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1)
481화.
지금까지 사제들은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
회복마법도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조라네스에게 타격을 입힐 정도로 강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 수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으니,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젠 다르다.
사제들의 수도, 수준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조라네스 역시 그것을 알아차린 듯, 조금은 무거워진 기색이었다.
“하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제 됐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원이 도착했다.
그것도 마기를 지닌 권속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이 무려 수백 명이다.
이제는 싸움의 양상이 뒤바뀔 수밖에 없다.
“주신께 영광을!”
신을 찬양하는 외침과 함께 바람처럼 날아드는 사제들의 모습에, 계수지는 조금 안심할 수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계수지는 사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괜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태도에 대한 사과와 감사의 인사였다.
“별말씀을요.”
사제는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동환 씨.”
그런 사제의 배려에 마음이 편해진 계수지가, 구동환을 향해 말했다.
“내기할까요?”
“…내기 말입니까?”
이 상황에 할 만한 거라면 하나밖에 없다.
“누가 저 짐승의 숨통을 끊는지. 어때요?”
전세는 뒤바뀌었다.
도무지 역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분위기가, 완전히 용사들 쪽으로 넘어왔다.
그러니 사기를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내기를 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좋네요.”
한 번도 계수지를 이겨보지 못했던 구동환이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다른 분들도 같이해요.”
계수지가 용사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때에 내기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사냥.
그래, 사냥이다.
여전히 가만히 선 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조라네스를 바라봤다.
[버러지들이 우습군.]그런 용사들의 모습에 놈이 비웃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은 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급함과 불안함이 훨씬 더 짙었다.
계수지는 그런 조라네스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사냥 시작이에요.”
* * *
로나인은 말을 몰았다.
‘가볍군.’
신성마법 덕분일까?
온갖 버프가 중첩된 까닭에, 그의 말은 마치 날아가듯 앞으로 질주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 앞에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벌레가 우글거리고 있음에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분명 불리한 싸움이다.
수적이든, 질적이든.
그런데도 용기와 전의가 불타올랐다.
‘이것 역시 신성마법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지원이 도착한 것 때문에 사기가 오른 덕분일까?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전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단 것이었다.
당장에라도 놈들을 짓밟고, 뭉개고, 터트려 버리고 싶다는 감정만 가득할 뿐.
두려움이나 불안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야.’
처음 나단을 나설 때만 해도, 죽음을 각오했다.
벌레들이 나단에 도달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춰보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자신들이 출진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아이에르의 지원이 도달했으니까.
만약 저들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겠지.’
로나인은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무려 5천 기에 달하는 기사들의 질주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의 위용을 여실히 내보이는 중이었다.
‘똑같군.’
그들의 표정도 자신과 똑같아 보였다
확실히 신성마법의 덕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아.’
신성마법으로 인한 일시적인 각성효과라 할지라도 상관없었다.
패배감에 짙은 상태로 돌진하는 것과 지금처럼 자신감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돌진하는 것은 천지차이였으니까.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그와 함께 점차 감정이 고조되며, 미소가 지어졌다.
스르르릉-
로나인이 검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휘하의 기사들 역시 모두 발검을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로나인이 들끓어 오르는 마력을 검에 주입하자, 밝은 청색의 오러가 불타올랐다.
그것을 본 기사들의 사기가 더욱 높아졌다.
“돌격하라아아아!”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대지를 뒤흔들고, 기사들의 용맹함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명령이었다.
“황제폐하를 위하여!”
“제국의 힘을 보여라!”
“백은 기사단은 돌입하라!”
각자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두었던 말을 토하듯 내뱉었다.
그리고 마침내.
콰과과과과과과과곽-!
5천의 기사와 벌레들이 충돌했다.
“흐읍!”
로나인은 발밑에 깔린 벌레들의 감촉을 느끼며, 검을 휘둘렀다.
끼에에에엑-!
오러가 맺힌 검은, 놈들을 마치 버터처럼 갈랐다.
흰색의 체액이 튀었다.
‘지독하군.’
냄새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역했다.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이 징글징글한 놈들의 장벽을 뚫고,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도 벅찼으니까.
‘갇히면 전멸이다.’
기사단의 일점돌파는 강한 파괴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선두가 힘을 잃고 멈춰 선다면, 그때부턴 지옥이 펼쳐진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선두에는 가장 강한 이가 서는 것이었고.
로나인의 검은 계속해서 빛을 뿌렸다.
사제들 덕에 신성력까지 깃든 그의 오러는, 벌레들을 사정없이 학살했다.
“이 땅에서 물러나라!”
포효하듯 소리치며, 베고, 찌르고, 터트렸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벌레를 처리했을까?
‘슬슬 빠져나가야겠군.’
아직 힘은 넘쳤다.
하지만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이런 곳에서 발이 묶인다면 큰일이었으니, 이때쯤에 놈들을 뚫고 나가야만 했다.
“빠져나간다!”
부하들에게 소리친 뒤, 박차를 가했다.
히이이이잉-!
흥분한 말이 울부짖고, 속도를 더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대지가 울리며 벌레들이 튕겨 나갔다.
‘피해는?’
벌레 한 마리를 반으로 쪼갠 뒤, 뒤를 확인했다.
벌레의 체액을 온몸으로 뒤집어쓴 부하들이 보였다.
‘…적지 않군.’
넘치는 사기와는 별개로, 적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희생이 전혀 없을 순 없었다.
사체에 걸려 낙마한 이들도 있었고, 벌레들이 뛰어들어 말과 함께 나자빠진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은 모두 죽었다.
‘최소한 300은 죽은 건가?’
아직 전장 속에 있는지라 확실히 파악을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전사한 이의 수가 적은 것 같진 않았다.
물론 한 번의 돌입에 이 정도 피해라면 양호한 편이긴 했다.
특히 신성마법까지 뒤를 받쳐 주고 있었으니, 더욱 피해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로나인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전쟁이란, 항상 죽음이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뒤를 따르다 전사한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야만 했다.
“반전하라! 오른쪽을 뚫고 나간다!”
벌레의 수가 적은 부분을 포착한 로나인이 기수를 돌려 방향을 틀었다.
여전히 수천 마리의 벌레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쉽게 뚫을 수 있…….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로나인이 향하고 있던 방향이었다.
“크으으윽!”
엄청난 열기와 함께 들이닥친 후폭풍에 로나인이 이를 악물었다.
하마터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뭐, 뭐냐?’
설마 새로운 적이라도 나타난 것일까?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든 불안감에, 로나인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폭발이 일어난 현장을 확인했다.
“…미친!”
마왕의 권속이다.
시온의 검귀와 싸우고 있던 바로 그 인간형의 권속.
놈은 전신에 피칠갑을 한 모습으로, 벌레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반 슬레인 백작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저놈이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반 슬레인 역시 이곳에 있다는 뜻일 터.
그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프레이야 경?”
그렇게 발견한 반 슬레인의 곁에는, 아이에르의 신성기사, 프레이야가 함께 있었다.
둘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반 슬레인은 숨을 헐떡이며,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릴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
하지만 패색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밀리는 건, 그 둘이 아닌 권속 쪽이었다.
[감히이이이이!]놈이 분노를 터트린다.
폭사되듯 주변으로 흘러나온 마기에, 벌레들조차 파르르- 떨며 땅에 몸을 뉘였다.
고작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그것만 봐도 놈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시끄럽다, 이 녀석아. 이 늙은이가 아직 귀는 안 먹었으니 조용히 하거라.”
프레이야가 흘흘- 웃으며 말했다.
“이제 끝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옆에 있던 반 슬레인이 피를 대충 닦아내며 말했다.
“그래야지.”
그녀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어찌나 깊은지,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이야, 말 머리를 돌리려무나. 이곳으로는 지나가지 못할 듯하니.”
마치 손자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하지만 감히 듣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저들의 싸움은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치열했으니까.
로나인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프레이야의 충고대로 말 머리의 방향을 바꾸었다.
“전속으로 빠져나간다!”
저들의 전투에 휘말리면 큰일이다.
인간을 아득히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들의 싸움이었으니까.
그 여파가 조금 미치는 것만으로도, 기사들 수십 명 정도는 순식간에 죽어나갈 게 분명했다.
목숨을 건 사투도 아니고, 다른 이들의 싸움에 휘말려 죽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게 또 있을까?
로나인은 자신의 최후를 그토록 비루하게 맞이하고 싶은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전장을 벗어나기로 한 그는, 기사들을 이끌고 그들과 정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폭발과 함께 깨진 오러 파편이 날아들었다.
앞을 막고 있던 벌레들이, 그것에 맞아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터져나갔다.
‘간담이 서늘하군.’
만약 오러의 파편이 벌레가 아닌, 기사들을 향했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덕에 길이 좀 편해진 것도 사실.
로나인은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말을 몰았다.
다시 한번 신성마법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그 어떤 때보다 빠른 속도로 전장에서 멀어졌다.
[커흐으윽!]뒤쪽에서 비명 섞인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긁는 듯한 불쾌감이 드는 걸 보면, 권속의 입에서 나온 것인 듯했다.
‘다행이다.’
저쪽의 전투는 막바지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도 유리하게 싸움을 이어갈 수 있을 터.
희망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늘 자신들은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애써 흥분한 기분을 가라앉힌 로나인이, 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