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1)
501화.
‘많기도 하다.’
서우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마수들의 뒤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많아요?”
계수지가 물었다.
“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열 이상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권속들의 힘이 모두 강력한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전쟁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싸워왔던 놈들만큼 강한 존재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보다 훨씬 약했다.
‘브루타엘이나 그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
이전, 마경 헬데인에서 루데인과 함께 잡았던 원숭이 형태의 짐승.
그놈도 확실히 마왕의 권속이기는 했다.
당시에는 너무도 강해 제대로 맞서 싸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딱히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그런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문제이긴 한데…….’
서우진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괜찮아.’
한둘이 아닌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수십 명의 용사와 더불어 반 슬레인, 프레이야, 그리고 수호자들까지 있다.
‘해볼 만해.’
서우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권속들은 막아낼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최고 전력들을 모두 동원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는 어쩔 수 없겠군.’
병사와 기사들의 피해는 막지 못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만약 권속들이 전장에 도달한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재앙이 들이닥칠 테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은 전장과 떨어진 곳에서 권속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팀을 나누죠.”
권속은 최소한 열 이상.
모두 뒤엉켜 싸우는 집단전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서우진도 ‘마왕화’를 하기 위해선,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하는 게 좋았다.
“서둘러야겠네요.”
계수지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사들이 무수히 쓰러지고 있었다.
저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서둘러야만 했다.
“일단 저는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영주님과 프레이야 님이 함께해 주시고…….”
* * *
진태성의 도움으로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던 김다혜가 주변을 확인했다.
함께 팀이 된 용사들의 얼굴이 보였다.
진태성, 강병규, 김우람.
자신을 포함해 총 네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A급 원거리 딜러 한 명, B급 지원가 한 명, C급 근접 딜러 한 명, C급 원거리 딜러 한 명.
그리 강력한 전력은 아니었다.
진태성을 제외하면 크게 뛰어난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모두 100레벨을 넘긴 이들이었다.
어떤 권속을 상대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요.’
하지만 김다혜는 그런 사실보다, 아래쪽이 너무도 신경 쓰였다.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마수를 향해 악을 쓰며 저항하는 그들의 모습은, 차마 확인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한 명, 한 명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괜히 가슴이 무거워졌다.
“쳐다보지 마.”
그때 강병규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지금은 우리 싸움에 집중하자.”
그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권속을 처리하는 것.
그것도 병사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김다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끄덕-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음요.”
왠지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꽤나 거리가 멀어져 그럴 리가 만무한데도.
김다혜는 애써 그것을 듣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시선을 돌렸다.
“저기다.”
강병규가 한쪽을 가리켰다.
마수들과는 전혀 다른 외형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권속이야.”
강해 보인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강해 보였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농도 짙은 마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아.”
기껏해야 2미터 정도.
상체는 인간과 유사했지만, 하체는 아니다.
마치 거미나 전갈 같은 절지동물의 그것과 유사했다.
거기에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양팔까지.
“저거 집게인가요?”
김우람이 물어온다.
“그래. 웃기게도 생겼네.”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B급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놈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최종 보스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
“방심하지 말고.”
강병규가 나지막이 경고했고, 김다혜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소환.”
알라의 요술봉.
실존하는 현대 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을 지닌 RPG-7이 불을 뿜었다.
“전투 개시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시작했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김다혜의 마력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폭발음이 들려왔다.
‘다혜는 그냥 전장을 맡길 걸 그랬나?’
김다혜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때는 하나의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수의 약한 적을 학살할 때, 녀석의 진면목이 발휘된다.
김다혜가 자신의 ‘소환’ 스킬을 그런 방식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인 공격도 약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동료들에 비해 한계가 명확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것을 따져 보면, 차라리 전장에 두고 병사들을 돕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더 중요해.’
서우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김다혜의 특기가 대량 학살에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김다혜의 능력도 모두 동원해야 했다.
병사 한 명과 용사 한 명.
똑같은 가치의 생명이라는 건 안다.
그런데도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었다.
병사 한 명을 희생해서 동료들의 생존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미안합니다.’
서우진은 김다혜와 마찬가지로, 속으로 병사들을 향해 사과했다.
“후우-”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신룡안’을 발동했다.
‘저곳인가?’
이 근방에서 느껴지는 가장 강력한 마기다.
아르제베토 정도는 아니지만, 므락쿠나, 강가스테어보단 조금 강한 듯했다.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방심을 한 상태로 싸울 만한 놈도 아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속도를 높였다.
콰과과과과과과-!
움직이는 경로에 있던 마수들이 터져 나갔다.
조금이라도 놈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이동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소한 수천 마리의 마수가 휩쓸려 뭉개졌다.
‘조금 더 없애고 싶긴 하지만.’
이제 끝인 모양이었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놈의 근처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땅을 크게 박찼다.
쿠웅-!
대지가 크게 울리며, 서우진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크아아아아아-!
땅이 무너지며 수십 마리의 마수가 휩쓸리는 것이 보였지만, 무시했다.
파앙-!
공기를 걷어찼다.
무협소설에서나 나오던 허공답보와도 비슷한 움직임으로, 서우진의 신형이 방향을 꺾어 놈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그때였다.
‘마기?’
갑자기 마기가 솟구치며, 검붉은색의 거대한 창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니, 창이라기보단…….’
기둥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성인 남성 정도는 단번에 짓뭉개 버릴 정도로 굵은 거창(巨槍).
속도는 서우진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빨랐다.
“흡!”
재빨리 몸을 뒤집으며 그것을 피해냈다.
찌이이이익-!
검은 코트 안에 받쳐 입었던 상의가 찢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0.1초라도 늦었더라면 옷이 아닌, 가슴이 찢겨져 나갔을 것이다.
서우진은 거창 안에 담겨 있는 거대한 힘에 긴장하며, 놈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다시 한번 마수들이 휩쓸리며 고깃덩이가 되어버렸지만, 그곳에 신경쓸 정신 따윈 없었다.
‘크군.’
못해도 5미터는 되어 보인다.
저 정도면 강가스테어나 므락쿠에 비견될 정도의 크기였다.
‘육체파는 아닌 것 같고.’
마치 수수깡을 세워놓은 것만 같았다.
너무도 빈약해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만 같은 외형.
‘이야, 발로 차면 부러지겠네.’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볼 생각을 하며, 놈을 올려다봤다.
전봇대처럼 멀뚱히 서 있던 놈과 시선이 마주쳤다.
‘무슨 눈깔이 저따위냐.’
깊다.
너무도 깊다.
짙은 노란색만 존재하는 주먹보다 큰 눈알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혼돈의 왕’.]흠칫-
놈의 음성은 더욱 기괴했다.
마치 수백 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과 같았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운이 좋은 건가?]놈의 고개가 삐딱해진다.
“나쁜 거겠지.”
하필이면 나를 만났으니까.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놈은 기괴한 모습과는 달리, 꽤나 이성적인 성격인 듯했다.
[강가스테어와 아르제베토가 너에게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거기에 므락쿠라는 짐승도 더해.”
업데이트가 느리군, 하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 짐승까지?]노란 눈깔에 이채가 서린다.
[참으로 대단하군.]하지만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풍선 간판 인형을 보는 듯했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는 무리겠어.]자신의 객관화도 잘하는 듯했다.
아르제베토보다 약하다면, 혼자서 서우진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이런…….]하지만 놈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왜? 도움을 청할 놈들이 없어?”
다른 권속들 역시, 지금쯤이면 각자의 상대를 마주했을 것이다.
당연히 도와주러 올 놈은 없다.
[어쩔 수 없군.]놈은 그 가냘픈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연히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뭐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알 것이다.
그런데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나?’
서우진은 반사적으로 ‘신룡안’을 극한으로 발동했다.
하지만 딱히 거슬리는 건 없었다.
[일단은 어울려 주지.]불리한 상황에 놓인 이가 할 대사는 아니었다.
‘둘 중 하나겠지.’
서우진이 ‘신룡안’으로 밝혀내지 못한 힘이 있던가, 아니면 다른 권속들이 도와주러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생각했던가.
둘 중 어느 것이라 해도, 서우진에겐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봐, 멀대.”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놈을 불렀다.
[내 이름은 마라누스다.]그러자 멀대가 싸늘한 음성으로 서우진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그래. 멀대든, 마라도나든.”
이름 따위야 무슨 상관이랴?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 번 버텨봐라.”
‘마왕화’.
싸움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든, 속전속결로 놈을 박살내 버린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무량(無量)한 혼돈기가 터져 나오며, 주변의 공간을 모조리 잠식했다.
그리고…….
놈들이 섬기는 왕과는 다른, 새로운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