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0)
470화.
“그렇습니다.”
크루시엘의 요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확히 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덕분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둘 이상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이었다.
강가스테어 같은 놈이 셋 이상이라니.
‘그거 막을 수는 있나?’
하나 정도는 서우진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부터는 무리였다.
동료들과 모든 병력이 힘을 합친다 해도 그만한 괴물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셋이라면…….
‘불가능하지.’
제국의 수호자들을 비롯한 서우진이 알고 있는 모든 초극의 강자가 전부 집합을 한다면 모를까.
지금 이 전력으로 셋 이상의 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심지어는 어떤 놈들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으니 더욱 그랬다.
“대책은 있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요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듯했다.
“국장님께서 바삐 움직이고 계시니, 곧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없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소식이 있다면, 나단으로 와서 전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물론입니다.”
요원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서우진이 배려한대로, 그는 기사 한 명에게 말을 빌려 타고는 그대로 브로바이슨의 수도를 향해 내달렸다.
“어떻게 하지?”
옆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강병규가 물어왔다.
더없이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이었다.
“글쎄…….”
서우진 역시 얼굴이 어두웠다.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그게 낫겠지?”
강가스테어 급 권속이 두 마리 이상 출몰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패닉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동료들과 각국의 최고 지휘부에게만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서두르자. 조금이라도 빨리 나단에 도착해서, 전투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겠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 * *
마베로돈은 문득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곳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조라네스.]왕의 권속들 중 하나이자, 벽을 부수는 자로 불리는 이였다.
인간형인 마베로돈과는 달리, 거대한 짐승의 형태를 지닌 존재이기도 했다.
[왕께서 명하셨느니라.]개 주둥이와 같은 입에서, 음습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강가스테어가 소멸되었으니, 지체하지 말고 전력을 다하라.]마베로돈의 눈매가 살짝 떨려왔다.
그 말은 조라네스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나, 결국 왕의 명령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존명.]명을 받든다.
권태와 여유로움은 사라졌다.
왕께서 명하셨으니,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부숴야만 했다.
[기다리거라.]당장에라도 다시 움직이려던 마베로돈을, 조라네스가 막아섰다.
[왕의 명을 수행하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마베로돈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명령과는 반대의 행동을 보여주었으니까.
[함께해야 할 이가 남아 있느니.] [그게 무슨 말이지?] [아르제베토가 넘어오는 중이니라. 그녀와 같이 움직이라는 명이 있었노라.]아르제베토라니…….
그녀는 왕의 수많은 권속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두려우며,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본래라면 왕과 함께 강림해야 할 터인데?
마베로돈의 의문을 알아차린 조라네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력을 다하라는 명을 벌써 잊었는가?]권속이 셋.
그리고 권속들이 거느린 마수와 몬스터까지.
그 정도면 왕께서 강림하시기 전에, 이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기엔 충분했다.
[왕께서 즐기실 거리가 남아 있지 않겠군.]마베로돈은 헛웃음을 지었다.
강가스테어를 죽인 용사들?
그놈들이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자신을 포함한 이 전력을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용사들을 모두 처리하면, 남은 것은 이제 잔챙이들뿐.
왕이 강림할 때쯤엔, 벌써 세상은 멸망의 길에 접어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마베로돈은 조라네스와 함께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뒤이어 등장할 아르제베토를 기다렸다.
세계의 멸망을 향한 초시계가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 * *
“성벽부터 보수한다!”
로나인의 명령에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한 나단의 상태는, 농담으로라도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수천 마리의 마수에게 짓밟히며 폐허가 되었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다행인 건 약간의 보수만 한다면 요새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태성아, 가서 좀 도와줄래?”
서우진의 요청에 진태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소술사’인 그가 돕는다면, 성벽의 보수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앗! 저희도 가서 도울게요!”
이지아가 손을 번쩍- 들더니 소리쳤다.
“그래, 그렇게 해.”
서우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지아는 몇몇 동료들을 이끌고 병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뭐, 괜찮겠지.’
진태성을 제외하면 성벽 보수에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이 없었지만, 힘은 좋으니까.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팔로타인 라세’ 쪽의 성벽 위로 올라가, 난간에 걸터앉으며 ‘신룡안’을 펼쳤다.
‘으음…….’
아직까지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크루시엘의 말에 따르면, 저 숲 너머에는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수준의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니까.
“아직 연락이 없나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계수지가 물었다.
“아쉽게도요.”
크루시엘은 나단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아직 대책을 찾지 못한 걸까?
‘그럼 큰일인데.’
서우진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부터 하지 말죠.”
서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계수지가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특히 지난번 전투에서 죽음 직전까지 몰렸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두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마음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감추는 게 익숙한 것인지.
둘 중 어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든든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지.
“이번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네?”
“혼자서 너무 애쓰지 마시라고요.”
서우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막아내지 못할 것 같으면 도망치세요.”
물론, 병사들이나 기사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안타까울 것이다.
저들 역시 하나의 생명이었고, 이런 곳에서 스러지기엔 너무도 귀중한 존재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에게는 병사 백 명보다, 동료 한 명이 더 중요했다.
냉정한 말이라고 욕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서우진 역시 사람이었으니, 가까운 이를 더 아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예요. 뚫릴 것 같다면, 도망치세요. 모두 이끌고 전장에서 이탈하세요. 제국이든, 아이에르든. 놈들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가셔야 합니다.”
진심으로 하는 부탁이었다.
그런 마음을 느낀 것일까?
계수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번엔 무리하지 않을 게요.”
끝까지 도망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더는 당부하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하나같이 착해서는.’
김다혜도 그렇고, 계수지도 그렇다.
이 세계는 자신들을 이용하고 버릴 목적으로 소환했다.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절대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만큼 뒤통수를 세게 맞았음에도 말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서우진도 그렇지 않은가?
구할 수 있다면 최대한 구하려 했으니까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들은 호구들인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돕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이 코앞임에도, 녀석들은 밝게 웃으며 돌덩이들을 나르고 있었다.
놀란 병사들의 표정을 즐기며, 도와주고 있는 것이었다.
평화롭다고 해야 하나?
서우진은 최대한 적들이 늦게 오길 바랐다.
그래야 저 녀석들이 웃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테니까.
피식- 웃으며 성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강병규가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응?”
서우진과 계수지가 동시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진아!”
적이 나타난 건가 싶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아닌 것 같았다.
놈들이 출몰했다기엔, 안색이 밝았으니까.
순식간에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온 강병규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게이트를 열거래!”
“…게이트?”
혹시 지원군이라도 더 도착한다는 뜻일까?
하지만 이 상황에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아니라면,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텐데.
“수호자들이라도 온대?”
서우진이 물었다.
검공, 권공, 암공.
그 셋이라면 서우진의 ‘낙인’도 찍혀 있으니, 꽤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병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양반들은 제국의 방어를 위해서 못 온대.”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일반 기사나 병사들은 아무리 와도 도움이 안 될 텐데?”
그걸 아그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일반 병력이 아니야!”
강병규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반 슬레인! 그 영감탱이가 온단다!”
반 슬레인이라니…….
서우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수십만 명의 병력보다, 그 한 명의 지원이 훨씬 더 크다.
반 슬레인은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들 중에서도 특별했으니까.
‘잘하면 둘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프레이야와 반 슬레인이라면 권속 하나쯤은 막아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물론 셋 이상이라면 여전히 승산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승산이 올라간 것만큼은 사실이지.’
조금은 부담감이 덜어졌다.
서우진은 계수지, 강병규와 함께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 이미 열기 시작했네!”
강병규가 그 사실을 알리러 온 사이, 마법을 발동했는지 천천히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마력이 요동치고, 공간에 균열이 가며, 틈새가 넓어진다.
고작해야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크기.
그 사이로 반 슬레인이 걸어나왔다.
반가움에 그를 부르려던 서우진이, 입을 다물고는 눈을 크게 떴다.
게이트를 통해 나온 게 반 슬레인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뒤로 하나, 둘, 셋…….
무려 수십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다.
계수지와 강병규 역시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용사?”
김태진, 박진한, 임태은을 비롯해, 무려 30명이 넘는 용사들이 게이트를 넘어온 것이다.
“반갑네. 우리는 지원군일세.”
반 슬레인이 그런 서우진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