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3)
503화.
“후욱- 후욱-!”
김태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것을 느꼈다.
확실히 권속은 마수나 몬스터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더 싸울 수 있겠냐?”
팀의 선두에서 놈을 상대하던 박진한이 물어왔다.
“그건 내가 물을 말 같은데?”
김태진이 헛웃음과 함께 말했다.
그만큼 박진한의 몰골은 엉망이었던 것이다.
지금껏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커다란 부상이 가득했다.
왼쪽 어깨가 한 움큼 뜯겨져 나가 팔이 덜렁거렸으며, 흉골은 모두 박살나 가슴이 음푹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 복부에 난 관통상까지.
아무리 생명력이 질긴 박진한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면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나 다름없었다.
“인마, 나 ‘금강역사’야. 이 정도로는 안 죽어.”
멀쩡하다는 듯 그나마 온전한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미친놈.”
자신의 친구였지만,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태은이는 어때?
이번엔 반대편을 돌아보며 물었다.
“나, 난 괜찮아.”
임태은이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녀의 상태는 박진한과 천지차이였다.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전한 건 아니었다.
아니, 다른 면에서는 오히려 박진한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마력은? 얼마나 남았어?”
“…거의 바닥이야.”
임태은은 근접 딜러가 아니다.
그보단 후방에서 지원을 하는 소환사에 가까웠다.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영혼의 계약을 맺은 드래곤으로 싸우는 ‘드래곤 테이머’였으니까.
당연히 박진한에 비해 부상을 입거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적었다.
문제는 마력.
임태은의 드래곤이 전투하기 위해선, 그녀의 마력이 필요했다.
날갯짓 한 번을 하는데도 마력이 소모되었다.
거기에 브레스를 뿜기라도 한다면, 단번에 마력이 뭉텅이로 날아갔다.
평범한 적이었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는 심각할 정도로 마력의 소모가 컸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김태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 길어야 30분.”
짧다.
과연 30분 안에 저 괴물 같은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김태진은 자신의 팀원들을 확인해 보았다.
친구들을 제외하고도 두 명이 더 있었다.
B급의 박민성과 C급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서포터 직업을 지닌 녀석.
그중 박민성은 도움이 되는 용사였다.
‘연금술사’인 그는, 지금도 쉴 새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외상 치유 물약’과 ‘마력 회복 물약’.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없었다면 지금껏 버텨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C급 용사는 아니다.
전투의 후방 지원이 가능한 ‘보급관’이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사실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박민성이 만들어낸 물약들을 옮기는 셔틀 역할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길 수 있을까?’
잠시간의 소강상태.
필사의 각오로 싸움에 임한 덕에, 놈도 꽤나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풍겨오는 마기의 양은 여전히 끔찍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패배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쪽은 멀었나?’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권속은 꽤나 강한 축에 들었다.
해서 첫 계획은 최대한 버티는 것이었다.
그 후 비교적 약한 권속들을 처리한 용사들이 합류해서 함께 싸우는 것이었고.
그런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었다.
생각보다 권속들을 상대하는 것이 버거운 듯했다.
‘하긴, 우리도 그러니까.’
권속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몇 시간씩 붙들고 있는 건 힘들지라도, 최소한 다른 용사들이 올 때까지는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한 시간을 버티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몇 번의 강력한 격돌 후에, 이쪽 진영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박진한과 임태은뿐만 아니라, 김태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마력이 거의 소진되어 있었던 것이다.
박민성의 물약을 마시면서 어떻게든 회복을 시켜보려 하고 있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10분.
그 정도만 여유가 있다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태진이 권속을 확인했다.
놈은 어느새 거의 회복을 끝낸 상태였다.
정말이지 경이로운 회복 속도였다.
[종말의 때가 다 되었군.]놈이 삐뚤빼뚤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휴고르.”
김태진이 권속의 이름을 부르며 입술을 짓씹었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구나.]낄낄거리며 웃는 놈의 모습이 혐오스러웠다.
“기고만장하지 마라. 너 따위는 언제든지 불태워 버릴 수 있으니까.”
허세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허세.
하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몸을 돌려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 테니 말이다.
[그럼, 어디 한번 덤벼보려무나.]비웃음과 조롱이 담긴 음성으로 손가락을 까딱했다.
“이 새끼가 듣자 듣자 하니까!”
도발을 참지 못한 박진한이 인상을 쓰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성보단 감정에 충실한 녀석이었기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한 듯했다.
“기다려.”
김태진이 그런 친구를 말렸다.
하지만 전혀 들어 먹질 않았다.
“기다릴 거면 너나 기다려! 내가 저놈 아가리를 박살내 버릴 테니까!”
콧김을 훅- 뿜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큰일이다.’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들어찬 것 같은 박진한은, 자신의 몸 상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화로 눈알이 돌아갔으니, 자신이 말려도 듣지 않을 게 뻔했다.
‘말려야 해!’
하지만 어떻게?
김태진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 때였다.
“그 덜렁거리는 팔로 어떻게 싸우시게요?”
한창 물약을 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던 박민성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박진한이 우뚝- 멈춰섰다.
“너…….”
고개를 돌렸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딱딱한 움직임이었다.
“방금 뭐라고 그랬냐?”
휴고르를 향하던 살기가 방향을 바꾸었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질 게 분명했음에도, 박민성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말을 이었다.
“주먹도 제대로 못 뻗을 사람이 덤벼봐야 죽기밖에 더 합니까?”
박민성의 신랄한 비판은 계속됐다.
애초에 그는 엘리트 친구들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몇 번이나 서우진과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까.
심지어 한 번은 강병규를 거의 죽일 뻔한 일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함께 싸운다고 해서, 좋게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부터 박살내 줄까?”
거대한 적의가 박민성을 압박했다.
하지만…….
“되도 않는 협박을 집어 치우시고.”
박민성은 박진한의 위협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좀 도와드리죠.”
그 말에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박민성은 ‘연금술사’다.
전투보다는 후방 지원에 특화되어 있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나서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너 따위가 돕긴 뭘 도와! 하던대로 약이나 만들…….”
“철의 거인.”
화아아아아아악-!
박민성의 속삭임과 동시에, 거대한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으, 으윽!”
깜짝 놀란 박진한이 뒷걸음질을 쳤다.
고작 B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마력이었기 때문이다.
‘철의 거인?’
하지만 김태진은 마력의 양보다, 스킬의 이름에 집중했다.
“설마?”
‘연금술사’라는 직업과 ‘철의 거인’이라는 스킬.
그 둘을 조합하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뿜어져 나온 마력은 이내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을 그렸다.
밝게 빛나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원에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이내, 그곳에서 뭔가가 솟아올랐다.
김태진의 눈이 커진다.
‘역시!’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였다.
쿠우우웅-!
육중한 무게에 땅이 진동했다.
박민성이 소환한 건 바로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렘.
무려 10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지닌 놈이었다.
박진한 정도는 한 손가락으로 짓눌러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목표는?]“눈앞의 권속.”
[목적은?]“파괴.”
[기한은?]“완전 파괴가 이루어질 때까지.”
[입력 완료.]그그그그그그긍-
‘철의 거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손에 커다란 칼과 방패까지 들고 있는 그것은, 박민성의 명령대로 휴고르를 완전히 파괴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원 부탁해요.”
박민성이 김태진과 임태은을 향해 말했다.
“당신은 좀 뒤로 빠져서 회복에 집중하시고.”
박진한을 노려보며 말하자, 녀석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볼살을 떤다.
“뒤로 와.”
하지만 폭발하기 전에, 김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 새끼가……!”
“박진한.”
김태진의 차갑다 못해 서늘한 시선이 근육으로 가득찬 자신의 친구를 향했다.
움찔-
그것을 본 박진한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금 우리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아니다.
이 싸움은 게임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직접 몸으로 겪어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그런 때에 상황파악을 못하고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움직인다면?
“죽어도 할 말 없지.”
김태진은 지금은 없는 옛 친구들을 떠올렸다.
“시우나 유라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뒤로 와.”
암묵적으로 입에 담지 않았던 이름을 내뱉었다.
그러자 임태은이 몸을 움츠리는 것이 느껴졌다.
소심한 성격의 그녀로선, 이미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격일 터였다.
박진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들끓어 오르던 감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젠장.”
당장에라도 박민성이나 휴고르를 향해 달려들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발걸음을 그와 반대였다.
김태진의 말대로 후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군.’
혹시 박진한이 계속 고집을 부렸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철의 거인’이 휴고르와 충돌하며 발생한 충격파가 퍼졌다.
김태진은 스킬을 사용해 그것을 흩어내려다 관두었다.
‘마력을 아껴야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마력을 회복한 뒤, ‘철의 거인’을 도와야만 했으니까.
“후우-”
심호흡을 하며, 물약 셔틀이 가져다준 ‘마력 회복 물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우우우우웅-
미약하게나마 마력회로가 활기를 띄며,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라면 다시 전투에 참가하기까지 10분 정도 걸릴 듯했다.
‘그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속으로 ‘철의 거인’을 향해 물어보았다.
쾅- 콰광- 콰아앙-!
대답은 폭음으로 대체되었다.
‘가능할 것 같군.’
박민성이 소환한 ‘철의 거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물론, 혼자서 휴고르를 상대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충분해 보였다.
‘어서 끝내고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김태진이 멀찍이 시선을 돌렸다.
이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의 격돌이 벌어지는 곳.
바로 서우진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방향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