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3)
473화.
나단의 보수는 빠르게 진행됐다.
가용 가능한 인력이 무려 15만이나 있었으니, 오히려 느린 것이 더 이상했다.
고작 사흘도 채 되지 않아 나단은 요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성채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될까요?”
계수지가 물어오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부족하지만.’
사실 그 어떤 대단한 성벽을 쌓는다 해도, 적들을 온전히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상식 밖의 강함을 자랑하는 권속들과 끝도 없이 몰려드는 마수와 몬스터.
그것을 생각해 보면, 나단의 위압적인 성벽도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도움은 되겠지.’
온갖 함정과 방어마법이 설치되었다.
이 정도면 피해를 줄이는데 상당한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서우진이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걱정되세요?”
계수지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네.”
짧게 대답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치밀어오르는 걱정을 감출 수가 없었으니까.
“저도 걱정되네요.”
계수지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이전의 전투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었으니까.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사선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하지는 않았다.
서우진은 그것이 기특했다.
그만큼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서우진이 말했다.
힘들 것이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고, 어쩌면 정말로 용사들 중에서도 죽는 이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막아낼 수 있다.
서우진은 스스로 그렇게 되뇌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계수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르 군은 언제쯤 도착할 것 같습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빠르면 오늘밤. 늦어도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이 왔어요.”
조금 전, 아이에르 군에서 보낸 전령이 한 발 먼저 도달했다.
길어야 반나절 거리까지 왔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전투에 막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특히 프레이야라는 강자는 필수였다.
“불행 중 다행이네요.”
서우진이 슬쩍 웃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건 마찬가지에요. 혹시나 적들이 먼저 오진 않을까요?”
계수지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봤다.
먹구름이 가득했다.
마치 불길함이 형상을 갖춘 채, 다가오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마기.’
저 먹구름의 정체는 마기였다.
너무도 거대한 크기에, 마치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저만한 현상을 일으키려면, 대체 적들의 힘은 얼마나 강력하다는 것일까?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었다.
“이동속도를 보면, 놈들도 새벽에는 공격을 시작할 수 있을 듯한데.”
계수지의 말대로였다.
만약 아이에르 군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한다면, 먼저 전투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뭐, 세상 일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진 않겠지.’
서우진은 조금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타이밍이 맞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서우진은 성벽에서 몸을 돌렸다.
“슬슬 준비하죠.”
나단에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이제 남은 건, 적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
서우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성벽 너머.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방어선인가 본데?”
아르제베토가 손을 눈썹 위에 가져다 대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성벽을 쳐다봤다.
[꽤나 많이 모인 듯하군.]조라네스는 성 안에서 풍겨오는 기운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래 봐야 잔챙이들뿐이다.]강력한 기운이 몇 개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고작 저 정도 수준이라면, 자신들을 막아낼 수 없었으니까.
“방심은 하지 마. 어쨌든 강가스테어도 막아낸 놈들이니까.”
아르제베토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함께,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물론, 그 말을 귀담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라네스와 마베로돈은 그저 벌레들의 발악을 비웃을 뿐이었다.
“뭐, 알아서들 잘하겠지?”
정작 아르제베토 역시 크게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성안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은 별 볼일 없었으니까.
그나마 경계를 해야 하는 건 둘 정도가 전부였다.
“얼른 끝내고 계속 진격하자.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다간 왕께서 화를 내실지도 모르니까.”
그 말에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왕의 분노.
그것은 감히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아르제베토가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분께서 분노하신다면 큰일이었다.
그전에 강가스테어가 실패한 일도 끝맺음을 지어야만 했다.
[서두르는 것이 좋겠군.]지금까지 이동한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먼저 가겠다.]가장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건, 마베로돈이었다.
그는 자신이 부리는 벌레들을 이용해, 순식간에 대지를 가로질렀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도 빨라 공기가 압축되며 터져 나갈 정도의 속도였다.
[우선은 저 거슬리는 벽을 부숴야겠군.]마베로돈이 손을 들었다.
종잇장과 같은 성벽이었지만, 진로를 막아서기엔 충분한 높이였다.
벌레들이 쉽게 진입하려면 일단 커다란 구멍 하나 정도는 뚫어놓는 것이 좋을 듯했다.
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마기가 응집되기 시작한다.
성벽이 아니라, 성 자체를 모조리 파괴하기에도 충분한 힘이었다.
[터져라.]콰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구형의 마기가 마치 포탄처럼 쏘아졌다.
아니, 실제로 포탄이나 다름없었다.
그 위력은 일반적인 포탄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할 정도였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공간을 꿰뚫으며 날아간 마기는 그대로 성벽과 충돌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성벽 따위는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위력.
하지만…….
마베로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걸 막아?]놀랍게도 성벽은 멀쩡했다.
고작 그을린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사했던 것이다.
저 빈약한 성벽이 그만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막아낸 존재가 있다는 뜻.
마베로돈의 시선이 성벽 아래를 향했다.
은발을 휘날리는 인간 남성 한 명이 검을 뽑아 든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놈인가?]안쪽에서 느껴지던 몇 안 되는 강한 힘의 소유자.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설마 자신의 공격을 저토록 쉽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베로돈은 이동을 멈추며 눈을 가늘게 떴다.
파사사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받치고 있던 벌레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새까만 놈들이 순식간에 대지를 뒤덮으며, 마기로 오염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마베로돈이 고개를 들어 은발의 기사, 반 슬레인을 쳐다봤다.
[제법이다.]쇠를 갉아먹는 듯한 음성이 그를 칭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예리하게 벼려진 검을 들어 이쪽을 겨눌 뿐이었다.
그것을 본 마베로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용기는 가상하다. 너의 힘이 이 세계의 인간치고는 강하다는 것도 인정하는 바고. 허나…….]마베로돈은 천천히 앞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럴 때마다 잠자고 있던 마기가 점차 그 크기를 더해갔다.
고작 열 걸음 만에, 마베로돈의 마기는 이 근방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광활하게 퍼져 나갔다.
그야말로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의 힘.
[나를 상대하기엔 부족하다.]교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가늠해 보아도, 마베로돈은 반 슬레인을 넘어서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최선을 다해 덤비거라, 나의 식욕을 돋울 수 있도록.]식인괴 마베로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강자의 피와 살이었다.
오랜만에 별미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마베로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거참, 기괴하게 생긴 몰골이로고.”
그 모습에 반 슬레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십자로 갈라진 입을 보면, 기괴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모습이긴 했다.
하지만 저런 강대한 적의 앞에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의아했다만, 그 꼴이라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아도 되겠구나.”
반 슬레인은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동시에 마베로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정신이 나간 모양이군.]너무도 거대한 힘 앞에서 미쳐 버린 것일까?
마베로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늙은이의 이름은 반 슬레인이라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인가?”
서로 통성명을 할 사이는 아니었지만, 반 슬레인은 전투에 앞서 예의를 갖추었다.
그는 기사이자, 시온의 귀족이었으니까.
아무리 죽고, 죽이는 관계일지라도 최소한의 예법은 갖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름은 마베로돈. 왕의 땅을 구축하는 자이니라.]마베로돈은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어차피 죽을 자.
누구에게 먹히는 것인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었다.
“마베로돈이라…….”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를 갖추는 건 여기까지다.
이제부턴 서로의 생명을 앗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때였다.
“받아보시게.”
마력이 몰려들었다.
지금껏 느껴졌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양.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에, 마베로돈이 눈을 부릅떴다.
저건 위험하다.
대체 한낱 인간이 어찌 저런 힘을 다룰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것에 베인다면 자신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하리란 것이었다.
[흐읍!]부지불식간에 마기를 끌어올렸다.
마왕의 권속답게, 신속하고 강대한 마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반 슬레인의 참격을 막아내기엔 아직 부족했다.
번쩌어어억-!
검광(劍光)이 번뜩였다.
세계가 단절(斷切)되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마베로돈은 갈라짐이 자신을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몸을 비틀었다.
스가아아아악-!
핏물이 튀었다.
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통증일까?
적어도 500년 이내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마베로돈은 낯설기 그지없는 통증에 얼굴을 굳히며 마기를 방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주변의 모든 것이 휩쓸리기 시작했다.
대기가 터져 나가며, 대지가 뒤집혔다.
그 사이로 마베로돈은 걸음을 옮겼다.
단 한 발자국.
그것이면 충분했다.
피이잇-!
얼굴을 스쳐 지나간 참격이 사라졌다.
주르륵- 하며 잘려 나간 뺨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괜찮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검을 피해냈으니까.
마베로돈은 손을 들어 피를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감히 자신의 육체에 손상을 입힌 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인간 따위가!
벌레보다 못한 존재에게 당했다는 사실은 육체보다 자존심에 더욱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분노로 점철된 마베로돈의 신형이, 반 슬레인을 향해 쇄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