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09)
509화.
몬스터들이 폭발하며, 피와 살점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서우진은 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걸음을 붙잡기엔 수백 마리의 몬스터의 힘으론 불가능했던 것이다.
‘슬슬 가까워지는군.’
저 멀리.
서우진의 발로도 한참이나 달려야 할 곳에서부터, 거대한 힘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력과 마기.
그리고 화염과 화염.
‘디아로크인가?’
이쪽으로 가면 레닌스탕과 트리안, 그리고 브로바이슨의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가 나온다.
거기에서 저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
초극의 경지에 이른 마법사, 디아로크밖에 없었다.
서우진의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
‘잘 싸우고 있긴 한데…….’
마력이 마기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실제 전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었지만, 객관적인 힘은 권속이 훨씬 강력하다는 뜻이었다.
‘오래 못 버틸 수도 있겠군.’
서우진은 디아로크를 인정한다.
반 슬레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쪽 세계의 인간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강자라는 사실은 분명했으니까.
그런데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번 강림 전쟁에서 나타나는 권속들의 힘은, 이전의 경우에 비추어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력했다.
디아로크가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는 하나, 상대는 더 강하다는 뜻이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혼돈기를 더욱 빠르게 순환시켰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럴수록 서우진의 움직임이 더욱 신속해졌다.
“우, 우진아?”
그때, 뒤에서 강병규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슬쩍 돌아보자, 녀석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런…….’
버거워했다.
안 그래도 급하게 움직이느라 조금 무리하고 있었는데, 점점 더 빨라지니 이젠 따라가는 것도 힘겨웠던 것이다.
‘생각 못했군.’
계수지나 이지아 같은 A급 용사들은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등급이 낮은 이들은 한계에 다다른 듯한 표정이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더는 보폭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음, 미안하다.”
일단은 미처 배려하지 못했던 것에 먼저 사과했다.
괜히 마음만 급해진 탓에, 시야가 좁아졌다.
“무슨 일인데?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냐?”
강병규가 물었다.
‘탐색’으로 대략적인 거리는 파악했겠지만, 전황까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 같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또 앞서서 갈 수밖에 없을 듯했다.
“어쩔 수 없죠. 저희도 최대한 빨리 따라붙을 테니, 먼저 출발하세요.”
계수지가 알겠다는 듯 먼저 대답해 주었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작게 머리를 숙여 보인 뒤, 말했다.
“그럼 좀 이따 보죠.”
혼돈기를 폭발시키듯 터트렸다.
쿠웅-!
작은 진동과 함께, 서우진의 신형이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가 디아로크를 잃는다면?
전력의 상실이 너무나도 크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전세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를 잃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거기다…….’
괜히 아샨타의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둘의 분위기가 좋아 보이던데.
오랜 시간 함께한 건 아니었지만, 그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아샨타의 얼굴에 슬픔이 깃드는 모습은 보고 싶지가 않았다.
‘조금 더 빨리.’
콰아아아아아앙-!
멀리서 거대한 폭염이 치솟는 것이 보였다.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여기까지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화산이라도 터진 거냐?’
그렇게 착각할 정도의 화염과 충격파였다.
서우진은 표정을 굳히고는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디아로크의 힘이 한풀 꺾인 것을 느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녀석이 죽을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입술을 잘게 짓씹으며 ‘신속’을 사용했다.
* * *
“크으윽.”
신음이 절로 나왔다.
후끈한 열기에 폐가 익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웠다.
그 어떤 때보다 마음껏, 미친 듯이 날뛸 수 있었으니까.
‘이렇게 행동해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행동한다.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면 전혀 없었다.
주변에서 그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기함했을 것이다.
그토록 자제했음에도 미친놈이라는 칭호가 뒤를 따라다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크흐으으.”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화상이라도 입은 것인지, 전신에 타오르는 듯한 열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상대 역시 자신과 별다를 바 없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초고온의 열기에 피부가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한쪽 눈의 각막도 타들어가며 시력을 잃은 게 분명했다.
키기기기긱-!
놈의 입에서 분노로 가득한 울음이 흘러나왔다.
쇠끼리 긁어대는 것처럼, 소름이 끼치는 듯한 소리였다.
“많이 아프냐?”
키득- 하고 웃으며 물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놈에게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지적 능력이 없어 보였으니까.
디아로크는 권속의 살기 이상으로 강렬한 광기를 뿌려대며, 눈을 부라렸다.
“멈추지 말고 불 좀 더 뿜어봐라. 응? 열이 다 식었잖아.”
정신줄을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꼴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디아로크는 마치 숯이라도 된 것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간 오른팔을 뜯어냈다.
퍼석-!
땅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재가 되어 흩날렸다.
그런데도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더 할 수 있잖아? 그치?”
미친놈의 눈이 이러할까?
더 강렬한 화염을 갈구하는 듯한 디아로크의 눈동자에 권속마저 질린 듯, 뒷걸음질을 쳤다.
‘병신 같은 놈.’
걸렸다.
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미리 바닥에 깔아두었던 마법진이 발동했다.
꾸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불기둥이 치솟았다.
정말로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불기둥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대기가 증발하고, 땅이 끓어올랐다.
너무도 강렬한 열기에 숨을 쉬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디아로크는 마력으로 폐부를 보호하며 손을 들었다.
“게르마돈의 숨결.”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일격에 녹여 버렸던, 그 강대한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좋아!’
예상치도 못한 지뢰를 밟은 놈은, 결코 이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디아로크는 그렇게 확신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방금 전의 불기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지상에 강림했다.
불과 생명을 관장하는 고대 신룡이 지니고 있던 힘의 파편.
그것은 세상을 온전히 멸할 기세로, 이름 모를 권속을 향해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렸다.
—!!!
소음은 없었다.
몬스터들을 쓸어버릴 때처럼, 광범위한 파괴를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절대적인 파괴력이 오직 권속만을 분해시켜 버리기 위해, 한 곳에 집중되었다.
후우우욱-!
다섯 개의 머리를 지닌 권속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순식간에 가슴 부분이 몇 배나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단숨에 내뱉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게르마돈의 숨결과도 비견될 정도의 화염이 내뱉어졌다.
마치 누가 더 강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두 화염은 서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크으윽!’
디아로크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미쳐 버릴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너무 강하게 악다문 모양이었다.
으드드득-!
어금니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핏물이 목구멍을 넘어갔다.
‘버텨야 한다!’
단순한 파괴력만 따지자면, 권속보다는 디아로크가 앞섰다.
아주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무려 고대의 신룡이라 불렸던 존재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밀리는 것은 권속이 아닌, 디아로크였다.
‘제, 제기랄!’
육체가 버티질 못하고 있었다.
초극의 경지에 올랐으나, 아직 인간의 탈을 벗지 못한 그의 육체로는, 저만한 열기를 감당할 수 있는 내구력이 없었다.
남아 있는 팔도 새빨갛게 익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미치겠군.’
이대로 가다간 온몸이 불타오르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피할까?’
남은 팔을 희생한다면, 목숨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에는 놈도 지쳤을 테니, 빠르게 도망을 친다면…….
“쯧.”
디아로크가 혀를 찼다.
적을 앞에 두고 도망이라니.
“나도 갈 데까지 간 모양이군.”
그는 레닌스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비록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영혼에는 기사의 정신이 단단하게 박혀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도.
뒤에 남은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선, 결코 등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기사의 왕국에 소속된 자들의 의무이며, 책임이었다.
디아로크는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더 내디뎠다.
화르르르륵-!
열기에 익어가던 팔에 결국 불이 붙었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하나 남은 팔도 숯덩이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마법의 목표 대상을 정확히 지정할 두 팔이 모두 사라졌지만, 포기하긴 일렀다.
그에게 남아 있는 신체 조직은 아직 많았으니까.
발끝을 이용해 게르마돈의 숨결을 권속에게 고정시켰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어려운 기예였지만, 디아로크는 가능했다.
그는 평생 동안 연구실에 처박혀 연구만 하는 마법사와 전혀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전투 마법사.
초인적인 인내력과 인지 능력으로, 마법이 해제되는 것을 막아냈다.
‘이대로 버틴다!’
10분? 아니, 5분이나 견딜 수 있을까?
마력이 채 바닥나기도 전에, 육체가 한계에 달하면 한줌의 잿더미로 화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만큼이나 시간을 끌었으니까.
이곳의 상황을 파악한 젤론은 병력을 안전하게 후퇴시킬 것이고, 자신 못지않은 부상을 입은 권속은 추격할 수 없다.
그럼 곧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디아로크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 근육을 뒤틀며, 미소를 지었다.
“너, 넌, 이 뒤로 모, 못 지나간다.”
다짐이 아닌, 선언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선언.
그 결연함을 느낀 것인지, 권속이 거대한 포효를 토해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퍼억- 하며 고막이 터져 나갔다.
마기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순식간에 주변의 소음이 멀어졌다.
마치 물속이라도 들어온 듯, 먹먹함만이 가득했다.
그래서일 것이다.
바로 곁에서 들려온 서우진의 음성을 듣지 못한 것은 말이다.
“…엉망이군. 고생 많았다. 지금부터는 내가 맡을 테니, 넌 뒤로 가서 좀 쉬어라.”
스르릉-
‘카 라니엘’을 뽑아 든 서우진이 앞으로 나섰다.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았던 화염이 베어지며,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디아로크가 서우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바로 그때였다.
오