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0)
500화.
눈동자에 다급함이 서린다.
최대한 늦지 않도록 서두르긴 했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신속’을 사용하고 도착하기까지, 그 잠깐의 사이 동안 벌어진 충돌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전장의 광기에 휘말린 채 악을 쓰며 창을 내지르는 병사.
팔이 뜯겨져 나간 채 절규하는 어린 병사.
두려움에 모든 걸 내팽개치고 쪼그려 앉아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병사.
서우진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지고화.”
세상도 태워 버릴 듯한 초고열의 불꽃이 허공을 갈랐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서우진의 분노가 담긴 불꽃이,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마수를 뒤덮었다.
창졸지간에 떨쳐 낸 공격이라고 보기엔,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전장의 분위기를 바꾸기엔 무리였다.
달려드는 마수들은 수백 마리 정도는 ‘따위’로 취급할 만큼 많았으니까.
그래도 아예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용사들이다! 용사가 왔어!”
“으아아아아!”
“막아내라!”
서우진의 등장에 병력의 사기가 들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병사들의 입장에서 서우진을 비롯한 용사란, 구세주와 이음동의어다.
당연히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마수들을 막아요!”
병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서우진이 소리쳤다.
동시에 전장에 도착한 용사들이 각자의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작정하고 쏟아낸 스킬들은 일순간 전투가 중단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젠장.’
하지만 그리 좋지 않았다.
1만에 가까운 수의 마수들이 휩쓸려 나갔다.
그런데도 남아 있는 마수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아니, 머릿수는 문제가 아니야.’
놈들의 수가 몇이든, 솔직히 모두 쓸어버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팔로타인 라세’ 주변에는 거의 모든 용사가 집결해 있었고, 각국의 병력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마수의 수는 그리 신경쓸 게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권속이었다.
‘대체 몇 놈이나 나온 거냐?’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마수들의 후방.
서우진이 긴장감을 느낄 정도로 짙은 마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한둘이 아니다.
적어도 열,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신룡안’으로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강대한 마기가 뒤죽박죽 얽혀 있어, 따로 분간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놈들이 전투에 개입하는 순간, 지옥이 펼쳐진다는 것.’
수백만의 병력?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늘탑의 마법사?
어느 정도 도움이 되어줄 순 있겠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아이에르 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신성력이라면 권속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다.
도저히 몇이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 놈들을 상대로는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도움이 될 만한 건…….’
서우진의 시선이 제국군의 뒤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마력과 함께, ‘낙인’의 흔적이 느껴진다.
‘수호자들.’
마르테스와 스트레인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엘과 카론, 그리고 브리아니까지.
세 명의 수호자가 전장에 있다.
‘셋이라…….’
권속들과 수호자들의 힘을 가늠해 보았다.
‘하나 정도는 맡을 수 있겠군.’
객관적인 힘은 비등하다.
하지만 브리아니에게는 공간을 다룰 수 있는 ‘이능’이 있었다.
그것을 잘 활용한다면, 셋이서 권속 하나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테스와 스트레인이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한번 붙어볼 만 했다.
‘마왕이 나오기 전에.’
얼마 안 남았다.
그사이에 최대한 놈의 전력을 꺾어놔야만 했다.
“모두 집결하세요.”
* * *
전투가 시작된 건 서우진이 향한 곳만이 아니었다.
“전 기사단 돌격 준비.”
디아로크의 나지막한 명령이 흘러나왔다.
작은 음성이었지만, 수천에 달하는 기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었다.
“돌격 준비이이이!”
“랜스를 들어라!”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디아로크는 높이 솟아오른 지휘탑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후우-’
긴장으로 가득한 한숨을 내뱉었다.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권속은 없나?’
이곳으로는 오직 몬스터들만이 몰려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승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이번 공격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2차, 3차 공격이 이어진다면?
레닌스탕의 위대한 기사들도 결국은 모두 스러지고 말 터였다.
‘내가 직접 나서도 시간벌기에 불과해.’
계속되는 파상공격에는, 디아로크도 버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만약 권속이라도 등장한다면?
‘파멸이지.’
그럼 끝장이었다.
디아로크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닌스탕뿐만 아니라, 브로바이슨과 트리안의 병력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폭주하던 아이에르를 침공했던, 삼국연합이 다시 결성된 것이다.
“디아로크 공.”
그때, 옆에 있던 노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젤론.”
트리안의 대장군이다.
본인의 경지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고작해야 상급 기사의 문턱을 밟은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중대한 전쟁을 수행하는 병력의 총지휘관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뛰어난 통솔력.
디아로크조차도 존경할 만큼 뛰어난 인망과 성품으로, 트리안의 모든 병사가 충성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병법에도 능해, 지휘관으로썬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은 알겠소만, 조금 진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흔들리던 감정을 다잡아주었다.
“보시오. 그대가 불안해하는 것을 병사들이 느끼고 있지 않소?”
디아로크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병사들은 두려움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흔들리는 디아로크의 마력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반면 트리안의 병력은 굳건했다.
비록 레닌스탕 군에 비하자면 한참 부족한 숫자였지만, 그런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지휘관의 자격이라…….’
디아로크가 고개를 저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은 일군을 책임질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차라리 가장 앞에서 적을 쓸어버리는 역할이 훨씬 어울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책임을 내팽개칠 순 없었다.
레닌스탕에서 더는 전장의 지휘를 맡길 만한 능력을 지닌 귀족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모두 디아로크가 숙청했기 때문이었다.
‘몇 명은 남겨둘 걸 그랬나?’
슬쩍 후회가 들긴 했지만, 이내 떨쳐 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만약 기존의 귀족들과 왕족들을 모조리 쳐내지 않았다면, 훗날 서우진과 용사들을 도울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후회하지는 말자.’
이미 벌인 일.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감사하오.”
디아로크는 순순히 젤론에게 고개를 숙였다.
타국의 귀족이었지만, 존중하기엔 충분한 사람이었으니까.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소.”
젤론이 디아로크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준 뒤,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
몬스터들이 밀려들었다.
더 가까워지기 전에 기사단을 출격시켜, 놈들의 예봉을 꺾어두어야만 했다.
“출진하라.”
마력을 담아 명령했다.
고저 없는 담담한 음성이었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결의는 확고했다.
“적을 분쇄하라!”
“돌지이이이인!”
거대한 음성과 함께 수천의 기사가 전마와 함께 전진하기 시작했다.
기사의 왕국이라는 별명답게, 그들의 위용은 대단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단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대지가 진동하고, 저릿저릿한 전의가 이곳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먼저 시작하겠소.”
젤론에게 말한 디아로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기사들에게 맡겨두어도 충분히 몬스터들을 꿰뚫었겠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는 편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
디아로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기사단의 돌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떨림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가장 강력한 놈으로.’
몬스터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면서, 쉽게 덤벼들 생각도 하지 못할 위력의 마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디아로크는 그런 종류의 마법을 몇 개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수식과 공식을 조합한다.
그에 따라 끌어모은 마력을 배치하며, 하나의 마법을 구축했다.
“게르마돈의 숨결.”
불과 생명을 관장한다는 고대 신룡, 게르마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숨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드래곤의 브레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풍(熱風)이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마치 화염으로 이루어진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압도적이고, 경이롭다.
너무도 거대해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열기를 견디지 못한 대지가 들끓어 오르고,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날렸다.
아니, 그 정도로도 모자라 아예 증발하는 놈도 있었다.
단 한 번의 마법 발현으로, 무려 1만이 넘는 몬스터가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위력이었다.
“허억- 헉-!”
디아로크가 거친 숨을 터트렸다.
강력한 마법인 만큼, 그에 걸맞은 마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디아로크는 가벼운 마력 탈진 증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몬스터의 선봉은 완전히 꺾였고, 그 틈을 노린 기사들이 돌입을 시작했으니까.
“모두 쓸어버려라!”
기사들의 랜스가 갑작스러운 재앙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꿰뚫었다.
터더더더더덩-!
피로 점철된 길이 길게 이어졌다.
수천의 기사가 만들어낸 파괴력은, 디아로크의 마법보다도 훨씬 더 강력했다.
“고생하셨소.”
그런 기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젤론이 디아로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 고맙소.”
아직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기에, 사양 않고 손을 잡고 일어났다.
“참으로 대단하외다.”
젤론의 얼굴에는 감탄의 빛이 역력했다.
상급 기사에 불과한 그로선, 디아로크의 마법이 불가해한 현상에 가까웠다.
아마 죽는 그날까지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질투의 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디아로크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아군이 승리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으니까.
“그대 덕분에 승기를 가져갈 수 있게 되었소. 아직 놈들의 수가 많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듯하오.”
디아로크의 마법에 이은 기사단의 돌입.
그리고 뒤를 받쳐 주는 수십만의 병력까지.
심지어는 아직 뽑지 않은 비장의 한 수도 있지 않은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젤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디아로크가 무섭도록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오.”
저 먼 곳.
그의 기감이 간신히 닿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장소로부터 한 존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