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반대요.”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건, 놀랍게도 김다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의견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서우진은 이미 김다혜가 반대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녀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약한 자들에 대한 보호였으니까.
아직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김다혜는 병사들을 위한 거창한 계획까지 세워두지 않았던가.
그런 심성의 녀석이라면 당연히 반대할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가장 먼저 나서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음, 다혜가 반대면 저도 반대요!”
두 번째로 나선 건 이지아.
이유치고는 너무 가벼운 듯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확실히 장단점이 있긴 하네요.”
계수지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리를 얻자면 제국행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들과 연수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적들을 상대하며 승리로 이끌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계수지의 시선이 창밖을 향한다.
열심히 전장을 정리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았지만, 아닌 이들도 많았다.
모두 이번 전투에서 동료나 친한 지기를 잃은 자들이었다.
만약 자신들이 제국으로 돌아간다면?
많은 왕국의 병사가 저러한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아니, 저들만이 아니지.’
그들의 가족, 친구, 지인.
수많은 사람이 슬픔과 비탄에 잠길 게 분명했다.
‘…어쩌면 그것도 불가능할지도.’
슬퍼해 줄 새도 없이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으니까.
계수지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고는, 서우진을 돌아보았다.
“저도 반대할게요.”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가벼이 선택한 것 역시 아니다.
싸움이 조금 힘겨워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평범한 이들의 희생을 보고만 있긴 힘들었다.
그녀의 선택을 시작으로 용사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 38, 찬성 8이라…….’
서우진의 동료들은 모두 반대했고, 지원을 온 용사들 중 일부가 찬성했다.
대부분은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찬성하신 분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굳이 그들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었다.
서우진에게 중요한 건 동료들의 의사였지, 큰 인연도 없는 용사들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찬성을 표한 용사들도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그냥 따르죠.”
“어차피 거기에도 용사들은 있으니까.”
“우리까지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쪽이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남기로 했다면, 그렇게 하면 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돌아가 볼 테니, 조금 쉬고 계세요.”
뜻을 모았으니, 전달하는 건 혼자서도 충분했다.
서우진이 건물을 나가자, 안쪽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질리지도 않는지, 구동환이 이어서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기사들이 머물고 있는 쪽이었다.
그곳으로 향하던 중간에 많은 병사를 마주쳤다.
그들은 예외 없이 모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긴 했지만, 함께 전투를 치렀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서슴없이 다가와 감사를 표하고는 돌아갔다.
‘나쁘지 않아.’
괜히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그 누구보다 싫은 종자들이었지만, 나중에는 든든한 전우가 되어주지 않았던가.
비록 서우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지만, 탓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앞날을 축복해 줄 뿐.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북방이라고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처절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서우진은 그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기사단, 그중에서도 백은 기사단의 생존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서우진은 천천히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
똑똑-
“들어오십시오.”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허락이 떨어지자, 서우진은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우진 님.”
루데인이었다.
성벽 밖에서 벌레들과 직접적인 전투를 치르지 않은 그는, 다른 기사들에 비해 훨씬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어두웠다.
홀로 안쪽에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심한 모양이었다.
군의 지휘를 위함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으십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야죠.”
루데인은 자조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서우진은 그렇게 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말을 더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을 듯했다.
어서 볼일을 마친 뒤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그에 대한 배려였다.
“로나인 경은 어떤가요?”
“안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데인과 대화를 나누어도 나쁘진 않지만, 이곳의 제국군의 최고 책임자는 로나인이었다.
결국에는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할 일이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루데인은 서우진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으으으으.”
“허억- 허억-!”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가득하다.
누가 뭐래도 이번 전투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기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백은 기사단이 가장 처참하게 당했고.
오백의 기사들 중 살아남은 이들이 고작 일백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마저도 사제들이 집중적인 치료를 해준 덕분이었다.
만약 신성 마법이 없었다면, 생존자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도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이들이 다수였다.
‘백은 기사단은 해체되겠군.’
기사단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이 태반이고, 모두 낫는다 해도 그 수가 너무 적다.
결국엔 해체되어 다른 기사단에 편입이 되던가, 아니면 이대로 은퇴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기사단 역시 마찬가지.
5천에 달하던 기사들이 절반밖에 살아남지 못했으니, 제국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전력은 적지 않겠지만…….
‘다 같이 제국으로 오라고 한 이유가 있긴 하군.’
이번에 입은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충하려는 듯했다.
서우진은 굳어진 표정으로 루데인의 뒤를 따랐다.
기사들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다.
“이곳입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서우진의 물음에 루데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피 냄새.’
문틈으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바로 혈향이었다.
“들어가시지요.”
서우진은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창문의 커튼은 활짝 열려, 그 사이로 들어온 따스한 햇빛이 방안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따사롭지 않았다.
‘무겁군.’
코끝을 자극하는 피 냄새와 함께,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오, 오셨습니까?”
침대에 누워 있던 로나인이 힘겹게 인사를 건네 왔다.
“그냥 누워계세요.”
한눈에 봐도 심상찮은 상태였다.
신성 마법으로 치료를 했을 텐데도, 이 정도라니.
‘가망이 없어 보이는군.’
간신히 숨만 붙여놓은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듯, 빠르게 생명력이 소진되고 있었다.
길어야 하루.
그 안에 로나인은 목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차마 괜찮냐는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
“보, 본국의 연락, 을 받으, 셨습니, 까?”
로나인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받았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돌아…….”
“하지만 용사들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우진이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로나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심정적으로는 부릅뜨고 싶었겠지만, 그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왜, 왜……?”
이유를 묻는다.
서우진은 그 이유를 답해주었다.
“‘소외받고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돕는다’. 그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많은 것이 생략된 말이었다.
하지만 로나인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을 모두 알아들었다.
“그렇, 군요.”
실망한 표정은 아니다.
어쩌면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원망은 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의 고민한 뒤에 결정한 일이니.”
서우진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아무리 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단 선택을 했다지만, 함께 싸우다 큰 피해를 입은 기사 앞에서 당당한 태도를 취할 순 없었다.
“이해, 합니다.”
로나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 허나…….”
그는 잠시 숨을 돌리고는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용납을, 하, 시지 않을 듯, 합니, 쿨럭-!”
말을 하다 기침을 토했다.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쯧.’
장기도 모두 상했다.
한계를 벗어나 마력을 사용한 대가일 것이다.
그야말로 생명력까지 불태워가며 벌레들과 싸운 탓에, 신성 마법으로도 그를 회복시킬 수 없는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가만히 옆에 놓여 있던 수건을 들어 입가를 닦아주었다.
“그건 저희가 감수해야겠죠. 어쨌든 선택을 한 건 이쪽이니까.”
황제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였다.
지금은 전쟁 중이니 딱히 손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용사들을 제국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알 수 없었다.
“아, 알겠습, 니다.”
로나인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 일은 제가 돌아가, 설명하도록, 하, 하겠습니다.”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게이트를 통한다면, 순식간에 제국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균형이 깨어지고, 생명이 경각에 달한 로나인이 마법에 사용된 마력을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게이트를 넘는 도중에 사망할 수도 있었다.
‘그럴 확률이 높지.’
지금의 로나인은 깨진 도자기와도 같다.
풀을 발라 억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아주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다시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도자기.
서우진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로나인을 이대로 보낼 순 없을 것 같았다.
‘보자…….’
서우진이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전투가 끝난 시점에서, 조금 전에 딱 하루가 넘어갔다.
‘어쩔 수 없지.’
타이밍도 좋다.
조금 고민이 되긴 했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살려 드리겠습니다.”
뜬금없는 말.
로나인이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끔뻑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서우진의 손에 죽은 ‘성녀’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절대 회복될 수 없다.
로나인을 비롯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는 아이에르 군에서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 프레이야조차도.
그런데 살려주겠다니?
그 말을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로나인에게 채워주었다.
그러곤 말했다.
“아무래도 로나인 경은 살아 있는 쪽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겸사겸사 열심히 싸워준 것에 대한 대가도 치를 겸.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마테아의 광명’.
거대한 힘이 로나인의 육체를 재조립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