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2)
502화.
폭음이 터져 나왔다.
‘카 라니엘’을 휘두른 결과였다.
단순한 베기였음에도, 그 안에 담겨 있는 검의(劍意)는 전방의 모든 것을 터트려 버렸다.
[크으으!]자신을 마라누스라 소개한 권속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미처 완벽하게 피하지 못하고, 그 가느다란 팔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땅에 떨어져 펄떡이는 모습이 징그러웠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상한데.’
분명 놈을 밀어붙이는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승기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방금 전에 팔 한쪽을 잘라 버렸음에도 마찬가지다.
마치 허깨비와 싸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으음…….’
놈은 확실히 므락쿠나 아르제베토와 다른 스타일의 전투 방법을 구사했다.
‘마법사인가?’
쉴 새 없이 공격을 피하면서도,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마기를 보면 마법사와 비슷했다.
처음 봤던 거대한 창과 마기로 가득한 바람 칼날 등을 사용하는 걸 보면…….
‘확실히 위협적이긴 한데.’
‘마왕화’를 한 서우진을 감당하기엔 부족했다.
이전의 서우진이었다면 모를까, 엄청난 레벨 업과 훈련을 거친 상태였으니까.
마라누스의 힘으로는 결코 서우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게 맞긴 한데.’
서우진이 잿빛으로 불타오르는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억-!
공간 자체가 찢겨져 나갔다.
단순한 힘에 의한 현상이 아니었다.
이전의 서우진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의 경지가, 그의 검에 녹아들어 있는 덕분이었다.
[끄어어어어!]다시 팔이 잘린 마라누스가 울부짖었다.
고통이 상당한 듯했다.
발악하듯 마기로 이루어진 마법을 난사했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서우진은 몸을 날리며 모조리 피해냈다.
‘감각은 있어.’
손끝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확실히 놈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대체 왜…….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정체불명의 찝찝함이 도저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십이천검.”
혼돈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열두 개의 빛나는 점이 마라누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놈은 급히 피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했다.
소용돌이치며 공간을 분쇄하는 ‘십이천검’의 위력 앞에, 놈의 팔이 잘려 나갔다.
펄떡이는 팔이 다시 한번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서우진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공격했고, 놈은 당했다.
서우진의 검을 피하기엔, 놈의 운동능력이 너무 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카 라니엘’은 몇 번이나 마라누스를 베어냈고, 그 증거로 땅에 놈의 팔이…….
“응?”
서우진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마라누스를 쳐다봤다.
놈이 고통에 가득 찬 포효를 내뱉으며, 서우진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검은 마기로 뒤덮인 거대한 창 수십 개가 짓쳐들었다.
“…이런 X발.”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뻗은 채 마법을 날리는 놈의 모습에 서우진이 욕설을 내뱉었다.
“두 팔? 두 팔이라고?”
싸움이 시작된 지 10분여.
그동안 서우진은 수십 번이나 놈의 ‘팔’을 잘라냈다.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이던 팔이, 땅에 떨어진 게 몇 번이던가?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해 마법을 피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없어.’
피를 뿜어대던 놈의 가냘픈 팔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전투에 휘말린 마수들의 시체만이 널려 있을 뿐.
‘초고속 재생?’
아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카 라니엘’에 베인 상처는 저토록 빠르게 나을 수가 없었다.
아르제베토도 그랬고, 강가스테어도 그랬으니까.
‘차라리 눈 깜짝일 새에 놈이 회복을 했더라면 다행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지금 이 현상은 그딴 초월적인 회복 능력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니었다.
“후우-”
서우진이 호흡을 골랐다.
그러곤 모든 힘을 끌어모아, ‘신룡안’을 발동했다.
우우우우웅-!
주변의 모든 정보가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이 공간이 절대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근방 백여 미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
서우진은 고작해야 지름 100미터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지금껏 싸워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은…….
“네 능력이냐?”
‘카 라니엘’을 들어 코앞까지 다가온 거창을 쳐낸 서우진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담담한 음성.
방금 전까지 고통과 분노로 가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것을 느낀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지? 싸움이 시작했을 때부터인가? 아니면 마주치자 마자인가?”
서우진이 묻자, 마라노스의 노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놀랍군.]놈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설마, 나의 영역을 간파할 줄은 몰랐거늘.]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여기에서 지금까지 벌인 싸움은 진짜가 아니다.
정확히 무슨 마법에 당한 건지는 알 방도가 없었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후우-”
짜증이 났다.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며 놈에게 버텨보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놈의 술수에 걸려들어 혼자 발광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허나 달라질 것은 없다. 네가 이곳을 빠져나올 때쯤엔, 나도 모든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그러니까 서우진을 이곳에 가둬두고, 다른 권속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다.
“그때까지 버틸 순 있고?”
[물론, 나의 환상 영역은 아무리 ‘혼돈의 왕’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는 차원이다.]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까지 네 친구들이 살아 있을 거란 보장은?”
[그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다.]다른 권속들이 당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
조금 불안했다.
동료들의 힘은 권속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그게 가능하도로 팀을 나누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용사들은 얘기가 좀 다르다.
등급과 레벨에 맞춰 팀을 나누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확실히 승리할 것이라 장담할 수가 없었다.
만약 권속들 중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놈이 있다면?
‘곤란해지겠지.’
마라누스 하나 정도면 서우진이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
놈이 자신하는 환상 영역도 시간의 문제일 뿐.
조금 거슬리기는 해도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권속들이 합세한다면?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이라면?
‘그건 나도 힘들지.’
승률이 기하급수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것을 알기에 마라누스도 저토록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 테고.
하지만,
“확신하기엔 너무 이른데.”
서우진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자만하지 않는다. 지금의 네 힘으로는 나의 차원을 벗어날 수 없다.]“그래?”
그렇단 말이지.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이 환상 영역은 꽤나 귀찮은 차원이었다.
놈의 말대로 단시간에는 빠져나가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아주 운이 좋게도, 자신에게는 이와 비슷한 스킬이 있지 않던가?
“한번 붙어보자. 누구의 ‘영역’이 더 강한지.”
[…그게 무슨?]놈이 갈대 같은 목을 꺾으며 의문을 표하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혼돈 세계.”
혼돈으로 가득한 세계가 펼쳐졌다.
까드드드드드드득-!
차원과 차원이 충돌하며, 소름이 끼치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이건!]마라노스의 노란 눈깔에 경악이 서렸다.
“나도 비슷한 게 있거든.”
환상이 깨져 나갔다.
마치 투명하고 얇은 유리가 부서지듯, 거미줄 같은 균열이 쩌억- 하고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지?”
놈의 환상 영역은 ‘혼돈 세계’에 미치지 못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서우진의 절대적인 의지가 깃든 공간.
마왕도 아니고, 고작 마라누스가 만들어낸 차원 따위는 단숨에 붕괴시킬 정도의 힘이 있었다.
쩌어어어어어어어엉-!
환상 영역이 깨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서우진의 ‘혼돈 세계’가 대신 차지했다.
모든 물리법칙이 뒤섞이고, 개념과 관념이 의미를 잃는 공간.
마라누스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어때?”
서우진이 웃으며 물었다.
[여긴…….]사실 ‘혼돈 세계’가 마라누스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존재에게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이 노린 것은, ‘혼돈 세계’가 지닌 효과가 아니다.
그저 놈의 영역을 깨부수고, 현실을 불러오면 족하다.
‘그것만으로도 놈을 처단하기엔 충분하니까.’
객관적인 힘은 서우진이 앞선다.
그것은 환상 속에서의 싸움으로도 증명되었다.
서우진은 놈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압도적인 폭력을 휘둘렀으니까.
비록 정말로 타격을 입힌 건 아니었지만,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기서도 날 상대로 버틸 수 있겠냐?”
팔이 잘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조금 전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회복할 순 없다.
“아무래도 힘들겠지?”
서우진이 한 걸음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마라누스가 뒷걸음질을 쳤다.
두려움.
그저 기괴하기만 했던 놈에게서, 죽음의 공포라는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한번 실험해 보자.”
[잠깐!]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라누스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지만, 그것을 들어줄 서우진이 아니었다.
‘신속’, ‘광폭’, ‘나락십이천검’.
세 가지의 스킬이 동시 발동되며, 지옥의 문이 땅 밑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므락쿠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바로 그 스킬이었다.
거기에 ‘신속’과 ‘광폭’까지 힘을 보태며, 이전에 사용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함을 선보였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긍-!
마라누스가 다급히 마기를 끌어모았다.
설마 자신의 환상 영역이 깨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한 박자 느린 반응 속도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열두 개의 지옥문은 이미 활짝 열려 내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붕괴하라!]그때, 마라누스가 크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마기가 모든 것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쩌엉-!
그 힘을 견디지 못한 ‘혼돈 세계’가 놈의 환상 영역처럼 깨졌다.
하지만 ‘나락십이천검’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빨라지며, 광포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의 모든 것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수들은 물론이고, 대지와 공기까지.
압도적인 공포 앞에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마라누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 안 된다! 나는 이런 곳에서 스러져선 안 된다!]무슨 마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의 마기가 터져 나왔다.
서우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놈의 마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었다.
‘이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샘솟았다.
분명 ‘나락십이천검’은 놈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뭔가 심상찮음을 느꼈다.
반사적으로 ‘카 라니엘’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기와 혼돈기가 충돌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