기 시작했다.
“적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모른다는 뜻입니까?”
“현재까지 밝혀진 정보로는 인간형의 개체라는 것과 벌레 타입의 몬스터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강가스테어는 이름이나 이명 정도까지 밝혀냈는데…….
“현재 가용 가능한 모든 인원이 달라붙어 적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재촉할 생각은 없었다.
놈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면 모르는 채로 싸우면 된다.
강가스테어도 어떻게든 처리했으니, 이번에도 가능할 것이다.
그때보다 레벨도 올랐고, 지원군도 도착했으며, 아이에르와 프레이야도 오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나단이라는 요새도시를 거점으로 수성할 수 있었으니, 강가스테어 때 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우진은 아직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요원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는 크게 좋은 감정이 없었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이에게 감사 인사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뒤쪽에서 조금 쉬시죠. 남는 말을 얻어 타신다면 나단에 도착할 때까지는 편할 겁니다.”
서우진은 그를 배려해 제안했다.
하지만 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곧장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아무래도 바쁜 모양이었다.
“말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는 사용할 수 것이다.
“감사합니다.”
요원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무거운 음성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국장님께서 한 가지 말씀을 더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국장이라면 아그나인가?
서우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요원이 입을 열었다.
“이번 전투에는 상대해야 할 적이 하나가 아니라고…….”
하나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설마 권속이 더 출몰했다는 말입니까?”
* * *
마베로돈은 느긋하게 걸었다.
[강가스테어는 죽었나?]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강대한 힘이 티끌만큼도 남지 않았다는 건, 목숨을 잃었다는 뜻과 동일했다.
마베로돈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왕의 길을 열어야 할 놈이, 제가 맡은 사명도 이루지 못하고 죽다니.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었군.]강가스테어가 길을 열고, 마베로돈은 영역을 구축한다.
그것이 왕의 강림 전에 해야 할 절대적인 사명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혼자 맡게 되었으니,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성가시군.]강가스테어는 강하다.
마베로돈도 인정할 정도의 존재였다.
애초에 마왕군의 선봉장을 맡을 정도였으니, 약할 리가 없었다.
그런 존재가 이 세계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저항이 심한 건가?]용사라 불리는 벌레들의 몸부림이 제법 강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베로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강가스테어와 녀석의 군단이 전멸을 했을지라도, 나는 다르다.]그의 능력은 단순히 누구의 힘이 더 강하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차르르르르르르-!
발 아래로 기어가는 벌레들의 감촉이 느껴진다.
수십, 수백, 수천만 마리의 벌레들.
자신과 함께 왕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동원된 일꾼들이었다.
마베로돈은 강림지부터 시작해서 착실하게 영역을 넓혀가는 벌레들을 바라봤다.
[이 녀석들이 있는 한, 나는 지지 않는다.]확신할 수 있었다.
용사들이 제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서 있는 존재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차르르르륵-!
벌레들도 그에 동의하듯, 날개를 떨며 역겨운 소리를 토해냈다.
마베로돈은 십자로 갈라진 입을 벌려 미소를 지어 보이곤, 고개를 들었다.
[저쪽인가?]시야가 닿지 않는 머나먼 곳.
그곳에서부터 거북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력이 분명했다.
[주신의 노예들.]이 세계를 점령하고, 파괴하려면 반드시 가장 먼저 쓸어버려야 할 저주받을 존재들이었다.
마베로돈은 신성력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긋하고, 권태로운 걸음걸이였다.
하지만 그 속도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공간을 접어 달리는 듯,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 상태였다.
[천천히 오너라.]어느새 벌레들의 영역을 벗어난 마베로돈이 홀로 길을 거닐었다.
강가스테어와 마수들이 닦아놓은 왕의 길이었다.
짙은 마기가 풍기는 흑색의 길을 따라, 계속, 계속 걸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