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적이 도착했다.
상대는 고작 한 명.
마왕의 권속 중 한 명인 듯했다.
아쉽게도 아이에르 군보다, 놈들의 걸음이 조금 더 빠른 모양이었다.
때문에 서우진은 자신이 먼저 나서려 했다.
지금 권속을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자신이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반 슬레인이 그런 서우진을 막아섰다.
“자네는 뒤에 나서게.”
“불가능합니다.”
서우진이 전투에 늦게 참여할수록,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뻔했으니까.
그 사실은 반 슬레인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서우진을 막아섰다.
“내가 하겠네.”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반 슬레인은 강하다.
그것은 그 누구보다 서우진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성 앞에 도달한 적은, 그 이상으로 강했다.
반 슬레인 혼자서는 결코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안 됩니다.”
당연히 서우진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신룡안’에 감지되는 권속의 수는 총 셋.
이곳에서 반 슬레인을 잃는다면, 놈들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사라진다.
그럼 남는 건 오직 학살과 패배뿐이다.
“자네도 느끼고 있지 않나?”
반 슬레인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지금 도착한 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지닌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놈의 뒤로 끔찍하리만치 강력한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강가스테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
아직 거리가 상당했음에도, 서우진이 긴장감에 몸이 움츠러드는 수준이었다.
“자네는 그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
서우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아니라면, 그 괴물을 맞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번엔 나에게 맡기게나. 적어도 프레이야 경이 올 때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 듯하니.”
반 슬레인은 자신을 믿으라는 듯 확신에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전쟁도 있던가?”
전쟁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목숨이 위협받는 곳이다.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라 할지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시도이기는 했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여차하면 끼어들 수도 있었으니, 일단은 반 슬레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듯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받아들이자, 반 슬레인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걱정 말고 나에게 맡기게. 저 정도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갑자기 마기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과 반 슬레인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성벽 밖을 쳐다봤다.
흑색의 거대한 구체가 가장 먼저 보였다.
마기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엄청난 힘이 집약되어 있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무어라 경고를 할 새도 없이, 흑색의 구체가 나단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무너진다.’
성벽의 보수를 끝내기는 했지만, 저만한 것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버티는 것이 불가능했다.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카 라니엘’을 꺼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반 슬레인의 움직임이 한 발 빨랐다.
“성격이 급하군. 그럼 말했던 것처럼 선봉은 내가 맡겠네.”
훌쩍- 뛰어내린 그가 검을 뽑아 들고 휘둘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폭발이 일어났다.
반 슬레인의 참격과 충돌한 마기의 구체가 그대로 터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폭발의 여파는 전혀 미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반 슬레인은, 후폭풍까지 미리 예측한 뒤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거대한 폭발은 나단의 성벽에 그 어떤 손상도 입히지 못한 채, 그렇게 소멸했다.
그리고 잠시 후.
권속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과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
강가스테어와 맞먹을 정도의 힘을 지닌 놈은, 반 슬레인과 몇 마디를 나누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으음.’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전투를 지켜보았다.
‘나쁘지 않군.’
반 슬레인의 진정한 실력은, 서우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단순히 마력량으로만 따지자면, 자신을 마베로돈이라 소개한 권속에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반 슬레인은 놈을 상대로 동등한 전투를 하고 있었다.
“허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용사들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대부분은 서우진의 동료가 아닌, 이번에 지원을 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만한 고차원적인 전투를 처음 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경악과 감탄, 그리고 두려움.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저만한 존재들과 싸워야 한다니, 무서울 수밖에 없겠지.’
지금껏 용사들이 싸워온 것들 중 가장 강력한 건 변종 마수 정도다.
하지만 마왕의 권속들은 그런 놈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
서우진이 고개를 돌리자, 몸을 떠는 이들도 보였다.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나름대로 실전 경험을 쌓아왔다고는 하지만, 지금부터 펼쳐질 전장은…….
‘정말로 사투지.’
그런 처절한 싸움을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계수지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저들을 좀 부탁해야 할 것 같네요.”
턱짓으로 넋을 잃은 용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게요.”
그녀 역시 서우진과 같은 것을 느꼈는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권속은 둘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맡고, 남은 하나는…….”
“저희가 맡으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분명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지원을 나온 용사들과 아이에르의 사제, 그리고 하늘탑의 마법사까지.
모두가 힘을 합친 것보다, 적이 더욱 강했다.
“전에 말씀드린 건 잊지 않으셨죠?”
서우진이 계수지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무리하지 말라는 것 말인가요?”
“꼭 지키셔야 합니다.”
-당해낼 수 없다 판단되면, 망설이지 말고 도망을 쳐라.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동료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서우진이 그런 바람을 담은 눈빛으로 쳐다보자,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대답을 들었으니 됐다.
이젠 그녀와 동료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몸을 돌려 성벽의 난간을 향해 다가갔다.
“그럼 저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습니다.”
나단에 접근하기 전에, 요격을 나서는 것이 나았다.
서우진에게는 남들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힘이 있었으니까.
차라리 나단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싸우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서우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발을 굴러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 * *
“벌써 시작했네?”
아르제베토는 멀찍이서 느껴지는 기운에 미소를 지었다.
[마베로돈을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있을 줄은 몰랐군.]“뭐, 인간들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을 저지르곤 하니까.”
아르제베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놀랍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었다.
조금 의외이긴 해도, 어차피 모두 죽을 놈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벌레들을 데리고 노는 것도 잠깐의 유흥으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몇 명이나 되지?”
아르제베토가 묻자, 조라네스는 감각을 확장시켜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으음.]많다.
너무도 많다.
일일이 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숫자였다.
그래서 조라네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존재들만 솎아냈다.
[마흔일곱.]눈곱만큼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지를 지닌 이들의 숫자였다.
[그중 둘은 특별하군.]아마도 마베로돈과 싸우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숫자일 터.
아르제베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남은 하나는 내가 맡아도 되겠지?”
[그리하도록.]조금 특별하기는 하나, 그래 봐야 자신들의 상대는 아니다.
아르제베토가 나서나, 자신이 나서나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저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과 파멸밖에 없었으니까.
“좋아. 이거 흥미진진한데?”
과연 자신이 맡을 놈은 얼마나 강할까?
왕의 첫 번째 검은 흥분한 모습으로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기색이었다.
[그렇게 안달내지 않아도 될 듯하다.]조라네스의 감각에, 뭔가가 느껴졌다.
자신이 눈여겨보던 이가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꽤나 당돌한 성격인 모양이군.]조라네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감히 성벽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상대하러 나오다니…….
물론, 도움을 받는다 해도 별 소용은 없었겠지만, 실로 기고만장하지 않은가.
“이쪽으로 오네?”
아르제베토도 그것을 느꼈는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조금 약하지 않나?”
조라네스가 특별하다고 말한 것치고는 너무 약했다.
물론 다른 놈들에 비하자면 수준이 다르긴 했지만, 그마저도 그녀의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이거 좀 실망인데.”
조금 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싶었다.
[벌써부터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겠다.]그때, 조라네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르제베토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미리 실망할 필요가 없다니?
설마 이쪽으로 오는 벌레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라네스가 입을 열기 전, 적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저건?”
마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신성력이나 마기인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들도 처음 느껴보는, 완전히 이질적인 기운.
그리고 조라네스는 저러한 힘을 지닌 존재를 알고 있었다.
[‘혼돈의 왕’이다.]조라네스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낡아빠진 예언서에 등장하는, 모든 세계를 멸망시키는 자.
왕의 칭호를 지니고, 그 어떤 이도 대항할 수 없는 절대자이기도 한 존재였다.
아르제베토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혼돈의 왕’?”
재미있다.
그만한 격을 지닌 이라면, 자신이 상대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땅거죽이 뒤집히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혼돈의 왕’이 땅에 착지한 여파였다.
조라네스가 팔을 휘둘러, 날아오는 흙먼지를 모두 걷어냈다.
꽤나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지만, 이 정도쯤은 숨 쉬는 것보다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이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흙먼지들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러자 평범하게 생긴 인간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의 코트를 입고, 허리춤에 달랑거리는 검 한 자루가 무장의 전부였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사내.
자신들을 막아내기 위해 움직인 것치고는,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그저 이질적인 기운만이, 그가 지닌 특별함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가 ‘혼돈의 왕’이니?”
아르제베토가 그를 향해 물었다.
실망과 설렘이 공존하는 얼굴이었다.
조금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내가 품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이 과연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가 되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돈의 왕’이라…….”
사내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숨을 내쉰 그는, 이내 그녀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서우진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