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8)
508화.
디아로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
전투의 시작에 맞춰 사용했던 ‘게르마돈의 숨결’은 엄청난 마력을 소모하는 마법이었다.
순간적으로 가득했던 마력이 바닥을 보일 정도였으니까.
조금 쉬면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이런 상태로 권속을 막아내야만 했다.
‘힘들겠군.’
디아로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태로는 훨씬 더 불리할 게 뻔했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놈에게 다가가던 디아로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기지 못한다면…….’
최소한 시간이라도 끌어야 했다.
젤론이라면 분명 이쪽의 상황도 파악할 게 분명했다.
그는 유능한 지휘관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불리하다 판단이 되면,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퇴를 결정하겠지.
“그거면 된다.”
자신의 희생으로 수십만의 병사를 살릴 수 있다면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디아로크는 문득 한 여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샨타.’
서로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여인이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시간에 비례하던가?
둘은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
‘화를 내겠군.’
정보 길드의 일을 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그녀가, 자신의 행동을 알게 되면 불같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미안했다.
아직 제대로 표현을 해본 적도 없건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아샨타가 무사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이곳으로 다가오는 놈을 어떻게든 막아내야만 했다.
“후우-”
심호흡하며 억지로 걱정을 털어냈다.
“그놈이라면 잘해주겠지.”
서우진.
상식을 벗어난 힘을 지닌 용사.
혹은 그 이상의 존재.
그 빌어먹을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구해낼 것이다.
아샨타든, 이 세계든 말이다.
디아로크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땅에 내려섰다.
풀썩- 하며 마력에 밀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주변은 엉망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짓밟고 지나간 자리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가까워지는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형은 아니군.’
사족 보행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외형은 개와 비슷했지만 머리가 다섯 개나 달렸고, 화염이 일렁이는 숨결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어떻게 봐도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염이라…….”
디아로크가 피식- 웃었다.
불에 관한 한, 자신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으니까.
괜히 별명 중에 방화범 따위가 붙어 있겠는가?
“어디 누가 더 뜨거운지 비교해 볼까?”
입꼬리가 치솟았다.
이글거리는 붉은 화염에 감정이 극한으로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호승심? 분노? 혐오감?
무슨 종류의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눈앞의 권속을 잿가루도 남지 않도록 불태워 버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화르르륵-!
마력이 일자, 불꽃이 피어올랐다.
“덤벼라, 이 더러운 마왕의 종자야.”
하늘 끝까지 닿을 정도의 거대한 화염과 함께,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움직인다.
속도는 음속을 가뿐히 넘어설 정도였다.
덕분에 주변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자연을 보호하자는 캠페인 따윈, 일말의 가치도 없는 때였으니까.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빠르고 신속하게 다른 전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다들 잘 따라오고 있나?’
서우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총 스무 명의 인원이 그의 뒤를 따르는 중이었다.
아홉 명의 동료와 박혜경, 박태수, 그리고 아이에르의 추기경인 유로아와 사제들까지.
‘괜찮군.’
상대적으로 느린 사제들을 동료들이 케어해 준 덕분에, 뒤처지지는 않았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그리고 엘리트 친구들을 포함한 용사들은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 모든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쪽은 괜찮으려나?’
조금 불안하긴 했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전력은 서우진과 동료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뭐, 엘리트 친구들도 있으니까.’
레벨로만 따지자면 녀석들은 동료들에 비해 부족했다.
최소한 1에서 많게는 5까지 차이가 벌어져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엘리트 친구들은 모두 S급의 직업이었다.
레벨이 좀 뒤쳐진다 해도, 등급으로만 따지면 동료들 이상의 힘을 발휘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덕분에 서우진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 녀석들에게 맡길 수 있었다.
‘여차하면 수호자들도 힘을 보태겠지.’
* * *
“쉽지 않네요.”
브리아니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리엘과 함께 ‘팔로타인 라세’의 안쪽을 수색하던 둘은, 꽤나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럼 쉬울 줄 알았나?”
코웃음과 함께 조롱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었는데요.”
왠지 모를 다리엘의 날 선 태도에, 브리아니의 기분은 더욱 가라앉았다.
콰직-!
사방에서 달려드는 마수들을 그대로 압사시켜 버린 브리아니가 머리를 정돈했다.
‘왜 저러는 거지?’
그녀는 본래 마르테스를 제외한 다른 수호자들과 친분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황족의 핏줄을 타고났기에 무시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가깝지도 않았던 것이다.
데면데면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관계.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다리엘이 취하는 모습은 적대감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브리아니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혹시 신궁에서의 일이 밝혀진 건가?’
서우진과 요한을 도와, 가장 은밀한 곳에 감춰져 있던 비밀을 탈취한 일 말이다.
브리아니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 사실이 들통난 것이라면, 고작 저 정도의 분위기만 풍길 리가 없었다.
“요즘 바쁘게 돌아다니던데. 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겐가?”
“…전쟁 중이니까요.”
괜히 찔리는 질문에, 브리아니는 대충 둘러댔다.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그런가?”
다리엘은 고개를 주억였지만, 누가 봐도 그 말을 믿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던데.”
브리아니가 입을 다물었다.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동안 열심히 움직이긴 했다.
다리엘은 그것에 의구심을 품은 듯했다.
‘사실대로 말해줄 순 없지.’
검공은 제국의 충실한 검이다.
자신과는 달리, 만약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아이를 포함한 용사들을 겁박하기 위해 움직일 게 분명해.’
브리아니는 다리엘이 서우진의 ‘낙인’에 찍혀, 허튼 수작을 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덕분에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었다.
‘최소한 방법을 찾기 전까진, 이런 대화는 피해야 해.’
브리아니는 재빨리 다리엘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지금은 그딴 것보다, 이 근방을 정리하는 게 더 시급해요.”
콰과과과과곽-!
공간이 일그러지며 달려들던 마수 몇 마리가 형체도 없이 갈려 나갔다.
“…그렇지.”
대대적인 전면전은 제국군의 승리로 끝났다.
권속들과의 전투를 이른 시간에 끝낸 용사들이 도움을 준 덕분이었다.
농담으로라도 피해가 적다곤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첫 충돌에서 이만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스가아악-!
날카로운 오러와 함께 수십 마리의 마수가 조각나며 피를 뿌렸다.
‘그래도 여전히 많군.’
마수들은 대부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오직 살의로만 가득차 달려들 뿐, 후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살아 있는 마수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최소한 수천 마리에서, 만여 마리의 마수들은 여전히 ‘팔로타인 라세’ 안에 존재했다.
다리엘은 브리아니와 함께 남아 있는 놈들의 소탕을 맡은 상태였다.
“이곳의 정리가 끝나야 지원을 갈 수 있으니, 더 서두르죠.”
쉴 새 없이 ‘이능’을 사용해 가며 마수들을 사냥하던 브리아니가 말했다.
“지원이라…….”
그 말에 다리엘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겠지.”
평소의 그였다면, 타국의 지원 요청 따위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제국의 안위뿐이었으니까.
참으로 수호자라는 직위에 어울리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 지원 요청을 서우진이 했기 때문이었다.
‘낙인’이 찍힌 다리엘로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후우- 대충 끝내고 가지, 급해 보이는 것 같으니.”
그 말에 브리아니가 눈매를 좁혔다.
함께 지원을 가겠다는 말도 믿기 어려웠는데, 저토록 적극적으로 나오니 왠지 의심까지 들 정도였던 것이다.
‘무슨 꿍꿍이지?’
자신이 아는 다리엘은 절대 저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마치 관찰하듯 그를 바라보던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서두른다고 나쁘진 않았으니까.
“저희 둘만 가나요?”
“아니, 함께 갈 놈들이 더 있다.”
“누구죠?”
브리아니는 내심 기사들이나, 크루시엘의 요원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리엘의 입에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이름들이 나왔다.
“스트레인과 카론. 그 두 녀석도 같이 가기로 했다.
작아졌던 브리아니의 눈이 커졌다.
“뭐, 뭐라고요?”
“스트레인과 카론. 그리고 나와 너. 이렇게 넷이 함께 움직인다.”
“맙소사……!”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그, 그럼 수호자들이?”
마공 마르테스를 제외한 전원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단순히 ‘아, 그래요?’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폐하가 허락하신 일인가요?”
황족인 그녀를 제외한 다른 수호자들의 행동은 모두 황제의 뜻에 의해 좌우된다.
황제의 재가가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무려 네 명의 수호자가 한 번에 움직이는 일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아닌가.
그런데 돌아오는 다리엘의 대답은, 또 한 번 브리아니의 예상을 빗나갔다.
“알지 못하신다. 그저 나와 다른 녀석들의 재량으로 결정한 일이지.”
브리아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체 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뭐하는 거지? 서두르자고 말한 건 너다.”
너무 놀란 브리아니가 행동을 멈추자, 다리엘이 핀잔을 주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서두르고 있어.’
다리엘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원을 떠나기 위해, 급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브리아니는 도저히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서걱-!
아득히 높은 격이 담긴 검로에, 마수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산이 되어, 죽어버린 ‘팔로타인 라세’의 양분으로 화했다.
브리아니는 불신과 의심, 그리고 경악이 담긴 눈빛으로 다리엘의 등 뒤를 쳐다보았다.
‘한번 알아봐야겠군.’
과연 다리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요한의 정보 길드를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았다.
브리아니는 어느새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런 다리엘의 뒤를 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