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2)
482화.
전세가 뒤집혔다.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던 분위기가 반전되며, 이제는 적들을 몰아세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아이에르 군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마왕의 권속들이 괜히 아이에르를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신성력을 마기를 지닌 존재와 싸우는데, 그야말로 최강의 수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막는 것에 급급했던 이들이, 놈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반 슬레인이나 용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벌레들을 상대하고 있는 평범한 병력까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쉬운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승리가 눈앞에 다가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X발.’
서우진만큼은 예외였다.
붉은 검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핏- 하는 소리와 함께, 피부가 벌어졌다.
주르륵- 하며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에 간담이 서늘해진 서우진은, 서둘러 뒷걸음질을 치며 검격에서 벗어났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놀랍게도 벌써부터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한 달을 쉬지 않고 내리 싸운다 해도 절대 지치지 않을 체력이 있었음에도, 고작 몇 시간의 전투에 호흡이 흐트러지다니.
서우진은 아르제베토가 가볍게 쥐고 있는 붉은 검을 쳐다봤다.
‘저것 때문인가?’
단순히 잘 드는 검 따위가 아닌 모양이었다.
한 번 베일 때마다 체력이 뭉텅이로 소모되고 있었다.
아르제베토의 공격은 서우진조차도 쉽게 피할 수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전신에 셀 수 없을 정도의 검흔이 새겨졌고, 체력 역시 가공할 속도로 줄어들고 말았다.
“너…….”
아르제베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뒤로 물러서서 호흡을 고르고 있는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아직까지 서 있을 수 있는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내가 보기보다 체력이 좋거든.”
허세다.
솔직한 심정으론, 지금 당장에라도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루덴 가르도’ 덕분에 잘게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네 동료들이 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서우진이 턱짓으로 아르제베토의 뒤를 가리켰다.
“그러게? 주신의 개들에게 잔뜩 물어뜯기고 있는 모양이야.”
둘은 치열한 전투 중에도 주변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아니, 전투 중이었기에 더욱 잘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상태였으니까.
공기의 흐름조차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예측까지 가능한데, 저토록 요란한 전투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뭐, 상관없어.”
아르제베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들이 부족해서 당하는 것까지 내가 신경써 줄 필요는 없으니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들에게는 딱히 동료 의식이라는 게 없는 듯했다.
오직 같은 목표만이 있을 뿐.
“게다가…….”
아르제베토는 묘한 눈빛으로 서우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쿠웅-!
가공할 마기가 어깨 위를 짓눌렀다.
‘젠장. 아직도 저만한 힘이 남아 있다니.’
그녀의 말은 서우진과 달리 허세가 아니었다.
정말로 이 전투를 끝낸 뒤에도, 남은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혼돈 세계’도 아슬아슬하고.’
너무 강력한 힘들의 충돌 때문인지, ‘혼돈 세계’로 구축한 영역이 너덜너덜해졌다.
검을 몇 번만 더 맞대도 터져 나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셀레스티얼 윙’의 무한 사용도 불가능해져.’
그 말은 곧, 패배라는 뜻이었다.
증폭된 힘으로도 간신히 버티는 게 고작인데,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마저도 해제가 되어버린다면?
‘도저히 맞상대할 수 없을 텐데.’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합류한다면,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신이 당하기 전에 그들이 도움을 주러 올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확실히 우세를 점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권속 역시 강력한 힘이 있었으니까.
“후우-”
다시 한번 깊게 심호흡을 했다.
도무지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아니, 방법이 하나 있긴 해.’
아르제베토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부터, 머릿속 한구석으로 계속 염두에 두고 있던 방법이었다.
‘마테아의 징벌.’
단 한 번.
그 어떤 존재라도 죽일 수 있는 신살(神殺)의 힘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최후에나 써먹을 법한 것이다.
서우진이 넘어서야 할 적은 아르제베토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강림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는데, 벌써 이 거대한 힘을 사용할 순 없다.
‘이건 마왕에게 써야 해.’
일개 권속조차도 이렇게 강하니, 마왕은 또 얼마나 강력할까?
지금의 서우진이 지닌 힘으로는 감히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런 존재와 싸울 때를 대비해서, ‘마테아의 징벌’은 아껴두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고민했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있잖아?’
신이든, 마왕이든, 모두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뭐할까?
어차피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만약 서우진이 패배한다면, 아르제베토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홀로 남은 이들을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겐 그만한 힘이 있었고.
‘그렇게 둘 순 없지.’
결국 서우진은 최후의 최후에.
도저히 더는 싸울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 때, ‘마테아의 징벌’을 꺼내 들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몸이 움직였다.
지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싸울 순 있다.
조금만 더 버틴다면 자신을 도와 함께 싸울 이들도 있었고, ‘마테아의 광명’도 남아 있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그러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신살의 힘을 써야겠지만, 그때까지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생각은 정리됐어?”
“그래, 덕분에.”
아르제베토는 서우진의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었다.
이렇게 한 번씩 시간을 주고 있었으니까.
물론, 본인도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는지라, 조금이라도 힘을 회복하기 위한 뜻도 있겠지만 말이다.
“뭔가 표정이 좀 편해졌네? 날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찾았나 봐?”
아르제베토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서렸다.
과연 서우진이 자신을 어떻게 막아낼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인 것 같았다.
“딱히.”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자신의 패를 까보일 이유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틀린 말도 아니었다.
서우진이 생각한 건 그녀를 상대하는 방법이 아닌, 죽일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그것도 반드시.
“그래?”
아르제베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표정이 사라졌다.
‘온다.’
이제 정말로 자신을 죽일 생각인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마테아의 징벌’의 사용을 결정하기 전, 서우진이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쓸 때였다.
붉은색의 선이 길게 늘어섰다.
빛살과도 같은 붉은 검이 공간을 가르며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서우진은 눈을 부릅뜨고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아르제베토의 검은, 마치 뱀처럼 휘어지며 그대로 서우진의 가슴을 향해 똑바로 노렸다.
“이제 죽으렴. 꽤 재미있었어, ‘혼돈의 왕’.”
차갑다 못해 서늘한 음성과 함께, 그녀의 검이 ‘루덴 가르도’의 흉갑과 충돌했다.
카가가가가각-!
저주받을 갑주가 버틴다.
절대 뚫릴 수 없다는 듯, 내재되어 있던 힘을 총동원해 검의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아르제베토의 힘은, ‘루덴 가르도’의 방어력을 아득히 넘어섰다.
끼이이익-!
결국 틈이 벌어졌다.
붉은색의 검날이 그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서우진은 다급한 표정으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아르제베토의 정수리를 향해서.
‘크으윽!’
검이 결국 ‘루덴 가르도’를 뚫고, 가슴에 닿았다.
전신을 뒤덮고 있던 외피가 두 번째 방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더욱 쉽게 뚫렸다.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낼 것 같았던 갑각이 두부처럼 갈라지며, 붉은 검이 가슴을 꿰뚫었다.
“커흑!”
끔찍한 고통이 밀려온다.
‘심장인가?’
아르제베토의 붉은 검은, 정확하게 서우진의 심장을 꿰뚫었다.
손에서 힘이 풀린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움직이면, ‘카 라니엘’이 아르제베토의 정수리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더는 무리였다.
“잘 싸웠어.”
무덤덤한 아르제베토의 음성과 함께, 손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동시에 눈앞이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다.
‘혼돈 세계’가 깨지고, ‘셀레스티얼 윙’이 해제되었다.
그 반동으로 인한 끔찍한 통증이 밀려들어야 했음에도, 서우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미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한끝 차이다.
1레벨.
딱 1레벨 정도만 더 높았더라면, ‘카 라니엘’이 아르제베토의 정수리에 닿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결국엔 서우진의 패배를 결정했다.
아득해진다.
처음 경험해 보는 죽음도 아니건만, 정말이지 기분이 더러웠다.
서우진은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욕설과 함께 입을 열었다.
“마테아의 광명.”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빛이 터져 나왔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력과는 궤가 다른 종류의 신성한 기운이었다.
“…뭐?”
검게 물들던 시야가 회복되며, 눈을 부릅뜬 아르제베토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스으으윽-!
가슴팍에 박혀 심장을 꿰뚫고 있던 그녀의 붉은 검이, 그 힘에 밀려 나와 뽑혔다.
퓨슉-!
핏줄기가 분수처럼 흘러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갈라졌던 가슴은 물론이고, 심장마저도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힘이 돌아왔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던 ‘카 라니엘’을 다시 부여잡았다.
그러곤 경악한 표정으로 땅을 박차려던 아르제베토의 팔을 붙잡았다.
자신의 가슴을 꿰뚫었던 붉은 검을 쥔 팔이었다.
덥석-!
본능적으로 온몸에 가득 들어찬 혼돈기를 밀어 넣었다.
우우우우우웅-!
불타는 회색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방금 전에 해내지 못한 행동을 이어나갔다.
서걱-!
‘카 라니엘’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아르제베토의 정수리를 향해.
정확한 직선으로 베어진 ‘카 라니엘’은, 그녀의 머리를 파고들며 날카로운 소리를 터트렸다.
“꺄아아아악!”
처음이었다.
아르제베토의 비명을 들은 것은.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 피와 뇌수를 흘리며 뒤로 비칠비칠 물러서는 것이 보인다.
한눈에 봐도 치명상이 분명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찼다.
마치 레벨 업을 한 것처럼, 완벽하게 회복한 그의 움직임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큰 부상을 입은 아르제베토가 미처 제대로 된 반응을 하기도 전.
‘카 라니엘’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이번에는 목을 향한 검격이었다.
비록 ‘셀레스티얼 윙’이 해제되며 힘의 증폭이 끝났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나는 ‘혼돈의 왕’ 따위가 아니라고 말했지?”
서거어어억-!
‘카 라니엘’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며, 완벽한 원을 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