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
#48화.
제국의 배려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다행히 첫날에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서우진을 포함한 용사들은 마경 헬데인의 환경에 쉽게 익숙해질 수가 있었다.
“덥네요.”
유홍설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운 것보단, 후덥지근해요.”
이지아도 그 말에 동의했다.
습도가 높아도 너무 높았던 것이다.
숲의 상쾌함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기는 묵직했고, 끈적끈적했으며, 불길하기까지 했다.
“한국 여름도 여기보단 낫겠네.”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북방처럼 잘못했다간 그대로 얼어 죽어버릴 날씨는 아니었지만, 불쾌지수만큼은 헬데인이 한수 위였다.
“너무 조용한 것도 마음에 걸리네요. 이렇게 울창한 숲에서 어떻게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건지.”
마경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할 일이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일단 식사 준비부터 할까요?”
용사들은 각자 팀을 나눠 사방으로 흩어졌다.
생존 훈련을 하는데 한 군데 모여 있어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사들은 용사들의 근처에서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한 상태였고 말이다.
“준비된 식량이…….”
유홍설은 처음에 보급받은 식량을 확인해 보았다.
“너무 적네.”
아무리 아껴먹는다고 해도 이틀이면 모두 동날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았다.
“스스로 구하라는 뜻일까요?”
유홍설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 시작되면 제대로 된 보급이 항상 이어질 순 없을 테니, 한 번 경험해 보라는 거겠죠.”
우리나라 군대에서도 그런 훈련을 하는 부대가 있지 않은가?
UDT의 생식주라던가…….
‘나는 안 해봤지만.’
북방에서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워낙 보급이 잘되기도 했고, 반 슬레인이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도 있었다.
“그럼 사냥이나 채집이라도 좀 해야 할 텐데. 아, 그전에.”
혼잣말을 하던 유홍설이 까먹었다는 듯 손뼉을 짝! 치고는, 한쪽을 쳐다봤다.
“서로 제대로 통성명도 안 했네요.”
그곳엔 남자 두 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바로 이지아가 새로 데려온 용사들이었다.
“짜잔! 대망의 자기소개 시간이에요!”
웬일로 조용히 있던 이지아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기 이 오빠는 강병규! 등급은 B! 직업은 ‘탐험가’! 그리고 레벨은 24입니다!”
‘무슨 UFC선수 소개하냐?’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난 표정으로 소개를 이어갔다.
“이쪽은 진태성! 등급은 A급! 직업은 ‘원소술사’! 마지막으로 레벨은 무려 28입니다!”
두 사람의 소개에 서우진은 눈을 살짝 빛냈다.
‘의도한 건가?’
놀랍게도 이지아는 꼭 필요한 직업들을 골라서 데려왔다.
마경이라 해도 일단 숲이니 ‘탐험가’ 직업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식량 수급이나 길을 찾는 등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컸으니까.
그리고 ‘원소술사’는 이 팀에 부족한 마법 전력을 보완해 줄 수 있었다.
서우진 역시 마법에 가까운 스킬들이 있었지만, 그건 진짜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너무도 이질적이었으니 말이다.
‘넓은 범용성을 지닌 다혜의 스킬도 있고.’
나쁘지 않았다.
정말로 의도해서 데리고 온 건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고개를 끄덕인 서우진은 기특하단 눈빛으로 이지아를 쳐다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헤헤.”
기분이 좋은지 이지아가 헤실헤실 웃었다.
마치 ‘저 잘했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는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등급은…….”
“이미 알고 있어요.”
서우진이 자신의 소개를 하려는데 강병규가 웃으며 말을 막았다.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비꼬는 건가? 싶었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하긴. 너무 눈에 띄긴 했지.’
파티 때부터 시작해 트롤 사건까지.
서우진이라는 D급 용사에 대한 소문은 모든 용사의 머리에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쩌랴?
‘내가 자초한 것을.’
서우진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것을 본 강병규가 오해를 한 것 같았다.
“아, 아니. 저는 일부러 무시를 한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자신이 말을 막아 서우진의 표정이 안 좋아진 거라 생각한 강병규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것만 봐도 나쁜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서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았다.
오히려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매번 시비를 거는 놈들만 봐오다 이런 경험을 하니, 신선하기까지 했다.
“다행이네요, 하하!”
강병규는 서우진과 같은 나이였다.
솔직히 동생인 줄 알았는데 꽤나 동안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동갑인 덕분에 서우진은 강병규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진태성은 반대였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과묵해도 너무 과묵했다.
처음 인사를 할 때를 제외하면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표정을 보면 무뚝뚝한 사람은 아닌데…….
“태성이가 낯을 조금 많이 가려요.”
서우진이 의아해하자, 이지아가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아하.’
그러니까 과묵한 게 아니라, 소심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팀에 도움만 된다면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고.
“그럼 식사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우진이 강병규를 보며 물었다.
이런 방면으론 자신보다 그가 훨씬 더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가장 먼저 물을 찾아야 돼.”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을 하나 뽑으라면, 그건 당연히 물이었다.
“식수뿐만 아니라, 위생에도 도움이 되니까.”
인간의 육체를 초월한 용사들이 병에 걸릴 리는 없겠지만, 이곳은 마경이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못 씻으면 찝찝하기도 하고.”
“안 그래도 이렇게 끈적끈적한데 씻지도 못하면 큰일이죠.”
강병규의 말에 이지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장마철보다 꿉꿉한 날씨에 샤워도 못하고 일주일간 버티는 것은 꽤나 고역일 터였다.
“그럼 물부터 찾아야겠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병규가 빙긋- 웃었다.
“사실은 이미 찾아놨지.”
“어?”
“내 스킬은 그런 쪽으로 특화되어 있거든.”
수색, 탐지, 감정 등.
강병규는 ‘탐험가’라는 직업에 걸맞은 스킬들이 많았다.
“레이더.”
강병규가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연한 녹색빛이 그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주변에 뭐가 있는지 찾을 수가 있어. 그리고 이쪽에.”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작은 개울이 흐르더라고.”
서우진은 감탄했다.
전투는 모르겠지만, 함께 다니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 동료였다.
“가보자.”
서우진은 일행과 함께 강병규의 뒤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정말로 개울이 나타났다.
개울이란 이름답게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서우진의 팀이 사용하기에는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했다.
“베이스캠프는 이곳에 설치하자.”
물가에 자리를 잡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당연히 그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이제 제 차례요.”
장소가 정해지자 멍한 표정으로 이지아의 옆에 꼭 붙어 있던 김다혜가 나섰다.
“응?”
갑작스런 말에 서우진이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쳐다봤다.
하지만 김다혜는 대답 대신, 스케치북을 꺼내 뭔가를 슥슥 그리기 시작했다.
스킬의 영향인지, 그림이 완성되는 것은 고작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디테일하게는 힘들지만… ‘소환’.”
김다혜가 그림을 ‘소환’했다.
그리고…….
“와!”
“이게 되네.”
서우진은 깜짝 놀라며 앞에 나타난 것을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다.
“통나무집이라니?”
그는 대충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서 노숙을 하는 걸 생각했다.
그것은 강병규나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고.
어떤 사람이 마경에 와서 이런 통나무집을 만들어 지낼 생각을 할까?
“끝났음요.”
김다혜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집을 소개했다.
“24평에 안타깝지만 옵션은 없음요. 대신 이렇게…….”
김다혜가 뭔가를 건드리자, 놀랍게도 불이 들어왔다.
“전기 사용은 가능.”
대체 무슨 메커니즘인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하긴, 마왕도 있고, 용사도 있고, 마법도 있는 세상이니 뭐가 불가능하겠냐만.
서우진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봤다.
옵션이 없다는 김다혜의 말처럼, 집 내부는 가구 하나 없는 통짜 원룸이었다.
“다혜야, 다혜야. 침대! 침대는 못 만들어? 그것만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이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김다혜를 졸랐다.
“가능은 한데…….”
김다혜가 머뭇거렸다.
“괜한 마력 낭비는 하지 말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 최대한 대비해야지.”
이지아의 말대로 침대가 있으면 안락하겠지만, 그렇다고 마력을 마구 남발할 순 없었다.
아직까지 별 일 없다고 해도, 이곳은 마경.
전투가 벌어질 때를 생각하면 마력을 아껴야만 했다.
“이 정도 집이면 감지덕지지.”
“맞아요. 일주일간 밖에서 잘 생각만 해도 괴로웠는데…….”
서우진의 말에 유홍설이 맞장구 쳤다.
“침대는 없어도 이런 게 있긴 해. ‘생존가방’.”
그때, 강병규가 나서며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허공에 작은 구멍이 나타났다.
“일종의 인벤토리 같은 거야. 이 안에는 탐험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더라고. 예를 들면… 이거!”
구멍에 손을 집어넣은 강병규는 뭔가를 꺼내들었다.
“침낭?”
“오! 좋아요! 캠핑 온 것 같아!”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지아의 말대로 훈련이 아닌, 캠핑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팀 운이 좋네.’
이 세계에 소환된 이후로, 서우진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운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확실히 좋은 것 같았다.
팀원들의 성격도, 능력도.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대로 일주일간 별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마경 헬데인이다.
캠핑하고는 거리가 백만 광년쯤 떨어진 곳.
우우우우-!
“몬스터다.”
집 밖에서 짙은 살기와 함께,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열 마리는 넘는 게 확실했다.
파스스스-
놈들이 집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일단 나가서 전투 준비.”
이지아와 강병규는 자신들이 생존에 도움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우리지.’
자신과 이지아, 유홍설, 그리고 진태성.
살아남으려면 전투 능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서우진은 이제 자신의 가치도 증명할 생각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