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
#46화.
“아저씨, 저희 싸우는 거 봤어요?”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것은 이지아와 김다혜였다.
두 사람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래, 봤어.”
서우진 이후 용사들은 대체로 잘 싸웠다.
살기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처럼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았으니까.
그중에서도 이지아와 김다혜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제가 빡! 하고 주먹을 휘두르니까 트롤 가슴에 구멍이 뻥! 하고 뚫렸어요. 그래도 트롤 회복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회복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한 방에 죽어버렸지 뭐예요?”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웃으면서 하는 얘기치곤, 그 내용이 상당히 잔인했다.
“하, 하하. 그래.”
서우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봤음요?”
이번엔 김다혜가 물었다.
“너도 봤지.”
어떤 면에서는 이지아보다도 더 눈에 띄었다.
‘화염방사기라니…….’
놀랍게도 김다혜는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화염방사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평범한 화염방사기였다면 트롤에게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태우는 속도보다 회복되는 것이 훨씬 빨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김다혜의 화염방사기는 스킬로 만들어진 것이다.
‘레벨에 비례해 위력이 강해지는.’
참고로 김다혜는 21레벨이다.
등급이 C급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 정도 레벨이라면 트롤을 상대하기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한 방에 주르륵.”
김다혜의 말처럼 트롤은 화염에 닿자마자 녹아내렸다.
서우진은 트롤이 밀랍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혜는 스킬이 어떤 식으로 주어지지?”
서우진은 레벨 업을 할 때마다 한 개씩 주어진다.
그건 다른 용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백시우가 도달한 50레벨부터는 조금 달라진다고 듣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김다혜는 그림을 현실로 소환하는 것 말고 다른 스킬은 없는 것 같았다.
“저는 업그레이드 방식이요.”
“응?”
무슨 소린지 단번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김다혜 대신, 설명충이 등판했다.
“다혜 스킬은 ‘퀵드로잉’, ‘지속 시간’, ‘메모라이즈’ 같은 게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그것들이 레벨 업을 하면 업그레이드되는 거고요. 그치, 다혜야?”
“응.”
이지아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갔다.
레벨이 오를수록 더 빠르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더 오래 소환을 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았다.
스케치북에 필요한 그림을 미리 그려두는 방법도 스킬의 숙련도에 따라 개수의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지금은 몇 개나 저장을 할 수 있어?”
“열 개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레벨만 더 올리면 전투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인 것은 틀림없었다.
“앞으로 레벨을 많이 올려야겠네.”
용사들 능력의 핵심은 레벨이었다.
서우진은 레벨을 맹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내일부턴 실전을 경험하면서 레벨도 올리는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될 거라고 했어요.”
이지아의 말에 서우진은 눈을 끔뻑였다.
“그런 건 대체 어디서 알아오는 거야?”
다른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의 교육 커리큘럼이다.
그냥 지나가다 주워들을 수는 없는 내용.
“지나가다 주워들었어요.”
가능한 일이었나 보다.
어쨌거나 이지아는 아카데미 제일의 인싸였으니.
“방식은? 그것도 들은 거 있어?”
오늘은 서우진에게 별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트롤 한 마리 죽일 시간에, 연무장에서 아일린과 대련하는 쪽이 더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레벨이라는 말에 관심이 가긴 했다.
백시우의 실력을 본 뒤로, 레벨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했으니까.
“그건 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쉽게도 그것까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내일은 아카데미 내부가 아니라, 밖으로 나간다는 정보는 들었어요.”
“밖으로?”
설마 또 토벌 같은 걸 진행하려는 건가?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게랄드로 인해 용사들이 떼죽음을 당할 뻔한 게 바로 며칠 전이다.
그런데 또 토벌을 하러 밖으로 나갈지도 모른다니, 솔직히 좀 내키진 않았다.
‘그런 괴물이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게랄드 때는 운이 좋았기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런 운이 또 따를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뭐, 제국이랑 아카데미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을까요? 보니까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도 아닌 것 같던데.”
하긴, 제국은 이 대륙에서 제일가는 강국이다.
그 역사도 수백 년간 이어져 왔고.
평범한 이십대 청년인 서우진이 한 걱정을, 그들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내일이 돼보면 알겠지.”
서우진은 살짝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일을 기다렸다.
* * *
“뭐야, 그 녀석?”
테스트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김태진이 투덜거렸다.
화려한 스킬로 트롤을 압살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시우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서우진? 그 아저씨는 대체 정체가 뭔데?”
분명 D급이라고 들었다.
직업 이름도 ‘검병’이라는 볼품없는 것이었고.
레벨조차 자신들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았다.
그럼에도 그 어떤 용사들보다 가장 큰 임팩트를 남겼다.
“뭘 그렇게 신경쓰고 있어? 어차피 우리 상대는 안 될 텐데.”
박진한이 피식- 웃으며 김태진의 등을 두드렸다.
“넌 신경 안 쓰이냐?”
“난 별로?”
“그건 네가 무식한 헬창이라 그래.”
김태진이 비꼬듯 말했지만, 박진한은 오히려 껄껄- 웃었다.
“근육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네가 불쌍하다.”
그러면서 자신의 근육을 자랑했다.
‘금강역사’라는 직업답게 조각 같은 근육이었다.
“에휴,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김태진이 한숨을 내쉬자, 뒤에서 흥! 하며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진한이랑 같은 생각이야. 고작 D급에 불과한 아저씨한테 왜들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
성유라였다.
그녀는 김태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흘기고 있었다.
“백시우, 너도 마찬가지야. 괜히 발끈해서 그런 화려한 스킬이나 쓰고. 너라면 스킬을 안 써도 트롤쯤은 한 방에 죽일 수 있었잖아.”
“발끈한 거 아니야.”
백시우는 성유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웃기고 있네. 내가 널 몰라?”
성유라가 쏘아붙였지만, 백시우는 이번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상해. 분명 등급이랑 레벨은 절대적이라고 들었는데. 그 아저씨는 레벨도 낮고 등급도 형편없어. 그런데도…….”
계속해서 뛰어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게랄드와 마주치고, 자신들이 모두 죽을 뻔했던 날.
그날도 서우진은 별다른 부상 없이 살아남았다.
거기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검공 다리엘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하지 않던가?
항상 남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주목을 받아오던 그들의 입장에서 서우진은 거슬릴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내가 좀 알아봤어.”
“성유라, 네가?”
김태진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자신의 친구가, 누군가의 뒷조사를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성유라도 그런 친구들의 시선이 거북했는지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지난 1년간 시온이라는 곳에서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러고는 시온이 어떤 곳인지, 서우진이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설명했다.
“우리랑은 달리 목숨 걸고 몬스터들이랑 싸웠으면, 그런 실력을 보일만도 해.”
성유라의 말에 박진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레벨을 올린 용사들에 비해, 서우진의 실력이 좋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이니까 가능한 일이야.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등급과 레벨은 절대적.
성유라는 그 말을 믿었다.
이제 아카데미에서도 실전 경험을 충분히 시켜줄 모양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D급에 불과한 그 아저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를 못 따라잡아.”
확신에 가득찬 말에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틀린 곳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오직 백시우만이 성유라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아저씨한테 신경쓸 시간에, 내일 있을 훈련에 집중하자.”
성유라는 백시우를 슬쩍 쳐다보고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아, 그래. 내일부터 생존 훈련을 한다고 했지?”
그들은 이지아보다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함께하기로 한 귀족들 말에 따르면, 마경(魔境) 헬데인이라는 곳에서 일주일간 생존하는 훈련이라고 했어.”
마경 헬데인.
옛 마왕이 패퇴한 곳이자, 마기로 오염된 거대한 숲이었다.
덕분에 마기에 침식된 야생동물과 마왕의 추종자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위험성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마경이라… 이름부터 좀 무서운 곳이네.”
“외곽에서만 지낼 계획이래. 레벨이 오르면 조금씩 내부로 깊게 들어가는 방식이고.”
대륙에는 그러한 마경들이 몇 군데 있었다.
대부분 강림 전쟁의 후유증으로 생긴 곳이었으며, 드물게 마왕의 권속 때문에 발생되기도 한다.
매시브 가디언 너머의 북방 역시, 그러한 마경 중 하나였다.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하겠지.”
귀족들의 정보는 대부분 마경이 얼마나 위험한 장소인지 경고하는 것들이었다.
그곳에 대한 모든 것을 들은 것도 아니었음에도, 성유라는 살짝 긴장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한텐 기회야.”
그 어떤 용사들보다 활약할 수 있는 기회.
만약 그곳에서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귀족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더욱 공손해질걸?”
성유라와 친구들은 단순한 관종이 아니었다.
애초에 남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행동하지 않아도, 그들은 충분히 뛰어났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쟁 이후를 대비해야 해.’
그녀와 친구들은 다른 용사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잘만 이용한다면,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성유라는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자신들만큼은 다른 용사들과는 다른 끝을 볼 수 있을 거란 자신.
그때를 위해서라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을 무시할 수 없도록 말이다.
성유라가 백시우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었다.
‘네가 있으면 가능해, 백시우.’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친구였지만, 그 재능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백시우가 제대로 성장만 한다면…….
‘우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성유라의 머릿속에서 서우진이란 D급 용사 따위는 지워진 지 오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