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9)
489화.
회복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문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이는 순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로나인이 완전히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조차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의 속도와 위력의 회복이었다.
“이, 이게?”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서우진이 팔찌 하나를 채웠더니 완전히 나아버렸다.
당연히 로나인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성물입니다.”
서우진은 ‘마테아의 광명’을 회수하며, 로나인을 향해 담담히 설명해 주었다.
“성물!”
로나인이 다시 한번 경악한다.
성물이라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일국의 보물이 되기에 충분한 물건 아니던가?
심지어 그 제국조차도 단 한 개의 성물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적어도 로나인이 알기로는 말이다.
그런 귀중한 것이 서우진의 손에 있을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로나인이 침대에서 일어나며, 서우진을 향해 허리를 접어 인사했다.
“인사는 되었습니다.”
감사 인사를 받자고 그를 회복시켜 준 것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로나인의 입장에서, 서우진은 생명의 은인이었다.
기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서우진을 향한 존중심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허리를 굽히고 있는 그의 모습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인사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그만 일어나세요.”
다시 한번 권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로나인은 여전히 자세를 풀지 않았다.
대신, 입을 열었다.
“염치없는 간청입니다만, 혹시…….”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가능하시다면 제 휘하의 기사들도 치유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살아났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전, 부하들의 걱정부터 한다.
주변에 워낙 괴물들이 많아 존재감이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역시 로나인은 제국에서도 자랑하는 기사 중 기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마테아의 광명’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 방금 로나인을 살렸으니,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쓸 수 있을 터.
“…그렇습니까?”
로나인의 음성이 살짝 떨려왔다.
죽음을 목전에 둔 부하들을 구할 수 없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할 방법은 없었다.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마테아의 광명’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성물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만약 동료들 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가 있었더라면, 서우진도 로나인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테아의 광명’을 거기에 사용했을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동료들은 사제들의 신성마법으로도 치유가 가능한 수준의 부상을 입은 게 전부였다.
그 덕에 이렇게 그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었고.
‘운이 좋았던 거지.’
그렇다.
로나인은 운이 좋아서 살 수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그만큼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고.
그것뿐이다.
“…그렇군요.”
로나인이 몸을 일으켰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그들을 치료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았으니, 더는 부탁할 수도 없었다.
깊게 한숨을 내쉰 로나인은 뒤늦게 서우진을 향해 의자를 내주었다.
“일단 앉으시지요.”
계속 서서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차라도 내오고 싶었지만, 그럴 정신도 없었다.
서우진은 로나인이 내온 의자에 앉았다.
“로나인 경.”
그러곤 살짝 무거운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서우진이 그를 찾아온 것에는 치료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제국으로 돌아가실 때, 저희의 뜻도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꿈틀-
서우진의 말에 로나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폐하께서 용사님들과 함께 복귀하라 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중에도 그 명령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복귀하신 뒤 직접 말씀하시는 것이 낫…….”
거기까지 말을 한 로나인이 입을 다물었다.
서우진이 저런 부탁을 한 이유를 깨달은 것이었다.
“함께 가지 않으실 생각이군요.”
“그렇습니다.”
로나인이 입술을 움찔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로나인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에게 있어 황제의 명령은, 지상 과제일 것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용사들은 아니다.
황제의 명령은 들어도 그만, 듣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애초에 군신관계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설마하니 복귀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저희는 다른 왕국으로 이동할 겁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로나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용사들을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최소한 이유라도 알고 나서 설득을 할 생각이었다.
“이유라…….”
서우진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고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사람들을 좀 도우려고요. 제국은 이미 강하지 않습니까?”
친절한 설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나인은 서우진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렇군요.”
로나인이 고개를 주억였다.
“폐하께 제가 직접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우진은 로나인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보고를 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호의를 담을 게 분명했다.
그럼 황제로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할 것이고.
‘이런 걸 바라고 치료해 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일이 잘 풀린다면 다행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마왕의 권속들은 목표를 정하지 않고, ‘팔로타인 라세’의 주변을 모조리 휩쓸고 있었다.
제국을 제외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왕국은 많았다.
서우진은 잠깐 고민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레닌스탕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만.”
기사들의 왕국이자, 디아로크의 나라이며, 이지아를 지원하는 곳.
서우진이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한 곳은, 바로 그 레닌스탕이었다.
* * *
“그래서, 그냥 왔다?”
황제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 안에 감춰져 있는 불쾌함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사옵니다.”
로나인은 고개를 더욱 깊게 숙였다.
“허어- 설마하니 나의 명이 무시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늘.”
헛웃음을 터트리는 황제의 모습에, 로나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최대한 많은 이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뜻을 존중해 달라 말하였나이다.”
서우진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나인은 그렇게 말을 해서라도 황제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최대한 많은 이라…….”
황제가 손가락으로 옥좌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똑- 똑- 똑-
느리고 반복적인 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로나인은 설명하기 힘든 압박감이 커졌다.
그렇게 숨이 막힐 지경에 다다를 때쯤.
“존중해 달라니, 해줘야겠지.”
하마터면 참았던 호흡을 터트릴 뻔했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간신히 그것을 참아낸 로나인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허나 안타깝게 되었구나. 본국을 향한 공격 역시 절대 얕볼 수 있는 건 아니거늘.”
새로운 권속들의 공격이 시작된 지 고작해야 사흘.
그사이에 무려 다섯 개가 넘는 도시가 무너져 내렸다.
생존자는 없다.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
놈들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투입되었던 크루시엘의 요원들 역시 마찬가지.
덕분에 제국은 아직도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런 때에 서우진의 힘을 빌린다면 훨씬 수월한 방어를 해낼 수 있을 터인데, 돌아오지 않다니…….
“허나 다른 왕국 역시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이니, 차라리 그리하는 것이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을 듯도 하구나.”
로나인의 표정에 감격이 서렸다.
역시 황제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따를 가치가 충분한 존재였다.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게 분노할 만함에도, 그들을 이해해 주는 포용심을 지녔다.
“용사들의 뜻을 존중하겠으니, 원하는 대로 하라 전하거라.”
“그리하겠나이다.”
로나인이 안도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위험했다 들었느니라.”
로나인을 향한 걱정의 음성이 들려왔다.
“폐하의 염려 덕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나이다.”
정확히는 서우진의 배려 때문이었지만, 로나인은 예를 갖춰 말했다.
“그것이 어찌 나의 염려 때문일까?”
황제는 고개를 저었지만,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그 말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헌데 그 상세가 하루를 채 넘기기 힘들다 하지 않았더냐?”
어떻게 그리 완벽하게 치유가 되었는지 묻는 것이었다.
로나인은 잠시 고민했다.
서우진이 치료해 주었다는 말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도 밝히는 건 다른 문제였다.
성물에 대해 보고를 한다면, 혹여나 서우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황제가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약간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밝히지 못할 일이더냐?”
침묵이 길어지자, 황제가 씁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아니옵니다.”
화들짝 놀란 로나인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
서우진이 생명의 은인이긴 했지만, 그가 모시는 이는 황제다.
그리고 황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릇을 지닌 대인배였고.
로나인은 빠르게 고민을 마친 후, 입을 열었다.
“그에게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이름의 성물이 있었나이다.”
“…성물?”
황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욕심.
몇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는 표정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로나인이 말을 이었다.
“하루에 한 번, 숨만 붙어 있다면 완벽하게 회복시켜 줄 수 있는 효능이 있다고 들었나이다.”
“허어- 그런 것이 있었단 말이더냐?”
황제가 감탄한다.
그 정도라면 효능이 아닌, 기적으로 불려도 무방할 수준 아닌가?
“그렇사옵니다. 용사 서우진은 그것을 사용해 저를 치료해 주었사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구나.”
“화,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가 일개 기사인 자신을 치료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다니?
그보다 더한 감격이 또 어디 있을까?
“너는 우리 제국의 기둥이니라. 그러한 존재를 살려주었으니, 응당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가 허허- 웃었다.
그러곤 감격해하는 로나인을 향해 말했다.
“아직 전투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을 터이니, 이만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라.”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로나인은 감히 황제의 얼굴을 바라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쳐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흐음-”
혼자가 된 황제의 미간이 좁아졌다.
“나의 명을 거부했다?”
괘씸하다.
서우진이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긴 했다.
심지어는 아르데타인을 죽이며 아들의 복수까지 해주었으니까.
해서 웬만한 편의를 봐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제국이 위기에 처한 지금, 감히 자신의 명령을 무시할 줄은 몰랐다.
거기에…….
“‘마테아의 광명’이라…….”
로나인의 목숨을 살린 그 성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똑- 똑- 똑-
옥좌를 두드리는 손가락 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