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5)
475화.
‘빌어먹을.’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눈앞에 마주한 권속들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강해.’
수는 고작해야 둘.
하지만 서우진은 수백만의 대군을 눈앞에 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존재.
‘강가스테어 이상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비교대상이 되질 않는다.
서우진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해치웠던 강가스테어도, 그녀에게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 같았다.
‘검 같군.’
마치 한 자루의 예리한 보검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저 시선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전신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통증이 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체 저런 놈이 몇이나 있는 거지?’
둘? 셋? 혹시 열이 넘나?
그럼 진짜 문제다.
그들이 한 번에 이 세계로 건너온다면, 굳이 마왕이 강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전에 멸망하고 말 테니까.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막아낸다 쳐도, 이 여인 같은 존재가 둘 이상이라면 불가능하다.
모든 용사가 힘을 합쳐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서우진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이길 수 있을까?’
이번 전투는 어떻게든 된다.
적이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강하고, 다수의 희생자가 나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전력을 다한다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이 걱정하는 건, 이번 전투가 아니다.
강림 전쟁, 그 자체.
아직 초전임에도 이런 녀석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과연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할 수 있을까?
불안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내 이름은 서우진이다.”
서우진은 애써 담담한 음성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서우진? 서우진?”
여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상관없다는 태도로 어깨를 풀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쨌든 우리를 막기 위해 온 거지?”
맞다.
‘혼돈의 왕’이든, 용사든, 서우진이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눈앞에 있는 적들을 처단하는 것.
스르릉-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를 막으러 온 거다.”
그 대답에 여인의 미소가 짙어졌다.
“좋아, 좋아. 내 이름은 아르제베토.”
여인이 자신의 소개를 한다.
“이래 봬도 내가 왕의 첫 번째 검이라고 불리는 권속이거든? 잘 부탁해?”
왕의 첫 번째 검이라…….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은 속으로 조금 안도했다.
‘권속들 중 가장 강하다는 뜻이겠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런 별명으로 불릴 정도라면, 권속들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확실할 터.
아르제베토보다 강한 이들은 걱정했던 것처럼 많진 않은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히 가늠을 해보겠다고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강가스테어 때 이미 해본 실수였으니까.
“마왕화.”
화아아아아아아악-!
혼돈기가 치솟아 오르며, 서우진이 ‘마왕’으로 화했다.
“…뭐?”
아르제베토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진 딱히 위협적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서우진의 존재감이, 갑작스레 거대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순식간에,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경악한 아르제베토가 다급히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것은 그녀의 옆에 있던 짐승형 권속 역시 마찬가지.
서우진은 그들이 제대로 된 대처하기 전, 먼저 움직였다.
핏-!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서우진의 신형이 아르제베토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곤 짐승형 권속의 머리를 붙잡고는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집어던졌다.
“너는 저리로 가서 놀아라.”
쐐애애애애애애액-!
마치 포탄이 발사된 것처럼, 놈이 허공을 가로 지르며 멀찍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나단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계수지를 비롯한 용사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좋아.’
여기까진 계획한대로 이뤄졌다.
저놈은 이제 동료들을 포함한 용사들이 막아줄 것이다.
비록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하늘탑의 마법사들과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도움을 줄 테니 크게 밀리진 않을 터.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아르제베토라고 소개한 괴물 같은 여인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둘은 조금 힘들 것 같아서.”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아르제베토 한 명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흐응, 그래?”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동료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서우진이 슬쩍 걸음을 옮겨 시야를 차단했다.
괜히 그녀가 저쪽에 관심을 주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아르제베토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서우진과의 싸움이 기대되어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네 본모습이야?”
날개와 뿔, 그리고 외피까지.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변한 서우진을 보며 물었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굳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보단 본격적인 전투 이전에, 더욱 완벽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더 급했다.
“루덴 가르도.”
손등에 새겨진 문신에서 흑색의 기운이 흘러나오며, 빠르게 서우진을 뒤덮었다.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면서도, 지금껏 별로 사용해 본 적이 없던 물건이었다.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하지만, 착용자의 정신을 갉아먹는 저주받을 갑주.
그것을 본 아르제페토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너 그거…….”
분노가 엿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덴 가르도’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는, 바로 첫 번째 마왕의 시체였으니까.
판데모니엄을 지배하고 있던 왕의 시체를 가지고 만든 갑주라니?
아르제베토의 입장에선 화가 끓어오를 만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녀의 반응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아직 남은 것이 있었으니까.
“‘혼돈 세계’, ‘셀레스티얼 윙’.”
서우진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다.
아르제베토는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은 혼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혼돈의 왕’이라더니.”
그 이름에 걸맞은 광경 아닌가?
“어디 그 힘도 예언에 걸맞은 수준인지 확인해 보자.”
아르제베토가 걸음을 옮긴다.
단 한 걸음.
서우진은 공간을 컨트롤 해, 그녀의 신형이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아르제베토는 순식간에 서우진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걸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먹이 날아왔다.
검도 뽑지 않았다.
그저 어린아이가 친구와 투닥거리듯, 별다른 긴장감도 없이 휘둘러진 주먹.
하지만 서우진은 눈을 부릅떴다.
그 장난 같은 주먹질에 담겨 있는 마기가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크윽!”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비틀며 몸을 회전시켰다.
끼기기기기긱-!
그녀의 주먹이 ‘루덴 가르도’에 스치며,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른 판단과 ‘루덴 가르도’의 방어력 덕분에, 다행히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간담이 서늘해진 것은 사실.
서우진은 마음을 다잡으며, 회전하는 속도를 증폭시켰다.
“신속.”
순식간에 수십 배나 빨라진 움직임으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스걱-!
뭔가를 베었다.
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가볍다.
‘피했다.’
기껏해야 옷자락을 벤 것이 전부인 듯했다.
“제법 빠르네.”
역시나 아르제베토의 음성은 평온했다.
‘카 라니엘’의 날이 닿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어디 다시 한번.”
이번에도 주먹질이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광폭.”
혼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하며, 거대한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쾅- 콰광- 콰과과광-!
주먹과 ‘카 라니엘’이 부딪치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젠장!’
놀랍게도 아르제베토의 피부는 강가스테어마저 베어냈던 ‘카 라니엘’을 견뎌내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핏물이 맺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게 전부였다.
고작해야 생채기.
비록 전력을 다한 공격이 아니긴 했지만, 이토록 쉽게 막히는 것을 보니 황당할 지경이었다.
“쯧.”
혀를 찬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떨어졌다.
“아, 쓰라려라.”
아르제베토가 주먹에 맺힌 피를 핥으며 말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서우진은 그 모습이 짜증스러웠다.
‘왕의 첫 번째 검이라고 했었지?’
그 말은 곧, 그녀의 진짜 실력은 저딴 주먹질이 아닌, 검에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검을 빼 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냐.’
굳이 모든 실력을 내보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오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무시당하자, 확실히 화가 치밀어오르긴 했다.
“검은 뽑지 않을 모양이지?”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응? 검?”
난데없는 질문에, 아르제베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아하하- 하며 웃는다.
“아, 이거? 글쎄, 뽑아야 할 것 같으면 알아서 뽑겠지?”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의 손잡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
명백한 무시.
서우진은 입을 다물었다.
대화를 나눠봐야 평정심만 잃을 것 같았던 것이다.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른다.’
서우진이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아르제베토를 노려보았다.
방심.
지금 그녀는 방심하고 있다.
이때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입힌다면, 생각보다 쉽게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조금 흥분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휘라테온.’
강가스테어와 싸웠을 때는 아껴두었던 신수, 휘라테온까지 소환했다.
바람이 불어오며 드래곤의 형태를 한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그거 신수야? 멸종한 줄 알았는데?”
휘라테온을 본 아르제베토의 눈이 크게 떠졌고, 서우진은 그대로 녀석을 향해 명령했다.
“깃들어라.”
고오오오오오오오-!
우렁찬 포효와 함께, 휘라테온이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그리고 이내.
두 존재가 합일(合一)했다.
서우진은 마치 깃털과도 같아진 육체의 무게를 느끼며, 발을 뗐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혼돈 세계’와 ‘신속’, 그리고 휘라테온의 힘까지.
세 가지 힘이 합쳐진 서우진의 움직임은 문자 그대로 빛과 같았다.
미처 아르제베토가 인지하기도 전에 서우진의 신형이 그녀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대한 힘을 품은 ‘카 라니엘’이 떨어져 내렸다.
세상을 둘로 쪼갤 것만 같은 참격.
마왕마저 베어냈던 위대한 검이 아르제베토의 머리를 노렸다.
‘됐나?’
이 정도의 일격이면 제아무리 그녀가 강하다 해도 절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방심하고 있다면 더욱!
하지만 기뻐하기엔 조금 일렀다.
쩌어어어어엉-!
어느새 나타난 적색의 기다란 검이 ‘카 라니엘’의 검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르제베토의 검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