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김다혜는 전쟁의 승패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그러진 않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녀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승리가 아닌 생명이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
그게 김다혜의 가장 커다란 목표였고,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애를 써왔다.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온 거고.’
존경스러울 정도다.
서우진은 감탄한 눈빛으로 김다혜를 바라봤다.
멍하니 빵을 오물오물 씹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이 녀석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단하네.”
서우진은 순수하게 놀란 감정을 감추지 않고 표현했다.
“별것 아님요.”
“별거 아니긴, 인마.”
김다혜가 ‘소환’한 물건을 착용한 병사들의 전력이, 비약적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상승할 게 뻔했다.
그리고 생존력은 그보다 더 좋아질 테고.
‘1만 5천 명이라…….’
대세를 뒤집어엎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좋아. 다음에 한번 확인해 보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궁금하더라도, 조금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다가온 전투를 치르려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중요했으니까.
“알았음요.”
김다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서우진도 그런 녀석을 기특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평화롭구만.’
음식은 맛있고, 기분은 나른하다.
삼삼오오 쇼핑과 놀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날이었다.
* * *
“와, 엄청 많네?”
황지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사로써 몇 번이나 직접 전투에 나서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토록 많은 병력이 한 곳에 집결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이게 대체 몇 명이지?”
어림잡아도 몇만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진짜 오지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이십대 초반에 불과한 그의 눈에는, 도열해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것이다.
마치 자신이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긴장 좀 해라. 우리가 지금 놀러 왔냐?”
그런 황지호의 옆에서, 더벅머리의 용사 한 명이 핀잔을 주었다.
“야, 김현호. 넌 저런 걸 보고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냐?”
“느껴지지.”
김현호라 불린 더벅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건, 황지호의 것과는 정확히 반대의 것이었다.
“이건 전쟁이야. 스크린 너머로 보는 영화 같은 게 아니라고.”
긴장한 것일까?
땀 한 방울 나지 않은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지르며 닦는 시늉을 한다.
그 모습에 황지호가 픽- 하고 웃었다.
“권속인지 뭔지, 이쪽으로 오는 건 한 명밖에 안 된다며. 변종 마수 때처럼 떼로 몰려오는 것도 아니고. 걱정할 필요나 있겠냐?”
고작 한 명을 잡기 위해 수만의 병사와 기사, 그리고 용사들까지 집결했다.
이 정도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만한 전력으로 패배할 리는 없고, 자신이 죽을 일도 없었으니까.
“마음 편히 먹어라, 편히 먹어. 괜히 그렇게 시작도 전에 긴장했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다?”
황지호의 말에 김현호가 고개를 저었다.
‘철없는 새끼.’
녀석은 저 많은 수의 병력을 보고 자신감이 치솟아 오른 모양이지만, 김현호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훨씬 불안해졌다.
그 한 명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만큼 강하다는 거겠지.’
대체 권속이라는 놈이 얼마나 위험하기에, 이렇게나 병력을 끌어모았을까?
김현호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굳이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황지호의 말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집어 먹을 순 없었으니까.
과도한 긴장은 제대로 된 움직임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김현호는 작게 심호흡하며 전신의 근육을 이완시켰다.
마력이 순환하며 굳어졌던 몸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쯧, 이럴 때는 정말 원거리 딜러가 부럽단 말이야.’
김현호의 직업은 C급 ‘무투가’였다.
무기보단 주먹으로 적을 상대하는 근거리 딜러.
전투할 때마다 생각했던 건데, 자신은 차라리 후방에서 스킬이나 날리는 원거리 딜러가 훨씬 더 적성에 맞는 듯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서웠으니까.
코앞에서 살기를 뿌려대는 마수를 맨주먹으로 상대한다는 건, 지독히도 공포스러웠다.
다행히 용사의 힘은 평범한 마수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야야, 저쪽에 B급 애들 간다.”
C급에 불과한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자랑하는 용사들.
그들의 얼굴에는 황지호와 같은 자신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 전쟁에서 패할 리가 없다 확신하는 듯했다.
‘죄다 머저리들이야.’
김현호는 문득 서우진을 떠올렸다.
모든 용사를 일일이 다 찾아가며 이 세계가 감추고 있던 비밀을 가르쳐 주었던 사람.
그 어떤 용사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리더십과 인망도 갖춘 이였다.
‘그 아저씨가 있었으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서우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왜인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서우진과 함께 싸운다면 절대로 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서우진은 이곳에 없었고, 전쟁은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전구우우우운!”
누구더라?
제국군의 총사령관을 맡은 귀족의 외침이었다.
이름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시작하나 보다.”
황지호가 들뜬 표정으로 몸을 들썩였다.
그와 동시에.
“출정하라아아아!”
쿠웅-!
모든 병력이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대지가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착각이 아닌가?’
김현호가 고개를 내려 땅을 바라봤다.
실제로 진동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진군에 맞춰, 대지가 흔들렸다.
김현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른 용사들과 함께 병력의 뒤를 따랐다.
‘적은 한 명, 적은 한 명.’
황지호처럼 생각하기 위해, 계속해서 속으로 되뇌었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제아무리 강력한 적이라 해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저 내가 혼자 겁을 먹고 있는 것뿐이며, 실제로는 압도적인 승리가 약속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지 않는다면, 괜히 토악질할 것만 같았다.
결코 뚫려서는 안 될 요새도시를 뒤로하고, 총 7만의 병사와 1천의 기사.
그리고 13명의 용사가 길을 나섰다.
이 세계를 침공한 마왕의 권속을 막아내기 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끄아아아악!”
“커어억!”
군의 최선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상당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거리였음에도, 김현호는 얼굴이 타오르는 듯한 초고온의 열기를 느꼈다.
깜짝 놀란 김현호가 앞을 쳐다봤다.
“…핵?”
옆에 있던 황지호가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버섯구름이 보였다.
거대한 폭발력으로 인해 생성된, 파괴의 흔적이었다.
‘아니, 핵은 아니야.’
그런 종류의 무기가 등장할 수 있는 세계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황지호가 그런 착각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폭발임에는 확실했다.
“전군 산개! 산개하라!”
뒤늦게 정신을 차린 지휘관들이 명령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혼란과 공포.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폭발과 열폭풍은 그들이 패닉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김현호는 이를 악다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병사들은 주저앉아 다리를 덜덜 떨었고, 기사들은 미쳐 날뛰는 자신의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었다.
‘용사들은?’
황지호의 얼굴에선 들뜬 감정이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두려움.
다른 용사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 확신으로 가득차 있던 자신감이 모조리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이대론 안 된다.’
후퇴든, 진격이든.
뭔가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만약 결정이 늦어 저만한 폭발이 다시 한번 터진다면?
그것도 이번엔 선두가 아니라, 병력의 중심에서?
그대로 끝이다.
제대로 된 싸움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모두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김현호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용사들은 앞으로!”
싸우기 싫다.
그냥 뒤에서 간간이 스킬이나 한번씩 날려주며, 맘 편히 지켜만 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곧장 권속을 치러 간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자신은 ‘무투가’였으니까.
주먹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적과 싸울 수 없는 근접 딜러였으니까.
“정신 차려, 황지호!”
짜아악-!
넋을 잃은 친구의 뺨을 후려쳤다.
흠칫하며 초점이 돌아왔다.
“너, 너!”
생각지도 않은 뺨을 맞자, 순간적으로 정신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따라와!”
화를 내려는 황지호를 뒤로한 채, 앞으로 달려나갔다.
“야! 기다려, 이 새끼야! 혼자 가면 어떡해!”
그의 뒤를 황지호가 따랐다.
둘의 돌진에, 용사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따라가!”
“놓치면 안 돼! 같이 싸워야 해!”
이를 악다문 그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좋아.’
김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한 폭발을 일으키는 적을 상대로,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길 순 없을 것이다.
저건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으니까.
분명 병사와 기사들의 힘이 간절히 필요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도움을 받기란 요원하다.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먼저 나서야 돼!’
용사들이 선두에서 적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도 자신의 본분을 깨달을 것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었다.
“적은!”
김현호가 물었다.
C급 ‘스카우터’인 황지호가 ‘이글 아이’를 발동하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북동쪽! 3킬로미터 거리!”
다행히 빠르게 위치를 포착했다.
3킬로미터라면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
“다 따라와!”
김현호가 그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신음하고, 비명을 내지르는 병사들 사이를 뚫고.
순식간에 적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저건…….’
저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마치 문어와도 같은 외형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그 크기가 거의 30미터에 이를 정도라는 것과 다리가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
그리고…….
‘돌았네.’
주변을 완전히 뒤덮은 채,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기.
김현호는 후회했다.
‘그냥 뒤에 있을걸.’
아무리 봐도 저딴 괴물과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당장에라도 몸을 돌려 달아나고 싶었다.
“죽여!”
하지만 입에서 토해진 말은, 그런 속내와는 전혀 반대였다.
김현호와 황지호.
그리고 나머지 열한 명의 용사.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이름 모를 마왕의 권속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