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5)
505화.
“제가 갖고 있는 스킬 때문입니다.”
서우진이 말했다.
“…스킬?”
“대충 동환 씨랑 비슷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아, ‘마법소녀’처럼?”
구동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긴 했다.
하지만 ‘변신’이라는 부분으로 본다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물론, 서우진은 ‘마법소녀’와는 달리, 아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서우진의 급조한 설명에 모두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변신하면 파워 업을 하나요?”
이번엔 박혜경이 물었다.
그녀는 본래 서우진에게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변명할 여지도 없이 완벽한 패배를 경험한 뒤에는, 그런 감정도 버린 상태였다.
‘근데, 그때는 이런 스킬을 사용 안 했잖아?’
설마 진짜 힘을 다 보여주지도 않았음에도, 그토록 차이가 났다는 건가?
박혜경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에선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렇군요.”
박혜경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진 씨.”
그때 가만히 서우진을 바라보고 있던 구동환이 입을 열었다.
“혹시 예전에 한창 핫했던 ‘검은 존재’가 우진 씨였습니까?”
그래, 이런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상을 했다.
갑자기 나타나 여러 활약을 하고 사라진 ‘검은 존재’.
거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제국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용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태껏 밝혀진 게 단 하나도 없었던 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목격담도 사라져 떡밥이 좀 식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이번에도 긍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구동환을 비롯한 용사들의 눈에 경악이 담겼다.
‘우진 씨가 ‘검은 존재’였다고?’
이건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 그럼 사도들을 없애고, 아이에르의 병사들을 학살한 것도?”
“네, 저였습니다.”
대체 왜?
사도들과 싸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용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에르의 병사들을 수천 단위로 학살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보에 구동환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렇게 되겠지.’
서우진이 지고 가야 할 업보였다.
용사들 입장에서는, 서우진이 무슨 이유를 들어도 일반 병사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 테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약탈과 방화, 살인과 강간.
조직적으로 자신들이 점령한 성의 백성들을 유린한 놈들이다.
강림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온 와중에도 사도에게 휘둘리며 타국을 침공한 놈들이기도 했고.
손속이 조금 과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 기준에선 죽어도 싼 놈들이었습니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음에 거리낄 게 없었으니, 표정 역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구동환은 납득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여기까진가?’
더 이상의 설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움직여야만 한다.
자신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을 테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구동환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함께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저도 가장 위급한 쪽으로 가겠습니다.”
이 상황에 저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게 뻔했다.
‘효율의 문제도 있지.’
서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조금 이따 다시 뵙죠.”
구동환이 딱딱하게 굳은 음성으로 말을 하곤 몸을 돌렸다.
박혜경과 박태수를 비롯한 용사들도 잠시 서우진의 눈치를 보다, 땅을 박차고는 어디론가 이동했다.
“후우-”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굳이 계속 숨길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말을 해줄 계획도 없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지만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타이밍에 오해 없이 설명을 해주었을 텐데.
“조금 아쉽군.”
물론 그 일 때문에 동료들과의 신뢰관계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을 해준다면 모두 이해해 줄 테니까.
그래도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조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저쪽이 급해 보이는군.”
구동환이 향한 곳과는 정반대 쪽에서 치열한 전투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둘러야겠어.”
당장에라도 상황이 급변할 것 같은 긴박함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머릿속에 차오르던 생각들을 억지로 모두 밀어낸 뒤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지르는 서우진은, 어느새 ‘마왕화’를 해제한 모습이었다.
* * *
“후욱- 훅-!”
박진한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덜렁거리던 왼쪽 팔은 완전히 뜯겨져 나가 있었고, 가슴과 복부에서는 피가 꿀렁이며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장기 역시 상했는지, 숨을 내쉴 때도 입에서 붉은 피를 토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박민성은 그런 박진한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지금 당장 눈을 감고 숨을 거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건 박진한뿐만이 아니었다.
김태진은 모든 마력을 소진한 덕분에 심각한 마력 탈진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부상은 경미했지만, 실상 이쪽도 죽기 일보직전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임태은.’
박민성의 시선이 뒤쪽에 있는 임태은을 향했다.
그나마 그녀는 조금 나았다.
마력의 소비가 극심하긴 했지만 김태진처럼 죽기 직전의 마력 탈진 상태는 아니었고, 딱히 부상을 입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데리고 다니는 드래곤은 이야기가 달랐다.
거대한 위용을 뿜어대던 날개들은 걸레 조각이 되어 너덜거렸고, 목도 반쯤 잘려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더는 움직일 힘도 없는지, 땅바닥에 쓰러져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기식이 엄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는 안 돼.’
자신이 챙겨왔던 물약들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회복 관련은 떨어진 지 오래였고, 그 외의 효과가 있는 것들도 모두 사용했다.
때문에 저들을 회복시킬 방법이 전무하다.
‘강해.’
휴고르는 강했다.
S급 용사 세 명과 자신이 있으니,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휴고르는 겉으로 느껴지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싸움에 능숙했다.
용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실전 경험을 해온 것이 분명했다.
“후우-”
박민성이 깊게 심호흡하며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콰아아앙- 콰드드득-!
놀랍게도 ‘철의 거인’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선전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 서우진이 아이에르의 비고를 털어서 준 선물, ‘주신의 축복’ 덕분이었다.
소환수를 몇 단계나 진화시킬 수 있는 보물.
덕분에 박민성이 만들어낸 ‘철의 거인’은 웬만한 A급 용사들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만약 ‘철의 거인’이 휴고르를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벌써 사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끝이군.’
휴고르의 날카로운 손톱이, 결국 ‘철의 거인’을 반으로 갈라 버린 것이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철의 거인’이 그 거대한 몸을 뉘었다.
쿠웅-!
무게 탓에 땅이 울린다.
박민성은 괜히 자신의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 정말로 종막이로구나.]휴고르가 삐뚤빼뚤한 이빨을 드러내 말했다.
‘놈도 정상은 아니야.’
당연한 말이었지만, 휴고르의 상태도 그리 좋진 않았다.
무려 S급 용사 세 명과 ‘철의 거인’을 동시에 상대했으니까.
‘한 명만 더 있었다면…….’
A급도 필요 없다.
자신의 동료들 중 아무나 한 명만 이곳에 있었더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 그것을 아쉬워해 봐야 상황이 좋아지진 않았다.
‘방법이 없나?’
팀원들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박민성이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다.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
어서 빨리 그것을 찾아내야만 했다.
‘없어.’
머리에서 열이 오를 정도로 고민을 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이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생각나는 건 하나.
도망뿐이었다.
‘그게 가능한가?’
일단 박진한과 김태진은 무리다.
둘은 그야말로 한 발 자국도 떼기 힘든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몸에 충격이 가면, 그대로 생명의 불꽃이 꺼질지도 모른다.
그나마 자신과 임태은은 조금이나마 가망성이 있긴 했지만…….
‘안 가겠지.’
임태은은 자신의 드래곤을 이곳에 두고 그냥 도망칠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아주 잠깐 겪어보았음에도, 그녀가 얼마나 드래곤과의 유대감이 깊은지 잘 느껴졌으니까
‘혼자 도망가는 것도 우습지.’
그러고 싶지도 않다.
급조된 팀에 불과했지만, 함께 싸운 이들을 버려두고 혼자 내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뭐, 아직 동료라 부를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같이 싸운 전우쯤은 되니까.’
박민성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체크했다.
‘쓸 만한 스킬이 뭐가 있지?’
박민성은 수많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연금술사’와 관련된 것들이었지만, 의외로 전투에 관련된 스킬도 다수 존재했다.
여태껏 쓸 일이 없어 딱히 사용해 본 적이 없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찬 밥 더운 밥을 따질 때가 아니야.’
누군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혼자서라도 버텨내야만 한다.
팔, 다리를 모조리 내주고라도, 어떻게든 막아내 볼 생각이었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어떻게된 될 테니까.
[고민은 끝이 났나?]휴고르가 피를 뚝뚝- 흘려대며 물었다.
무리한 건 맞았는지, 놈도 잠시 몸을 회복시킬 시간이 필요했던 듯했다.
그리고 이젠 모두 죽일 정도의 힘을 모은 모양인지 끔찍한 살기를 뿜어댔다.
“아직 멀었는데?”
박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대화로 시간을 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다.
[그런가? 어쩔 수 없군. 그냥 사멸하거라.]‘역시 안 통하나?’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였다.
휴고르는 더 이상의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곧장 달려들기 시작했다.
목표는…….
‘박진한!’
박민성이 아닌, 근육덩어리였다.
확실히 숫자를 줄여놓겠다는 것이었다.
“안 돼!”
박민성이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 모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스피어!”
마력이 창의 형태를 갖추며, 쏜살같이 휴고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 대단한 스킬은 아니다.
위력 역시 별 볼일 없었고.
하지만 이게 박민성이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제발……!’
‘스피어’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다만, 박민성을 살릴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딴 걸……!]코웃음을 친 휴고르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단숨에 소멸시킨 후, 박진한의 목을 베어버릴 태세였다.
그런데 놈의 손과 창이 충돌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