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7)
507화.
권속들의 힘은 강력했다.
휴고르 때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놈들이 있었던 것이다.
서우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위험했을 팀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위태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서우진보다도 빠르게 상대하던 권속을 처리하고 남들을 도운 팀도 있었던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계수지와 진태성, 그리고 유홍설이었다.
무려 서우진의 동료 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 팀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권속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확실히 수지 씨가 대단하긴 해.’
서우진을 제외한 용사들 중 가장 높은 레벨, 적지 않은 실전 경험, 전투에 임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과 무거운 책임감까지.
계수지는 엘리트 친구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가 되어 있었다.
서우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있고, 모든 지원이 그녀에게 향했다면 혼자서도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계수지의 모습은 뛰어났다.
‘아니, 아니지.’
하지만 이내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전에 벌어졌던 강림 전쟁이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8차 강림 전쟁은 다르다.
권속의 수준과 수에서부터, 7차 강림 전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니까.
계수지가 대단하긴 해도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강하긴 해.’
객관적인 경지는 반 슬레인이나 프레이야가 훨씬 높을 것이다.
그들은 서우진보다도 높은 곳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하지만 실질적인 무력은 계수지가 한 발 앞서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잘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네.’
그럼 남은 전쟁도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나 남았나요?”
서우진이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 계수지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
퍼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거의 다 끝난 모양입니다. 아직 전투 중인 곳도 있긴 한데, 거기도 대충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고요.”
‘신룡안’으로 확인한 전투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다.
‘남은 권속은 둘.’
꽤 강한 축에 드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놈들을 상대하고 있는 용사의 수가 무려 20명에 달했으니까.
그것도 엘리트 친구들을 비롯해, 서우진의 동료들까지 대거 포함되어 있는 숫자였다.
심지어는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까지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농담으로라도 지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행이네요.”
계수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의 힘이 예상보다 강해, 어쩌면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도 죽지 않고, 전투도 끝나간다니 안심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놓기엔 아직 일러요.”
하지만 그때, 서우진이 조금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 그렇죠.”
계수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의 말대로 권속들은 거의 다 처리가 된 상태였다.
전투가 거의 끝나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 한창 진행 중이었다.
몬스터와 마수,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간 권속들까지.
지금의 승리는 이 거대한 전쟁 속에서 이룩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병사들을 도와 적의 병력을 몰아내고, 다른 왕국들의 지원을 가야 합니다.”
기뻐하긴 이르다.
남아 있는 싸움이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그렇겠네요.”
계수지가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풀어질 뻔한 마음을 다시 다잡는 듯했다.
“아저씨!”
그때, 멀리서 이지아가 달려오며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나 보군.’
이지아와 김다혜가 주축이 된 팀은, 서우진의 도움을 받아 권속을 물리친 뒤 다른 곳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저토록 신나서 다가오는 걸 보아하니, 그쪽의 전투도 끝난 모양이었다.
‘그럼 남은 건 하나.’
콰아아아아앙-!
서우진이 이지아에게 손을 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끝났군.’
‘신룡안’에 하나 남아 있던 권속의 마기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이 감지됐다.
‘김태진인가?’
저만한 화염을 일으킬 수 있는 용사라면, ‘원소술사’ 진태성이나 ‘초열법사’ 김태진밖에 없었다.
“모두 끝났어요!”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이지아가 후련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생했다.”
서우진이 그런 이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칭찬을 받자 더욱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가 짙어졌다.
“마지막으로 싸운 놈은 엄청 커다란 근육몬이었거든요? 동환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겼었는데…….”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승리를 실감나게 해주었다.
서우진도 굳이 녀석의 입을 막지는 않았다.
아직 싸움이 남아 있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좋은 기분을 만끽하게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휴우- 징글징글한 것들.”
구동환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꽤나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지, 노란색 원피스가 걸레처럼 찢겨져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부상은 전혀 없었다.
‘레벨 업을 한 모양이군.’
힘겨운 싸움이었던만큼, 다들 최소한 하나 이상의 레벨 업을 경험했다.
덕분에 권속들과의 싸움이 끝난 지금은, 다들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서우진이 구동환과 다른 용사들을 향해 말을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구동환이 잠시 멈칫했다.
‘마왕화’를 했던 서우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질문을 당장 하지는 않았다.
그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서우진이라면, 분명 제대로 설명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는 듯했다.
‘고맙군.’
서우진은 그런 구동환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배려를 해주는 게 참 고마웠다.
“다들 모이면 이동하겠습니다. 남아 있는 잔당들을 쓸어버리려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몬스터와 마수.
놈들의 수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다.
일반 병사들만 있었다면, 막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
하지만 제국군 측에는 특별한 힘이 있는 존재들이 많았다.
굳이 수호자들까지 포함을 시키지 않더라도, 하늘탑의 마법사들이나 수준 높은 기사들이 즐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로써도 장시간의 싸움은 무리였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들이 합세해야만 했다.
“지금 다들 정리를 하고 돌아오는 중입니다. 길어야 10분이면 모두 도착할 테고요.”
구동환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용사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10분.’
나쁘지 않다.
그동안 힘을 집중하고 있다, 단번에 터트리며 모조리 쓸어버리면 된다.
그리고 그 후…….
‘다시 흩어져야겠군.’
‘팔로타인 라세’의 경계를 따라, 두 무리로 갈라져서 이동해야 한다.
타국의 전선에 지원을 해주어야만 했으니까.
‘지금이 마지막 쉬는 시간인가?’
끝이 없다.
만약 레벨 업으로 인한 완전 회복이 없다면, 아무리 용사들이라 할지라도 이 강행군을 결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마왕의 강림도 머지않았고.’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팔로타인 라세’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심상찮은 마기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권속이나 마수들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격의 존재가 저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전에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두어야만 해.’
그래야 마왕과의 싸움에 모든 전력을 단번에 쏟아부울 수가 있었다.
서우진은 손을 들어 코트에 손바닥을 닦아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긴장한 건가?’
인간을 아득히 벗어난 자신이 땀이라니.
그만큼 심적인 부담감이 심했던 것이다.
혼돈기까지 끌어올리며 손바닥의 땀을 모두 날려 버린 서우진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슬슬 움직이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먼저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이동하는 경로에서 마주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알아서 따라오겠지.’
용사들이라면 누구나 기감을 널리 퍼트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우진은 심호흡을 하며 걸음을 내디뎠다.
“갑시다.”
그의 뒤로 수십 명의 용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절한 비명과 죽음이 펼쳐지고 있는 전장을 향해서.
* * *
“으음.”
디아로크는 침음성을 내뱉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장의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우세했다.
기사들이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으면, 그 뒤를 수십만의 병사가 비집고 들어가 몬스터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대승이 머지않았다.
‘그래, 이대로라면 말이지.’
하지만 디아로크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한 존재 때문이었다.
‘권속.’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다.
디아로크가 놈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강하다는 것.’
만약 놈이 전장에 도달한다면, 지금까지의 우세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될 정도로 강했다.
‘승리할 수 있을까?’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힘들겠는데.’
자신의 마력과 권속의 마기를 저울질해 보았다.
차마 반박도 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합공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야.’
이곳에는 권속에게 타격을 입힐 정도의 수준을 지닌 이가 없다.
단 한 명, 디아로크뿐.
그러니 어설픈 합공은 쓸데없이 피해만 키울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디아로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옆을 돌아봤다.
“젤론.”
그러곤 트리안의 대장군을 불렀다.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군. 혹시 놈이 도착한 것이오?”
이곳으로 다가오는 권속의 존재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직이오. 하지만 곧 도착하겠지.”
디아로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으음, 이거 큰일이군.”
아직 남아 있는 몬스터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후퇴를 고려해야 하오?”
아직 거리가 남아 있다면, 지금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괜한 피해를 키우느니, 일단 물러난 뒤 만반의 대비를 하는 게 나았으니까.
젤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전투는 이대로 속행하는 것으로 하는 게 좋겠소.”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지도 모르오.”
젤론이 얼굴을 굳혔다.
“그래서 말인데.”
디아로크가 머뭇거리다, 이내 결심을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의 지휘권을 그대에게 모두 넘길 생각이오.”
젤론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설마 레닌스탕 군의 지휘를 내게 맡기겠단 뜻이오?”
휘하 귀족이나 기사도 아닌, 타국의 장군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럼 그대는 무엇을 하려…….”
질문을 하던 젤론이 말꼬리를 흐렸다.
디아로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것이다.
“불가하오.”
젤론이 고개를 저었다.
디아로크는 강한 존재다.
제국의 마공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마법으로써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홀로 권속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요.”
그렇다 해서 권속을 혼자 막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해야지.”
이곳을 몬스터들에게 내어줄 순 없다.
그렇다고 권속이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내가 놈을 막겠소.”
디아로크의 음성에는 결연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