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0)
490화.
“이쪽이에요!”
이지아가 신이 난 표정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저 녀석, 길을 제대로 알긴 하는 걸까요?”
서우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닌스탕에서 1년간 지냈잖아요. 그럼 괜찮지 않을까요?”
계수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레닌스탕에서 지냈다고 해서 거기까지 가는 길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 레닌스탕의 국경에 도착하려 해도, 며칠은 더 가야 한다.
그런데도 녀석은 신이 나서 제가 길안내를 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딱히 이상한 길로 가는 건 아닌 듯하니까.”
강병규가 피식 웃으며 끼어들었다.
‘탐색’으로 레닌스탕까지 향하는 최적의 경로를 설정한 그는 이지아의 길안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서우진은 괜히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지아가 믿음직한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싸울 때는 의지가 된다만.’
전투 능력이 아닌, 평소의 행실은 솔직히 불안하다.
가벼운 행동에 비해서 생각이 깊은 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철없는 행동을 하곤 했으니, 서우진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 괜찮겠지.”
이곳에는 무려 50명에 가까운 용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거기에 경험이 많은 반 슬레인까지 있었으니, 녀석이 웬만한 사고를 쳐도 충분히 수습이 가능할 것이다.
서우진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사들과 반 슬레인, 그리고 사제 몇 명이 말을 타고 천천히 대로를 이동하는 중이었다.
바로 어제까지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프레이야 님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녀는 브로바이슨에 남았다.
아이에르 군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었으니, 함부로 움직일 수 없던 것이다.
대신 사제들을 몇 명 붙여주었다.
하나같이 그 이름이 아이에르에서도 드높은 고위급들로 이뤄진 사제단이었다.
심지어 그들을 이끄는 이는, 유로아라는 이름의 추기경이었다.
아이에르에서도 12명밖에 없는 추기경이 합류하자, 이동이 확실히 편해졌다.
신성 마법 중에는 지구력과 이동속도를 상승시켜 주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방 지원의 직업을 지니고 있는 용사들의 스킬과 어우러져, 레닌스탕으로의 여정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흐음.’
서우진은 일행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대단한 전력이긴 했다.
용사에, 반 슬레인에, 사제단까지.
웬만한 권속 하나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충분했다.
‘문제는 그 웬만하다는 게 어느 정도냐는 건데.’
만약 아르제베토 수준의 권속이라도 만난다면?
이 전력으로도 힘들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이 부리는 몬스터나 마수까지 존재한다면…….
‘더 어렵겠지.’
또다시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단 전투 때와는 달리, 한 명의 희생도 없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럴 확률이 높겠지.’
지금까진 운이 좋았다.
다친 이들은 나왔지만, 죽은 사람이 없다는 건 그야말로 천운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아니다.
그런 운이 계속될 리도 없을뿐더러, 적은 더더욱 강해질 테니까.
‘그래도 최대한 막아보기는 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사제들의 합류는 좋은 신호였다.
그런 서우진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일행의 뒤쪽에서 천천히 뒤따르던 추기경, 유로아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서우진 역시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는 고개를 돌렸다.
‘신성력이라…….’
얻고 싶다.
하지만 얻을 방법이 없었다.
프레이야는 주신을 믿으면 된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포기해야 하나…….’
혼돈기에 신성력까지 합일시킬 수 있다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루덴 가르도’처럼 신성력을 품은 물건이라도 얻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마테아의 광명’이나 ‘마테아의 징벌’에 담겨 있는 기운은 서우진이 흡수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력과 같은 기운이 담긴 성물이 있을까?’
서우진이 지니고 있는 성물의 신성력과 아이에르의 신성력은 같은 듯, 달랐다.
마치 다른 신의 힘인 것처럼 말이다.
혹시 모른다.
‘마테아의 광명’은 불가능하지만, 주신의 신성력이라면 흡수할 수 있을지도.
‘뭐든 도전해 봐야겠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둘째다.
일단 지금은 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으니까.
서우진은 말의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셨소?”
유로아가 그런 서우진을 반겼다.
시선이 마주쳤을 때부터, 접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우진의 말에 그가 허허- 하고 웃었다.
“나야 주신의 뜻을 따를 뿐이니, 그런 인사는 감당키 어렵구려.”
나이가 지긋한 유로아는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도움을 주시러 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도와주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 주신이든, 프레이야든 상관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직접 움직이는 것은 유로아였으니, 감사를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이것 참.”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분이 나쁜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 늙은 사제에게는 무슨 볼일이 있으시오?”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던 서우진이 후방으로 왔다는 건,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 다른 건 아니고…….”
서우진이 잠시 머뭇하다, 말을 이었다.
“혹시 아이에르에도 성물이 있습니까?”
“성물?”
뜬금없는 질문에 유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주신의 힘이 담긴 물건이라면, 몇 있긴 하오. 헌데 그건 왜……?”
그 말에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그냥 한번 찔러본 것인데, 정말로 있을 줄이야.
“어떤 물건들입니까?”
다급함까지 느껴지는 표정으로 물었다.
“흐음…….”
유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기색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참회의 기도상’일 것이오. 들어보신 적이 있소?”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으니까.
“총교단의 깊숙한 곳에 놓여 있는 조각상이오. 그 안에는 주신의 힘이 깃들어 있어, 기도하는 이의 몸을 정화시키고 순결케 한다오.”
“오, 그렇습니까?”
그냥 그렇다더라, 수준의 대답이 아니었다.
설명하는 유로아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경험을 해본 듯했다.
“그 외의 것을 보자면, 성검 ‘엘 로디아’와 성갑 ‘엘가 프레도’가 있을 테고.”
거기까지 얘기한 유로아가 서우진을 바라봤다.
“물론 그대가 지니고 있는 ‘카 라니엘’이나 ‘루덴 가르도’에 비할 바는 아니오만.”
서우진이 지닌 그 두 개는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것들이었다.
성검과 성갑 역시 뛰어난 힘을 자랑하는 무구였지만, ‘카 라니엘’과 ‘루덴 가르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찬양’과 ‘은총’이라는 성물도 있다오. 음…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군.”
다섯 개라…….
생각보다 많았다.
‘나중에 구경해 볼 수 있으려나?’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신성력까지 얻는다면?
물론, 아이에르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명분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이에르는 그간 서우진에게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던가?
심지어 현재의 성왕은 오이언이다.
서우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구경해 보고 싶네요.”
“아이에르는 언제나 그대를 환영할 것이오.”
유로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신성력을 뽑아 먹기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면, 저렇게 인자한 표정을 짓지 못하겠지만…….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의 옆구리를 툭- 하고 찼다.
다그닥, 다그닥.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어디 갔다 오냐?”
다시 선두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 강병규가 물어왔다.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
“그게 뭔데?”
강병규가 조심스럽게 뒤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그냥. 혹시나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그런 게 있어?”
강병규의 눈이 커졌다.
서우진은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그 어떤 용사들도 뒤따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독보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더 강해지는 방법이 있다니?
“레벨 업을 말하는 건 아니지?”
그런 단순한 방법이었다면, 굳이 아이에르의 추기경한테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뭐.”
서우진이 얼버무리자,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가르쳐 줄 기색이 아니었으니, 굳이 캐묻지 않은 것이다.
“뭐가 됐든 잘됐으면 좋겠다, 야.”
강병규가 서우진의 어깨를 툭- 하고 두드렸다.
서우진이 강해진다는 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그와 동시에 동료들 역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었고.
강병규의 입장에서, 서우진이 강해진다는 건 두 팔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잘될 거다.”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되어야만 한다.
다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말이다.
“아저씨! 이쪽!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때, 가장 앞에서 길을 안내하던 이지아가 크게 소리쳤다.
“…‘될 것 같아요’는 또 뭐냐? 이거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아?”
서우진이 강병규를 쳐다보며 묻자, 녀석이 어색하게 웃는다.
“많이 틀어지진 않았어.”
잠깐 유로아와 대화를 하고 온 사이에, 역시나 방향을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녀석을 감시했어야 할 강병규가 유로아와의 대화에 관심을 주느라 그런 모양이었다.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손짓했다.
“이리 와, 이 녀석아!”
불안했던 길 안내는 여기서 끝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해야 하니, 길잡이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엑? 왜요? 저 지금 완전 잘 가고 있는데!”
서우진의 부름에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발했다.
“길 잘못 들었으니까 돌아와! 네 뒤 따라가다간 브로바이슨으로 되돌아가겠다!”
그냥 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이지아의 길잡이 능력은 형편이 없었다.
대체 왜 저렇게 신이 나서 앞장서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결국 이지아는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되돌아왔다.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혼이 나자 삐쳐 버린 것이다.
서우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웬만하면 그냥 두고 싶은데.’
평소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그것도 촌각을 다툴 정도로 다급한 상황.
너무 다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서우진은 표정을 굳힌 채, 레닌스탕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서둘러야겠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몸을 휘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