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3)
483화.
서우진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체력이 다 소모된 것은 아니었다.
‘마테아의 광명’으로 완전히 회복된 데다, 방금 전에 엄청난 폭업까지 했으니까.
지금은 그 어떤 때보다도 완벽한 몸 상태였다.
그런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듯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머리가 잘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제베토.
지금껏 서우진이 만났던 적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죽하면 마왕을 상대할 때까지 아껴두려던 ‘마테아의 징벌’을 사용할 생각을 했을까.
그 정도로 서우진은 아르제베토에게 농락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당하기만 했다.
“…이겼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서우진은 아르제베토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검술이나 경험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니고 있는 힘도 부족했다.
그녀의 마기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서우진은 온갖 스킬과 아이템들을 활용해 간신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아르제베토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기술들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여력이 남아 있다는 뜻.
그런데 결국 살아남은 것은 서우진이었다.
‘운? 운이 좋았나?’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운만 좋았기에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도 아니었다.
아르제베토의 방심, 그녀가 예상치 못한 일격, 피할 수 없는 완벽한 타이밍 등.
운과 더불어 우연히 맞아 들어간 상황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렇게까지 잘 풀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살을 주고, 뼈를 깎는 동귀어진의 수법을 펼치기는 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팔 한쪽이나,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부상 정도를 입힐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아르제베토의 죽음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 하하-”
황당함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서우진은 아직도 힘이 풀려 있는 다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차례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는 걸었다.
아르제베토의 시신이 있는 쪽을 향해서였다.
‘진짜 죽었네.’
레벨 업을 했으니 굳이 확인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서우진은 직접 눈으로 다시 보고 싶었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는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통제력을 잃은 마기가 미친 듯이 날뛰며,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었고.
확실했다.
아르제베토는 죽었다.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루덴 가르도’를 문신으로 집어넣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찜찜하진 않았다.
아르제베토는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할 적이었으니까.
패배할 가능성이 높던 전투에서 이렇게라도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다행이었다.
“내 이름은 서우진이니까, 기억해 둬라.”
‘혼돈의 왕’이 아니다.
복잡한 눈빛으로 아르제베토의 시신을 내려다보던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도우러 가자.’
애꿎은 희생을 줄이자면,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 * *
[크아아아아아!]마베로돈이 괴성을 터트렸다.
손쉬운 싸움이 될 것이란 그의 예상은 벗어난 지 오래였다.
오히려 반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도 버거울 지경.
스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턱이 잘려 나갔다.
드래곤도 산채로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턱이, 신성력을 품은 오러를 견뎌내지 못했다.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그것을 수습할 여유 따윈 없었다.
조금 전까지 몰아붙였던 은발의 사내, 반 슬레인이 자신의 목을 따기 위해 뒤에서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막아라!]다급한 명령과 함께, 벌레들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들며 벽을 세웠다.
쩌저저저적-!
하지만 그놈들로는 단 1초도 그를 멈춰 세울 수가 없었다.
단 일 검에 수십 조각으로 나뉜 채,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으니까.
마베로돈은 기겁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가용 가능한 마기를 모두 끌어모아, 검을 막기 위해 팔을 들었다.
쩌어어엉-!
검과 검이 충돌하며,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막았……!]스스로도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방어에, 마베로돈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좋아하긴 너무 이르지 않으냐?”
그의 뒤에서 자애로운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프레이야였다.
경악한 마베로돈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주변을 둘러싼 마기를 종잇장처럼 베어버리며, 그녀의 검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제 그만 죽거라.”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음성이었다.
마베로돈은 다시 검을 들어 그 참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핏-!
따끔한 통증과 함께 육체가 굳어졌다.
* * *
계수지의 전신은 모든 곳이 무기나 다름없었다.
머리, 주먹, 팔꿈치, 무릎, 발은 당연했고, 심지어는 등으로도 마수들을 터트려 버릴 정도의 스킬을 구사할 수 있었다.
“태산 부수기!”
투우웅-!
마력으로 강화된 어깨가, 조라네스의 명치를 가격했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그 위력도 단순하지는 않았다.
[커어어억!]조라네스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본래라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어야 정상이었다.
계수지가 강하기는 하지만, 그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맨몸에 직격당한다 해도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신성마법에 그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심지어 그와는 반대로, 용사들은 훨씬 강력해졌다.
거기에 더해 모든 공격에 신성력까지 담기기 시작했으니, 아무리 조라네스라 하더라도 쉽게 견딜 수 없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매그넘 펀치!”
장난기 가득한 외침과 함께, 튕기듯 날아가던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런……!]조라네스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가까스로 늦지 않게 몸을 뒤집어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콰드득-!
팔이 부러졌다.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자세로 방어를 했음에도.
“아자!”
저 왜소한 몸집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만한 거력이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감히!]조라네스는 노호성을 터트리며, 충격을 이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놓치지 마요!”
그때, 계수지가 소리쳤다.
조라네스에게는 비현실적인 초회복 능력이 있었다.
지금은 양팔이 부러지고 내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그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니 몸을 피하기 전에 붙잡아서 더 큰 타격을 입혀야만 했다.
“소환!”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바로 김다혜였다.
그녀가 ‘소환’한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물건이었다.
단순한 정육각형의 쇳덩어리였으니까.
그저 무거울 뿐인.
[커어어억!]몸을 날리려던 조라네스는, 자신의 육체를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감에 눈을 부릅떴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다.
이깟 쇳덩어리 따위는 손가락 하나로도 부숴 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 움직임을 멈추었다는 게 문제였다.
“헬 파이어.”
진태성의 나지막한 음성과 함께, 조라네스 아래쪽의 땅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틈에서 지옥불이 치솟아 올랐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순식간에 대지를 녹이고, 조라네스를 짓누르던 쇳덩어리조차 증발시켜 버릴 정도의 가공할 열기.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마력만 모으고 있던 진태성과 김태진, 그리고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힘을 합친 결과물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결국 조라네스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공격은 약화된 놈이 버텨내기엔, 지나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전신을 뒤덮고 있던 털이 모두 잿더미가 되어 흩날렸고, 피부까지 화상에 눌어붙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다혜가 소환한 쇳덩어리가 녹아내리며, 쇳물이 그대로 조라네스를 덮쳤다.
물론, 그녀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덕에 놈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푸스으으으으으-!
새카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초고열의 쇳물을 뒤집어쓴 조라네스의 모습은,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계수지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들이 확실히 우세인 것은 맞았지만, 아직 승리를 확신할 순 없었다.
그만큼 마왕의 권속들은 강한 존재들이었으니까.
“이제 된 것 같은데요.”
뒤쪽에서 쉼 없이 스킬을 난사했던 김태진이 말을 걸어왔다.
“아직이에요.”
하지만 계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죽을 것 같은 몰골이었지만, 쇳물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오히려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형형한 것이,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반격을 가할 것 같았다.
“일단 원거리에서 견제하죠.”
상처 입은 짐승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계수지는 근접 공격을 주로 하는 용사들을 뒤로 물리고는, 원거리 공격을 지시했다.
“토네이도 에로우!”
콰과과과과과과곽-!
박혜경의 거궁에서 회전하는 화살이 쏘아지며, 조라네스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피가 튀었다.
그런데도 놈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으음.’
그것을 본 계수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로 힘이 다 한 건가?’
여전히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감각은 계속해서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큰 게 필요하겠군요.”
조라네스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지금.
확실히 숨통을 끊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여기엔 그만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몇 있었다.
“100레벨 이상은 모두 전면으로.”
그녀의 말에 몇몇 용사들이 앞으로 나선다.
총 12명.
동료들과 엘리트 친구들이었다.
“지금부터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저놈의 숨통을 끊을 때까지 공격할 겁니다.”
방식은 자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력의 스킬을 사용한다.
“남은 분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주세요.”
위력이 강한 스킬을 사용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고작해야 몇 초의 차이였지만, 조라네스의 힘이라면 그사이 용사 몇 명 쯤은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 존재.
견제를 해줄 이가 필요한 건 당연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제들이 한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탁드릴게요.”
스킬에 신성력까지 깃든다면, 이번에야 말로 조라네스는 살아남을 수 없을 터.
계수지는 단 1초도 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전신의 마력을 끌어 모았다.
단 한 톨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힘을 주먹에 집중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열두 명의 용사가 모두 힘을 응집시키자, 주변의 공간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죽은 듯이 서 있기만 하던 조라네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막아요!”
경계하고 있던 박혜경이 소리쳤고, 놈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스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조라네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박차를 가하며, 속도를 높였다.
[적어도 한 놈쯤은……!]살기가 쏟아진다.
가장 선두에 서있던 계수지를 향해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