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99)
499화.
‘팔로타인 라세’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부탁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 상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왕의 강림이 시작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자신과 동료들이 빨리 도착해야, 그곳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다급함을 억눌렀다.
대신 집중적인 훈련에 매진했다.
수면도 취하지 않고, 오직 검만 휘둘렀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번갈아 쉬면서 끊임없이 가르침을 내려주었고, 서우진은 스펀지처럼 그것을 모두 흡수했다.
강해진다.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
단 하나의 일념으로, 그 거친 훈련을 견뎌냈다.
그리고,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간이 되었을 때.
서우진과 일행은 ‘팔로타인 라세’로 출발했다.
‘안타깝다.’
시간이 너무도 촉박했다.
조금 더 먼저 이런 식으로 대비했더라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을 텐데.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딛고 있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발치에는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제와 후회해 봐야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었다.
그런 방법이나 스킬이 있었다면,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사용했을 텐데…….
서우진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미련을 떨쳐 내듯,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뭔가 벌어지고 있긴 하네요.”
계수지가 말을 걸어왔다.
“네. 정말 마왕이 튀어나올 때가 되긴 한 것 같습니다.”
끔찍한 마기가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이쪽 세계에 넘어온 것 같지도 않은데 이만한 기운이라니.
‘권속들이랑은 달라.’
강력하다? 거대하다? 전율스럽다?
이딴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아직 거리가 꽤 남아 있었음에도, 서우진은 어깨가 짓눌리다 못해 몸이 반으로 접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후우-”
한숨과 함께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조금 살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이 정도의 영향을 받을 정도면, 다른 일행은 더할 것이다.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모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불쾌하다 못해 고통스럽게까지 보이는 표정이었다.
“마력을 끌어올려 대항하세요.”
서우진이 말하자, 모두가 마력을 개방했다.
우우우우우웅-!
수십 명의 용사가 한 번에 마력을 사용하자, 순식간에 주변의 환경이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신의 은총이 깃들지어다.”
후방에서 뒤따르고 있던 사제들의 기도와 함께, 환한 빛의 신성마법이 일행을 뒤덮었다.
‘괜찮네.’
특히 추기경인 유로아의 신성력이 압권이었다.
일행이 마력을 끌어올리고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압박감을, 씻은 듯이 지워내 버린 것이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입맛을 다셨다.
‘역시 신성력이 있으면 훨씬 더 유리해질 것 같은데.’
아쉬움은 여기까지.
방법도 없는 일을 계속 고민하기에는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일단은 제국 측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가죠. 거기서 제대로 된 작전과 대응 방법을…….”
일행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 때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
숲이 무너진다.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우진의 ‘신룡안’이나, 강병규의 ‘탐색’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수의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이야…….’
자신이 조금 늦긴 했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자신들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요.”
“저도요!”
“함께 가세.”
서우진의 말에 동료들이 나섰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절대 서우진 혼자서는 보내지 않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음.”
잠시 고민을 해보려다 관두었다.
지금은 그런 시간조차 사치였으니까.
“A급 이상만 따라오세요. 다른 분들은 서두르되, 무리해서 움직이지 마시고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전장에 도착해 봐야, 혼란만 줄 뿐이다.
각자도생이 가능한 고위급 용사들만 선발대로 나서고, 다른 이들은 천천히 도착해 사태를 파악하는 것이 나았다.
“알겠음요.”
“그리하겠소.”
B급 이사의 용사들과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가죠.”
서우진이 땅을 박찼다.
그 뒤를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그리고 열한 명의 용사가 뒤따랐다.
‘나쁘지 않군.’
서우진은 최대한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따르는 이들은 용케 놓치지 않고 있었다.
거리가 차츰 벌어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한 속도였다.
“앞을 조심하게!”
그때, 반 슬레인이 경고성을 터트렸다.
“흡!”
잠시 뒤를 신경쓰는 사이, 앞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놓쳤다.
“바위?”
순간적으로 하늘을 모두 가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돌덩이가 날아들고 있었다.
성인 남성 수십 명은 한 번에 올라가고도 남을 크기.
마기에 휩싸여 마치 포탄처럼 쇄도하는 바위의 모습에, 서우진이 본능적으로 주먹을 내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바위가 쪼개졌다.
수백, 수천 개의 자갈로 화한 돌덩이가,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졌다.
“젠장.”
위력은 별것 아니었다.
창졸지간에 뻗은 주먹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
마치 무차별 폭격을 가하듯, 수많은 바위가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흩어져요.”
크고 작은 바위가 무려 수백 개다.
그중에는 서우진이 파괴한 것보다도 커다란 것도 다수였다.
만약 이것들이 집결해 있는 병력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참사가 벌어질 터.
서우진의 말과 함께 모두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스틸 토네이도!”
“굉천겁화!”
“매그넘 캐논!”
각자가 최적이라고 판단한 스킬들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과과광-!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수백 개의 바위가 허공에서 터져 나가는 모습은, 이런 때가 아니었다면 장관이라고 감탄했을 정도로 화려했다.
서우진도 가만있지 않았다.
“십이천공검.”
‘십이천검’과 ‘천공검’의 장점만을 합친 스킬이 발동되었다.
동시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검(巨劍) 열두 개가 공간을 뚫고 나타나더니, 주변을 휩쓸었다.
콰드드드드득-!
바위들이 분해되었다.
단순히 자르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짓뭉개 버린 것이다.
일순간에 수백 개에 달하던 바위들이 모조리 요격되었다.
하지만,
‘X발.’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바위들은 모두 박살이 났지만, 그 잔해들이 남아 있었다.
가장 큰 것이라고 해봐야 고작 주먹 정도의 크기.
하지만 그런 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서우진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리는 순간,
돌의 비가 내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으아아아악!”
“커윽!”
피보라가 솟구친다.
붉은색의 안개가 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돌의 비에 맞은 이들이 피를 뿌리고 있었다.
집결해 있던 제국군의 한 축이 그대로 무너져 버릴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X발, X발!’
서우진을 비롯한 모두의 안색이 굳어졌다.
설마 자신들이 한 행동으로 인해, 저만한 이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서우진이 이를 악다물며 말했다.
“만약 우리가 막지 않았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테니까요.”
집채만 한 바위 수백 개가 그대로 떨어졌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의 병사들이 죽었을 것이다.
그 사실은 서우진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서두르죠.”
서우진은 일부러 속도를 높였다.
괜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정작 제대로 싸워야 할 때 집중하지 못하는 일은 피해야만 했으니까.
‘다 죽여주마.’
바위를 던진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한 놈일 수도 있고, 수백 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놈들이 몇이나 되든, 모조리 찾아 다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거차아아아앙!”
제국군의 지휘관이 전투를 알리는 고함을 내질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정예 중 정예병인 제국병들은 해야 할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처처처처처척-!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들며, 정면을 겨눈 것이다.
거대한 창의 벽이 세워졌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하지만 극도로 훈련된 병사들이라 한들, 눈앞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마수들을 모습에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손이 떨리며, 창의 벽이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좋지 않아.’
얼핏 보기엔 견고한 것 같지만, 두려움이 퍼져 나간 그들의 방어선은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에 충돌로도 깨져 버릴 정도로 얇고, 허약한 종이 장벽.
“신속.”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소한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쯤 되는 수준이었다면, 상황을 조금 지켜본 뒤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무조건 뚫린다.
서우진의 예감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하며, 빛살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충돌에 대비하라아아아!”
마수들이 병력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종류는 다양했다.
대륙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놈도 있었고, 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생김새를 지닌 놈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긴 했다.
바로 눈앞의 인간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버리겠다는 의지.
즉, 살기였다.
“으아아아아…….”
병사들의 입에서 공포에 절여진 신음이 흘러 나왔다.
당장에라도 창을 놓고 도망치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뒤돌아봐야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병사들은 창을 쥔 손에 힘을 가득 주며, 그 자리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찔러어어어어어!”
두려움에 잠식된 정신과는 반대로, 육체는 평소 훈련받은 것을 제대로 수행했다.
전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창을 앞으로 내뻗은 것이다.
퍼버버버버벅-!
마수들이 꿰뚫리는 감촉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무런 마력도 담기지 않은 공격이었음에도, 마수들은 속절없이 몸에 구멍을 낸 채 쓰러졌다.
하지만 기뻐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죽어 나자빠진 마수의 수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으니까.
이어지는 2차 충돌에 창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핏물이 쏟아진다.
찢겨져 나간 팔과 다리가 허공으로 비산하며, 죽음을 피하지 못한 이들의 시신이 땅에 고꾸라졌다.
죽음과 피의 축제.
고작 몇 초 만에 수천, 수만의 병사가 목숨을 잃으며 광기가 전장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죽여어어! 다 죽여어어어!”
“으아아아아아!”
눈이 돌아간 병사들이 창과 검으로 맞서기 시작했고, 마수들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상대를 찢었다.
그리고 그때 즈음.
서우진이 전장에 도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