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
#47화.
“생각보다 많이 가네.”
서우진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백 명의 기사와 병사들이 빈틈없이 도열해 있었다.
지난번 토벌 때보다 배는 더 많은 숫자인 것 같았다.
“마경으로 가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외곽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헬데인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북방에서도 그랬으니까.”
매시브 가디언에서의 토벌을 떠올려 보면, 이만한 인원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100명의 용사를 경호하는 임무도 있을 테니까.”
이번 ‘수업’의 목적은 용사들에게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순 없었다.
그랬다가 실수로라도 목숨을 잃으면, 너무도 손해였으니까.
최대한의 실전경험을 쌓되, 위험요소는 배제한다.
그러기 위한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정말 경험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서우진은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북방에서 정말로 죽음의 위기를 수도 없이 겪으며 성장했었으니까.
하지만 아일린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에요. 처음부터 몰아세우기보단,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편이 적응하기도 쉬울 테니까요.”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처음 검을 잡아본 서우진을 몬스터 앞에 덜렁 던져 둔 게 누군데.
“저도 우진 씨가 죽지 않게 보호했잖아요.”
아일린이 살풋 미소를 지었다.
‘그렇긴 하지.’
실제로 아일린이 아니었으면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그녀가 토벌에서 해준 것처럼만 해준다면, 이 수업도 용사들에게는 꽤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이상한 일만 안 벌어지면 말이지.”
“네?”
서우진의 혼잣말에 아일린이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설마 또 게랄드 같은 놈이 나타나려고.
제국에서도 보안과 경계에 총력을 집중했다니,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진 않을 것이다.
“아, 이제 출발하나 보네요.”
아일린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문이 빛나네?”
서우진의 말대로 문의 입구는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예요.”
“저길 통과해서 가는 거야?”
서우진은 마경 헬데인이라는 곳까지 기차나 마차를 타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경험해 본 이동수단은 그 두 개가 전부였으니까.
판타지 세상이니 공간이동마법 같은 걸 기대하긴 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해 이번에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마경 헬데인까지는 마차를 타도 한 달은 넘게 걸리는 거리예요. 당연히 기차노선은 연결이 되어 있지 않고요.”
그렇게 먼 곳일 줄은 몰랐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 많은 인원이 말과 마차를 타고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교통체증 같은 게 벌어지려나?’
마차로 만들어진 러시아워를 생각한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아일린은 그런 서우진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 설명을 이어갔다.
“제국의 워프 게이트는 유명해요. 제국령 내라면 그 어떤 곳이든 갈 수 있죠.”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국가다.
지구에서처럼 뛰어난 이동수단도 없는 곳이었으니, 워프 게이트는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였다.
“물론 아무 때나 발동하진 않아요. 워낙 소모되는 마력이 많다 보니, 꼭 필요한 일에만 사용을 하죠.”
그럼에도 용사들의 수업을 위해 발동을 해주었다.
그걸 생각하면 제국에서 용사들을 위한 지원을 얼마나 해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들어가네.”
워프 게이트가 발동하고, 가장 먼저 제국의 제1기사단인 백은기사단이 먼저 안으로 진입했다.
아무래도 먼저 이동해서 안전지대를 확보해 둘 모양인 것 같았다.
빛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옛날에 본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땐 다른 우주로 갔었는데 말이지.”
“무슨 말이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별로 쓸데없는 이야기였기에 서우진은 고개를 젓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사와 병사들이 모두 입장한 뒤에야, 마지막으로 용사들의 차례가 되었다.
“이거 신기하네.”
“나도 공간이동은 처음 해봐.”
“그러고 보니, 공간마법을 쓰는 용사도 있다고 들었는데. A급이었나?”
용사들은 생소한 경험에 긴장 반, 설렘 반의 표정을 지으며 게이트로 들어갔다.
“여길 넘으면 마경이 나온다는 거지?”
“맞아요. 조심하세요. 헬데인은 북방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위험지역이니까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게이트를 넘어섰다.
화아아악-!
‘으윽!’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압박하는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미친!’
절로 욕설이 나올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앗-!
“흐읍!”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지고, 눈앞에 낯선 장소가 펼쳐졌다.
검은 숲.
분명 햇빛이 스며드는 장소였음에도, 서우진은 이 숲이 너무도 어둡다고 느꼈다.
‘여기가 헬데인인가?’
마경이라는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허억- 허억-!”
“으, X발. 이렇게 아프다는 말은 안 했잖아!”
“멀미나…….”
그런 고통을 느낀 것은 서우진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서우진보다 앞서 들어간 용사들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다.
“흐윽!”
그건 아일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온의 기사답게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괜찮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서우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괘, 괜찮아요.”
아일린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녀도 이렇게 아플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대단하네.’
신체능력이 상급 기사를 훨씬 뛰어넘는 용사들조차도 고통에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중급 기사에 불과한 아일린은 안색이 변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확실히 오랜 시간 수련을 해온 기사들은 달라.’
앞서 간 백은기사단도 아일린처럼 묵묵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쪽을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백은기사단의 기사로 보이는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용사들을 향해 말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기사였다.
사십대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기사는, 한눈에도 매우 뛰어나 보였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움직이는 다른 기사와는 달리, 그는 정말로 괜찮은 것 같았다.
“저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책임질 기사, 로나인이라고 합니다.”
그는 바로 최상급 기사이자, 백은기사단의 단장이었다.
물론 용사들은 그런 대단한 사람의 말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고통이 심했던 것이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것은 서우진과 엘리트 친구들뿐이었다.
하지만 로나인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치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곳에서 일주일간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식량과 잠자리, 그리고 생존을 위한 전투까지.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하셔야 합니다.”
실전훈련과 함께 생존훈련까지 겸하는 수업이었다.
“저희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죽기 직전의 용사들을 구하는 것 말고는 끼어들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의 심상찮은 말에,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던 용사들도 조금씩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몸이 안 좋다 하더라도,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말을 허투루 들을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곳은 마경 헬데인의 외곽 지역이긴 합니다만,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곳입니다. 몬스터는 물론이고, 간혹 마왕의 추종자들까지 출몰하는 곳이니까요.”
로나인은 계속해서 이곳에서 주의할 점과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것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두 새겨들었다.
“마지막으로…….”
로나인은 용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웬만해선 혼자보단 팀을 이루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기사들이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서 무리를 짓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였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로나인은 그 말을 끝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주변의 조용해졌다.
그 흔한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이 검은 숲은, 적막감마저도 두려움으로 바꿀 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침묵을 견디지 못한 용사 하나가 입을 열었다.
“팀, 팀을 만들자.”
“그래. 저 기사도 그걸 추천한다고 했잖아.”
용사들은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함인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친분이 있는 이들.
이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이들.
도움이 될 만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한데 뒤섞이며 각자의 무리가 만들어졌다.
“흠…….”
서우진은 그런 와중에도 혼자 멀뚱히 서서 주변을 살폈다.
‘같이 움직일 만한 사람이라면.’
아일린은 명목 상 지원을 나온 기사라 같이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두 명밖에 없었다.
이지아와 김다혜.
‘나랑 같이 팀을 할까?’
조금 친분이 있긴 했다.
아니, 사실 많이 친하다.
매일 대련을 하며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 같이 일주일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회의적이었다.
어쨌거나 그녀들은 스물한 살의 여자 아니던가?
숲에서 외간 남자랑 일주일이나 같이 생활하는 것은 불편할 것이다.
그 두 명 외에는 딱히 인사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냥 혼자 지내야 되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곳이 마경이라고는 하지만, 서우진은 웬만한 위험 정도는 헤쳐 나올 자신이 있었으니까.
게랄드 같은 괴물만 아니라면…….
“그래, 그냥 혼자 하자. 언제부터 다른 용사들이랑 어울려 지냈다고.”
서우진이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아앗, 아저씨! 혼자 하려고요? 우리 떼어놓고?”
등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애초에 저렇게 말이 많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지아야.”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예상대로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니, 우린 아저씨랑 편먹을라고 이렇게 왔는데! 우릴 배신하다니! 아저씨가 그럴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의외였다.
대체 자신의 뭘 믿고 이렇게 겁도 없이 찾아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는 말이야, 아저씨 심심할까 봐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왔는데!”
그러고 보니, 이지아와 김다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 파티에서 만난 적 있는 유홍설도 있었고, 처음 보는 남자도 두 명이나 더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유홍설과 남자들이 서우진을 향해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세요.”
서우진 역시 하하- 웃으며 인사를 해주곤, 이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배신은 누가 배신을 해?”
서우진이 웃었다.
“앞으로 일주일간 잘 부탁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