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
#49화.
문을 박차고 나온 서우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늑대 형상을 한 몬스터였다.
북방에서 본 스노울과 비슷한 외형이었지만, 마기에 침식된 탓인지 검은색이었다.
‘느껴지는 기운도 스노울 이상이고.’
이 정도라면 며칠 전에 잡았던 트롤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
“57마리!”
그사이 탐색 계열 스킬을 사용한 강병규가 놈들의 정확한 숫자를 가르쳐 주었다.
너무 많았다.
그 정도 숫자면 아무리 서우진이라 해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지.’
시작은 김다혜였다.
언제 소환한 것인지, 그녀의 손에는 예전에 보았던 K-2가 쥐여져 있었다.
투타타타타-!
총구가 불을 뿜었다.
갑작스런 총격에 몬스터들이 깜짝 놀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쉽게도 김다혜의 사격술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총에 맞은 놈들은 몇 마리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즉사한 것은 고작 세 마리.
‘사격 훈련도 해야겠네.’
서우진은 김다혜의 훈련에서 사격술을 추가시키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내가 정면!”
서우진의 말에 이지아와 유홍설이 좌우로 흩어졌다.
“윈드커터!”
동시에 진태성의 손에서 바람의 칼날이 폭사됐다.
피피핏-!
예리하기 그지없는 칼날에 풀과 나무가 여지없이 잘려 나갔다.
캐갱-!
물론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 높은 수준의 마법은 아니었지만, 28레벨에 달하는 진태성의 마법은 놈들이 막기엔 너무도 강력했다.
‘좋아!’
눈앞의 몬스터 한 마리가 세 조각으로 나뉘며 쓰러지자, 서우진이 돌입했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 궤적에 들어온 몬스터 세 마리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그리 어렵진 않네.’
서우진이 곁눈질로 양옆을 살폈다.
이지아와 유홍설 역시 손쉽게 몬스터들을 잡고 있었다.
‘다들 생각보다 잘하고 있고.’
며칠 전 트롤을 상대해 본 것이 꽤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때는 살기에 저항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끔씩 몸이 굳는 게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진 않은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벌써 열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굳이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군.’
서우진이 스킬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빠르게 싸움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서우진은 오직 검술로만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며 이지아를 관찰했다.
A급답게 그녀의 주먹질은 강력했다.
거의 스치기만 해도 몸뚱어리가 펑펑- 터져 나간 것이다.
저렇게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의 모습치고는,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반면 유홍설은 깔끔했다.
대부분의 용사들이 그러하듯 검술 실력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스킬의 영향 덕분인지 모두 단칼에 베어내는 중이었다.
‘듀얼 블레이더라고 했었나?’
정확한 레벨은 기억 안 나지만, 등급과 직업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도 침착한 성격이었는지, 움직임이 살짝 위축된 와중에도 검은 곧게 휘둘렀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그라운드 스피어.”
작은 음성과 함께 땅에서 돌창들이 튀어나와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그러면서도 근접 공격을 하는 세 사람의 동선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 세심함까지.
‘뛰어나.’
진태성의 마법센스는 서우진이 부러워할 만큼 놀라웠다.
자신과 달리 이런 전투는 처음일 게 분명한데,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덕분에 사냥이 더욱 수월해졌다.
고작 10분 정도 흘렀을까?
57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우와, 나 이런 싸움 처음 해봐요! 우리 손발 너무 잘 맞는 거 아니에요?”
이지아는 전투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방방 뛰었고, 유홍설은 차분하게 호흡을 골랐다.
“그러게.”
그러면서 서우진과 이지아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조금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몬스터의 살기에 움찔대던 자신과 달리, 두 사람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유홍설은 그때 자신도 같이 훈련받지 않은 게 조금 후회가 됐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아도 수고했어.”
서우진이 웃으며 둘에게 다가갔다.
첫 전투였는지라 쉽지 않았을 텐데, 잘해준 것이 조금 대견했다.
“아저씨, 저 잘했죠? 이렇게, 이렇게! 주먹으로 쾅!”
몬스터 잔해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주먹을 휘두르는 이지아의 모습이 조금 무서웠다.
“그, 그래. 잘했어.”
서우진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 레벨은 안 올랐네요.”
“느낌이 간질간질한 게 조만간 오를 것 같긴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은 서우진은 이번 전투로 꽤 많은 경험치가 쌓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축하드려요.”
“나도 레벨 업하고 싶다!”
두 사람의 전혀 다른 반응에 피식- 웃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한 강병규의 음성이 들려왔다.
“또 옵니다!”
“벌써?”
잠시 잊고 있었다.
이곳이 마경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잘 싸우는군요.”
루데인의 말에 서우진 팀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팀의 밸런스도 나쁘지 않고, 웬만한 몬스터들은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 같군.”
아카데미의 교관인 루데인이 서우진 팀을 따라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트롤과의 전투를 본 그가 서우진에게 관심이 생겼기에 일부러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저만한 전투 실력이라…….”
검술만 놓고 봐도 기사들에 전혀 꿀리질 않았다.
‘어떤 수련을 해온 건지.’
시온에서 수련을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원소술사’와 ‘피스트 마스터’는 뛰어나군요.”
하지만 부하들의 눈에는 다른 이들이 더 놀라웠나 보다.
“A급이니 대단할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다른 용사들이랑 비교하니 더욱 눈에 띕니다.”
부하의 말대로 이지아와 진태성이 잡은 몬스터의 수가 다른 이들보다 월등했다.
단순히 결과만을 봤을 땐 부하의 말도 틀리진 않았다.
“물론 다른 용사들도 대단합니다. 저런 걸 만들어낼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부하가 김다혜가 만든 통나무집을 가리켰다.
“그건 나도 놀라웠지.”
스킬을 저런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김다혜가 C급 용사였기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녀의 능력은 등급이 낮다고 우습게 볼 정도가 아니었다.
‘저 녀석도 마찬가지.’
‘원소술사’나 ‘듀얼 블레이더’, ‘피스트 마스터’는 그렇다 치자.
최소 B급 이상인데다 모두 전투 직업이었으니까.
그런데 또 ‘탐험가’는 생각지도 못했다.
별다른 전투 능력도 없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각 용사들의 직업을 조금 더 자세하게 분석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등급이 낮다고 해도, 적재적소에 잘 사용만 하면 훨씬 뛰어난 활용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여전히 저 녀석이다.’
루데인의 눈이 서우진을 향했다.
부하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지만, 그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은 다른 용사들을 배려한 거야.’
충분히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거기다 은연중에 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직접 리더의 역할을 맡진 않았지만, 서우진의 말과 행동이 팀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루데인은 점점 더 그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몬스터들이 몰려왔고, 전투가 시작되었으니까.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사나운 놈들이었다.
루데인과 기사들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전황을 살폈다.
물론 그들이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 * *
“후욱- 후욱-”
서우진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이거 끝이 없는데?”
아무리 마경이라 불린다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몬스터의 파도에, 힘을 아끼고 있던 서우진마저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어쩌면 벌써 낙오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쪽에만 몬스터가 몰린 것이 아니라면, 다른 용사들도 힘에 부칠 것이 분명했다.
“첫날부터 이렇게 빡셀 줄이야.”
강병규는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더’를 발동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습격이 없을 것 같네. 주변에 더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
“그렇게 잡아댔으니 씨가 마를 만도 하죠! 우웩, 저 너무 힘들어요.”
이지아는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녀가 잡은 몬스터의 수가 100마리를 훌쩍 넘어가니, 지칠 만도 했다.
“그럼 이 틈에 씻고 좀 쉬자.”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페이스로 절대 일주일은 못 버티니까.
“그럼 나는 주변 좀 둘러보고 올게. 먹을 수 있는 거나 찾아봐야겠다.”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남은 강병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겠어요? 제가 같이 가줄까요? 오빠는 약하니까 누가 지켜줘야 할 거 같은데.”
이지아의 악의 없는 말에 강병규는 살짝 상처를 받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들 피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너희가 쉬어야 계속해서 날 지켜줄 거 아니야. 이런 잡일은 나한테 맡겨둬.”
강병규는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좋은 녀석이야.’
서우진은 그런 강병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힘들 텐데, 먼저 나서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자신이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다른 부분에서 도움이 되려는 것 같았다.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는 용사들 사이에선 더욱더.
서우진은 점점 더 이 팀이 마음에 들었다.
“으아, 아저씨. 그럼 저희가 먼저 씻을게요. 아저씨랑 태성이는 집에 들어가 있어요! 엿보면 정의의 철권이 날아갈 거예요!”
“그, 그래.”
서우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간단하게 씻자는 뜻이었는데, 이지아는 본격적으로 씻을 모양이었다.
“와, 드디어 씻는다!”
이지아는 신난 표정으로 김다혜와 유홍설을 데리고 개울로 뛰어갔다.
‘뭐, 상관없겠지.’
강병규의 말대로라면 주변에 남은 몬스터는 한 마리도 없다니, 이 틈에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될 것 같았다.
“우리는 들어갈까요?”
서우진이 진태성에게 말하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아의 말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상태였다.
‘풋풋하구만.’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첫날 환영식치고는, 마경의 환대가 너무도 거창했다.
그도 강병규가 올 때까지 조금 쉬고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