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78)
478화.
평범한 이들의 전투도 시작되었다.
인간을 벗어난 존재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쏴라!”
파바바바바바바밧-!
명령과 함께 화살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으며 적을 향해 날아갔다.
키야아아악-!
괴성이 터져 나왔다.
무려 수만 발의 화살에 꿰뚫린 벌레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비명이었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하얀색의 체액을 뿌리며, 나단을 향해 달려들던 벌레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리 강하진 않군.’
그 모습을 본 로나인이 생각했다.
평범한 몬스터나 마수에 비하자면, 약해도 너무 약했다.
고작해야 평범한 병사들이 쏜 화살에도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로나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함께 군을 지휘하고 있던 루데인을 비롯한, 기사와 병사들까지.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미터 정도 크기의 벌레들이,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마치 땅이 해일처럼 덮쳐 오는 듯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못해도 수십만은 되겠군.’
어쩌면 백만 단위일 수도 있겠다.
너무 많다 보니, 도무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만약 저 거대한 군집이 나단에 도달한다면…….
‘접근하기 전에 막아내야만 한다.’
하나하나는 약한 개체였지만, 저쯤 되는 숫자면 그딴 건 의미가 없었다.
콰과과과과과광-!
폭발이 일어났다.
용사들이 미리 준비한 함정이 발동한 것이었다.
거대한 화염 기둥이 치솟으며 벌레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고, 대지가 얼어붙으며 놈들의 다리를 붙잡았다.
콰과광- 콰광-!
계속해서 함정들이 발동되었다.
그럴 때마다 벌레들이 뭉텅이로 죽어나갔다.
하지만,
‘어림도 없겠군.’
분명 함정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벌써 죽어 나자빠진 벌레의 수가 만 단위에 이를 정도였으니까.
방어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아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놈들은 많았다.
하나가 죽으면 열이 그 뒤를 따른다.
이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단에 도달하고 말 터.
“준비하라.”
로나인은 잔뜩 굳은 음성으로 휘하 기사에게 명령했다.
“…가능하겠습니까?”
순백의 갑주를 입은 백은 기사단.
웬만한 적들은 단 한 번의 돌진으로 분쇄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벌레들을 상대로는 그 위력을 자랑할 수가 없다.
분명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로막힐 것이 뻔했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하지만 로나인은 자신의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제국의 기사다. 두렵다 하여 나서지 않을 수는 없다.”
기사단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집단으로 적들을 향해 돌진할 때가 아닌가.
뒤에서 성벽에 의지해 싸우는 것은, 기사가 할 행동이 아니었다.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고.’
아직 거리가 있을 때, 나아가 놈들을 조금이라도 저지하는 것이 옳다.
“알겠습니다.”
결국 휘하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벽을 내려갔다.
성문 안쪽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백은 기사단의 출정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곁에 있던 루데인이 말했다.
그 역시 최상급 기사.
로나인과 동격의 강자였으니, 함께 나아간다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거절하지.”
그런데 로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도 군을 통솔할 이가 필요해. 자네가 그것을 맡도록.”
“그게 무슨…….”
루데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본인은 직접 전장에 나선다면서, 자신에게는 남으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이었다.
“부탁하지.”
하지만 로나인은 그의 반론을 듣지 않았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도 촉박했으니까.
뒤에서 루데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그저 무거운 발걸음으로 성벽을 내려와 도열해 있는 기사들을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든든하군.’
대기하고 있던 기사의 수는 무려 5천을 상회했다.
백은 기사단뿐만 아니라, 제국의 다른 기사들도 함께 지원을 왔기 때문이었다.
한 번의 전투에 이만한 기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는, 제국이 유일했다.
기사들의 시선이 로나인을 향했다.
그들은 전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문을 벗어나, 적들에게 돌진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두려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적들을 처단하겠다는 의지가 넘쳐흘렀다.
“준비되었나?”
로나인이 묻자, 조금 전 명령을 전달하러 갔던 휘하의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좋군.”
기사들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들은 적들을 상대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성문을 열어라.”
로나인이 준비된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성문을 열어라아!”
휘하의 기사가 크게 소리치자, 육중한 소음과 함께 단단하게 닫혀 있던 성문이 양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으음.’
벌어진 틈 사이로 벌레들의 모습이 보였다.
쉴 새 없이 죽어나가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인간들을 물어뜯겠다는 집념 하에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살의와 광기로 뒤덮인 벌레 몬스터의 모습은,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로나인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의 옆구리를 툭- 하고 찼다.
천천히 앞으로 달려간다.
이내 활짝 열린 성문을 통과해,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문이 열린 댐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기사들이 나단을 빠져나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질주.
무려 5천 기의 기사가 적들을 향해 요격을 나섰다.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것은 반 슬레인이었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가 길게 찢어졌다.
결코 얕지 않은 부상.
다급히 마력으로 육체를 통제하지 않았다면, 장기를 모조리 쏟을 정도의 상처였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통증에 반 슬레인이 이를 악다물었다.
하지만 그가 당하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옆구리가 찢어지는 것과 동시에 휘두른 검이 마베로돈의 가슴을 베었다.
비록 치명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수준의 검상도 아니었다.
[크윽.]인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치는 마베로돈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했다.
인간의 것과 같은 붉은 피를 흘리며, 반 슬레인을 노려보는 모습이 꽤나 살벌했다.
“어떤가? 이 늙은이의 검도 아직 쓸 만하지 않나?”
통증을 애써 억누르며, 미소와 함께 물었다.
[네놈…….]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난폭한 살기가 느껴졌으니까.
[산채로 뼈까지 씹어먹어 주마.]여유를 부리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흉폭하고 광기 어린 식인괴.
지금 당장에라도 반 슬레인을 물어뜯고 싶어 하는 짐승만이 남아 있었다.
“어이쿠, 진부하기 짝이 없는 협박이구먼.”
반 슬레인이 그런 마베로돈을 조롱했다.
조금이라도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 승산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네놈의 소원대로 해주마!]다행히도 그 의도는 통했다.
눈이 뒤집힌 마베로돈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대화를 나누면서도 빈틈을 노리고 있던 반 슬레인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이전에 마기의 장벽을 가르며 서우진에게 큰 가르침을 전해주었던, 바로 그 검이었다.
쩌어어어어어어억-!
공간이 그대로 베어지며, 검로의 끝에 있는 마베로돈의 육신마저 갈랐다.
퓨슉-!
대경한 놈이 다급히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부상을 입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핏방울이 허공에 튀어오르는 것을 본 반 슬레인이 땅을 박찼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다시 승기를 쥘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게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해서 반 슬레인은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냈다.
뒤를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수십 년간의 고련 끝에 얻은 마력 전부를 자신의 애검에 밀어 넣었다.
그 막대한 양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 검이, 당장에라도 터져 나갈 것처럼 떨려왔다.
‘조금만 더 버티거라.’
한 번.
단 한 번만 버텨주면 된다.
그럼 놈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반 슬레인은 입술을 짓씹었다.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그 덕에 조금씩 흐려지던 정신이 약간은 또렷해졌다.
‘노릴 곳은 목.’
가장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급소였다.
잘만 하면 놈의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부위.
반 슬레인의 눈동자에, 마베로돈의 목이 가득 들어찼다.
주변의 소음과 광경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오직 검과 놈의 목만 느껴졌다.
스으으으으윽-
가속된 사고 아래, 검은 천천히 허공을 갈랐다.
아직 놈은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만.’
이제 남은 거리는 3미터, 2미터, 1미터.
마베로돈의 눈동자가, 그제야 반 슬레인의 검끝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막아내기엔 늦었다.
검날은 이미 놈의 목에 틀어박히고 있었으니까.
피부가 갈라지고,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이 손끝을 향해 전해진다.
‘조금만 더!’
이제 척추를 끊고 반대편으로 나오기만 하면 놈의 머리를 잘라낼 수 있…….
[꺼져라!]콰아아아아아앙-!
“커허억!”
가슴에서 느껴지는 가공할 충격에, 반 슬레인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어, 어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움직이지 않고 있던 마베로돈의 손이 가슴을 가격했다.
가속화 된 사고로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반 슬레인의 눈에 좌절이 서렸다.
모든 힘을 다한 공격이었다.
이번 일격으로 죽이지는 못해도, 최소한 전투가 불가능한 치명상 정도는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패였다.
치명상을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당했다.
‘여기까진가……?’
애초에 마왕의 권속을, 그 혼자서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조차도 ‘마테아의 광명’의 힘을 빌려 간신히 이겨냈을 정도였으니까.
이렇게라도 버텨낸 반 슬레인의 실력이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다.
허공으로 흩어진 마력을 보충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정양해야만 했다.
그 긴 시간을 놈이 기다려 줄 리가 없었으니, 싸움은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
‘미안하구나.’
속으로 서우진에게 사과를 했다.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버텼어야만 했다.
그래야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자신이 당해 버렸으니, 싸움은 패배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말 미안하구나.’
다시 한번 사과했다.
이곳에서 죽어갈 수많은 생명을 향해.
덜컥-
그때, 튕겨져 날아가던 반 슬레인의 육체가 멈춰 섰다.
땅에 추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단 훨씬 부드러웠다.
그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반 슬레인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뒤를 바라봤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구려.”
프레이야가 무겁게 침잠한 눈빛으로 그에게 사과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백색의 신성한 빛이 전장을 뒤덮었다.
“아이에르 군은 들어라! 지금부터 우리는 마왕군의 척살을 시작한다! 주신의 이름으로!”
“주신의 이름으로!”
대지를 울려 퍼지는 거대한 외침과 함께, 신성한 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이에르의 지원이 도착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