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6)
496화.
서우진은 흐르는 긴장감을 뒤로하고, 홀로 성문 밖을 나섰다.
그의 뒤에서 수십 명의 용사와 라이마론을 지키는 병력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하나같이 결사의 다짐을 하고, 일생일대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저들이 나설 기회는 없을 것이다.
라이마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적은,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풍겨오는 마기의 양이 상당했다.
서우진이 지금까지 만나왔던 마왕의 권속이라는 놈들이 모두 그랬듯이 말이다.
‘그래도 괜찮아.’
강하긴 하지만, 아르제베토 수준은 아니다.
기껏해야 강가스테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보다는 흉포한 느낌이긴 한데.’
객관적인 힘에서는 확실히 지금껏 만나왔던 권속들보다는 아래였다.
그럼 굳이 저들까지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도시를 지키는 것이면 충분했다.
“…가자.”
혹여라도 도시에 전투의 여파가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우진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저벅-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뒤쪽에서 동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저씨! 다치지 마세요!”
“무사히 돌아와라!”
“이곳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지만, 그 누구도 서우진의 승리를 의심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두 번째 걸음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신형이 폭발적으로 정면을 향해 쇄도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속도.
라이마론의 병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경악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인간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이는 자가, 자신들의 편에 서서 함께 싸운다는 사실이 사기를 북돋아 올린 것이다.
서우진은 그들의 응원 섞인 함성을 들으며 빛살과 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저놈인가?’
보인다.
지옥에서 지금 막 올라온 것처럼, 누런 숨결을 뱉으며 살기와 마기를 뿌리고 있는 짐승의 자태가.
‘유황 냄새.’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숨결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썩은 내가 코를 자극했다.
콰과과과곽-!
서우진이 땅에 내려섰다.
속도에 담긴 힘을 이겨내지 못한 땅거죽이 뒤집혔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런 반동도 느끼지 못한 듯, 담담한 신색으로 앞을 바라봤다.
‘대충 7미터쯤 되나?’
크기도 하다.
입에서 뿜어지는 숨결과 같이 누런색의 털을 지니고 있는 놈은, 마치 황소와도 닮은 형태였다.
다만,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흉악하고 추악했다.
‘달라.’
지금껏 서우진이 만나왔던 권속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체였다.
인간과 동떨어진 외형인 놈은 있었지만, 저렇게 완전한 짐승의 형태는 처음 봤다.
‘아니, 처음은 아닌가?’
서우진은 크라토스를 떠올렸다.
몇 번째 마왕이었는지는 잊었지만, 그놈 역시 권속 중 하나였다.
‘머리가 여럿 달린 드래곤의 형태였지.’
놈은 과연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백시우를 마왕으로 만든 이후의 행적이 묘연하다.
‘뭐, 지금 그딴 놈을 신경쓸 때가 아니지.’
크라토스가 뭘 하고 있든 상관없다.
지금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눈앞에서 다가오는 흉신악살(凶神惡煞)의 짐승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저거 이지(理智)는 있는 놈일까?’
외형을 보자면 아니다.
이성보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일 것만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섣불리 확신하지 않았다.
권속이란 놈들은, 하나같이 상리를 벗어난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서우진은 기다렸다.
자신을 본 놈이 어떻게 행동할지.
그것을 확인한 뒤에, 제대로 움직여도 늦지 않을 터였다.
후우우우웅-!
바람이 불어왔다.
숨결에 섞인 유황 냄새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비위가 상할 정도로 지독한 악취였지만, 그보다도 더 짙게 풍기는 건 살기였다.
‘흉악하구만.’
소름이 돋을 정도다.
서우진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놈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맑았다.
동공은 투명했으며, 그 안은 깊고도 깊었다.
하지만 서려 있는 기운은 그와 정반대였다.
광기 어린 살기와 파괴 본능.
그리고…….
‘허기?’
놀랍게도 놈의 눈에 드러나 있는 가장 강력한 건 살기나 포악함이 아니었다.
굶주림.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며, 살아 움직이는 건 그게 무엇이든 모두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그르르르르르르르-
걸쭉한 침과 함께, 놈의 입에서 흉성이 토해졌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확신했다.
‘놈은 진짜 짐승이다.’
깊고, 심도 깊은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저 눈앞에 있는 서우진을 물어뜯고, 살점을 찢어 먹고 싶다는 본능만이 가득했다.
스르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져 나왔다.
“생각보다 쉽겠군.”
놈은 강하다.
순수한 육체만 따지자면, 강가스테어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것이 다였다.
놈에게는 고차원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덕분에 약한 이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로써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서우진에게는 아니었다.
“덤벼라.”
사냥이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짐승이 땅을 박차고 짓쳐들었다.
쿠아아아아아앙-!
네 개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거대한 육체와 더불어, 걸음 안에 담겨 있는 힘이 놀라울 정도로 강대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빠르다. 그리고 강해.’
확실히 육체 능력만큼은 강가스테어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단조로워.’
짐승이라 그런 것일까?
놈의 움직임은 그저 빠를 뿐, 단순했다.
그저 서우진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용사들은 감당하기 힘들 게 분명했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서지고, 마력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돌진이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든 채, 한 걸음 옆으로 빗겨 섰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동.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강제로 몸에 때려 박을 수밖에 없던 움직임이었다.
고작 한 걸음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놈의 돌진을 피하기엔 충분했다.
마치 투우경기를 하듯, 짐승의 머리를 회피했다.
그와 동시에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핏-!
단단하다.
작정하고 휘두른 검은 아니었지만, 고작 거죽에 생채기를 내는 것에 그쳤다.
‘카 라니엘’이 어떤 검인지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피부였다.
그아아아아아아아-!
놈이 괴성을 질렀다.
고통스럽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보단 서우진을 박살내겠다는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포악한 짐승의 신경질.
그것에 불과했다.
“제법 빠르잖아?”
어느새 몸을 날려, 놈의 위로 떠오른 서우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확실히 놈의 속도는 서우진의 예상보다 빨랐다.
만약 두 노기사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쉽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야.”
빠르고 강하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마왕화’를 사용할 필요도 없겠다.”
처음이다.
‘마왕’이 되지 않은, 용사 서우진으로서 권속과 싸우는 것은.
분명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런데도 왠지 자신이 있었다.
눈앞의 짐승을 이 상태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단순한 예감에 불과했지만, 서우진은 한 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강가스테어와 아르제베토를 죽이며 이룩한 156이라는 레벨이 과연 얼마나 통할는지.
서우진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핏물이 튀었다.
* * *
“시작했네요.”
계수지가 침잠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게 느껴져요?”
옆에 있던 박혜경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녀 역시 100레벨을 눈앞에 둔, A급 용사였다.
서우진의 동료들을 제외하면 한 손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실력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감에는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수지는 단박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서우진과 함께했던 동료들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 사이로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조금은 얕보고 있던 C급의 비전투 직업의 이들조차도.
그 사실이 놀랍고도 황당했다.
“아슬아슬하게 기감 안쪽에 걸쳐져 있어요.”
계수지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겸손을 차렸다.
“정말 대단하네요.”
박혜경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동시에 부러웠다.
‘차라리 나도 아카데미에 남아 있지 말고, 서우진을 따라 다닐걸.’
그랬다면 지금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텐데.
왠지 모를 패배감이 들었지만, 이내 그것을 떨쳐 냈다.
그딴 저급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자신의 옹졸함을 나타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게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른 박혜경은, 계수지를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싸움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알 수 있나요?”
궁금했다.
과연 서우진이 홀로 권속을 맞아 어찌 싸울지.
지금까진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결과만 눈과 귀로 확인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글쎄요. 그것까진 저도 모르겠네요.”
아쉽게도 계수지의 기감은 그것까지 포착할 정도로 섬세하지 못했다.
전투가 시작되었고, 서우진이 상대하는 권속의 마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만 알아낼 수 있었다.
계수지는 조금 실망한 듯한 박혜경에게 강병규를 가리켰다.
“하지만 저분이라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네?”
박혜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도 강병규를 안다.
100레벨을 돌파하긴 했지만, 전투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한 ‘모험가’.
그런 그가 계수지도 알지 못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병규 씨의 스킬이라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정 궁금하시면, 저분에게 물어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박혜경이 묘한 눈빛으로 강병규를 바라봤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서우진이 향한 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물어볼까?’
우습지도 않은 자존심이 발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같잖은 자존심을 발로 뻥- 차버린 박혜경은, 곧장 강병규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강병규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런 박혜경을 맞아주었다.
“아, 네.”
“전장이 궁금하시다고요?”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일까?
단박에 그녀가 다가온 이유를 짚었다.
“…네.”
당황을 숨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시작되었다던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고작 몇 분이다.
싸움의 결과가 나오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
하지만 정말로 강병규가 전장의 상황을 알고 있다면, 최소한 누가 유불리한지 정도는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흠…….”
강병규는 뭔가를 확인하듯, 허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확신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빨리 전투가 끝날 것 같네요.”
강병규가 미소를 지었다.
“우진이의 힘이 압도적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