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8)
498화.
[므락쿠가 죽었다.] [포식의 짐승이 사멸하다니?] [위치는?] [북서쪽.] [망동하지 말라. 우리는 우리가 맡은 일에 충실하면 그뿐이니라.] [왕께서 오실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분을 영접할 준비를 마쳐야만 해.] [왕을 위하여.]* * *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하나를 잡을 때마다 폭발적인 레벨 업을 시켜주었던 권속을 죽였음에도, 이번에는 단 하나의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므락쿠가 약해서냐고 묻는다면, 서우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물론, 강가스테어나 아르제베토에 비하자면, 그 격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존재의 강함만큼은 진짜였다.
서우진이 그토록 쉽게 놈을 상대할 수 있던 이유는, 레벨의 상승과 더불어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서우진은 이번에도 죽음을 곁에 둔 채 싸웠을 게 분명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하나쯤은 오를 줄 알았는데.’
필요한 경험치가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모양이었다.
그만한 적을 상대했음에도, 단 하나도 오르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레벨에 기대는 건 무리겠어.”
200레벨까지는 찍어놓고 싶었다.
마왕이 강림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다.
권속이나 그와 비견될 정도의 적들이 쏟아지듯 나온다면 모를까.
물론, 그만한 존재들이 많을 리가 없었으니, 이룰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그럼 역시 검을 갈고닦는 것뿐인가…….”
고작 며칠간의 수련이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한 차원 높아진 실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언제까지고 성장이 가능할 리는 없었지만, 일단은 한계까지 끌어올릴 가치는 충분했다.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데…….”
100레벨을 돌파하며 얻은 예지에 가까운 감각이 경종을 울려댔다.
정말로.
이젠 정말로 마왕이 강림할 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아니, 의미 없군.’
일주일이나 이주일이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건 매한가지다.
서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앉아서 고민에 빠져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권속을 하나라도 더 쳐죽이고, 검을 예리하게 갈고닦아야만 했다.
“모두 모여보세요.”
움직인다.
마왕이 오기 전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다짐과 함께, 서우진이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휴식은 끝입니다.”
* * *
도시가 무너졌다.
셀 수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
평범한 백성들과 병사, 기사의 구분은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면서, 만 단위의 생명들이 스러져 갔다.
하지만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려 일곱.
대륙을 전화(戰火)로 몰아넣은 권속들 중 셋이나 되는 놈들에게 죽음을 안겨주었다.
그 대가는 결코 적지 않았다.
무려 용사들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총 16명.
전투가 시작되고, 목숨을 잃은 용사들의 숫자였다.
아직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만한 희생자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전쟁을 대비하는 이들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여유 따위는 모두 집어던진 채, 모든 전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엘프와 드워프를 포함한 이종족들 역시, 모든 힘을 다해 전쟁에 참가했다.
더는 전초전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종족들이, ‘팔로타인 라세’ 주변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집계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병력의 파도가 끝없이 밀려들었다.
“많군.”
세계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전력을 아낄 여유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총 872만이다.”
다리엘의 감탄에 아그나가 말을 덧붙였다.
“허어-”
800만이 넘는 병력이라니…….
작은 왕국의 인구에 육박하는 숫자 아닌가.
“물론 다 모인 건 아니야. 아직 도착하지 못한 병력도 있고, ‘팔로타인 라세’에서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는 병력도 있지.”
그만한 머릿수가 한곳에 모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간의 문제도 있고, 보급의 문제도 있었으니까.
해서 아그나는 모든 병력을 숲을 포위하는 형태로 분산시켰다.
그 크기가 한 국가의 면적에 필적한다는 ‘팔로타인 라세’였기에, 무려 800만이 넘는 병력으로도 완전히 둘러쌀 수가 없었다.
“서로 유기적인 연락 체계를 갖추었으니, 전투가 벌어진다면 서로 도울 수 있지.”
“그런가?”
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병법에 문외한이다.
오직 검 하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다행히 아그나와 같은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이가 있었으니, 그저 따르면 될 일이었다.
“몸은 좀 어때?”
아그나가 물었다.
“보다시피 많이 좋아졌다.”
다리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는 얼마 전, 용사들과 함께 권속들을 상대하기 위해 출정했다가 꽤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암공 스트레인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현재는 운신이 불가능해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용사들의 힘에 권속을 해치울 수 있었지만, 그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 한 번의 싸움에서 용사 다섯 명이 전사했으니까.
“한 가지만 묻지.”
다리엘이 아그나를 돌아봤다.
“말해.”
그녀는 어느새 꺼내 든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싸움. 우리가 정말로 이길 수 있는 건가?”
수많은 준비를 했다.
무려 100명의 용사를 소환했고, 드워프들의 무구가 지급되었으며, 병력의 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성했다.
지난 일곱 차례나 벌어졌던 강림 전쟁에서도, 이만큼 완벽한 태세를 갖춘 적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왕을 잡고, 다시 한번 세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 말이다.
그런데 점차 불안해진다.
마왕도 아니고, 고작 그의 권속을 상대하면서도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피해를 입었다.
그래, 고작해야 권속이다.
이전에 출현했던 권속들은 이리 강하지 않았다.
크라토스라는 이름의 거대한 힘을 지닌 놈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럴진대 현 마왕은 어떠할까?”
가늠도 되지 않는다.
홀로 세상을 짓눌러 파괴할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이전처럼 이 세계를 지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너도 늙었군.”
아그나가 푸후- 하며 연기를 내뿜었다.
“쓸데없는 걱정이 늘었어.”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네 말처럼 이번 강림 전쟁은 지난 일곱 번과는 달라.”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이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겐 서우진이 있으니까.”
진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사.
그 힘의 끝이 어디인지, 도저히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존재.
언제고 반드시 폐기해야 할 놈이었지만, 서우진이 있는 한 이 전쟁에서 패할 일은 없다.
아그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그렇군.”
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의 힘이라면, 마왕이 군세를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다리엘은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 새겨진 ‘낙인’을 어루만졌다.
조금은 불안감이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네가 그토록 자신하는 서우진은 언제쯤 도착하지?”
지금 이곳에는 서우진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행동하는 이들이 모두 없었다.
“오고 있다.”
그사이 필터만 남아 있는 담배를 바닥에 버린 아그나가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아마 오늘쯤 도착하지 싶은데.”
‘팔로타인 라세’로 오라는 소식을 전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찬 아그나가 몸을 돌렸다.
“슬슬 때가 된 것 같으니, 너도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숲에서 느껴지는 마기가 심상찮았다.
마침내 때가 된 것이다.
“전쟁은 절대 단기간에 끝나지 않아.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늙은이.”
아그나의 빈정거림에 다리엘이 피식 웃었다.
“오냐.”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800만의 병력도, 그저 선발대에 불과했다.
모르긴 몰라도, 수년에 걸친 치열한 싸움이 이어질 터.
그 끝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만 했다.
떠나가는 아그나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리엘이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더할 나위 없이 예리한 기운이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전의와 더불어 필사의 다짐이 검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이라…….”
두렵다.
아그나에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서우진의 힘이 강대하다는 건 알지만, 그런데도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피할 수는 없겠지.”
그는 제국의 수호자다.
세계 최강의 전력 중 하나였으며, 검공이라 불리는 존재다.
그런 다리엘이 전쟁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천히 검신을 손질하던 손이 멈추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리엘은 꿈도 꾸지 못할 힘을 지닌 존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왔군.”
이곳에 모여 있는 수많은 병력을 홀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
“서우진.”
다리엘이 검을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우진이 도착했다는 건, 이제 때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쿠르르르르릉-!
세상을 떨어 울리는 거대한 뇌성과 함께,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파사사삭- 파사삭-!
숲이 무너진다.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미 죽어버린 생명들이 나자빠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완벽한 동심원을 그리며, 나무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으음…….”
다리엘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두렵다는 감정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방금 전까지 영혼을 뒤흔들 정도로 강렬했던 서우진의 힘이, 지금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이거 원.”
다리엘은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건 흡사 왕이 아니라 신(神)이라 불려야 하지 않은가?”
마왕이 아닌, 마신.
지금 차원의 벽을 넘어 이쪽 세계로 넘어오는 존재는, 파멸 그 자체였다.
“…힘들겠군.”
다시 말하지만, 서우진은 강하다.
다리엘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도달한 이였다.
그런데도 확신했다.
서우진이 저 마신과 싸운다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지.”
수백만의 병력이 사기를 끌어올리며, 마기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마기는 마력을 밀어내며, 끊임없이 주변을 잠식했다.
덕분에 병력들이 주춤주춤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그런데도 전의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크게 몸집을 불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남은 건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뿐.
“하지만 그전에.”
저 절대적인 마의 신을 상대하기 전, 먼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이미 죽어버린 숲을 무참히 파괴하며 달려오는 것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수와 몬스터 떼였다.
지금 막, 제8차 강림 전쟁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